<이번주의 사자성어(33)>
읍참마속(泣斬馬謖)
울 읍(泣), 벨 참(斬), 읍참이라함은 ‘울면서 목을 벤다’라는 뜻이고, 말 마(馬), 일어 날 속(謖), 마속은 사람이름이다. 따라서 ‘읍참마속’이라함은 ‘울면서 마속의 머리를 벤다’라는 뜻이다.
아무리 친분이 있고 아끼는 사람일지라도 잘못이 있을 때에는 가차없이 처벌함으로써 공정성과 기강을 확립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은 삼국지에서 유래한다.
유비와 조조가 죽고 난 후, 제갈량이 이끄는 촉나라 군사는 중원을 진출하기 위해 위나라와 전쟁을 한다. 그 과정에서 보급수송로의 요충지인 가정(街亭)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제갈량은 가정을 젊은 장수인 마속(馬謖)에게 맡겼다. 마속은 총명한 책략가였기 때문에 평소에 제갈량이 아끼는 장수였다.
제갈량은 마속에게 이르기를 주요 길목에 진을 치고 방어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마속은 이러한 군령에 따르지 아니하고, 자기 나름대로 산 꼭대기에 진을 치고 적군을 유인한 후 역공을 취하는 것을 택했다.
위나라 군사는 서두름이 없이 산기슭을 포위한 채 시간을 끌었고, 결국 마속의 군대는 식수와 식량이 동이 난 채 참패하고 말았다. 촉나라는 전략요충지인 가정을 적에게 내어줌으로써 중원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제갈량은 군율에 따라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베게 된다. 마속이 비록 뛰어난 인재이기는 하지만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갈량은 소매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참수했다. 마속의 그때 나이 서른 아홉이었다. 여기서 읍참 마속의 고사성어가 유래된 것이다.
아무리 정이 두텁고 뛰어난 인재라 할지라도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처벌할 때, 읍참마속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마속의 형인 마량(馬良)은 제갈량의 친구이며 조정의 중신이기도 했는데, 백미(白眉) 즉 흰눈썹으로 불리었다. 당시 마씨(馬氏) 오형제가 유명했다.
다섯 형제는 모두 자(字)에 상(常)이란 글자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들 형제를 가리켜 ‘마씨오상(馬氏五常)’이라 일컬었다.
형제가 모두 재주가 뛰어났으나, 그 중에서도 마량이 가장 뛰어났으므로 그 고장사람들은 말하기를 “마씨오상은 모두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흰 눈썹이 가장 훌륭하다(馬氏五常白眉最良)”라고 하였다. 즉, 마량은 어려서부터 눈썹에 흰 털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던 것이다.
이 때부터 같은 또래, 같은 계통의 많은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백미’라 부르게 되었다. 지금은 사람만이 아니라 뛰어난 문학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백미’라 부른다.
백미하면 마량이고, 마량하면 마속이며, 마속하면 읍참마속을 연상한다면 고사성어에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읍참마속은 기강확립을 위한 다는 점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와도 상통한다.
중국대륙에서 대만으로 쫒겨난 장개석은 대만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하여 자기의 며느리가 밀수에 관여 되었다하여 가차없이 처형한 것도 일벌백계의 읍참마속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최근에 TV를 통해 옛날 영화 ‘대장 부리바‘를 감상한 적이 있다. ’부리바‘로 분장한 ’율부린너‘가 자기의 첫째 아들이 적국 폴란드의 처녀와 사랑에 빠져 조국을 배신했을 때, “내가 네 생명을 줬으니 이제 네 목숨을 거두어야 겠다”하면서 직접 아들을 처형한다.
부리바가 “조국만큼이나 널 사랑했다” 하면서, 총구가 당겨지는 모습은 참으로 비통하고도 처연한 장면이었다. 이 역시 ‘코사크’족의 군기를 위하여 어쩔수 없는 처형인 읍참마속이다.
요즘 정치뉴스에 ‘읍참마속’이라는 말을 종종 접하게 된다. 민심을 회복하고 국정을 바로 잡기위하여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인사를 쇄신하라는 것이다.
마땅히 선공후사(先公後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 정분에 얽매이지 말고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유위한 인재를 널리 발굴하여 등용해야 한다.(2022.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