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약국 창으로 내다보는 광화문 거리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읍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니 문득 억겁億劫이라는 한자 뜻이 생각 납니다. 劫은 고대 인도의 '지극히 긴 시간'의 단위로 범어 카르파 kalpa의 음역인 겁파劫波의 줄인 말. 이미 잘 아시는 분도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1 겁의 길이는 어느 정도 일까요. 한 변이 40리인 입방체의 돌이 있는데 선녀가 100년에 한 번 씩 하강하여 옷으로 그 돌을 스쳐 닳아 없어지는 시간. 사방 40리의 성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년에 한 알 씩 꺼내어 다 비워 지는 시간. 그리고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 천 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집채 만한 바위를 뚫어 없애는 시간이 바로 1겁. 억겁은 그냥 영원이지요. 굳이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1겁= 43억 2,000만년 올씨다. 우리네 100년도 안되는 인생 그러고 보면 별 거 아니지요 ((광화문 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