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에 몸을 싣고~
대학 1학년, 20살의 여름, 세상의 그 어떤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혈기왕성한 젊음이 있을 때였다.
특히나 잘 모이던 같은 과의 4인방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7박 8일의 거제도 하이킹을 계획한 것이었다.
입학과 동시에 몇 푼 되지 않는 용돈을 짜 모아 자전거를 구입하고, 지도며 먹을거리들을 챙기고
방학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전에 있을 시험은 그 당시에는 그다지 중요한 얘기꺼리가
되지 못했다.
길고 긴 대학의 여름이 시작된 지 10일 후, 우리는 계획대로 자전거를 몰고서 경상대 정문에 모였다.
약속 시간은 새벽 6시 이었지만, 멤버들이 다 모인 것은 8시쯤 되었을 때였다. 삼천포에서 경대까지
자전거를 몰고 온 친구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하대동에서 출발한 친구가 가장 늦게 도착해서 한동안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다지 몰아 붙이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던 터라
친구의 얼굴이 새삼 어두워졌지만 준비물을 챙기고, 30Kg 정도의 배낭을 메고서 하이킹이 시작되어서
신경을 쓰지는 못했다.
우선 처음의 목적지는 사천이었다. 다들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갔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처음과
끝이 힘들다고 했던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아서 인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천을 향해가는
길은 왜 그리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던지. 차를 타고 갈때는 느낄 수 없는 괴로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어차피 젊은 것 하나를 믿고 시작한 일. 속도는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패달을 밟았다. 잠시 후
여름의 태양이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기 전에 사천까지는 도착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사천을 지날무렵부터 고성까지의 길은 사천까지의 길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날씨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흐리고, 길도 평탄한 편이어서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며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도로를 질주할
수 있었고, 사천까지 오며 흘렸던 땀도 조금은 식힐 수 있었다. 얼마 정도를 달렸을까. 길가로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물로 뛰어들었다. 좋다는
수영장, 바다, 계곡을 가봐도 그 때만큼 시원한 느낌을 받지는 못 할 것 같다.
고성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옛날 자장면을 먹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뒤에 다시 가서 먹었는데,
그때 그 맛은 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피곤했던 우리는 쉴 곳을 찾았다.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마땅히
쉴 곳이 눈에 띄지 않아 그냥 노래방으로 가기로 했다. 물론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시 한 숨 자기 위해서였다. 1시간 정도의 꿀 같은 휴식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다시
갈 길을 재촉해 나갔다.
이번에 도착할 곳은 통영이었다. 사실 그 당시 통영은 초행길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떠나
기대반 두려움반의 하이킹 길이었다. 오르막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에서 시작해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하지만 이미 젖산이 쌓일데로 쌓인 허벅지의 근육은 이미 마비지경까지 와서
그 많은 오르막도 거뜬히 견디어 내었고, 길은 친절한 표지판씨 덕분에 헤매지 않고 통영으로 접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통영 앞까지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마음껏 만끽하며
달릴 수 있었다.
통영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를 지나가던 태풍이 있었던 것이다.
여름에 게다가 힘든 질주 후에 맞는 비여서 인지 차갑다기 보다는 시원한 느낌이었다. 물론 옷과 짐이
젖어 몸을 더 무겁게 했지만, 그 이상으로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왔고, 다들 환호를 지르며 좀 더 빨리
앞으로 달려나갔다. 통영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밑반찬을 사기위해 비를 쫄딱 맞은 채로 시내의 한
편의점에 들어갔다. 참 불쌍하게 보였을 것이다. 아마도 비에 쫄딱 젖은 새앙쥐 마냥. 하지만 우리는
즐거웠다. 해냈다는 자신감에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라는 생각에.
마침내 우리는 거제대교 앞에 도착했다. 비가 좀 더 세차게 내렸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달려나갔다. 다리를 건너며 외쳤다. "나는 해냈다", "우하하하하하하!!" 속으로 이제 겨우 반정도 밖에
안 했다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기는 했지만 그 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비를 맞으며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가는 우리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 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가 젊은
날의 객기로 한번쯤은 그래 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거제도로 들어서서 한두 시간쯤을 달렸을까.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텐트를 칠 만한 곳을
물색했다. 한적한 해안가, 자그마한 모래밭위에 우리는 텐트를 쳤다. 옆에 자그마한 민가의 아주머니가
먹을 물과 씻을 물을 주셔서 좀 더 편하게 그날 밤을 보냈던 것 같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대충 씻고
먹을 것을 먹은 뒤 우리는 잠을 청했다.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참동안을
뒤척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내일 하루 새롭게 시작될 하이킹을 기약하며...
다음 날 아침. 일어남과 동시에 다들 한마디씩을 던졌다. "죽겠다!!", "푸하하하하" 뻐근하지만 웃음이
나왔다. 왜일까? 나쁘지 않은 뻐근함이었다. 대충 아침을 해결한 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의
목적지는 가까운 해수욕장이 이었다. 이름하여 몽돌. 즐거운 상상이 머리를 뒤덮었다. 수영복 차림의
아리따운 아가씨들. 그리고 시원한 바닷물과 넘실거리는 파도. 상상만으로 얼마나 즐거웠던지.
그렇게 거제도의 길을 달린지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엄청난 내리막을 만났다. 그 길을 내려갔을 당시의
생각으로는 대략 70km/h정도의 속도로 내려가지 않았을까 한다. 좌우로 심하게 떨리는 바퀴에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그런 생각들은 약간 옆으로 제쳐두기에 충분했다.
내리막을 내려와서 10분쯤 지났을까? 맨 마지막으로 오던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내리막에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먼저 내려온 친구들이 잠시 기다려보자고 한다.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던가? 걱정이 되어 뒤로 발걸음을 옮긴 우리 앞에 멍하니
길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내리막에서 잠깐의 실수로 그만 4m가량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히 모래밭에 떨어진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찢어지는 바람에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우리는 그 친구의 부모님께 연락을 취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결국 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친구들도 하이킹을 이쯤에서 접자고
결론을 내렸다. 무척이나 아쉬웠다. 친구에게 좀 더 신경을 쓰지 못 한 내 자신이 밉기도 했고, 차라리
내가 다쳤더라면 하는 맘이 들었다. 왜 그 친구를 뒤에 남겨 두었을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미안하고
아쉬운 생각뿐이다.
우리는 그 친구를 떠나보낸 뒤 이번 하이킹은 이것으로 마치고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미리 돌아간 친구의 부모님께서 주신 돈으로 거제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비록 하룻밤 만에 다시 방에서 잠을 자게 된 것이지만, 마치 열흘은 밖에서 잠을 잔 듯 피곤이 밀려와
다들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다. 내일 돌아가야 된다는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날 아침 우리는 짐을 미리 보내고 출발하였다. 올 때와는 달리 돌아갈 곳은 목적지가 확실하기에
편하게 가자는 생각에서 였다. 돌아오는 길은 한번 지나간 길이여서 인지, 짐이 없어서 인지 무척이나
쉽게 온 듯하다. 중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쉰 것을 빼곤, 대여섯 시간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거제에서 진주까지 도착을 하였다. 물론 도착한 뒤 꼬박 이틀 동안 친구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도 쓰러져서 하루 동안 잠만 잤으니까.
우리의 거제도 하이킹은 그렇게 끝났다. 비록 예기치 못한 사고에 의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
버렸지만, 하이킹을 떠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처럼 우리는
고생을 했다. 하지만 그 고생보다도 값진 것을 얻은 것 같다. 나 자신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모험심. 그리고 장담한다, 언젠가는 갈 것이라고 못 다한 우리의 하이킹을.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서.
이 글을 읽어 주신 분들이여 어떤가? 한번쯤 자전거를 끌고 하이킹을 떠나 보는 것은. 젊은 분이라면
젊음을 표현하고 만끽하기 위해. 그리고 점잖으신 분들은 젊음의 향수를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서
말이다. 떠나자 두 바퀴로 젊음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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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미숙하고 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떤가요? 이번 겨울방학 때 같이 하이킹 한번 가시지 않겠습니까?
가까운 교외면 어떻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Written by 20543027 김종국
첫댓글 그 때 당시의 사진과 어울리는(?) 음악을 추가해 봤습니다. 음악이 듣고 싶으신 분은 ActiveX를 설치해 주세요~~ ^^
사진에 형이 아닌거 같은데요......^^
종국이행님 사진에 행님이 있긴 있는거죠....
노란셔츠에 검은 모자가 100% 나임을 증명한다..!!! 캬캬캬캬
행님 노래가 참 유아틱 한데요 ㅋ
내가 원래 좀 젋게 사는 편이 잖냐..ㅋㅋㅋ
비록 재미난소재는 아니라도 제가 하이킹을 떠나는것 같은 느낌을 느낄정도로 잘표현하신것 같네요 ^^ 완성도있는 기행문 같습니다 ㅋㅋ잘읽었어요~~ 나도 하이킹 가고싶다.. ㅋㅋ
고맙다 읽어줘서.. 언제 함께 가자꾸나.
행님..그때도 대학교 1학년인데 아직도 대학교 1학년 입니꺼??ㅋㅋ
그...그건........음...끄윽....ㅡ,ㅡ;;;;
우리도 이번 방학때 하이킹 갑시다
그러자 겨울방학때 스케줄 한번 잡아보자~ 야호..캬캬캬
햄햄!! 저랑 함 가까요?ㅋㅋㅋㅋ
OK다.. 애들 모아보자구..ㅋㅋㅋ 겨울엔 무리일라나? 내년 여름??
좋은 추억이 있군요.근데 형 하이킹 한번 더 가야겠는데요..ㅋㅋ 지금 몸상태를 봐서 말에요 옛날이랑 영 딴판인데
군대에서 행정병 하느라 그랬다는 핑계를 대며 살고 있다..ㅋㅋ 뱃살 빼야되는데..
뭐여 왜 다들 나한테 외롭다는 거여.. 장가갈때 청첩장 보낼소..
여자가 있어야 결혼 할 거 아니냐..ㅡ,.ㅡ;; 결혼은 혼자 할 것이 아니더라...ㅡ
내 몸 상태가 어떻다는 거냐? ㅋㅋ 이 정도면 양호한거 아냐? ....................... 아 찔린다.ㅡ,ㅡ
살좀 빼라~~~~~~~~
웃냐.. 같이 빼보자...
햄~~햄없는데예....도대체오데있는데예...ㅋㅋㅋㅋ
참...노란색 티셔츠에 검은 모자가 나랑께.. 정말.....이다...
어 노란색 티셔츠 입은 사람 종국이형 이랑 닮았다 ㅡㅡ;; 동생사진 올리지 말라니까요 벌억 ㅋㅋ 케로케로케로케로 힘~~차게 케로케로케로케로 ㅋㅋ
ㅋㅋㅋㅋ 어째 답글이 글보다는 사진 얘기가 더 많은 것이냐..ㅍㅎㅎㅎ
저도 자전거 하이킹한번 해보고싶었으나...동반자가 없어서...ㅡㅡ;
행님 하이킹 너무 열심히 하신거 같습니다.!!
ㅎㅎ 이 글 읽어니 국민학교 5학년 때, 1학년이던 우리 동생 데리고 삼천포로 시집간 누나 찾아 자전거 여행한 기억이 난다... 사천서 그 동네 애들한테 자전거 뺐겨 울고.. 겨우겨우 찾아간 누나 집에서 잘 얻어먹고 뒷날 자형차의 드렁크에 자전거 엮어 메고 왔던 기억이..
근데... 여학생들 꼬셔서 놀러 갈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시커먼 친구들이랑 자전거하이킹 할 것이라는 건전(??)한 생각을 다 했을까? <---C반 동생들의 태클이 예상된다..
자전거 타고 갑시다~~~
인제 계란 한판을 앞둔 행님을 우찌 태클을 겁니까 ~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크리스 마스~~
지금은 하라해도 못할낀데 ㅋㅋㅋ 배가 자전거 안장에 데이긋네 ㅋ
역시 종국이 행님 공부도잘하는거 만큼 글솜씨도 훌륭하십니다ㅡㅡ소설씁니까?ㅋㅋ 한해 마무리잘하세요^^
수능끝나고 친구들하고 하이킹하려고 했었는데..아직도 못해봤네요..ㅠㅠ....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