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구제책이 잇달라 발표되고 있지만 신용불량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통계상 신용불량자와 일시 유예 조치를 받고 있는 잠재 신용불량자까지 합하면 400만 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구의 10%에 해당되며 경제활동인구의 20% 이상이 신용불량자로 규제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신용불량 증가가 사회 문제화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견 보면 타당한 분석인 것 같지만 금융회사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으로 공감할 수 없다.
외환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금융회사 들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앞 다투어 신용카드 발급에 나섰던 점,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한 일부 카드회사 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회사만의 책임인가 하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신용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구현하는 빚임이 분명함에도 신용불량자로 규제된 소비 당사자의 책임 부분은 어느 순간에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보린 것 같다.
신용불량자로 규제 받아본 사람들은 그 어려운 점을 잘 안다. 문제는 정부의 신용불량자 구제정책이 금융소비자의 모럴 해저드를 유발했고, 우리 사회가 신용불량자에 대해 관대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상으로 소를 잡아 먹고 나면 그 소 값은 잡아먹은 사람이 지출해야 한다. 소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미는 풍조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신용불량자의 경우는 스스로 연체를 자초하고 있다. 정부에서 Bad-Bank 설립 당시에 이번 구제는 마지막임을 강조했음에도 금융 소비자들은 다음에도 또 이와 유사한 제도가 생길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 자신도 답답하겠지만 금융 회사들도 답답해 하고 있다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알선해 본 금융회사 직원들은 잘 안다. 금융회사에서 알선하는 일이 속칭 3D업종이라 일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편하고 안락한 직장을 원하는 신용불량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면 정말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용불량자라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문제지만 신용불량자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우선 예비 사회인들에게 신용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이미 신용불량자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스스로 채권자와 협의 등을 통해 자신의 신용회복을 위해 주어진 시스템인 신용회복제도와 Bad-Bank, 법원의 소비자 파산절차 등을 최대한 활용해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
어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과 내일은 더 중요하다. 스스로 신용 악화를 도모하는 사회풍토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신용불량이 마치 무슨 계급장인양 금융회사 창구나 인터넷, 그리고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한 우리나라의 신용사회 정착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음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만 한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