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우리(2명)도 GPS 세계여행
블로그를 통하여 많은 정보를 얻었고 관리자님에게도 많이 배워 지난 8.9일 동해항을 출발하였습니다. 차량이 튼튼하지 못해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쪽은 감히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러시아를 관통하여 지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와 있고 이제 에스토니아를 거처 핀란드-노르웨이 쪽으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그 동안의 좋은 정보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차원에서 러시아 여행에서 알게 된 몇 가지
정보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차량으로
러시아를 통과하여 여행하는 분들의 글에서 같은 처지로 많은 공감을 하고 있는데, 모두가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드릴 수 있는 정보도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차량을 인수하지 못한
블라디보스톡 도착일에만 호텔 신세를 지고 지금까지 43일간 모두 차박으로만 여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차박으로 여행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많이 알려진 정보는 제외하고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순전히
우리 생각을 바탕으로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립니다. 주관적인 견해이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1.
우리 차량은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진 캠핑카가 아닙니다.
13년 된 테라칸인데, 곁보기에는 일반 테라칸과 똑같이 보여 남의 주목을 받지 않습니다. 커튼을 치면 차 안에 사람이 자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차량의 뒷자석을 들어내고 목공소에서 침상과 접어지는 테이블, 물통 등을 설치하여 간이로 잠을 자고 밥도 해먹을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입니다. 침상에 두터운 라텍스 매트리스를 깔아 좁지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고(장기간 차박에서 중요한 일), 추울 때는 전기장판을 사용하는데 1800kw짜리 인산철베터리를 2개 장착하여 밤새 전기장판을 켜도 10일 정도는 견딜 수 있도록 하여 열흘에 한번쯤 캠핑장에서 충전하면 되도록 하였습니다. 여름철이라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않고 밤에 전등과 노트북 2대, 휴대폰 3대 등의 전자제품을 충전하는 데는 43일이 지나도 아직 한번도 충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짐이
많아 침상 아래에는 물론 낮에는 침상 위에도 놓고 운행하다 밤이 되면 앞좌석에 옮기고 잠을 잡니다. 차량
지붕에는 원래 사용하던 루프탑 텐트를 옷 등을 넣어 다니는 캐리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캠핑카에 비하여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남의 시선을 끌지 않아 도심에서도 마음대로 차박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점도 있어 캠핑장이 없는 이번 러시아 여행에서
제대로 활용한 것 같습니다.
2.
러시아에서 차박지 구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용이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에 인적이 드문 외딴 곳이나 상식적으로 위험하다 싶은 곳을 피하면 제가 경험한 바로는 한국과 별반 다름없습니다. 아무래도 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제일 많이 활용한 곳이 횡단 도로에 있는 트러커카페(장거리 트럭기사들이 주요 밤을 새우는 카페)입니다. 대부분이 무료이고 간혹 유료인 곳도 있는데 보통 100루블 정도
합니다. 또 카페를 찾기 힘들면 일반 주유소에서도 빈터에 차박하는 것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도심에서는 다양한 곳에 차박을 하였는데, 대형 복합 쇼핑몰, 운동경기장 주변, 공원, 아파트
단지 등 사람들이 적당이 왕래하는 곳에서 하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변두리 전철역 부근에 주차를 하고
전철로 시내 투어를 며칠간 했습니다. 점점 자신이 생긴 우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아예 시내 중심에
들어와 일주일째 차박을 하고 있습니다. 카잔 성당 근처, 러시아
박물관 앞, 성채 건너편 공원 등 주로 투어할 곳에 하루 전 저녁에 이동하여 차박하고 그대로 주차하고
걸어서 투어하니 모스크바처럼 전철이나 버스를 탈 필요도 없고 밤에도 시민처럼 시내 중심에서 밤의 정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차량여행의 이점을 살려 관광지에 주차하고 걸어서 투어하니 정말 편리합니다. 오늘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골목에 주차하고 하루 종일 박물관 구경하고 차에 와서 잠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3.
주차 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인구대비
차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러시아의 주차문화는 정말 관대합니다. 아주 번잡한 중심도로 외에는 거의 길가
주차가 가능하고 대부분이 무료입니다. 유료주차장은 오히려 찾기가 힘듭니다. 상가나 주택가로 들어가 차를 주차해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세계적인 도시 중심에 한국인이 차를 일주일씩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물론 주차금지, 견인표시가 있는 지역에 주차는 안됩니다. 주차가능 표시가 많이 있고 시민들이 많이 주차하는 곳에 따라 하면 됩니다.
4.
식사나 물가에 대하여 느낀 점을 말씀드립니다. 러시아의 먹거리 물가는 저렴하고 특히 빵값은 놀랄 정도 입니다. 우리가 많이 먹는 바케트빵은 제일 싸게 산 것이 10루블(180원)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마트에서 빵값이 잘못되지 않았나 하고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육류(특히
소고기)나 치즈도 엄청 저렴합니다. 과일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것 같습니다. 횡단도로를 넘어오면 길가에 과일이나 감자,
꿀 등을 파는 데, 꿀 1.5L를 550루블 주고 사서 내내 빵에 찍어 먹었습니다. 우리는 양배추와 베트남에서 수입한 배추를 사서 김치도 담아먹고, 하바롭스크 중앙시장에서 고려인이 파는 제대로 된 배추김치를 사서 돼지고기와 함께 김치찌개도 해 먹었습니다. 샤슬릭 등 음식을 사먹어도 한국의 절반 비용 정도 입니다. 물론
큰 도시에서는 좀 비싸집니다.
5.
샤워나 세탁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샤워는 도로변
트러커카페 유료샤워실을 많이 이용했는데 150~200루블 정도 합니다.
러시아어로 된 샤워 표시를 잘 찾아야 합니다. 러시아에는 우리나라의 공중목욕탕 같은 곳은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바냐’라고 핀란드식 사우나 업소가 있는데, 구글번역을 활용하여 러시아어로
검색해야 잘 찾을 수 있습니다. 방을 세내어 하면 대략 1500루블
정도 합니다. 우리는 샤워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물을 구해서 노천에서 하기도 하고, 강이나 호수(바이칼에서도 2번)에서 하기도 했는데, 매일 샤워는 어렵고 3일 정도에 한번씩 한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공중목욕탕 같이 샤워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여러 번을 실패한 끝에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5루블(450원)이라는 놀랄만한 가격으로 러시아인들과 어울려 사우나를 했습니다. 세탁은 우리나라 동전세탁소 같이 건조기가 있는 곳을 찾았는데, 그런
곳이 귀하여 쉽지 않았습니다. 어쨌던 필요할 때는 구글을 돌려 찾아서 이르쿠츠크 중앙시장 3층에서,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세탁을 해결하였습니다.
6.
물 구하기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차박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물입니다. 물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죠. 우리는 차에 장착된 20L물통 외에 일반 물통 20L 1개, 주름식 물통 10L
2개를 가지고 다니며 물을 조달했습니다. 가장 구하기 쉬운 곳은 동네 공동우물로 러시아는
아직 동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펌퍼(모양은 옛날 물펌퍼식이나 모두 전기모터로 누르면 물이 저절로
나옴)가 많이 있습니다. 동네로 들어가거나 횡단도로상 동네를
지나갈 때는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카페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수도를 이용했고(잘 보면 제법 많이 있고, 트럭 기사들이 물통을 들고 가면 무조건
따라 가야 합니다), 유료 화장실이나 샤워장에서 구입하기, 세차장이나
식당, 대형마트의 화장실에서 구하기 등 갖가지 방법으로 물을 조달했습니다. 도심에서는 물 구하기가 훨씬 어려운데, 주로 밥을 사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 주인에게 부탁하여 구했습니다.
7.
화장실 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러시아에는
우리나라처럼 깨끗한 화장실이 거의 없습니다. 화장실도 찾기 힘들지만 전혀 깨끗하지도 않습니다. 10~50루블 정도하는 유료화장실도 별로 깨끗하지 못합니다. 우선
적응해야 할 것은 더러운 화장실에서도 볼 일을 잘 봐야 합니다. 횡단도로의 휴게소나 카페의 무료화장실은
우리나라 70년대 시골의 화장실보다도 더 지저분하여 발을 놓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빨리 적응해야 배가 고생하지 않습니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
되도록 그곳에서 볼일을 보시고 도심에서 급하면 가게나 공공시설물에 들어가 사정하면 됩니다. 특히 호텔이나
은행 등이 좋고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은 우리나라 수준의 깨끗한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8.
차량 정비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러시아에서는
대리점이 수리센터도 겸하는데 왠간한 도시에는 현대, 기아의 대리점들이 있고 큰 도시는 여러 곳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기아의 최근 모델은 거의 부속도 구비하여 수리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오래된 모델의 차량은 기본 부품을 챙겨 오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테라칸의 경우 바이칼호 올혼섬의 빨래판 도로를 갔다온 후에 핸들과 앞바퀴에 연결에 좀 문제가 생겨 현대대리점을
찾았는데 다행이 부품이 있어 교환했고, 엔진 오일을 교환하려 갔을 때는 부품이 없어 제가 가지고 간
오일필터, 에어필터, 에어컨에어필터를 제공하여 교환했습니다.
9.
러시아어로 된 운전면허증이 필요한 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분명히 공식 서류는 아니지만 러시아 경찰이나 관공서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도 블라디보스톡 한국영사관에서 공증한 러시아판 운전면허증을 혹시나 해서 준비했는데 너무 방심한 탓에 견인지역에
주차하다가 주차위반에 결렸을 때 영어를 모르는 경찰이(거의 모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무조건 러시아 서류를 요구했습니다. 그 서류가 없었으면 통역사를
고용해야 된다고 합니다. 아직 러시아는 공무원 편의 위주의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 차량을
일시반출로 외국여행을 할 때에 한국의 자동차 보험은 어떻게 처리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반보험은 물론이고 책임보험도 해제하고 왔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교통과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당연히
한국에 차가 없는데 보험이 필요없다는 상식에 맞는 답변을 듣고 시청 담당자에게도 알려줘서 해결했습니다.
11. 중요한
것들은 거의 말씀드린 것 같은데, 여름에 러시아에서 차박을 하시려면 모기를 대비해야 합니다. 차량 운전석과 보조석 문에 모기장 그물을 온라인에서 사서 밤에 장착하시고, 전자모기채를
가지고 오시면 차안에 들어온 모기를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모기 몇 마리 때문에 잠을 설쳐본 분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아실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밤이 되니 정말 새카맣게 모기가 몰려든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버너(가스는 불가)나 캠핑용 둥근 가스를 사용하는 버너를 한국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나
규격이 다를까 봐 안 가져와서 러시아에 와서 구입한 부탄가스 버너는 품질이 좋지 않아 화력이 약하고 그을음이 많이 생겨 고생하고 있습니다. 부탄가스는 러시아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면 됩니다. 캠핑용 둥근 가스는
거의 없어 찾기가 힘든데 크리스노야르스크의 대형마트에서 겨우 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
양념(진간장, 국간장, 까나리
액젓, 고추가루, 고추장,
된장 등)을 준비해 오시면 러시아 음식에 속이 부대낄 때,
한국 음식으로 속을 달랠 수 있습니다. 쌀은 가져와도 되고 러시아 마트에서 구입해도 됩니다. 또 러시아에서는 영어가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키릴 문자의 읽는 법이라도
알고 오시면 많이 도움이 되고 몰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우리도 아직 아는 러시아 말이 다섯 마디도 안되는
데 아직 잘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러시아는 단지 유럽을 가기 위해 경유하는 통로가 아니었습니다. 아직 우리 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여행의 변방 취급을 받고 있지만 곧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만주와 시베리아의 광활한
평원은 그 것 자체로 차량여행의 최고 매력지이고, 21개의 자치 공화국이 포함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는 다양한 민족이 만든 많은 문화유산으로 볼거리가 많습니다. 또 옛날에는 괴담이 무성할 정도로 좋지
않았던 치안도 푸틴 집권 후부터 눈에 띄게 개선되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봅니다.
차량으로
세계여행을 꿈꾸는 동지 여러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며(내차로 하는 여행이 가성비 최고입니다) 대자연과 인류의 문화유산이 주는 매력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도록(삶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꿈을 키우시고 꼭 이루시길
바라며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