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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용어 '신 세계질서' (2) : 유형별 고찰 ㊤
New World Order (conspiracy theory)
2. '신 세계질서' 관련 음모론의 유형
'체계적 음모론들'(systemic conspiracy theories) 가운데 '신 세계질서'(New World Order)라는 개념과 관련된 음모론들도 매우 다양하다. 이하에 소개하는 음모론들은 그 중 주요한 것들을 상대적인 통시적 순서에 따라 열거한 것이다.(주24)
(주24) Johnson, George (1983). Architects of Fear: Conspiracy Theories and Paranoia in American Politics. Los Angeles: Jeremy P. Tarcher. |
2.1. 종말의 시기 (마지막 때) 음모론
존 넬슨 다비(John Nelson Darby: 1800~1882)를 시작으로 19세기부터 '지복 천년설'(apocalypticism: 종말론)에 기반한 '천년왕국설'(millenarianism)을 주장하는 '기독교(=개신교) 종말론자들'(Christian eschatologists)이 대거 출현했다. 이들은 <성서>(Bible), 그 중에서도 특히 '구약'(Old Testament)의 <에스겔서(書)>(Book of Ezekiel)와 <다니엘서(書)>(Book of Ezekiel), 그리고 '공관복음서'(Synoptic Gospels, 共觀福音書: [역주] '신약'의 4복음서 중 구조적 유사성을 가진 <마태>, <마가>, <누가>를 지칭)의 '감람산 설교'(Olivet discourse) 및 <요한계시록>(Book of Revelation)에서 말하는 '종말의 시기'(end time: 마지막 때)를 두려워했다.(주25)

(사진) '세대주의'(dispensationalism) 신학의 선구자로도 유명한 존 넬슨 다비.
이들은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악마와의 거래'(deal with the Devil)를 한 자들은 초자연적 체스(장기) 게임에서 유토피아(utopian, 이상향)의 세계정부(world government)'를 수용하면서 인간성(humanity)을 저당잡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러한 세계정부가 통합주의적(syncretic)-메시아 신앙적(messianic) 특성을 지닌 세계종교(world religion)의 영적 토대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이러한 세계정부가 나중에 스스로가 디스토피아(dystopian, 반-이상향)의 세계제국(world empire)임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제국은 사탄(Satan, 악마), 적(敵) 그리스도(Antichrist), 거짓 선지자(False Prophet, 거짓 예언자)의 '비신성 삼위일체'(Unholy Trinity, 불경한 삼위일체)로 구성된 '제국 숭배신앙'(imperial cult: 제국이나 황제를 우상화하는 신앙)을 강제적으로 부과한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여러 기독교 계통 음모론들이 '거짓 선지자'로 간주하는 존재에는 <알타 벤디타의 영구 지령>(The Permanent Instruction of the Alta Vendita: 약칭-'알타 벤디타') 문서 또는 제수이트 음모론(Jesuit conspiracy, 예수회 음모론)이 낙점하여 앉혔다고 주장하는 가톨릭 교회(Catholic Church, 천주교)의 마지막 교황(pope)이나, 혹은 뉴 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의 구루(guru: '스승'이란 의미), 그리고 심지어는 '더 펠로우십'(The Fellowship) 같은 기독교(=개신교) 근본주의 운동(Christian fundamentalism) 단체가 지목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이 주장하는 '적 그리스도'로는 '유럽연합(EU)의 최고 지도자'(president of the European Union)나 '유엔(UN) 사무총장', 그리고 심지어는 '범(汎) 이슬람주의 운동'(Pan-Islamism) 국가의 칼리프(Caliph)를 들기도 한다.(주6)(주25)
'종말론적 음모론'에 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 중 일부는 기독교 내부에서 나왔다.(주13)
1993년, 역사학자 브루스 배론(Bruce Barron)은 <기독교 연구 저널>(Christian Research Journal)에 미국의 유명 TV 전도사이자 언론사주인 팻 로버트슨(Pat Robertson: 1930~ ) 목사가 1991년에 출판한 베스트셀러 <신 세계질서>(The New World Order)의 서평을 쓰면서, 종말론적 기독교 음모론을 준엄하게 꾸짖었다.(주26) 그리고 역사학자 그레고리 S. 캠프(Gregory S. Camp)도 1997년에 출판한 자신의 저서 <공포 장사: 음모론과 마지막 때에 대한 편집증>(Selling Fear: Conspiracy Theories and End-Times Paranoia)에서 또 다른 비판을 가했다.(주3)
종교학자 리차드 T. 휴즈(Richard T. Hughes)는 '신 세계질서'라는 수사법이 기독교 신앙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휴즈는 그 이유로서 기독교계 음모론자들이 정의한 '신 세계질서'라는 개념은 어떻게 보아도 <성서>에는 전혀 근거를 두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이 개념은 비-성서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반-기독교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요한계시록>의 핵심적인 구절들을 잘못 해석하는 가운데, 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단일한 세계정부'(one-world government) 형태의 공포, 패닉(공황), 절망에 빠진 세계에서, 다가올 '하나님의 왕국'(kingdom of God. 하나님의 나라)에 관해 이 개념을 손쉬운 메세지 전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주25)
목사이자 신학자인 피터 J. 고메즈(Peter J. Gomes: 1942~2011) 같은 '기독교 진보주의자들'(Progressive Christians)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대해 발언하면서, '공포의 정신'(spirit of fear)이 '성서 문자주의'(biblical literalism), '종말론적 일정표'(apocalyptic timetables), '악마화'(demonization), '압제적인 편견들'(oppressive prejudices)을 위험한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가운데 성서와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주27)(주28) 그런가하면 그레고리 S. 캠프는 기독교인들이 너무 쉽게 속는 가운데 음모론들을 포괄하면서 "일부 불필요한 영적 부담을 채택하는 정말로 참다운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주3) 따라서 이들은 '컨스피래이시즘'(conspiracism: 음모론적 세계관)에 빠져버린 일부 기독교인들이 회개(Repentance)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주29)(주30)
(주25) Hughes, Richard T. (2011). Revelation, Revolutions, and the Tyrannical New World Order.
(주26) Bruce, Barron (1993). "A Summary Critique", Christian Research Journal (Winter 1993), pp.44~45.
(주27) Shine, Tom (1995). Suspicions of Conspiracy: How a Spirit of Fear can Distort Scripture and History.
(주28) Gomes, Peter J. (1996). The Good Book: Reading the Bible with Mind and Heart. William Morrow & Co.
(주29) Vandruff, Dean; Vandruff, Laura. Christians & Conspiracy Theories: A Call to Repentance.
(주30) Coughlin, Paul T. (1999). Secrets, Plots & Hidden Agendas: What You Don't Know About Conspiracy Theories. InterVarsity Press. |
2.2. 프리메이슨리 (프리메이슨단, 프리메이슨들의 조합 및 주의) 음모론
'프리메이슨리'(Freemasonry)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애조합들'(fraternal organizations, 형제단들) 중 하나이다. 이 조직은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 영국에서 발생했다.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프리메이슨리'에 대한 수많은 주장들과 음모론들이 나타났다. 그 중 하나가 ['프리메이슨리'의 회원들인] '프리메이슨들'(Freemasons)이 어떤 숨겨진 정치적 의제들(political agenda)을 갖고 '신 세계질서' 수립을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 세계질서'란 '프리메이슨의 원칙들'(Masonic principles)에 의해 조직되거나 오직 '프리메이슨들'만이 통치하는 어떤 세계정부를 말한다.(주13)
'프리메이슨리의 상징주의와 의례'(Masonic symbolism and rites)는 비전적(秘傳的, esoteric: 밀의적, 신비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18세기에 프리메이슨들에 대한 최초의 비난이 등장했고, 그 내용은 이들이 비밀리에 악마 숭배주의(Satanism: 사타니즘, 악마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주13) 프리메이슨들이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종교들과 정부들을 전복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는 '프리메이슨 관련 음모론'(Masonic conspiracy theories)은 원래 스코틀랜드의 작가이자 수학 및 물리학 교수였던 존 로빈슨(John Robison: 1739~1805)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존 로빈슨이 주장한 수구적 입장의(reactionary: 반동적) 음모론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전파됐고, 19세기에 미국에서 촉발된 반(反) 프리메이슨리 운동(anti-Masonry)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주13)
1890년대, 프랑스 작가 레오 탁실(Léo Taxil: 1854~1907)은 프리메이슨리를 비난하는 내용의 일련의 기고문들과 저서들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프리메이슨 롯지들'(Masonic Lodges: 프리메이슨리의 기본적 단위조직)이 루시퍼(Lucifer: 사탄의 별명)를 최고의 존재(Supreme Being)로서 숭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897년 탁실 스스로 자신의 프리메이슨리 묘사가 허구라고 공개적 발표'까지 했지만, 탁실의 프리메이슨리 음모론 내용은 이후로도 수많은 음모론자들에 의해 신봉되면서 반복 회자됐고, 반-프리메이슨리 성향의 주장들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주31)
일부 음모론자들은 마침내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이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 같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신성 기하학(sacred geometry)의 도안들을 미국 사회에 짜넣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연방정부 상징문장'(Great Seal of the United States), 1달러 지폐의 도안,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 공원(National Mall)의 배치구조, 워싱턴 D.C.의 도로 및 고속도로의 배치구조를 사례로 들면서, 이러한 것들이 거대한 마스터 플랜의 부분들이라고 주장했다.(주6)
따라서 음모론자들은 식민지 시대의 미국 프리메이슨들을 '바바리아의 일루미나티'(Bavarian Illuminati, 광명회[光明會]) 성향까지 흡수한 세력처럼 묘사하면서, 프리메이슨들이 "프리메이슨리의 신"(Masonic God)이 꾸며놓은 계획대로 하나의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오컬트(occult: 초자연적인 신비적 지식)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음모론자들에 따르면, 프리메이슨들은 '우주의 위대한 설계자'(Great Architect of the Universe)가 미국에 종국적인 '지상의 신의 왕국'(Kingdom of God on Earth)을 건설하라는 사명을 부여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뉴 예루살렘(New Jerusalem)을 수도로 하고 에스겔의 제3 성전(Ezekiel's Third Temple)을 그 중 최고의 성소로 삼는 프리메이슨들의 세계 정부이다. 그리하여 최초에 수립된 유토피아적 '신세계질서'는 한 프리메이슨 구세주(메시아)의 통제 하에 들게 된다는 것이다.(주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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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유타 주에 위치한 '솔트 레이크 메소닉 템플'(Salt Lake Masonic Temple) 내에 있는 한 프리메이슨 롯지 룸의 내부 모습. |
프리메이슨들은 이러한 류의 '프리메이슨 관련 음모론' 주장들을 논박했다. 그들은 '프리메이슨리'가 합리주의(rationalism, 이성주의)를 존중한다면서, 자신들은 오컬트적인 상징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상징들을 도안하는 일은, 그것이 얼마나 비중이 높은지와 상관없이 권력을 통제하거나 권력을 응축하는 행동으로 여기지 않는다고도 했다.(주33)
또한 '미국 연방정부 상징문장'을 디자인한 사람들 중에 프리메이슨리 회원들이 있었다는 명문화된 문서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주33)(주34) 라틴어 문구 "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novus ordo seclorum)은 1782년부터 연방 상징문장 뒷면에 삽입됐고, 1935년부터 1달러 지폐의 뒷면에도 들어갔다. 이 문구는 "새로운 시대질서"(New Order of the Ages)로 번역되며, 미국이 독립 국가로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종종 이 문구를 "신 세계질서"(New World Order)라고 그릇된 번역을 하곤 한다.(주1)
마지막으로, 프리메이슨들은 자신들의 단체가 가진 신화학에서 '솔로몬의 성전'(Temple of Solomon, 제1성전)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중요시하긴 하지만, 자신들은 '솔로몬의 성전'을 재건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항변한다. 그들은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를 제시한다.
"[현재의 '성전산'(Temple Mount, 聖展山)이 처한]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는 어떠한 시도도 이제껏 세상에 알려진 것 중 가장 대단한 종교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란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주35) |
'프리메이슨리 유럽대륙 지부'(European continental branch of Freemasonry)의 경우, 산하의 '프리메이슨 롯지들'로 하여금 정치적 논의를 허용하는 조직들을 둘 수 있게 하고 있고, 소수이긴 하지만 세속주의(secularism)적 이유로 적극적인 정치적 로비를 하는 조직도 갖고 있다. 가령 프랑스 내 최대 프리메이슨리 조직들 중 하나인 '그랑토리앙 드 프랑스'(Grand Orient de France: GODF)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프리메이슨리' 전문 연구자인 트레버 맥커운(Trevor W. McKeown)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프리메이슨리'가 프리메이슨들이 지배하는 단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비밀스런 의제들을 갖고 있다는 비난은 몇몇 사실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독립적인 주권을 지닌 '프리메이슨리' 내의 '그랜드 롯지들'(Grand Lodges, 총본부: 하부 롯지들을 관할하는 대단위 조직) 중 많은 수는 '프리메이슨리의 조형 원칙들'(Masonic Landmarks) 중 특정한 부분들에는 동의하면서, 그러한 행동들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신념이나 관행들 중 여타 부분들에 관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프리메이슨 유명 인사 조사'(survey of famous Freemasons) 중 한가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개별적 프리메이슨들이 개인적으로 정치적 스첵트럼을 확장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개별적인 프리메이슨들이 어떤 정부가 좋은 정부인가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리메이슨들의 정부'(Masonic government)라는 용어는 의미가 없는 말이다."(주36) |
2.3. 일루미나티 음모론
'일루미나티'(Illuminati, 광명회[光明會]) 교단은 계몽주의 시대(Age of Enlightenment)에 창립된 비밀 단체이다. '일루미나티'는 대학 교수였던 아담 바이샤우프트(Adam Weishaupt: 1748~1830)가 1776년 5월 1일 독일의 바이에른(Upper Bavaria, [독일어] Oberbayern)에서 창립했다. 일루미나티 운동은 자유사상(freethought), 세속주의, 자유주의(liberalism), 공화주의(republicanism),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을 주창하던 이들로 구성됐고, 독일의 '프리메이슨 롯지들'에서 회원들을 모집했다. 그러한 이들은 신비주의적 학파들(mystery schools)의 방법론을 통해 합리주의(=이성주의)를 가르치고자 했던 이들이다.
1785년, 선제후 카를 테오도르(Charles Theodore, Elector of Bavaria: 1724~1799)는 정부의 공작원들을 '일루미나티 교단' 내로 침투시켜, 이 단체를 붕괴시킨 후 탄압했다. 그는 비밀결사 단체들이 바이에른(=바바리아)의 군주제 및 그 국교인 로마 가톨릭(Roman Catholicism)을 전복시키는 음모를 꾸미는 온상이 되어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비밀단체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선제적 작전에 돌입했던 것이다.(주37)
18세기 말엽,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존 로빈슨이나 프랑스의 제수이트(Jesuit, 예수회) 신부였던 오귀스탱 바루엘(Augustin Barruel: 1741~1820) 같은 수구적(=반동적) 성향의 음모론자들은 '일루미나티' 교단이 탄압을 받은 후에도 살아남아서 프랑스 혁명(French Revolution: 1789~1799) 및 공포정치(Reign of Terror: 1793.9.5.~1794.7.28.)를 배후에서 기획했다고 하는 음모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루미나티 교단을 파괴분자들(subversives)이라 공격하면서, 일루미나티가 반(反)-성직자 주의(anti-clericalism), 반-군주제(anti-monarchism), 반-가부장제(anti-patriarchalism) 같은 가장 급진적 이념과 계몽주의 운동을 전파시키고, 세계적 차원에서 단일한 노우어크라시(noocracy: 지혜의 귀족계급) 및 이성의 숭배(Cult of Reason Culte, [프] de la Raison, 이신론[理神論])를 창조하기 위해, 유럽 및 세계의 여타 지역들에서 혁명의 물결(revolutionary wave)을 은밀히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동안에, 유럽의 지배계급에게 있어서 '일루미나티가 획책하고 있다고 하는 음모'(Illuminati conspiracy)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적인 걱정거리였고, 이렇게 실체도 없는 두려움에 대한 지배계급의 탄압적인 반응은 결국 그들이 막아보려고 했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1848년의 혁명들을 촉발시켰다.(주38)
20세기의 전간기(Interwar period, 戰間期: [역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의 시기. 1918~1939)에 활동했던 파시스트(fascist: 급진적 전체주의적 국수주의) 진영의 선전선동가들은 일루미나티의 음모 신화를 대중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루미나티가 유태인 엘리트들을 위해 봉사하는 파괴분자들의 비밀조직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한 선동가들에는 영국의 수정주의(revisionist) 여류 역사가 네스타 헬렌 웹스터(Nesta Helen Webster: 1876~1960)나 미국 사교계의 여류 명사였던 에디스 스타 밀러(Edith Starr Miller: 1887~1933) 같은 이들이 포함된다. 또한 이들이 말하는 '유태인 엘리트들'이란 세계를 분할통치(divide and rule)하기 위해 금융 자본주의(finance capitalism) 진영 및 소비에트 공산주의(Soviet communism) 진영 양쪽 모두를 배후에서 떠받치고 있다고 상정된 세력을 말한다.
미국의 복음주의자(evangelist)였던 제랄드 버튼 윈롯(Gerald Burton Winrod: 1900~1957) 및 미국의 개신교 근본주의 운동 진영에서 활동하던 여타 음모론자들은 미국 내에서 일루미나티 음모론을 전파하는 주된 창구가 되었다. 미국의 개신교 근본주의는 1910년대에 계몽주의에서 파생된 세속적 인본주의(secular humanism), 모더니즘(modernism), 자유주의 같은 사조에 반발하면서 출현한 것이다.
극우 반공단체인 '존 버치 협회'(John Birch Society: JBS) 같이 '우파적 대중 영합주자들'(=우익 포퓰리즘: Right-wing populists)은 그후 다양한 단체나 조직들을 일루미나티의 전위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예일 대학'의 '스컬 앤 본즈'(Skull and Bones: 해골과 뼈) 같은 일부 비밀 학생 동아리들(collegiate fraternities),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보헤미안 클럽'(Bohemian Club) 같은 젠틀맨 클럽들(gentlemen's clubs), 그리고 '외교관계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나 '삼변회'(Trilateral Commission, 삼각위원회) 같은 싱크탱크들 등 미국 상류층(American upper class)이 결성한 여러 조직들이 포함된다. 우파적 대중 영합주의자들은 이러한 단체나 기관들이 단일 정부의 구성을 통한 '신 세계질서'를 수립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한다.(주6)
하지만 일루미나티 음모론에 회의적인 이들은, 일루미나티 교단이 1785년에 탄압을 받은 후에도 존속했다고 하는 어떠한 증거도 없기 때문에,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바바리아의 일루미나티'란 역사책의 각주에서 호기심어린 이야기 정도로나 소개할만한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주38)
2.4. <시온 의정서> 음모론
<시온 장로들의 의정서>(The Protocols of the Elders of Zion: [약칭] '시온 의정서')는 원래 1903년 러시아에서 출판된 책으로, 반-유태주의(=반-유대주의) 정서 강화를 위한 거짓 문서(antisemitic canard)의 한 종류이다. 이 책은 세계 정복을 꾀하는 유태인-프리메이슨 연합 음모론(Judeo-Masonic conspiracy)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1920년에 출판된 <시온 의정서>의 영국 발행 초판본 표지.
<시온 의정서>는 유태인 음모 기획자들이 모였다는 한 비밀결사체(cabal)의 회의에 관한 의사록처럼 쓰여졌다. 이 책에 따르면, 유태인 음모 기획자들이 '프리메이슨리' 조직을 흡수하고, 모든 유태인들을 대신하여 세계를 통치한다는 모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명분은 유태인들이야말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chosen people of God: 선민사상)이기 때문이란 것이다.(주39)
<시온 의정서>의 내용은 이후 존 로빈슨과 오귀스탱 바루엘 등이 '프리메이슨들'을 공격하기 위해 창작해냈던 여러 음모론들의 내용과 합쳐지면서, 반-유태주의 정서를 이용하여 러시아의 '짜르 체제'(Tsarism: 러시아식 절대왕정)에 대한 저항운동을 억압하는 데 이용됐다.
<시온 의정서>는 왕정 및 국가 종교를 지지하는 보수적 귀족주의자들이 계몽주의 시대의 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하던 것과 유사한 주제들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을 출판한 이들이 이 책의 내용을 해석한 바에 따르면, 만일 '프리메이슨들의 음모'를 폭로하여 '일루미나티'까지 파헤치고 나면, 유태인들의 악취 풍기는 핵심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주13)
그러나 여러 논객들이 이러한 내용에 반격을 가했다. 특히 아일랜드 출신 언론인인 필립 그레이브스(Philip Graves: 1876~1953)는 1921년 <더 타임스>(The Times)에 관련 글을 기고했고, 영국이 역사가이자 작가인 노먼 콘(Norman Cohn: 1915~2007)은 1967년 출판된 저서 <학살 허가서>(Warrant for Genocide)를 통해, <시온 의정서>가 그럴듯하게 위조된 것으로서 명백한 표절이란 점을 증명했다.
일반적으로 <시온 의정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 작가이자 정치 운동가였던 마트베이 골로빈스키(Matvei Golovinski: 1865~1920)가 제정 러시아(Russian Empire)의 비밀경찰인 '오크라나'(Okhrana)를 위해 저술한 책이라는 것에는 학계의 합의가 있는 상황이다. 골로빈스키는 1905년의 러시아 혁명 이전에 반-혁명(counter-revolution: 혁명 탄압) 목적의 선전선동(propaganda)을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시온 의정서>는 일부 문장들에서 거의 모든 단어들이 일치할 정도로 <마키아벨리와 몽테스키외가 지옥에서 나눈 대화>(The Dialogue in Hell Between Machiavelli and Montesquieu)를 표절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와 몽테스키외가 지옥에서 나눈 대화>는 19세기 프랑스의 정통주의자(Legitimist: [역주] 왕당파 중에서 브루봉 왕조의 장자 계열을 정통으로 보는 정파)이자 풍자가였던 모리스 졸리(Maurice Joly: 1829~1878)의 저술로서, 나폴레옹 3세(Napoleon III of France: 1808~1873)를 풍자한 내용이다.(주40)
<시온 의정서>는 20세기에 들어와 반-유대주의 및 반-프리메이슨 성향의 집단적 히스테리 증세를 자극하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몇몇 '신 세계질서' 음모론들을 비롯한 일부 음모론들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시온 의정서>는 최근에 발간된 일부 음모론 문헌들에서도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주6)
가령, 1982년에 출판된 논란의 서적 <성혈과 성배>(The Holy Blood and the Holy Grail)의 저자들은 <시온 의정서>가 '시온 수도회'(Priory of Sion)의 존재 및 활동들에 관한 가장 설득력을 지닌 증거로 상용됐다고 결론내렸다. 그들은 비밀결사체인 '시온 수도회'가 신정체제(theocracy)를 가진 '유럽 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USE) 수립의 시나리오 하에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예수의 혈통(Jesus bloodline)이라 인정받는 메로빙 왕조(Merovingian dynasty: 5세기~8세기) 계통의 한 대왕이 나타나, 황제숭배 신앙(Imperial cult)을 통해 정치 및 종교적 통일을 이룬 후, 유럽의 황위 및 교황의 성좌(聖座, 사도좌, Holy See, [라틴어] Sancta Sedes)를 모두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립된 "신성 유럽 제국"(Holy European Empire)이 21세기의 초강대국(hyperpower)으로 부상한다는 주장이다.(주41)
언론인들과 학자들은 '시온 수도회' 자체가 거짓이라는 점을 철저하게 밝혀냈지만,(주42) '종말론적 천년왕국'을 신봉하는 일부 개신교 종말론자들은 아직도 <시온 의정서>가 진짜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시온 의정서>가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예언들의 완성이며, '신 세계질서'가 임박했음을 알려주면서, 적-그리스도의 음모를 보여주는 서사적 형식의 증거라고 확신하고 있다.(주43)
하지만 <시온 의정서> 음모론에 대한 비판자들은 <시온 의정서>를 이용하는 이 시대 음모론자들의 수법에 대해, 유태인 집단보다는 타락한 천사들(Fallen angels)이나 외계의 침입자들(alien invaders) 같은 또 다른 부류가 "실제로" 찾아올 것이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음모론적 의식구조로 경도된 이들이 실제로 이런 내용을 믿고 있는지, 혹은 그들이 단순히 신뢰성이 떨어져버린 어떤 문헌의 내용을 새롭게 만드려고 시도할 뿐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음모론에 대한 비판자들은 그 두 가지 일이 크게 다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음모론자들이 현존하는 반-유대주의 문헌을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놔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쪽이든 상관없이 결국 그 결과는 <시온 의정서>에 신뢰성을 부여하고, 이 책이 계속해서 유포되도록 하고 만다는 것이다.(주8)
(주39) Soviet Jewry: Hearing before the Subcommittee on Human Right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United States Congress. House. Committee on Foreign Affairs. Commission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1984. p.56.
(주40) Spargo, John (1921). The Jew and American Ideals. Harper & Brothers.
(주41) Henry Lincoln, Michael Baigent, Richard Leigh, The Holy Blood and the Holy Grail, Corgi, 1982.
(주42) The Secret of the Priory of Sion, '60 Minutes', 2006-4-30, presented by Ed Bradley, produced by Jeanne Langley, CBS News.
(주43) Aho, Barbara (1997). The Merovingian Dynasty: Satanic Bloodline of the AntiChrist & False Proph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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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마도 <음모론 용어 : 신 세계질서> 한 항목만 해도...
총 5편의 게시물로 나눠지리라 생각됩니다.
공부를 해보면 할수록
음모론 연구야말로 이 시대 학문의 끝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사, 신학, 종교, 철학, 사회학, 정치학, 과학, 심리학 등등...
거의 모든 지식이 요구되니 말이죠..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칼 포퍼도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음모론은 전체주의자들과 관련하여
공포와 증오, 그리고 학살과 같은 움직임의 배후 이념이 되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오늘날 음모론 연구는
곧 안보학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그런데 어제 원세훈 재판을 보니
국정원장이라는 자가
도리어 음모론의 노예가 되었더군요
하여간 저는
"한반도의 통일을 영구히 반대"하며..
"한국도 이미 인종청소 가능성을 가진 사회로 진입했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음모론 연구는
극우파에서 극좌파에 이르기까지
장차 등장하게 될 갖가지 극단주의자나 근본주의자들을
이념적으로 제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우리가 대충 살펴보는 내용들은
원래 근세기에는 수구적 기독교인들(=주로 봉건주의적 왕당파)이 시작했고..
20세기 이후에는 미국의 반공주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주창했던 것입니다만...
요즘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음모론들을 보면..
이젠 종교나 이념의 정파를 가리지 않습니다.
무슬림 전사들도 "미국+유태 자본의 음모론"을 주창하면서..
이미 등장한 갖가지 음모론들을 융합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개신교 복음주의자들 중에 정통적인 음모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그들과는 정반대로 보이는 극좌 종북주의자가
북한도 UFO를 갖고 있다느니.. 하면서...
갖가지 미친 소리들 많이 해댑니다..
이제 우리 카페는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 미친 소리를 할 때..
그 미친 소리를 누가 제일 먼저 사용했으며
무슨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인지를 가르쳐주어..
가능한한 사회가 안정되는 데 기여해보고자 합니다..
21세기..
가히 광기와의 본격적 투쟁의 시대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음모론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선다는 것은...
지금 게시물 안에 파란색으로 링크된 용어들이..
언젠가는 우리 카페 안에 모두 번역되어 있어서..
빨간색으로 바뀌면...
그때 우리의 공부가 일정 정도 수준에 올라섰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말 시작 단계입니다..
어느 항목부터 번역할지조차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만...
이제 간신히
방향 정도만 잡은 것 같습니다.
읽어 내려가기도 힘든 내용이네요.
그래도 끝까지 읽어 보기는 했는데
머리에 기억된 것이 없네요.
요점은 심플합니다..
위에 있는 주제들을 믿거나
그런 내용(=음모론)이 맞다고 썰을 푸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 ^
그런데
한국 사회의 문제는 말이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보면..
이런 걸 떠들어대는 미친 사람들 빼고는
이 분야에 지식을 가진 진짜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는거죠..
그러니
정말 객관적으로 이런 문제를 살펴볼 방법이 거의 막혀있습니다.
그 부분을
앞으로 우리 카페가 좀 담당을 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철학적인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이코패스적인 성향들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제 3의 힘, 음모론, 관음증, 프리메이슨과 같은 보이지 않는 권력등
호기심과 드려움이 공존하는 형이상학적인 부분 이라고고나 할까요? 어쩌면 핑게되고 깊고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결과나 상황에 대해서 떠 넘겨버리고 싶은 현실도피적인 욕구가 작용할 수도 있겠지요.
울트라-노마드님의 영역의 한계가 어디까지신지 참으로 감탄합니다.
읽어는 보지만 이해가 따라 주지 않지만, 조금씩 걸음마라 배워보려구요
그래도 접하기 쉽지 않은 자료를 크세를 통해 만나는 호기심과
울-노님의 용기와 열정에 먼발치에서 조금씩 다가서 보렵니다
함께 하는 독자/회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공부해볼 내용이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 ^
흐미~~~~ 이제는 많이 어렵네요!!
시방 보다는 쪼깨 더 젊었을때, 술자리에서 나누었던 용어들이 많습니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지난 세월의 음모론들이 현실에 어케 나타나고 있는지!
밀고 댕기는 격론이 오가면서 죄없는 술만 축내었던 시절이 생각나게 해 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