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기 ▲ 오늘은 전남곡성의 진산인
동악산을 산행하기로 한다. 산행에 앞서 동악산을 알기 위하여 여러 산님들의 산행기와 '한국의 산하' 와 국제신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 을
참조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산하'와 국제신문의 '다시 찾는 근교산'에서 말하기를.. 동악산은 산세가 험해 단단히 준비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이라, 기재되어 있다. 그리하여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오늘의 산행에 임하는 것이다.
산행코스는 도림사를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원점 회귀하는 방법과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점 회귀하는 방법이 있는데, 산마루님의 조언대로 동악산을 먼저 오르는 코스인 시계 반대방향으로
정한다. 이 자리를 빌어 선답자이신 산마루님, 브르스황님, 최선호님, 김영식님, 구자숙님, 허경숙님, 산이좋아님, 백운산님, 시촌님, 산바람님,
永漢님, 요산요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특히 산마루님과 브르스황님 최선호님의 산행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근
일주일동안 동악산에 대해 연구하였으므로 지도 없이도 산행코스가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을 정도다. 오늘도
7시 20분 집을 나서서
8시 50분 전남 주암저수지 옆 주암휴게소이다. 요즘은 통영-사천 구간 공사가 제법 진척이 되어 통영에서 사천까지 45분, 그리고
사천에서 이곳 전남 주안휴게소까지 45분 걸렸다. 보통 때 같으면 섬진강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줄곧 달려 주암휴게소에서 간단히 어묵우동과
올갱이수제비로 아침을 먹고 전남 곡성IC에 도착하니
9시 28분이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60번 지방도(고속도로와 다름없는
4차선도로)로 8km 가니(10분도 안 걸림) 도림사 매표소가 나오고 나이든 여성분이 1인당 1,200원씩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 받는것에
대해서는 의의가 없지만 산행을 마친 후 눈여겨 보니 몇가지 보완하고 시정 할 것이 있었다. 나중에 산행기를 써내려 가면서 나의 의견을 밝히도록
하겠다.
09:40 도림사 주차장 도림사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올라오니 도림사 입구에
자그마한 주차공간이 있다. 여기에 쉴 새 없이 달려온 화이트를 쉬게 하고, 우리는 도림사로 향한다.(경남 차 넘버를 보자
“어디서 왔소?” 하고 같이 주차하는 전남 차 넘버 택시에서 내린 등반객이
물어온다. 통영에서 왔습니다. 하니
"하이고 좋은데서 왔네"..)
도림사 현판문(뒷면은 허백련 화백이 쓴'悟道門' 이란 글씨가
적혀있다)
普光殿(도림사
대웅전)도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하여 그 이름이 도림사..그 도림사는 도림사주차장에서 지척거리에
있었다. 혹시 나중에 하산 시는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므로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우리 세 사람은 도림사현판문 계단을 올라 도림사 경내에
들어선다. 전방에 대웅전인 보광전이 보이고 양쪽으로 스님들 기거하시는 건물(응진전,명부전,칠성각)과 좌측에는 종각이 있는데 종은 없고 빈
종루다. 가만 보니 한창 종을 건립하는 중이다. 종의 모형이 세워져 있었고 우측 가지런히 세워둔 기와에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기와1장에
얼마씩 내는 모양..) 스님은 보이지 않고 경내는 적막만 감돈다. 아담하고도 아늑한 사찰이다. 아쉬움을 접고 오도문을 나선다. 현판문 말대로
오늘 과연 도를 깨우칠 것인가?? 오늘 도를 깨우치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으련만..
10:00
삼거리 도림사를 지나 위로 올라오니 산행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좌측 바위에 누군가 글씨를
새겨 넣은 것이 보인다. 다시 철다리를 건너니 커다란 암반과 그 옆으로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청류동 계곡이다. 커다란 암반위에는 옛 풍류객들이
음각으로 새겨놓은 글씨들이 나타난다.
산에가면 바위에 보기 흉하게 새긴 글씨들을 종종 볼 수있다. 보통 이런 글씨는 혐오감을 주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아름다운 금강산에 새긴 '장군님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씨는 아마 몇백년이 지나도 욕먹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에 음각으로 새긴 글씨는 별로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이곳에 새긴 암각화는 하늘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본다. 여름이 되면 계곡에 물이 차 이곳 암반도 물속에 잠기게 되고 수중에 비치는 문자향은 풍류를 불어
일으키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우리네 옛 선조님들은 이런 신선경에서 풍류를 즐겼을 것이다. 일배 일배 부일배 하며..흠..
철로 만든 제1교를 지나고 다시 제2교를 지나니 첫 번째 삼거리가 나타난다. 좌측으로는 형제봉, 길상암
가는 길이요 우측은 동악산, 배넘어재 가는 길이다. 계획대로 오른쪽으로 오르니 세 번째 철다리가 나타난다. 계곡에는 누군가가 쌓아올린 돌탑들이
여기저기에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곧이어 두 번째 삼거리 이정표가 나타난다. 동악산, 신선바위 방향인 오른쪽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한 10분 올라오니 된비알이다. 저번 산행시 부터 아들놈은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 선두에서 달리면 기분도 좋고 힘들지도 않다고
한다. 오늘은 내가 꼴찌로 오르고 있다. 산행기를 쓰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생각이 나면 글을 쓰곤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무 생각 없이 산을
오르는 아들놈하고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오늘도 산행시간이 6시간 40분이나 걸렸는데, 실제로 등산만 하면 5시간 40분이면 충분할 듯 하다.
10:55 신선바위 한 30분 소금땀을 흘리며 된비알을 올라가니 안부가 나오고 남쪽방향에 있는
형제봉의 두 봉우리와 대장봉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안부에서 똑바로 올라가면 동악산 방향이고 신선바위로 가는 길은 오른쪽이다. 대체
신선바위는 어떻게 생겨서 신선바위라 할까?? 전망이 좋아 신선이 쉬어 간다고 하여 신선바위로 불리운다지.. 궁금한 마음을 품으며 신선바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선바위에서 바라본 형제봉과 대장봉 위에서 내려다 본 평평한
신선바위와 우리가 올라온 능선안부에서 신선바위까지는 10분 거리이다. 신선바위의 모습은 넓적하고도
약간 둥근 원통형이다. 넓이가 약 10평 정도로 꽤 넓다. 이곳에서 조망을 하니 전방에 형제봉과 대장봉 그리고 조금 전 우리가 올랐던 능선이
전개된다. 형제봉의 앞에는 대여섯개의 암봉이 공룡능선처럼 일렬로 서있다. 신선바위의 끝은 절벽이라 고공공포증이 있는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말 그대로 머리가 쭈삣 선다.
이곳에서 단물(식혜) 한 모금씩 마시고 동악산을 향하여 올라간다. (다시 안부로
back하지 않고 이곳에서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곧이어 남자 등반객 2명이 신선바위로 올라온다. 위에서 들으니 그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 왈..
“야~아, 여기서 고스톱 한판 때렸으면 좋겠다.”
크으..하기야 그것도 신선(이 하는)놀음이지..허허 ^^
11:25 동악산 정상 735m
신선바위에서 동악산정상 까지는 0.3k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걸어보니 0.6k는 족히 되는듯 하다. 정상에 오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있다. 여기서 조망을 하니 동쪽으로는 바래봉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진 지리산 서부능선이 보이고 둥그런 반야봉이 보인다. 남서쪽을
보니 광주 무등산이 웅장한 자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보인다. 남쪽으로는 백아산, 모후산, 동남쪽으로는 가까이로는 통명산
멀리로는 광양 백운산의 줄기가 보인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남원의 고리봉~삿갓봉~문덕봉 능선이 공룡의 등처럼 보인다. 물론 곡성읍내와 곡성벌판도
시원하게 펼쳐지고 있다.
동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 (바래봉 고리봉 노고단 반야봉이
조망)
동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서쪽 (무등산이
조망)정상석은 그야말로 앙증스럽다 못해 이 정상석을 찍기 위해 엎드려 찍어야 될 정도이니 정상석의
크기가 어떠하리라 짐작하실 줄 믿는다. 허영호대장과 곡성군민이 함께 한 등반기념석은 그래도 번듯하다. 언제나 그러하듯 정상에 오르고 나면 다음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고 우리는 형제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동악산 정상 735m다음
목적지인 배넘어재로 가기 위해선 직진한다. 암릉길이다. 특히 삼각점봉에서 내려가는 암릉길은 음달이라 눈이 녹지않고 빙판길이다. 좌우에 펼쳐지는
조망을 감상하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랴, 재미도 있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한발만 삐끗하면 축! 사망이다. ^^;;
삼각점 봉
재미있는 암봉삼각점
봉우리를 지나니 또 다른 암봉이 나타나고 로프줄을 타고 오르니 아기자기한 등반의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다. 아까 삼각점봉을 내려
올 때가 좀 스릴 있었다. 이 암봉을 지나면 이제부터는 전형적인 육산의 형태로 능선길이다. 호젓한 능선의 산길을 걷다보니 왼쪽에 방금 지나온
동악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셈이다. 잠시 후 곡성군 입면 약천리 풍경이 오른편으로 펼쳐진다. 저수지 2개와
마을이 보이고 좀 떨어진 북쪽 방향에 공단이 보이는데 광주에서 오신 등반객에게 물어보니 금호타이어공장이라 한다.
곡성군 입면 약천리 풍경(앞에 보이는 저수지가
약천지)12:40-13:10 배넘어재 점심식사
정상에서 배넘어재까지는 대략 1시간.. 이곳에 도착하니 먼저 오신 등반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 계획에 배넘어재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였는데 계획대로 되고 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음인지 아들놈은 벌써부터 배가
고픈 눈치다. 오늘은 보온밥통에 밥을 넣고 미역국까지 보온병에 넣어왔다. 뱅어회, 계란말이, 뽈래기김치, 마늘장아찌, 김, 배추김치,
돼지고기볶음, 묵은김치까지.. 이러니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다 먹고 나서 디저트로 커피 한 잔까지 하니.. "허헉"~배불러..
이그, 이러니 등산하고 살이 도로 찌지.. 좌우간 아내의 손은 커서 항상 먹고 나면 배가 만복이다. 제발 좀 적게 음식을 가지고
오라하니 다음엔 김치와 김만 가져온다고 한다.
에구.............이럴땐............... 합!! shut
up!! mouse...........하는 것이 ..........좋겠죠^^*
점심을 먹고 형제봉을 향하는데 다시 오르막길이다. 배도 부르고 하여 페이스를 조절하며 오르기를 30여분,
이정표가 나타난다. 왼쪽은 대장봉을 거치지 않고 형제봉으로 가는 우회의 길이고 직진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장봉으로 가는 길이다. 계획대로 대장봉을
향하여 올라간다. 한 20분 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한 봉우리에 당도하는데 이곳이 바로 대장봉이다.
14:00 대장봉
735m
대장봉에는 정상석도 없고 형제봉 0.7km 삼기괴소 0.7km 배넘어재 2.5km 동악산 4.5km 라는 글씨가
파랑색바탕의 안내판에 흰색글씨로 쓰여 있다. 정상석을 찾았으나 어디에서도 정상석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여기서 조망을 하니 광주 무등산이 더욱
가까이 보이고 남쪽의 山郡들이 빛나고 있다.
대장봉에서 바라본 남서쪽 방향(최악산 백아산
조망)잠시 후, 아까 만났던 산악회장님(회원말은 걸어 다니시는 지도라 하였기에 이분에게 멀리보기를
많이 여쭈어 보았다.) 과 다른 한분이 올라오신다. 그러더니 고도계를 보며 이곳의 높이가 745m라고 하시는데, 내 생각에 고도계는 편차가
심하고 대장봉이 형제봉보다 10m 정도 낮으므로 이곳도 735m 정도라 예상을 한다. 대장봉과 형제봉의 높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정상석이 없다면 최소한 산의 높이는 표기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전남 곡성의 진산이 이처럼 허술하다니!!
대장봉
735m다시 대장봉에서 형제봉으로 향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니 동악산과 형제봉이 다 보이는지라, 이곳이 바로
파노라마사진 찍기에 적소임을 느낀다. 형제봉에 가서도 찍을 수 있겠으나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저번 금산 산행처럼 파노라마사진을 못 찍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동악산에서 이곳 형제봉쪽을 조망하는 것은 역광이라 사진 찍기에 부적합했다.
삼각대를 꺼내 수평을 잡고
구도를 잡아 한 컷 한 컷 찍어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놈이 그런 나의 모습을 찍었다.(아들도 본인 디카를 소지한 상태) 아들놈 사진도
마음에 들면 산행기에 실어주는데 이 한 장의 사진만이 유일하게 뽑혔다. 내 인물 사진보다 전방에 보이는 동악산이 깨끗하게 나와 채택하였다.
(우측 사진은 대장봉에서 파노라마사진을 찍기위해 작업을 하고 있는 바로 접니다.) ^^;;
14:45 형제봉 745m
대장봉에서 파노라마사진을 찍고 나서 형제봉을 향하여 내려간다. 형제봉까지는 700m
..잠시 후 아까 대장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형제봉으로 가는 길과 만나고, 한 무리의 등반객들이 우회로에서 모습을 나타낸다. 이곳이 바로
폐헬기장이다. (14시: 30분) 직진은 형제봉으로 가는 길이요 왼쪽으로는 배넘어재로 내려가는 길이고 또한 오른쪽은 원효골로 내려가는 말하자면
오거리 길이다. (우리가 내려온 대장봉길 과 우회길 까지 합치면..)
형제봉 가는 로프
암릉길형제봉으로 오르기 전 로프가 설치된 암릉이 나타나고 그 암릉을 오르니 곧이어 형제봉 인데 이
암릉에서 조금 전 우리가 있었던 대장봉을 바라본다. 잠시 후 조금 올라가니 한 봉우리가 나온다. 바로 형제봉이다.
암릉위에서 뒤돌아본
대장봉
형제봉(제1봉)
745m형제봉이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 산의 정상석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악산의 맏형인 형제봉에도 대장봉과 마찬가지로 정상석이 없었다. 그러므로 형제봉의 높이도 알 수 없었지만, 동악산보다는 높다고 하니 745m로
추증할 뿐이다. 이곳에도 세계적인 탐함가 허영호대장과 곡성군민이 함께 등반한 기념석은 대리석에 곡성군수 명의로 번듯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산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허영호 대장과의 등반기념석도 중요하지만 형제봉과 대장봉의 명함인 정상석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오전에 갔었던 동악산 정상석도 너무나 왜소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들어올때 일인당 1,200원씩 도합 3,6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입산을 하였는데, 입장료가 비싼 것은 아니지만 기왕지사 입장료를 받고 있으므로 이런데 까지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보완해야 할
첫번째 사항이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동악산(전방은 가야할
공룡능선)이곳에서 동악산을 바라보니 동악산과 전방에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공룡능선이 전개되고
동쪽으로는 형제봉 제2봉이 보이는데 형제봉 제1봉보다 좀 낮은 봉우리이다. 형제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오전에 삼각점봉을 내려오는 빙판길 처럼 매우
위험하다. 엉금엉금 기면서 내려온다. 형제봉 제2봉으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아 그냥 공룡능선 쪽으로 내려온다. 잠시 후, 우리의 눈앞에 아름다운
암봉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암봉(줌
촬영)아름다운 암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철계단이다. 이곳에 올라 형제봉 제1봉과 제2봉을 바라본다.
이곳의 암릉은 마치 공룡의 지느러미 같이 뾰족하다. 모두들 즐거운 기분이다.
아름다운 암봉에서 바라본
형제봉(제1봉)
아름다운 암봉에서 바라본
형제봉(제2봉)
아름다운 암봉에서 내려오는
험로15:25
이정표 암봉에서 내려오니 삼거리가 나타난다. 직진은 계속 공룡능선으로 가는 험로이고, 오른쪽으로는 길상암 가는
길이다. 이곳에는 음식 찌꺼기가 많이 보이는데 밀감껍질, 과자포장지, 심지어 누군가 먹고 버린 꼬막껍데기 까지 그야말로 가관이다. 또 성황당
같이 나무에 많이 매달린 리본들은 한마디로 을씨년스럽다. 아까 오전에 동악산에서 내려와 삼인동 체육공원과 배넘어재로 갈리는 삼거리에서도 성황당
같이 많은 리본들이 있었다. 여기서 곡성군 관계자나 군민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 필요 없는 리본들을 제거하시고 쓰레기는 수거했으면 하는 바램
이다.
(시정해야 할 두번째 사항) 갑자기 산벗님의 산행기 속의 수호천사님이 생각난다. 전남 장흥의 천관산은 산벗님의 산행기를
읽어보면 천관산 중턱에서 장흥군의 수호천사 를 만난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쓰레기를 주워 담은 비닐 부대를 등판의 두 배 크기로 얼기설기 엮어
무겁게 짊어진 젊은이가 스틱을 짚고 힘들게
내려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깜작 놀라
한 컷 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주저하다 명함을 내어놓는다.
‘장흥군청에 근무하는
이영돈’님
어떤 하산객이
“헬기로 운반하면 될거인데 왜 힘들게 그러느냐”
고 해서 싫은 소리했다며
“문제는
자기가 갖고 온 쓰레기는 자기가 갖고 내려가야 하는데...
버리는 사람을 보면 충고도 해주고...”
동감을 표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려가다 온전치 못한 오른 다리 탓인가
비탈진 자갈길에 하마터면 곤두박질 칠 뻔 한다.
-산벗님의 전남 장흥 천관산 산행기 속에서-
15:40 길상암 터(샘터) 510m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상암(吉祥庵)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하산하는데, 가만 생각하니 그냥 험로로 직진할 걸 후회가 된다. 다시 올라가
그 길을 가도 되지만 이미 편하게 내려가는데 익숙한 세 사람은 아쉬운 마음을 지니며 길상암터로 향한다. (사실 나 혼자만이 아쉽지 두 사람은
전혀 아쉬운 눈치가 아니다. 나 혼자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고개가 위쪽의 공룡능선으로 돌려지고 있다.) 잠시 후, 귀곡산장(아들놈 말,) 같은
허름한 건물이 나타나고 넓은 공터가 있어 이곳이 길상암 터인가?? 하지만 길상암 터는 더 아래 샘터에 있었다.
샘터(길상암
510m)
샘터(길상암 510m)에서 내려가는
산죽길샘터를 지나니 사방이 온통 산죽이다. 커다란 돌탑도 두개씩이나 보이고 주위에 있는 나무들은
오래된 고목들이다. 등로는 너덜길이지만 힘들지 않고 내려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이곳에 오기 전, 까다로운 산이라 하여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오늘의 산행에 임했건만 하산하면서 생각하니 어떤 때는 된비알을, 어떤 때는 암릉으로, 약간의 스릴과 즐거움을 느꼈었고 또한
긴능선을 걸었을 때는 트래킹까지 맛본 좋은 코스의 산이었다.
16:10 삼거리
청류동 계곡
청류동 계곡 암반위에 써놓은
글아까 오전, 산행초입에 왔던 첫 번째 삼거리가 다시 나타난다. 형제봉과 동악산으로 갈라지는
지점이다. ‘형제봉 2.1㎞, 동악산 3㎞’, ‘효녀 심청의 고장 곡성’ 팻말이 함께 서있다. 다시 청류동 계곡인데, ‘2곡’(二曲)
‘4곡’(四曲), ‘5곡’(五曲) 등 곡이름과 ‘청류동’(淸流洞) ‘낙락대’(樂樂臺) ‘단심대’(丹心臺) 등 지명, ‘요산완초
음풍농월’(樂山玩草 吟風弄月) 등 시구가 바위면에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삼남의 명산으로 시인묵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청류동 계곡과
동악산16:25
도림사주차장 삼거리에서 철다리 2교-1교를 건너 도림사를
거쳐 도림사 주차장이다. 오전에 주차했던 다른 등반객의 車들은 보이지 않고 우리 ‘화이트‘만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한번 청류동계곡과 동악산을 머릿속 깊게 각인시킨다. 지금은 겨울이고 가뭄이라, 계곡의 물이 별로 없지만. 아마도 여름이 오면 계곡에 물이 철철
넘쳐흐르고 많은 옛 풍류객들이 이곳에 와서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읊었듯이 아름다운 추억들로 가득할 것이다.
누가 이곳을
수석(水石)의 경(景)이 삼남(三南)에서 으뜸이라 했던가..
과연 그 말이 틀리지 않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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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1 전남 곡성의 진산 동악산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