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한독 선교회 선교편지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마13, 31“
한 3년간 아프리카에서 사역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 앞에 작은 텃밭(정원이라해도 좋고)이 있어 꽃 나무와 채소들을 심었었습니다. 우기에는 굳이 물을 주지 않아도 비가 넉넉히 내려 채소들이 잘 자라지만, 건조기가 되면 해진 저녁 무렵 물을 잔뜩 주고, 해 뜨기전 새벽 6시에 일어나 또 물을 듬뿍 주어도 큰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던 정원에는 해가 뜨고 나서 한 시간 정도 지난 9시쯤 되면 언제 물을 주었냐는 듯이 흙이 바짝 말라 갈라질 정도가 됩니다. 주님께서 저희들을 이 곳 독일 땅에 남게 하시고,7년이 넘도록 이 곳을 섬기지만, 그늘 없는 아프리카의 건조기처럼 촉촉할 때는 잠시 뿐이고 아직도 메마르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이 곳 사역을 위해 물질과 기도와 관심으로 섬겨주시는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오랫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오랫 동안 고갈된 땅에 한 알의 겨자씨가 심겨지듯이...
(겨자씨가 잘 심겨져 싹이 나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입니다. 그 은혜를 바라며...)
작년 9월 부터 저희 집 밑에 있는 독일 교회 지하실로 옮겨, 지난 1월 한국으로 귀국한 오동은 집사님과 함께 새롭게 주일학교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묵어 있던 곳이라 아직도 냄새가 나고 30년 넘은 카펫과 의자에 앉아서 비록 주일학교 예배를 드리지만 성경이야기를 집중하여 듣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기만 합니다.
안타까운 일은, 지난 5년 넘게 교제하며 전도하고 있었고, 주일학교에 열심히 나오던 코소보에서 온 셰히다와 리사, 엠므라가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주일학교와 어린이 찬양교실에 나오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모슬렘이기 때문입니다. 2~3년전 셰히다의 할머니도 저희 예배에 참석하다가 주위 모슬렘들의 압력으로 지금까지 나오지 못합니다. 그나마 아이들은 열심히 보내던 부모들도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와 압력에 아이들이 교회가는 것을 금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한 시리아에서 온 가다도 아이들, 빈다와 뀌일라를 데리고 주일학교에 오고 싶어 하지만, 남편의 감시와 반대로 쉽게 교회에 오지 못합니다. 레바논에서 온 무나는 아들들인 마티아스와 토비아스, 그리고 중국에서 온 카파이와 엄마인 후이인을 데리고 열심히 주일학교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노아의 학교 친구인 우메아는 파키스탄에서 온 모슬렘 가정 아이인데, 지난 1월 달부터 매주 주일학교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모들이 우메아가 주일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어 부모와 대화할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아이들이 현재 예배에 잘 참석하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인데, 30년 묵은 오래된 카펫트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와 아이들이 한번씩 놀고나면 쏟아져 나오는 카펫의 잔 실오라기들이 어린 아기들과 아이들에게 치명적으로 안 좋습니다. 처음에는 교회도 관심을 보이고 기도도 하며 아이들 사역을 위해 지하실을 수리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1,2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필요성도 관심도 사라져 안타까울 뿐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을 전도하여 교회로 인도하지만, 주일 날 교회에 와서 고정된 자리에 앉아 예배 드린 후, 커피타임 시간에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과만 잠시 이야기한 후 냉냉하게 돌아가는 독일 교회 분위기에 새로운 사람들이 적응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한번 왔다가 두번 다시 안 오려는 경우들에는 교회에 다시 인도하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따뜻하게 맞이하고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것을 독일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들...
이화정 목사님을 비롯한 몇 한인교회 성도님들께서 월요 기도모임 때마다 저희 한독선교회를 위해 전심으로 기도를 심어주고 계십니다. 저희가 교제하는 형제, 자매들과 독일 교회를 위해 날마다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해 주시고, 기도 모임 멤버 중에는 미용봉사로 저희가 교제하는 자매들의 머리를 깎아주기도 하시고, 저희 집에 쌀을 가져다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때론 후원금을 전달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마음과 정성과 기도를 모아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독일 자매이고 주일학교를 열심히 돕고 있는 베아벨과 저는 매주 수요일 저희 집에서 만나 한 시간씩 주일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기도 시간을 가지면서 모슬렘 가정에서 금지받아 주일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과 여러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과 형제, 자매들의 사정을 알리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남편은 금요일마다 저희 교회의 목사님이자 카메룬에서 오신 바울 목사님과 말씀을 읽으며 기도의 시간을 갖습니다. 가끔씩은 교회의 성도들 중에서도 관심 있는 한, 두명이 더 참석하기도 하는데, 모일 때 마다 비전을 갖고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고 전도한 이들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이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도전하지만,(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 큰 부담을 느끼거나, 개인 삶이 영적인 삶보다 중요한 사람들에게 그런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작은 모임에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나타나길 기도해 주십시오.
드디어 바티의 가정이 한 지붕 안에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 한 후 2년 동안 아내와 그 이후 출생한 딸 을 파키스탄에 둔 채, 날마다 비디오로 얼굴을 보며 애타던 바티의 아내(테레사)와 딸(아리나)을 위해 기도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 언어가 힘든 테레사와 딸이 독일에 잘 적응하고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주일에 교회에 오면 예배를 마친 후, 다시 저희 집으로 올라와 같은 본문을 가지고 다시 성경공부를 합니다.
쩰트막하 뉴스는 지속적으로 방문객들과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재 일평균 7/800명의 방문객들과 200명이 훨씬 넘는 정기 구독자들이 있습니다. 구독자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남편은 쩰트막하 뉴스에만 사역이 치중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1일에 두이스부르그에서 모슬렘권 어린이 사역에 대한 세미나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Brücke(다리)라고 하는 선교 단체인데, 폴이라고 하는 미국 선교사님을 중심으로 터어키인들 사역에 중점하고 있습니다. 세미나는 다중 모슬렘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십년간 사역해 온 한 부부에 의해 이루어졌고 모슬렘권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복음을 전할 때 주의해야 할 여러 사항들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Multi, multi Culture Mission
저희 지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나 약속의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들어 알고 계실 것입니다. 100%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하여도 그것을 지키는 예는 드뭅니다. 그런데 그 희박한 개념이 ‚관계’ 속에서도 나타납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좋은 친구 관계를 맺고 자주 만나기도 하고 방문도 하기도 했지만, 독감을 앓거나 중요한 일들이 있어 한 동안 연락하지 못하면 언제 그런 좋은 친구가 있었느냐는 듯이 잊고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버립니다.
독일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시간과 약속이 없이 수시로 전화하거나 방문해서는 문전박대(?)를 받습니다. 문 앞에 서서 정확한 용건과 왜 왔는지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지요... 정말 필요한 일이 급하게 있어서 방문하게 되더라도 문 앞에서 일을 보고 돌아서야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당연한 정서입니다. 때로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예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주의가 강한 이들에게는 교회가 구석구석 공사중이고, 낡고 냄새가 나도 내 집안이 먼저 정리 정돈 되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녀오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병에 걸릴 것 같습니다.
예배 후 분위기도 다릅니다. 저희가 교제하는 형제, 자매들(무나와 아이들을 제외하고)이나 아이들은 예배 후 다시 저희 집으로 이동하여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까지 먹고 가야 당연한 줄로 생각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예배 후 30분 커피 마시는 시간, 혹은 그런 시간이 없어도 되고 칼 같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때는 주일학교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예배 마치고 사람들이 다 돌아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과자도 먹지 못하고 문닫기 위해 쫒겨날 때도 있었네요..
저희 교회에는 이 두 상반의 문화가 물과 기름처럼 공존해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이 물과 기름 중간에 있지요.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들 속에서 때론 실망과 낙심으로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주님 주시는 사랑과 인내,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지혜롭게 대처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저희가 사는 겔젠키르헨 남부는 독일 전국 빈곤아동 통계조사에서 1위 입니다. 교육수준은 최하위이고요. 그러다보니 학교에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가거나 아침 빵 도시락을 제대로 싸가지 못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지요. 때로 경제력이 있는 가정도 있지만,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아이들을 그냥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고, 수업이 한창 진행될 시간에 어슬렁 어슬렁 학교 마당을 밟는 아이들도 자신이 학교 수업에 늦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너 학교에 왜 이시간에 오는가?“ 라고 물으면,“나는 학교에 왔는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가 의아해 합니다.
사람들을 도와야 할 때에도, 어떤 사람은 한 번 도와주면, 하루에도 열 두번씩 매일 같이 전화해서 이것저것 도와달라고 떼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차표를 살 돈이 없어 교회에 오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차표를 사 주겠다고 했다가 자존심을 건드려 관계가 힘들어졌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슬람권에서 온 그리스도인 자매들과 모슬렘 친구들을 친교를 위해 한 자리에 초대했다가, 모슬렘이 한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두려움에 휩싸인 다른 자매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 동안 큰 소동을 치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역과 교회를 섬기기에 여러분들의 절실한 기도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곳에서 함께 우리의 이웃들과 동거동락하며 동역할 사역자를 보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토르반, 홍현숙, 노아, 나오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