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원자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바닷물을 민물로 바꿀 수 있는 해수 담수화용 원자로라는 게 특징이다. 다시 말해 한 개의 원자로로 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거나 지역난방을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원자로’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스마트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 출력은 330㎿에 이르는데 이 열을 이용해 하루에 약 4만톤의 담수와 10만㎾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인구 10만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와 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만일 용량이 더 필요하면 모듈(moule·구조물을 조립이 가능하도록 똑같은 기능 치수로 쪼개놓은 것)식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로를 더 연결하면 된다.
해수 담수화 기술은 21세기의 ‘블루 골드’이다. 그리고 한국은 담수화에 관한한 선진국이다. 해수 담수화로는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를 물로 만드는 ‘증발 방식’과 바닷물을 삼투막에 통과시켜 소금기를 거르는 ‘역삼투압 방식’이 널리 이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또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원이 주로 화석연료여서 환경오염 발생도 문제가 된다. 해수를 담수화하는 스마트 원자로는 이런 문제의 해소 차원에서 개발된 것이다.
198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동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원자력을 이용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려는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전기를 만들어내는 대형 원자로를 개량해 전기도 일부 생산하면서 바닷물을 민물로 바꿀 수 있는 다목적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초 스마트 원자로의 기술 개발을 완료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스마트 기술이 IAEA의 모델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이 기술은 IAEA로부터 안전성을 공인받았다.
전기와 담수는 어떤 원리로 생산되나
스마트 원자로는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작은 지역과 물 부족국가 등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대형 원자력발전소가 필요 없으면서 물 부족으로 인해 바닷물의 담수화가 요구되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지역 등의 섬나라와 사막 지역에서 탁월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토 크기에 비해 전력 수요가 적은 나라도 스마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설비운송과 운용비 부담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탓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처럼 원자력 발전을 처음 도입하는 나라에는 스마트 원자로가 안성맞춤의 규모이다.
원자력발전은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뤄져 있고 이 원자 안에는 원자핵이 있다. 원자핵을 자세히 보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마치 남녀가 껴안고 있는 것처럼 꼭 붙어 있다. 이 둘 사이는 바깥에서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힘을 받으면 떨어지고 원자핵이 갈라진다. 이것을 핵분열이라고 한다. 이때 나누어진 입자들을 모두 합하면 처음 상태보다 질량이 가벼운데 그 차이만큼 에너지가 나온다. 이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나오는 게 원자폭탄이고, 에너지를 천천히 제어한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원자력 해수 담수화 기술은 원자로의 핵분열 연쇄반응에서 얻은 뜨거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대신 바닷물을 끓여서 민물로 바꾸는 방법이다. 즉 바닷물을 원자로 냉각수로 쓰면서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이용해 바닷물을 끓여 담수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바닷물을 마실 물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와 전력 생산에 나눠 쓰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마트 원자로의 또 하나의 강점은 모든 장치가 압력용기 안에 들어가 있는 일체형이라는 데 있다. 가압기, 냉각펌프, 증기발생기 등이 원자로 외부에 배관으로 연결된 대형 원자력발전과 달리 스마트 원자로는 한 개의 압력용기 안에 중요 부품과 배관을 집어넣은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를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주요 계통을 단순화하고 핵심기기를 표준화해 모듈화했다.
각각의 장치를 연결하는 배관이 거의 없다는 것은 배관이 파열돼 대형사고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 방사능 물질의 외부 누출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스마트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보다 기술적으로나 안전성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일체형이기 때문에 스마트 원자로는 공장에서 완제품을 제작, 현장으로 가져가 곧바로 설치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제공한다. 이는 품질 향상과 건설 기간 단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을 배가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스마트는 일반 대형 원자력발전과 비교해 약 30%의 면적에서 20%의 비용만으로 건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 원자로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궁극적 배경은 따로 있다. 여타 원자력발전과 달리 우리나라가 모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의 설계에서 전산코드에 이르기까지의 원천기술을 독자 개발해 50여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또한 증기발생기, 냉각펌프, 제어봉 구동장치 등 핵심기기의 축소 시제품 제작과 성능 시험을 완료한 상태이다.
현재 중소형 원자로 분야는 우리나라와 미국,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4개국이 주축이 돼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가운데 러시아의 KLT-40S와 우리나라의 스마트 원자로를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모델로 꼽고 있다.
해외에서 더 인기있는 스마트 원자로
스마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관심이 더 높다. 기술 실증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칠레 등으로부터 수출 제의를 받은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8년까지 마두라섬에 스마트 2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스마트 8기, 칠레는 스마트 2기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성 연구에 합의한 상태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까지 스마트 원자로가 속한 중소형 원자로 시장 규모가 최대 1000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 역시 향후 해수 담수화용 1000억달러, 소규모 전력생산용 2500억달러 등 총 3500억달러 규모의 중소형 원자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견했다.
만일 우리의 스마트 원자로가 이 가운데 10%의 시장만 점령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할 수 있다. 스마트 원자로의 수출 성공은 원전 수출로 발생하는 이익뿐 아니라 기술과 핵연료 수출, 산업체 동반 진출 등의 부가가치 창출도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2012년까지 원전 10기, 2030년까지 80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에 판매를 하려면 국내에서 기술 실증 연구를 필히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에 건설된 스마트 원자로가 하나도 없다는 데 있다. 스마트 원자로는 2002년 기본 설계가 완료됐지만 ‘만들어 볼’ 곳이 없어 지금까지 답보 상태에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스마트 원자로 건설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올해 말쯤 원자로의 노심과 냉각계통, 안전계통의 표준설계를 마치고 기술 검증을 할 계획이다. 이어 2011년에 표준설계 인가 획득, 2012년 원자로가 들어설 부지 선정, 2017년 1호기 완공이라는 밑그림을 그려둔 상태이다.
2017년 국내에 스마트 1호기가 건설되면 해외 진출이 그만큼 쉬워지고 국내에서는 스마트가 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 계획에 차질이 없다면 새롭게 열리는 중소형 원자력발전 세계 시장에 스마트가 가장 먼저 상품으로 출시될 것이고 세계 원자력 시장을 선도하는 원자력 수출 강국의 꿈이 현실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