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쏟다_ 밀양을 살다, 해고노동자 김진숙, 희망버스 러브스토리, 디지털성폭력 피해영상

[Lay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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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살다> 북 콘서트와 밀양 송전탑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시 영상으로 봤다.
두 번짼데도 여전히 먹먹하다.
 
그날 우리는 지옥을 본기라/우리가 언제 나라한테 밥을 달라했나 돈을 달라했나
전기가 모지라마 좀 아끼 쓰고 핵발전소 그거 고마 지으면 안되나
느그는 느그들 한 평생을 돈으로 바꿀 수 있나/느그들이라면 가만 있겠나
즈그들 눈에는 우리가 돈에 환장한 노인네로 보이는 갑다
집채만한 포크레인에 허리를 묶었다/울면서 웃통을 벗고,,,
언제까지 죄없는 노인네를 개 잡듯이 잡을라카노/이 할매는 정말 궁금하다
금수강산 다 망쳐놓고 고향마을 다 찢어놓고 느그는 어데 기대 살래 어데 기대 살래


해고노동자 김진숙씨의 희망버스 러브스토리 영상도 두 편을 봤다. 레고로 만든 애니메이션과 암투병 중에 34일 400킬로미터를 걸어 청와대 앞에서 한 연설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이 김진숙이 보이십니까? 검은 보자기 덮어쓴 채 대공분실로 끌려가 온 몸이 피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디지털성폭력 피해를 다룬<이름 부를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추모제> 영상도 다시 봤다. 웹하드에 퍼진 영상 때문에 죽은 친구를 기리며 쓴 편지였다. 처음 봤을 때도 정말 고통스러워 눈물을 쏟았는데, 두 번 봐도 미어지는 고통과 눈물이 여전하다.
 
"그는 매일 죽으려고 했다가 살아보려고 했다가 또 죽으려고 했다가 다시 살아보려고 했다가 그 애는 매일매일 죽으려고 했다가 다시 살아보려고 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애가 2017년 8월 X일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애는 그해 5월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죽임당해서 그날 마지막 숨이 끊어졌을 뿐입니다. 살고 싶은 그애를 매일매일 죽이던 것들을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너의 죽음을 어느 정도 회피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친구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이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 이상으로 싸울 것임을 약속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모든 영상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평생 농사짓다 병원 신세 안 지고 조상에게 가는 게 작은 바람이셨던 할머니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건 바로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사건이었다. 영상에는 세 부류가 등장한다. 우리, 느그들, 즈그들이다. 맨 먼저 등장하는 '우리'는 나라한테 밥 달라 돈 달라 한 적 없는 농사꾼인 할머니들을, '느그들'은 밀양이 아닌 도시민들로 짐작된다. 전기를 아껴쓰지 않으면서도 송전탑이나 핵발전소 등 위험시설은 멀리 설치하기를 바라는, 아니 그런 것은 생각해본 일도 없이 바삐 사는 나 같은 시민들이다, '즈그들'은 송전탑 설치와 관련해 공권력을 행사한 공무원, 경찰, 한전, 정책가들이다. 집채만한 포크레인으로 대표되는 공권력과 거대한 포크레인에 허리를 묶고 울면서 웃통을 벗는 사람은 느그들도, 즈그들도 아니다.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우리, 할머니들이 다. 결국 거대한 공권력은 할머니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송전탑을 설치한다.


해고노동자 김진숙씨는 잘 알지 못했다.
2003년 한진중공업 크레인 고공농성 129일이라는 자막을 보고 남성인 줄 알았다. 309일 만에 그가 땅을 밟았다. 한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라는 자막을 다시 봤다. 김진숙씨 이야기였다. 문재인대통령과 민주화 동지였던 김진숙씨는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지 36년이나 지난 지금도 해고노동자다.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실상 노동현실은 척박하고 노동자의 삶도 참혹한데, 베일에 감춰진 느낌이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로 고통받다 죽음을 선택한 친구의 이름을 부른다.
법과 행정의 무책임함을 말하고, 디지털성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동조하며 피해자를 품평하며 친구를 죽음으로 몬 이들을 기억한다. 최선을 다해 친구를 도운 그가 친구의 죽음 후 고통 때문에 장례식도 못 가고 애도도 못했다며 울먹인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매일 매일 출근해야 하는 일반인의 비애를 나눌 때는 가슴이 미어졌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고 이 자리에 섰을까? 마지막 비장한 결의로 그는 죽은 친구와 다시 연결한다 .
 
"널 죽음으로 몰아갔던 이들이 죄값을 받을 수 있게 지금 이상으로 싸울 것" 이라는 약속은 그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눠져야 할 약속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