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드디어 대안학교 세번째 방문이 있는 날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감리교 대안학교인 산돌학교!!!! 이름만 들어도 똘망똘망하고 차돌같은 아이들이 있을것 같다. 오늘은 특별히 청소년 지킴이 활동을 하는 배명고등학교의 건장한 학생들과 송파문화원의 두 선생님도 합류하셨다.
청평갈때 자주 이용하던 경춘국도는 그 사이 대단지 아파트들이 들어서서 주중인데도 교통난이 극심하였다. 하지만 수동쪽으로 진입하니 한창 가을이 무르익은 산세며 신흥상가들이 파란 가을 하늘 사이로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훨씬 상쾌해졌다.
감리교 교육원이란 반가운 팻말을 지나자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있는 노란 은행나무들이 양쪽으로 도열하며 우리를 반겨 주는 것이 아닌가. 테니스장을 지나자 아담한 운동장과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이 나타났다. 흠~ 여지껏 보던 대안학교랑은 아주 다른걸. 일단 환경면으로는 A+점을 주고 싶었다.이렇게 좋은 자연속에 자리한 산돌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축복받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성균 선생님과 조영훈 목사님께서 반갑게 맞이 해 주시며 2층 강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둥그렇게 자리를 잡고 드디어 우리가 궁금해 하던 여러 질문들과 답변들이 효소음료와 직접 재배한 유기농 고구마를 먹으며 이어졌다.
산돌학교는 금년 3월에 `생명가치를 추구하는 대안학교 모형탐색`이란 깃발을 걸고 개교하여 현재 중학교 1학년만 23명이 있다. 이 학교 교육철학에 동의하는가가 중요한 입학 자격이며 종교는 강제성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곳 학교 생활을 며칠 체험한후 결정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생활을 하며 9분의 선생님께서는 학교 주변에 사시며 출퇴근 하신다고 했다.
교과과정은 기본인지 교육과 예술 집중 활동 교과로 나뉘는데 예외없이 농사와 목공과목이 들어 있었다. 또한 입학할때 예탁금은 없으며 수업료와 부정기적인 후원금으로 재원을 마련하신다. 감리교 교단 교육국으로부터는 학교 건물과 부지만 제공받을뿐이어서 대안학교의 재원마련이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안학교의 좋은점으로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를 할수 있다는것을 꼽으셨다. 하지만 나름대로 생각이 많으신것 같았다. 당근도 없고 채찍도 없는 교육, 공부와 놀이를 별개로 생각하는 아이들, 자발적으로 창의성을 끌어내야하는 제도적 문제점 등등------
조영훈 목사님께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습관은 주어진 것에 길들여지는 것인데 영성은 수련이다. 양파처럼 벗겨내면 안의 영성이 핵심을 만든다. 세상에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려야 한다. 이것이 수련이다. 그리고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 영성이다. 매 순간을 살아가는 진리의 여정. 구도자란 진리를 찾아가는 사람-----작은 구도자가 학생들이다. 돌아서서 진리를 바라보는 것. 내안에 있는 하나님을 찾아가는 매일매일의 힘.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하루다. 아주 철학적인 말씀이셨다. 또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시소와 같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않게 교사가 삼각꼭지가 되어 더 넓은 면적으로 얼마나 잘 받쳐주나가 교사의 역할이다라고 말씀 하셨다. 아이들은 회전초밥처럼 처음에는 관심있는 것부터 손길이 가지만 어느정도 먹으면 이런 모양의 것도 먹고 저런 모양의 것도 먹게 된다. 교사는 계속 사랑과 정성으로 지켜봐주면 아이들은 언젠가는 올바른사람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고 하셨다.
좌담이 끝난 후 학교 구경에 나섰다. 마당 한켠으로 꽃담이 둘러져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곳이 옛날에는 내시가 살던 집이었는데 마치 임금님이 사시는 궁궐처럼 집에다 호사를 부리고 살았던 모양이었다. 주변 나무들과 어울려 고풍스런것이 참 보기 좋았다. 기숙사는 교사 뒤의 조용한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2인실, 4인실로 되어있고 모두 좌식생활을 하는 것이 특이했다.
학교 뒷산에는 정자도 있고 산책길도 잘 마련되어 있었다. 노랗게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꽃비가 되어 떨어지고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밟으니 알싸한 낙엽냄새가 피어 올랐다. 가을 속에 빠져 들것 같았다.
점심은 밥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대로 준비했는데 우리를 보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였다. 맛있는 카레라이스로 점심까지 대접받고 마당에 나오니 따뜻한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남보다 한발 앞서 이런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나 대안교육에 직접 자기 아이들을 맡기는 학부모들이나 선구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 산돌 학교를 같이 방문한 학생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우리를 따뜻하게 맞이 해주시며 궁금한 점에 대하여 성심껏 답변해 주시고 모든 것을 솔직히 드러내 주신 두분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속에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영성이란 단어가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의 영성----하루는 천년이요, 천년은 하루와 같다. 사람의 일생이란 나고 자라서 시들어 죽음이 마치 하루를 지나는 것과 같으니. 인생이란 단지 이 하루를 늘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는 이미 너의 날이 아니요, 내일 또한 너의 날이 아니니, 다만 오늘이라하는 이 하루만이 너에게 주어진 생명임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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