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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지막으로 칼 이야기는 끝을 맺어야 할 듯 하다.
사실은 오늘 소개하는.. 이러한 종류의 칼들은, 전문 영업점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는 한 두 가지를 빼면 사용할 일도, 구경할 일도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일반 분식점, 조금 적은 규모의 한 식당이나, 막 횟집 등에서도 쉽게 보기는 어려운 종류라고 보아야 한다. 일반 한식당에서는 대개 피카소, 기셀 등의 스텐 칼을 많이 사용하고 생선을 많이 다루는 막횟집이나 회센터 등에서는.. 고급형 사시미나 데바를 사용하는 대신, 많이 알려진 마시히로 등의 중저가 일식 칼이나 대전칼, 비룡등의 막 칼을 생선의 오로시(포뜨기)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하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궁중요리 같은 고급 한식은, 요리를 손질하는데 잔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이러한 고급 한식보다도 더 세심하게 손이 많이 가고.. 음식의 배치나 그릇의 선택 등, 세밀하고 오밀조밀한 모양까지 신경을 쓰는 요리가.. 일식인 듯하다. 그러한 까닭에, 대개의 정통 일 식당은 음식의 가격이 일반 사람이 자주 먹기에는 꽤 높고 만만찮다.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 별 것 아닌 듯하여도, 우리 한식에서의 궁중음식처럼 조리와 모양내기에 상당한 공이 들어간다고 보면 맞다.
한데, 내가 정통 일식점을 차릴 것도 아니고, 겨우 퓨전일식이나.. 일식치고는 비교적 공을 들이는 요리는.. 좀 적을 듯한, 사케집(일식 선술집) 정도의 사업을 생각하면서도.. 업소용 칼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까닭은..
내가 이미 나이를 한참 먹어가는 입장에서.. 한창의 쌩쌩한 젊은 사람들도 힘든.. 일식당의 요리 일을, 그것도 경험이 많거나 있는 것도 아닌.. 늦은 나이에 새로운 사업이나 일을 시도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당한 모험일 터이고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다.
더구나 서빙이나 관리일 뿐만 아니라 늦은 나이에 주방까지 직접 들어갈 생각으로 일을 벌인다는 것은, 나로서는 앞으로 상당한 각오가 없다면 일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오랫동안 나의 수족처럼 사용할 칼이라고 생각하고.. 경건하게 마음가짐을 추스르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자는 뜻에서.. 이렇게 미리 업장에서 사용하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요리를 다룰 때.. 사용할 칼의 세트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또한, 차후에 간혹은.. 출장용도로 사용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일본 요리를 정식으로 배우는 동안에, 사용할 칼들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연유로.. 이 칼들에 맞는, 이동용 칼 가방까지도.. 통가죽으로 주문을 넣고 제작을 한 것이고, 이 전용 칼 가방도 통가죽 전문점에서의 특수 주문이라 제작 가격이 적지 않게 들었다.
규모가 크건 작건.. 개인 업소에서 주방의 일이라는 것은, 거의 휴일도 없고 하루 10시간 이상을 거의 앉지도 못한 채.. 매일 매일을 전쟁처럼 바쁘게 치러야 하는, 중노동이고 보니.. 여지껏 해오던, 내 나름대로 오랜 세월동안 경력과 인맥을 쌓아온 취미생활(사진)이나, 이후부터 편안하고 여유로운 생활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요리의 일을 시작하면.. 엄두도 못 낼 것이 분명할 것임에야..
일전의 칼 이야기에서는, 주로 “가정용”을 언급하고 다루었다면.. 이번의 칼 이야기는 일식 위주이기는 하지만.. 주로 업소용, 그것도 정통 일식이나 고급 일식당, 또는 참치횟집, 퓨전일식당 중에서도.. 고급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도의 칼이라고 볼 수 있다.
양식당. 즉, 레스토랑 등에서는 주로 고급 칼이라고 해보아야 개당 가격이 10~20 만원대의 헹켈, 드라이작 정도가 되겠으나, 일식 계통에서는 전문 업장에서의 사시미 칼(야나기바)은, 칼 한자루에, 싼 것이.. 중간대인 20~30만원, 탄소강 계열의 고급품은.. 사까이나 마사모토같은 브랜드에서도 비교적 고급형인 백지나 청지계열의 50~100만원 정도가 전문가들에는 흔한 가격대이고, 일류급 요리사들은 최고급형의 탄소강인.. 청강, 청지강 계열의 수제품인 150~300만원을 거뜬하게 넘는 칼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도 칼의 가격대가 황당하기까지 한.. 사시미 칼들이, 왜 그렇게 비싼 칼들을 사용하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한데, 막상.. 생물 생선(활어)을 사와서.. 데바 칼로 오로시도 해보고 사시미를 연습 삼아 좀 뜨고 보니.. 날카로운 고급 칼과 저급한 스텐 칼(이것들도 싼 편이 아니다. 대략 10만원 전후가격의 일식용 스텐 칼) 혹은 일반 칼과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활 생선은.. 칼이 예리하고 날카롭지가 않으면.. 작업이 힘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어설프게 칼질을 하다가 쉽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슌(shun)칼은, 일식용 칼 치고는 고급은 아닌, 중간 가격대인 양질의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도 일종의 스텐 합금형 강철 칼이니 탄소강 칼의 치명적인 단점인, 녹 발생은 거의 없을 것이고.. 스텐 합금 칼 치고는, 그래도 탄소강 계열에서 고급형인.. 백지나 청지강에 버금가는 고급형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중간 가격대에서는, 자세하게 공부하고 알아 본 결과, 이것이 거의 최선이고 상당히 양호하고 좋은 칼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나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0년 동안 칼을 다루어 오고 갈아본 칼의 전문가도, 날을 벼루어보고 직접 시험을 해보시더니, 나의 의견에 동의하고 인정을 하신 부분이다.
이 슌(shun)칼들의 구입에서, 애로사항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제법 있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직접 한국 총판에 구입하지 못하고, 중간 업자를 통하여 몇 개를 구입한 탓에, 금전적인 손해도 약간 났다. 하지만 후일 업장에서 사용할 것들이라 그러한 몇 푼의 손해에 개의치 않기로 하였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앞으로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여, 정통 일식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느냐가 관건이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런 사소한 것들은 신경도 쓰이지를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애로사항은, 내가 왼손잡이라 칼들을 좌도용으로 구입을 하여야 하는데.. 좌도는, 브랜드도 다양하게 없는데다가.. 그나마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임에도 가격도 우도에 비하면 50%나 더 비쌌다. 게다가 자세하게 알아보니.. 업장에서 혼자서 주방 일을 전부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즉, 여러 사람이 복합적으로 협력을 해서 주방 일을 하여야 하는데.. 혼자서 좌측으로 썰어놓고 요리작업을 하는 것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한식이건, 일식이건.. 고급 요리에 들어가면, 왼손잡이의 칼잡이나 요리사가 거의 없었다. 왼손잡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앞선 이유들로, 왼손잡이들도.. 실제 업장에서는 전부 우측으로 칼질을 바꾸는 까닭에서였다.
처음 구입 당시에, 연습용 데바를 좌도로 하나 구입하였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어졌다. 앞으로 업소에서 일을 하려면.. 왼손잡이인 나도, 오른 손으로 칼질을 바꾸어야 하였기 때문이다. 이 문제도 앞으로 고민이 많지만 대세가 그러한데.. 나로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의 고급 칼들의 구입은, 전부 우도(오른손잡이용)로 구입하였고,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하였으나.. 사시미는 오른 손으로 자꾸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칼질하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은.. 야채 등은, 그래도 많이 숙달이 된 까닭에 왼손으로.. 사시미나 손님에게 최종적으로 모양을 잡아 나가야 하는 요리는 오른 손으로.. 결국 요즘 양손으로 칼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로서는 과도기인데.. 앞으로 점차적으로.. 오른 손으로 바꾸어 나갈 참이다.
이 슌 칼들만 하여도.. 활 생선을 잡아 포 뜨기(오로시)를 하는데.. 조금 과장스럽게 말을 하자면.. 생선살에 칼을 갖다 대고 그냥 밀기만 하여도 살들이 좍좍 벌어지는 정도의 예리함을 가지고 있어서, 제품에는 아주 만족을 하였다.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용도라면, 하단의 사진에서 첫 번째 칼인 슌(shun)클래식(칼 손잡이는 흑단목)에서 다마스커스 강의 일반식도(20cm, 25cm의 2종류가 있다.)와 역시 같은 다마스커스 강의 아시안 형의 스캘럽(홈이 있는)산토쿠 식도 (일식에서는 “우스바”라고 한다.) 정도가 가정에서 사용이 가능하겠다. 그 외에 손잡이 부분이 스텐으로 되어 있는 슌 스틸 브랜드도, 슌 클래식과 손잡이를 제외한.. 칼의 소재는 다마스커스 강으로 동일하다.
나머지 다마스커스 강이 아닌 VG-10 특수강 소재로 전부 구성된, 전문가 용의 프로 슌 칼은, 일반 가정용이 아닌 프로용이다. 판매 가격은 당연하게 프로용이 더 높다.
다마스커스 강 (접쇠 단조)은 가운데 부분만 VG-10 강철이고 겉은 양쪽 각 16번을 접은, 양쪽을 합하여 도합 32번 접은 접쇠는, SUS 430의 그러니까 400계열의 강철을 두드려.. 단조 (접쇠)방식을 제작한 다마스커스 강이고, 프로 슌(pro-shun)은 칼의 전체가 VG-10강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프로 슌은 다마스커스 방식의 칼이 아니다. 성능을 제외한 칼의 전체 모양은, 다마스커스 방식이 아름답다.
일식에서는 칼의 종류는 야나기보초(사시미 칼), 우스바(야채 칼) 데바보초(생선의 뼈를 자르거나 발라내는 용도나 오로시 즉, 포뜨기 용도로 사용하는 칼).. 그 외에 우나기보초(장어칼) 등이 있고.. 사시미 칼에서는 일반 사시미와 복어용의 폭이 더 가늘고 긴 사시미의 두 종류가 있다.
그리고 사시미에서도 관서형은 야나기보초(끝이 날카롭고 뾰족하다), 관동형은 다코히키보초(손잡이 부분에서 칼끝까지 폭이 똑같다.)가 있고
우스바(야채칼)에서는 관서형 (끝이 반원형으로 둥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산토쿠 식도라 하는 모양)과 관동형 (끝이 사각)의 두 종류가 있다. 칼의 폭은 넓고 두께는 가늘다.
데바는 일반적으로 칼등이 두껍고 폭도 넓고, 무게도 꽤 무겁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시미의 경우 관동형은 거의 본 일이 없고, 사시미 칼이라 칭하면..
관서형이 일반적이다.
첫댓글 저 바이크도 혹시 형님 소유? ㅎㄷㄷㄷ 완전 대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