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래, 지금부터 시작이야
장 영 민
내가 산행을 시작하게 된지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3년전 도봉산 아래에 있는 아진교통에 입사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산에 오르게 되었다. 처음엔 운동삼아 신선대정상까지만 오르내리다가 어느날 우이암으로 오르는 능선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칼바위라는 능선이 나타났고 그 위에서 몇 몇 사람들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내려온 길로 무작정 오르려고 하는 나에게 그들은 제대로 된 신발과 경험이 없으면 위험하다며 되돌아가라고 했다. 그때의 내모습이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였으니 그들이 그토록 만류했던건 당연지사다. 할수없이 그곳에서 우회하여 계단바위쪽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한무리의 산꾼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슬아슬하니 위험해 보이면서도 자신감있게 내려오는 그들을 보니 그렇게 멋있고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 후 몇차례 등산을 하다보니 산행의 묘미도 조금은 알 수 있었고 제대로 산을 타고 싶다는 욕심에 큰 맘먹고 등산화와 배낭을 준비하여 산에서 자주 만났던 산꾼들을 따라다니며 조금씩 산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한 두번씩 시간이 날때마다 산에 오른 결과 처음엔 어렵게만 느껴졌던 암릉길을 자신있게 갈수 있게 되었다.
인수봉의 고독의 길, 원효릿지, 만경대릿지, 도봉산의 만장봉, 선인봉릿지, 그리고 오봉 등에서의 자일하강!! 그 코스들을 접했을 때의 그 짜릿함이 참 좋았다. 그리고 얼마후 설악산에 산행친구들과 가게 되었는데 용아잠성, 천화대릿지, 울산암릿지 등을 다녀보니 바위에 대한 내 욕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으로 바위를 향한 오름짓이 하고 싶어진 것이다. 도봉산에서 알게된 릿지일행에게 산과 능선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터득했지만, 기초적인 산행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그들에게 배운다는 건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더 넓은 세상속으로 나가고 싶었다. 장비와 상식은 있어도 기초와 경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듯이 나는 제대로된 기초와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등산학교도 알아보았으나 시간이 맞질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서점에서 “암벽등반의 세계”라는 서적을 접하게 되었고 그책의 공동저자중 한명이 청악회원인 원종민 선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무렵 인터넷에서 암벽 등반을 전문으로 하는 산악회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었는데 그중 제일 괜찮은 곳이 청악이였기에 우연치고는 너무나 기막힌 우연이라 생각하였고 바로 청악회원에 가입하게 되어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특히, 북한산 곰바위에서의 교육은 기초가 부족한 나에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매달 구독하는 월간지에서 눈으로 보고 혼자서 연습한 것과는 비교할수 없는 가치와 깨달음이 있었다. 일주일의 노고를 푸는 토요일 오후가 되면 자신보다 더큰 배낭을 짊어지고 산으로 야영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 무거운 배낭을 매고 산에 오르게 하는 그 힘은 무엇일까? 그들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도 저들처럼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도 속세를 털어버리고 산에 오르자고 다짐하고 다짐하건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산행을 했고 그 부족함을 채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지금부터가 내 산행의 시작임을... 내가 속해 있는 청악에서 내 산행의 첫발을 조심스레 다시 내딛는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한걸음, 미래를 위한 한걸음 또한 산꾼들과의 좋은 만남을 위한 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