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저번시간에 약속한 칼국수 만들기.
사실 가게에서 칼국수는 간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칼국수 면을 사면 간단하게 요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두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 생각하여 밀가루 반죽부터 하기로 하였다. 모든 것이 편리해지다보면 음식 만들어 먹는 재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너무 빠르다보니 이제 칼국수 면뿐만이 아리라 간단하게 국물까지 다 준비된 재료도 있다. 하지만 하나씩 만들어 먹는 즐거움에 비할소냐..
생협가서 우리밀통밀가루를 사고 유정란 그리고 바지락, 호박, 버섯을 샀다.
오늘도 세현이는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아예 집으로 가지도 않았다. 이번주에 부모님과 한번 만나야겠다. 화봉휴먼시아 앞에서 기다리니 윤범이는 역시 가게앞에서 놀고 있다. 아는 형이 떡볶이가 너무 매워서 자기 주었다면서 2개먹고 맵다고 난리다. 남은 것 하나 먹었는데 역시 맵다..후. 은지랑 예솜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다. 뭔 방과후 수업들이 많은지..4시가 되어야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예솜이는 영어 에세이시험을 치고 온다고 한다. 집에 갔다 학원가방을 다시 들고 온다고 해서 기다린다.
내가 만약 예솜이라면 어떨까..ㅎㅎ 그래도 예솜이는 착하고 늘 긍정적이라 잘하니 기특하다. 어머니께서 예담이도 같이 가고 싶다길래 그러라고 했다. 차안에서 열심히 핸드폰게임을 즐긴다. 간간히 질문도 던진다. "꾸미 여자친구 어때? " "사실 꾸미여자친구가 아까워 " 엥..그러면서 예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무실 도착..
밀가루 반죽을 하기 위해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누었다. 먼저 밀가루를 넣고 소금도 조금 그리고 달걀풀고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반죽을 합니다..아이들이 느낌이 이상하다고 한다. 하긴 직접 반죽을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열심히 힘들다고 하면서 반죽을 한다. "꾸미 오늘 프로젝트는 뭐야??" 라고 은지가 묻는다. 프로젝트..ㅎㅎ 달팽이 수업을 프로젝트라고 한다. 하긴 늘 어떤 과제도 주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재미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은 하는데 나중에 구체적인 느낌을 나누어 보아야겠다. 오늘은 칼국수가 시간이 많이 걸리기때문에 프로젝트는 못할 것 같다니까 그래도 시간 남으면 놀자고 한다.
열심히 반죽하고 있는 예솜..
뭐..생협 광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밀 통밀가루...칼국수가 참 고소하다.
윤범이랑 예담이도 반죽을 한다...윤범이가 다 되었냐고 물으면 내가 대답하지 않아도 은지가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를 해 준다. 알아서 다들 척척..꾸미는 보조..
제법 프로의 솜씨가 보이는 반죽과정..ㅎㅎ
다들 알아서 잘 반죽했다..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많이 부으면 반죽이 질어진다고 했지만 조금 더 부어서 약간 질었다. 하지만 요리하는데 별 무리는 없이 잘 했다. 그럼 이제 숙성하자. 밀가루가 잘 숙성되어야 더 맛있단다. 따뜻한 곳에 이불덮고 기다리자.
기다리는 동안 멸치 똥따기..다들 집에서 해 보았다며 재미있게 한다.
칼국수 육수를 내는 동안 이제 밀가루 밀기..아이들이 미는 것을 참 잘한다. 다행히 집에 망방이가 2개 있어서 들고왔다. 반죽이 조금 질어서 뭉친것은 수제비..ㅎㅎ 재미있는 모양도 만들고 칼국수 수제비네..칼국수도 먹고 수제비도 먹고..칼질도 직접 능숙하게 잘 한다.
완성된 칼국수. 다들 배고프다며 엄청 먹는다. 국물이 조금 부족하긴해도 참 맛있다. 호박에 감자 바지락 그리고 계란 풀고...직접 반죽까지..모두들 2그릇씩 먹는다.
꾸미 핸드폰에서 문자가 오자 예솜이가 엄마가 학원가지말라는 메세지아니야? 하는 소리가 들린다. ㅎㅎ 그래 일단 한번 보자..어.아닌데...ㅎㅎ 마치고 정리하는 시간 좀 도와달라는 이야기에 정신없이 핸드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애들아...꾸미 좀 도와줘.." 결국 거의 혼자 다 했다. 예솜이 학원시간을 맞추다보니 나도 모르게 바빠지고 싫은 소리도 하게된다. 달팽이라는 이름이 좀 그렇다.
느리게 하면 치우는 것도 천천히 기다릴 수도 있는데 늘 다음 일정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바빠지고 아이들에게도 싫은 소리도 하게된다. 하긴 내가 싫은 소리도 내 마음을 그냥 표현해도 아이들은 건성으로 듣는다. 오히려 그래도 다 전달되지 않을까..
"꾸미가 바쁜데 너희들이 하나도 안도와줘서 꾸미 마음이 많이 슬프고 화나.." 아이들에게는 어떤 느낌일까.."너희들 뭐해...이것 해.."라는 것보다는 감정을 서로 느끼고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은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다음 달팽이 수업때는 핸드폰 압수라니까 다들 그렇게해..라고 한다. 핸드폰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도구가 되었다...다행히 순순히 따라주어서 고맙다..은지가 자기는 설걷이 좋아하니까 다음번에 도와준다고 한다. 오..감사..그렇게 하나씩 느끼겠지..
달팽이 지역학교가 두달이 지났다. 이제 두달남았다. 그 동안 참 소중한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그렇지만 나도 참 좋은 시간이 되었고 좀더 수업에 필요한 것을 찾아 하나씩 만들어 가보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