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어요. / 텐진 빠모
위대한 지혜의 바다 달라이 라마 텐진 가쵸는
다람살라에서 열린 불교회의에서 텐진 빠모의 이야기를 들은 후
얼굴을 양손에 파묻은 채 조용히 흐느끼며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텐진 빠모, 당신은 정말 용감한 사람이군요."
서구 여성으로서 최초로 티벳 승이 되고,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히말라야 설산 속 외진 동굴에서 12년간 은거 수행을 한 사람
'드롭규 텐진 빠모'
그녀는 영적 성장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인
문화적 차별과 남성 우월주의를 극복하며
영원한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영적 스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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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진 빠모 스님의 책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 중에서
히말라야 동굴 수행 당시 겪은 일화에 대한 글입니다.
눈 한쪽이 감염되어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빛을 견딜 수조차 없어서 동굴 속을 캄캄하게 해 놓고 지내야 했어요.
눈꺼풀을 깜박일 수조차 없었죠.
난로 있는 곳까지 가는 것조차 어려워서 음식을 만들 수 없었어요.
동굴 속에 우두커니 앉아 기다리면서
고통을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어요.
몸져누워 지내려고 했다면 상태가 더 악화되었을지도 몰라요.
그 상황은 참으로 흥미로웠어요.
나는 한자리에 앉아 그 고통을 관찰했어요.
마치 교향곡 같았어요.
타악기, 관악기, 현악기 연주를 한 번에 다 듣는 것처럼
눈에서 갖가지 고통이 다 느껴졌으니까요."
텐진 빠모는 초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지속 되었나 헤아려보니 무려 49일이나 되더군요.
죽음과 재생 사이에 놓여 있다는
바르도 기간도 49일인 것을 생각하니 정말 흥미로웠어요.
사실 그 기간은 일종의 바르도 같았어요.
나는 그저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으니까요.
그 후부터 서서히 상태가 좋아졌어요.
그때 나는 고통에 저항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더욱 고통이 심해지고 결국 지치고 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고통과 어우러지고. 고통이 진행되도록
내버려두는 법을 배우게 된 거죠."
출처 : 불교는 행복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