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수필 부산문학회’의 발자취
우리나라 수필동인지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隨筆』은 올해 창간 45주년 기념 특집으로 70호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가 되느냐는 문제를 두고 문인들 간에 설왕설래하며 열을 올리던 1960년대 초기에 『隨筆』은 부산에서 그 기치를 올렸다.
처음 『隨筆』창간호는 『Essay』라는 표제로 수필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수필문학동인회’를 만들어 그 첫 열매를 세상에 내놓았다. 동인은 김병규, 김일두, 박문하, 이남원, 오도환, 정신득, 장성만, 허천 8명이었다. 당시에는 회칙이나 회장이 없고, 편집위원으로 허천, 오도환 동인이 회무를 맡아 ‘수필문학동인회’의 이름으로 1963년 7월 15일 발행되었다.
그러다가 제2호부터는 독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표제를 『隨筆』이라 바꾸고 향파 이주홍 님의 산뜻한 표지그림과 장정으로 1964년 3월 10일 ‘수필동인회’라는 새 이름으로 발행되었다. 그리고 창간 동인이었던 오도환 님이 타계함으로써 김정한 김병태 박지홍님이 새 동인으로 참여하여 동인은 10명이 되었고, 이 무렵 부산방송국을 통해 ‘수필 릴레이’를 하며 부산일보 국제신보 등 일간 신문지상에 많은 수필을 발표하여 독자의 저변을 넓혀나갔다.
초창기에 헌신적으로 동인지를 이끌어온 사람은 허천, 박문하 동인이었다. 허천 동인은 국제신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문화계에 지인들이 많았고, 박문하 동인은 동래 민중의원 원장으로 의사 보다 수필가로 더 알려진 분으로서 두 분이 산파역을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제호 『隨筆』은 운여 김광업(雲如 金廣業)님의 휘호로서 제4호(1965)부터 써 오고 있다. 운여(雲如)는 추사(秋史) 이후 손꼽히는 선묵(禪墨)으로 평가받는 서예와 전각(篆刻)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隨筆』이 걸어온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1969년1월 제14호까지 내고 재정난 등의 사정으로 3년간 휴간상태에 있다가 1973년 4월에 제15호를 내 놓게 되었다. 이때의 집필동인은 김병규, 김소운, 김일두, 김정한, 구본룡, 박문하, 박태권, 박태을, 송정수, 이남원, 이덕오, 이종석, 이해주, 장성만, 정신득, 정화식, 차동석, 최해춘, 허천 19명이었다.
이와 같이 초창기의 『隨筆』은 회장을 두지 않고 편집인이 발행해 오다가 1979년 21호부터 모임의 이름을 ‘수필 부산동인회’로 고치고 정식 회장제를 채택하여 정신득 님을 초대회장으로 추대하였다. 그 후 1994년 4월 제2대 문인갑 회장 취임, 2003년5월 제3대 박홍길 회장이 취임하였으며, 2004년 젊은 수필가를 동인으로 맞이하기 위해 신인상 제도를 제정하고, 모임 이름을 ‘수필 부산문학회’로 고쳤다.
그러다가 2005년 박홍길 회장이 부산수필문인협회 회장을 맡게 되자 제4대 회장으로 이해주 동인이 취임하였으며, 오랜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산시에 연2회 정기간행물 등록(2006. 8. 30.)을 마쳤다. 현재 제69호에 참여한 동인은, 이해주, 문한규, 박송죽, 한영자, 김대상, 성낙구, 장광자, 이몽희, 이원우, 박홍길, 전희준, 안태경, 이기태, 송두성, 박희선, 이병수, 박우야전, 전정식, 허정, 하창식, 김상희, 강중구, 윤용흠, 윤옥자, 황다연, 장미, 허현숙, 손수영, 허정림, 박문자, 최홍석, 정재분, 황원준, 정철규, 이경자, 정인조, 정약수, 김훈, 김혜자, 심득순, 황선영, 오기환 (입회순)으로 모두 42명에 이르고 있다.
1973년 문원각(文元閣)에서 펴낸 한국문학대사전(韓國文學大事典)의 부록편 전국동인회 일람표에는 “ ‘Essay, 1963. 부산. 대표자: 박문하, 김병규, 이남원, 오도환, 김일두, 정신득, 장성만, 허천.”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1963년 이전의 수필동인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Essay』는 한국 수필동인지의 효시라 하겠으며, 따라서 『隨筆』은 우리나라 최장수 동인지라 하겠다. 이와 같이 제70호 발간을 앞두고 동인들은 『隨筆』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긍심을 지니고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를 추스르고 있다.
한편 부산의 수필문학 동인지의 활동현황을 간략히 말해 두고자 한다. 『隨筆』보다 조금 뒤늦게 1965년 이주홍 님이 산파역을 맡아 발족한 『輪座』(윤좌)는 창간호 권두에 청마 유치환의 <동인선언>을 싣고 김석환, 김정한, 김종출, 김하득, 박지홍, 이주홍, 이영도, 최해군, 허창제 씨가 집필하였으며, 2007년 34집을 내고 있다.
『부산수필』은 허천 님의 주도로 1977년 부산수필가협회 이름으로 창간되었으며, 창간동인은 강영수, 김병규, 구본룡, 구철회, 문인갑, 문한규, 박태을, 이수관, 이해주, 정신득, 정재훈, 장성만, 최선호, 최재훈, 최해춘, 하철준, 허천 등이었으며, 제2집을 낸 후 발간이 중단되고 말았다.
『부산수필문학』은 황정환 님의 주도로 부산수필문학협회 이름으로 1990년 창간되었으며 창간호에 집필한 회원은 강규인, 강천형, 강추애, 권대근, 구자분, 김문숙, 김토근, 박송죽, 박희선, 서도형, 성낙구, 효선, 송두성, 조성제, 안태경, 오수환, 이원우, 정인조, 정일야, 최민식, 최영대, 최해갑, 하현옥, 한영자, 황정환 제씨였다.
『부산수필문예』는 부산수필문인협회(부산문협 수필분과위원회)에서 펴내는 부산최대의 수필문학지로서 2004년에 창간호를 냈으며 회원수는 모두243명이며, 집필자는 81명이었는데 올해 5집을 펴 낼 예정이다.
이밖에도 『길』, 『필맥』, 『석필』, 『청추』, 『수필시대』, 『수필나무』, 『동백수필』, 『청술레』, 『수필문학21』, 『에세이 부산』, 『수림』, 『삼양』, 『교목』, 『가람문학』, 『낙동문예』, 『영호남 수필』, 『부산여류문학』, 『부산여성문학』 등이 부산에서 수필문학 활동을 하고 있으나 지면관계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수필문학> 동인회 순례특집, 2008. 10월호)
첫댓글 해주선생님 수필 잘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좋은 일 맞이 하신 것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