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에 봉헌되었던 평택역 미사가 오늘로 스물 일곱 번째를 맞이
했습니다. 그동안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소속 44개 성당의 사제들과 신자분들께서 매주 3~4개 성
당으로 조를 이루어 평택역 미사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오늘 평택 성당, 세교동 성당, 팽성 성당을 마지막으로 평택대리구 44개 본당의 1차 순회 미사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길거리 미사가 처음이라 많이 낯설고 어색해 하셨던 기
억이 새롭습니다. 타 지역과 달리 쌍차 문제에 대한 평택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매우 냉랭합니다.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인 논리가 지역 사회 여론을 주도하고 이로 인해 쌍차 문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왜곡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평택지역 신자들도 대부분 이러한 지역 사회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박해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소명이라는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를
지속 할 수 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평택대리구 사제평의회를 통해 논의되고 결정된 평택역 미사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입장을 달리하
는 신자들도 있었지만 교회가 공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토를 달지않고 함께 해 주신 많은 교형
자매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평택역 미사를 통해서 쌍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아픔
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가난한 이웃들의 삶 속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스물 일곱 번째 평택역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는 평택대리구장 김화태 신부님,
이상헌 신부님, 평택 성당 민경국 신부님, 김보람 신부님,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홍명호 신부
님, 수원대리구 김형중 신부님, 양기석 신부님, 안양대리구 최재철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
니다.
평택대리구장 김화태 신부님은 " 하느님의 성전인 내가 과연 내 한 해의 삶을 어떻게 살았는가?
나 만을 위해서 남이 어떻게 죽어가든 살아가든, 남이 고통을 받고 있든 관계없이 우리 가족, 나
만을 위해 살아왔다면 우리는 성전의 삶을 산 것이 아닙니다. 선행을 하고 실천하지 않는, 하느님
의 자녀도 아니요, 하느님의 작품도 아닌 그런 삶을 살아 온 것은 아닌가?.
이제 이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절망이 있는 많은 이들, 그 많은 이들
에게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눔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힘이 되어 주고, 위안이 되어 주고 나 아닌
다른 작품을 인정하고 그 하느님의 자녀임을 함께 부둥켜 안고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갈 때 우
리들은 바로 하느님의 정체성, 신앙의 정체성 안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생각합
니다. 대림 제1주를 향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 신앙의 정체성을 뒤 돌아보면서 새 해를 맞이했으
면 좋겠습니다." 라며 강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평택 대리구 평택 성당, 세교동 성당, 팽성 성당, 수원대리구 화서동 성당을 비롯한 70여
명의 교우들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미사 전, 평택역 앞 박근혜 선거 유세 때문에 시끄럽고 심
란해서 좌불안석이었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얼굴 잠깐 보이고 뭔 내용인지 이해가 안되는 연설
몇분 하고 나서 도망가듯 떠난 박근혜 후보 덕분에 상황이 빨리 종료되어 안정적으로 미사를 봉
헌 할 수 있었습니다.
평택 역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의 절규는 외면하면서 민생을 외치는 선거 연설이 너무 가식적이
었습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송전탑 위 하늘 사람들을 생각하며 드리는 기도가 더욱 간절했습니
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