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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의 향(吸口の 香)
-料理人의 센스이며 요리의 꽃-
-옛날 이름은 고우두(香頭)-
맑은 국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감각을 자극시키는 것이 시각(視覺)이다. 그 다음으로 후각(嗅覺)이다.
그 후각을 자극하는 향(香)을 식재료를 구찌(口)라고하는데 맑은 국의 향을 스이구찌(吸口:스이구치)라고 한다.
스이구치(吸口)를 일본요리 전문 사전이나 일본 대사전에서 찾아보면 국물요리 위에 띄워 향을 더해 주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산초 새순(木の椒:기노메)나 유자(柚子:유즈), 산초 가루(粉山椒:고나산쇼오) 등 그 계절의 향신료의 색채와 향을 살짝 가미해서 국물 요리(吸物:스이모노)나 조림(煮物:니모노) 등의 맛을 더해주는 것이 높은 스이구치(吸口)의 역할이다.
스이구치(吸口)란 담배를 파이프를 이용해 피울 때 연기를 들어 킬 때의 입 모습과 국물을 마실 때의 같은 모양을 입을 연상하여 구찌(口)라는 의미를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와 달리 국물요리(吸物:스이모노)의 뚜껑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와 닿는 것이 국물위에 뜨 있는 시각적인 향(香)이 즉 도화선, 개봉 등의 의미도 있다.
예전에는 스이구치(吸口)를 줄여서 그냥 구치(口)라고도 썼으나 조리 전반에 사용되는 말로 구찌(口)가 통한다..
스이구치(吸口)가 일본요리에 등장하게 된 것은 무로마치(室町)시대이다.
당시에는 스이구치(吸口)라고 말하지 않고 향두(香頭:고우두)라고 불렀다. 쿄겐(狂言)의 『스즈키 호쵸(鱸 包丁)』에 <부엌에서 국물을 만들었으니 유자에 국자 가리비를 얌전히 곁들여 가지고 나가자>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유자가 스이구치(吸口)에 해당된다. 이 경우는 청 유자를 스이구치(吸口)로서 사용한 것이다. 당시 스이구치(吸口)에는 주로 유자껍질이 사용되었는데 맑은 국에 띄우는 채 썬 청 유자가 물에 떠 있는 오리의 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가모아다마((鴨頭:오리머리)라고 읽었다. 그리고 유자에 국한하지 않고 취향에 맞는 향신료가 이용되었는데 이 모든 것에 <향두(香頭:고우두)>라는 말이 적용되었다.
무로마치(室町) 시대의 장향(長享) 3년(1489)에 나온 『四条流庖丁書:しじょうりゆうほうちょうがき』에는 <백조, 오리 등 껍질과 함께 넣을 때는 가늘게 채 썬 생강을 향두(香頭:고우두)로 놓아야 하며, 모든 뜨거운 국에는 나름의 냄새가 있어 여름에는 유자를 넣어야 한다. 이들 냄새를 없애기 위함이다. 당세의 스이구치(吸口)라 이름하고 국에 따라 향두(香頭:고우두)를 넣어야 제대로 된 음식이다>라고 되어있어 이 때 스이구치(吸口)라는 이름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이구치(吸口)사용에서의 의 약속-
전술한 바와 같이 스이구치(吸口)는 <향을 살리는 것>이므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그 계절의 향신료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예전에는 국이나 조림에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각각 사용하는 스이구치(吸口)의 종류가 정해져있었다.
『四条流庖丁書:しじょうりゆうほうちょうがき』가 나왔을 당시의 다른 요리책(料理書)에도 대구(鱈:다라)에는 산초(山椒:산쇼우), 조류(鳥:도리)에는 특히 자세한 규칙이 있어 기러기나 도요새에는 후추(小椒:고쇼), 오리에는 유자(柚子:유즈), 꿩에는 고추냉이(山葵:와사비)를 스이구치(吸口)로 사용했다.
스이구치(吸口)는 시대에 따라 새로운 향신료가 생겨나 쇼와(昭和) 초기에는
․ 송어(鱒:마스) 맑은 국 →후추(胡椒:고쇼오)
․ 죽순(荀:다게노꼬) 맑은 국 →산초새순(木の芽:기노메)
․ 대합 맑(蛤:하마구리)은 국 →땅두릅(獨活:우도) (봄), 참나물(:三つ葉:미쯔바) (가을)
․ 유바를 이용한 맑은 국(湯葉(유바)-두부만드는 과정중에 위에 뜨는 단백질을
건져 말린것) →전병(주사위 모양으로 떡을 튀겨서 만든 과자)
․ 버섯류을 이용한 맑은 국→가늘게 썰은 밤(針栗:하리구리)
․ 새우와 밤을 함께 조림 요리 → 여뀌(다데) 다진 것
․ 두부을 이용한 맑은 국→묽게 갠 겨자등
이렇게 세부적인 요리의 원칙이랄가 규칙이 있었든 것이다.
이들은 제철 재료와 그 시기를 같이 하는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였지만 단지 같은 시기의 것을 조합시킬 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요리인의 혀의 미각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음미하고 결정한 궁합이 맞는 재료들이다.
지금 열거한 조합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버섯과 조합을 이루는 밤은 신화(神代:진다이)시대부터 밤이 많이 나는 단바(丹波: 구 일본의 이름으로 지금의 교토 중부와 효고현 동부)지방의 <긴요세(銀寄)>라고 하는 큰 밤을 사용, 이것을 그냥 채를 써는 것이 아니라 가늘고 긴 쐐기 형태로 잘라야 한다.
이 쐐기 형태로 채를 썰어야 하는 또 다른 하나로 생강이 있는데 다른 스이구치(吸口)를 썰 때는 그냥 가늘게 채를 썰면 된다. 또한 새우 조림과 매치시키는 여뀌는 잎의 끝을 두 세 웅큼 쥐고 가늘게 다져서 사용하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다. 첨가해 이야기하면 밤을 이용한 요리는 밤의 명산지인 단파(丹波)라는 이름을 붙인다. 즉 밤을 이용해서 튀긴 요리를 단파아게(丹波揚げ)라고한다.
메이지(明治) 20년대의 도쿄(東京)에는 스이구치(吸口)가 유자(柚子:유즈)와 참나물(三つ葉:미쯔바)밖에 없었다고 한다. 유자(柚子:유즈)도 항상 채 썬 유자뿐으로 참나물(三つ葉:미쯔바)은 잎 끝을 약간 잘라 사용했다. 교토(京都)에서는 땅두릅(獨活:우도)이나 묘가(생강 비슷한것) 등 그 밖에도 수없이 많은 스이구치(吸口)가 존재하며 그 사용법도 매우 다양한데 비해 도쿄(東京)의 요리 집에서는 스이구치(吸口)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처럼 동서(東西)의 요리 질 차이는 요리 재료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맑은 국(吸物: 스이모노)의 향(吸口:스이구치)과
조림요리(煮物:니모노)의 향(吸口:스이구치)-
지금까지 서술한 중 스이구치(吸口)에 대하여 주의 깊게 알아두어야 할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맑은 국(吸物: 스이모노)의 스이구치(吸口)와 조림요리(煮物:니모노)의 스이구치(吸口)로 나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맑은 국(吸物: 스이모노)이란 술을 상대로 하는 맑은 국(吸物: 스이모노)과 차를 상대하는 쟈가이세키(茶懷石)요리에서 말하는 완모리(椀盛:煮物椀=니모노완)의 두 가지를 말한다. 즉 국물(汁物:시루모노)류이다.
그리고 조림요리(煮物:니모노)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 주재료를 조림한 것이다.
왜 이렇게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맑은 국(吸物: 스이모노)의 스이구치(吸口:스이구치)와 조림요리(煮物:니모노)의 스이구치(吸口)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스이모노(吸物: 스이모노)나 완모리(椀盛)에 첨가하는 스이구치(吸口)는 맑은 국과 함께 마셔도 될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도쿄(東京)에서는 이러한 스이구치(吸口)를 완쯔마(椀褄)라고도 하는데 만약 손님이 이것을 남기면 요리인은 그것을 수치로 여겼다.
즉 맑은 국의 스이구치(吸口)는 처음부터 먹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조림 요리(煮物:니모노)의 스이구치(吸口)는 상당히 크게 썰어 곁들이는데 이것은 남겨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며 바꾸어 말하면 조림요리 위에 올리는 장식품의 일종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따라서 맑은 국의 스이구치(吸口)는 그것으로 끝이지만 조림요리(煮物:니모노)의 스이구치(吸口)는 손님의 상황을 봐서 손님이 맛있게 먹는다면 다른 그릇에 새로운 스이구치(吸口)만을 담아서 내놓으면서 <스이구치(吸口)만 더 내왔습니다. 더 드세요>라고 권하곤 했다.
그런데 같은 스이모노(吸物: 스이모노)라고 하더라도 된장국(味噌汁:미소시루)의 스이구치(吸口)에는 겨자(辛子:가라시)가 따라붙는다. 된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겨자(辛子:가라시)가 잘 어울리며 주재료로 감자나 두부, 채소류를 사용해도 겨자(辛子:가라시)가 스이구치(吸口)로서 사용한다.
된장국(味噌汁:미소시루)에도 겨자(辛子:가라시) 이외의 스이구치(吸口)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가지(茄子:나쓰)와 나마후(生麩:밀가루에 있는 글로틴 성분으로 만든 어묵 같은 것)로 만들 경우 가지에는 검은 깨, 나마후(生麩)에는 후추가 본래의 약속이다. 겨자(辛子:가라시) 에는 물 겨자(水辛子:마즈가라시)와 연 겨자(溶き辛子:도끼가라시)가 있다.
이 두 가지를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에서 그 차이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자 한다. 연겨자(溶き辛子:도끼가라시)는 겨자 1에 물 2의 비율로 푼 것이다.
또한 물겨자(水辛子:마즈가라시)는 연겨자(溶き辛子:도끼가라시)에 된장국(味噌汁:미소시루)을 첨가해서 한층 더 걸쭉하게 만든 것이다.
된장국이 함유된 물겨자(水辛子:마즈가라시)는 된장의 맛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스이모노(吸物)에는 사용하지 않고 스이모노의 스이구치(吸口)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연겨자(溶き辛子:도끼가라시)이어야만 맛이 제되로 난다.
흔히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쟈가이세키(茶懷石)요리의 맑은 국에 사용하는 스이구치(吸口)를 물겨자(水辛子:미즈가라시)라고 메뉴에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일본 조리를 아는 사람이 쓴 일본식 메뉴(獻立:곤다데)일까하는 의문이 간다.
참고로 고추냉이(山葵:와사비)를 스이구치(吸口)로 사용할 때는 뚜껑 안쪽에 붙여 놓는 것이 예로부터의 약속이다. 이는 고추냉이(山葵:와사비)의 강한 정도가 겨자에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것을 직접 국 안에 넣으면 요리의 맛이 결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뚜껑 안쪽에 붙여 놓은 고추냉이를 조금씩 덜어 각자 입맛에 따라 조절해가면서 먹는다. 이것이 스이구치(吸口)로서의 고추냉이(山葵:와사비) 사용법이다.
-스이구치(吸口)의 사용법과 즐기는 방법-
맑은 국(吸物:스이모노)이든 조림 요리(煮物:니모노)이든 뚜껑을 열었을 때의 향기가 스이구치(吸口)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향이 있는 야채(吸口:스이구치)를 이용하여 그 향을 십분 발휘해 계절감을 풍기게 하는 기술은 실로 대단하다.
요리을 하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 중에 이것 만큼 재미는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유자 하나에도 실처럼 가늘게 써는 하리 유즈(針柚子), 소나무 잎사귀처럼 써는 마쯔바 유즈(松葉柚子), 유자의 즙을 이용하는 유즈 오로시(柚子卸ろし) 등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해서 유자 하나로도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조리사들 음식에 대한 섬세함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며 스이구치(吸口)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앞서 맑은 국(吸物:스이모노)과 조리요리(煮物:니모노)의 차이에 대해 서술한 바 있는데 또 하나 스이구치(吸口)를 놓는 위치의 차이도 있다.
조림요리(煮物:니모노)의 경우에는 텐모리(天盛り)라고 해서 요리의 제일 상단에 올려놓는 것이 약속이다. 우리나라 음식의 고명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림요리(煮物:니모노)를 그릇에 담고 마지막에 스이구치(吸口)를 올려놓는 것으로 이 스이구치(吸口)를 올려놓아야만 비로소 조림요리(煮物:니모노)가 완성되는 것이다.
즉 마지막 일필로서 화룡점청(畵龍点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조림요리(煮物:니모노)의 스이구치(吸口:스이구치)이다.
이에 반해 맑은 국(吸物:스이모노)에는 스이구치(吸口:)를 놓을 장소에 관한 약속이 없다.
이는 맑은 국(吸物:스이모노)의 역사가 짧아 에도(江戶)시대에는 맑은 국(吸物:스이모노)의 전용 그릇이 없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요리가 메이지(明治)시대에 들어서 생겨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요리로서의 맑은국(吸物:스이모노)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스이구치(吸口)를 놓을 장소에 대한 규칙이 조리요리(煮物:니모노)처럼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과거에 비하여 지금의 스이구치(吸口)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무감각해져 있다. 머위대 꽃 등을 스이구치(吸口)에 사용하면 멋은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흔하디흔한 것을 스이구치(吸口)로 사용하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요리인이 많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것이기 때문에 스이구치(吸口)로 사용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머위대 꽃 하나를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자연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스이구치(吸口)의 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의 계절적, 흥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스이구치(吸口)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스이구치(吸口) 하면 유자나 참나물 정도로 정해 버리고 별 구분 없이 한 가지만 사용한다면 차라리 스이구치(吸口)를 첨가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한 스이구치(吸口)는 반드시 한 가지 종류에 국한되지 않으며 한 가지 종류만을 사용하는 땅두릅(獨活:우도우) 이외에는 예를 들어 파에 후추, 땅두릅에는 노란 유자와 같은 식으로 여러 가지로 매치시키면 한 없이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조리 인이 창의력을 의해 하나의 그릇 안에 독특한 자연 세계를 만들어내는 일 뿐이다. 달리 표현하면 요리인의 감각과 기량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스이구치(吸口)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