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1권
43. 그거 불법입니다, 부장님. 아시죠? / 미친 새끼. 네가 무슨 변호사야? 노무사야? 거기서 불법이 왜 나오는데? / 나는 어쩌다 이런 인간이 돼버린 걸까.
-나는 그래도 요즘엔 속으로 한다... 겉으로는... 제 취향은 아니네요.. 정도로....
51. 어쨌는 나는 모든 곳에서 누군가의 걸림돌이었다.
-여전히, 지금도... 걸림돌 아닌 척 노력은 하고 있지만.....
73. 잃을 것이 자부심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칼 다음에 내가 무엇을 잃게 될지 알려준 적이 없다.
-우리 아버지는 내게 그러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그냥 그건 내 자존심 같은 거였나 보다...
80. 당신 같은 청년이 그 모습 그대로 나이 먹게 둘 만큼 이 나라가 허술하진 않아.
-정말... 공감했다. 나도 내 욕심에 불법적인 일을 하더라. 교통법규 위반이 됐든 무단횡단이 됐든... 그 이상 무언가가 됐든...
81. 내가 나를 경멸하지 않고도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 때가 오리라는 희망.
-그리고 내가 남을 경멸하지 않으면서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 때가 오리라는 희망을 난 아직도 품고 있다.
86. 용기만 있고 공포를 모르는 군인은 엉뚱한 전투에서 가치 없이 죽는다.
-공포를 배우진 못했지만 조금 더 합리적인 방법은 생각해 냈다. 그마저도 힘든 길이지만...
95. 나는 정의를 외칠 뿐 정의를 실현시킬 수 없는 인간이었고 늙고 지혜로운 군인은 그런 나를 간단하게 제압했다.
- 나는 정의를 외칠 뿐 정의를 실현시킬 수 없는 인간인 걸 깨닫고 나 하나라도 잘 살고자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내던지지 못한 건 불편으로 남았다.
138. 나와 눈 마주치기를 주저하던 그들은 더이상 내 눈을 피하지도, 조소와 지겨움과 귀찮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표정을 구태여 숨기지도 않는다.
-참 그랬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더 완벽하게 깨끗하지 못함을 다른 사람들이 조소하더라....
152. 보여줘봤자 득 될 거 하나도 없는 그걸 굳이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 한방 때문에 안 맞아도 될 것까지 죽도록 맞는 거죠.
-그래서 이젠 안 보여준다. 힘을 길러서 때려야지.
171. 내 발로 알아서 치워져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 날 치워봐라.
-내 안위를 먼저 살피겠다고, 우선순위만 바뀐 거지 내가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는 말 안했다. 이왕 걸림돌이 될 거면 거물이 되고 싶다.
173.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낭중지추의 의미와는 다르다. 또 누군가를 찌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찌르는 송곳 정도 되겠다.
205.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ㅋㅋㅋㅋㅋ 서는 데가 안 바뀐다 ㅠㅠ
213.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말을 듣더라. 내 인생.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깨달음이었다. 덕분에 내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언쟁을 덜하게 됐다.
2권.
18. 오물을 뒤집어 쓴 뒤에 찾아오는 역설적 자유.
-도대체 이런 표현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
63. 당신이 지키는 건 황준철이 아니라 인간이오. /중략/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이런 통찰은 정말 어떻게 나오지.... 비슷하게는 생각해 봤지만..... 얼마나 고민을 했길래.... 어쩌면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든 합리화해야 했기에 생각한 말일 수도 있겠다.
87.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 게 무섭지. 그냥 옆에 있어요. 그거면 돼요.
- 주식도 그렇다. 폭락이 무서운 건 아니다... 나만 폭락하는 게 무섭다.
92. 이수인씨.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거요. 어떤 놈은 한대 치면 열대로 갚지만 어ᄄᅠᆫ 놈은 놀라서 뒤로 빼. 찔러봐야 상대가 어ᄄᅠᆫ 놈인지 알 거 아뇨.
-도대체 정말 사람들은 왜.... 강자에게 약할까......
133.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그것이 바로 분위기... 사는 건 같지만 어떤 분위기에서 사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은 같지만 시스템이나 관리자에 의해서 그 일을 얼마나 힘들게 하느냐 즐겁게 하느냐가 달라진다...
144. 가만두면 모래성처럼 조용히 쓸려나갈 사람들을 왜... / 왜 괜히 뭉쳐놔서 부서지게 만들어요...
-왜일까...
181.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 일단은... 맞는 말 같다. 어떠한 두려움이냐가... 문제지...
207. 그거 반장병이야. 원래 지가 떠들다가 반장만 되면 떠드는 애들이 죄다 바보 같고 한심해 보이는 법이거든.
-그래서 인간은 늘 겸손해야 한다.
3권
45. 당신들이 신사적인 리더보다 권위적인 리더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야!!
-정말 그랬다.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민주적인 대통령보다는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을 원했다.....
90. 겁도 많고 싸움도 싫어하는데 싸움을 피할 줄 몰라.
-피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 것 같다. 아니면 안된다.
187. 미운 놈 권리는 빼고 고운 놈 권리만 지키는 방법은 없어요! 누군가는 밥을 차려야 돼요!
-실제로 당한 적이 있다. 밥을 차릴 마음도 있었지만, 같이 밥을 차려보자고 말은 건내본 적 있었지만..... 모두들 밥 차리길 거부했고 대부분이 몇 숟가락 정도는 손해 봤을거라 생각한다.
197.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짐만 지세요.
-개인의. 자유.
202. 저는 사람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기대가 없는거냐..... 아니면 모두 이해하는 거냐....
4권
19. 패배는 죄가 아니오!
-나이가 먹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패배는 죄가 아니다. 경험이고 시행착오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카페에서 말한 것처럼. 잘못하지 않았는데 잘하지 않았다고 욕먹을 필요도 없다. 시행착오를 패배를 진 것으로 만드는 사회가 뭔가 잘못된 거다.
100. 믿어봐. 어쨌든 같이 갈 사람 아냐. 못났다, 못났다 할수록 더 못나고 싶은 게 사람이야.
- 최소한 나는 그랬다. 심지어... 너보다 내가 대체적으로 더 나았는데... 네가 뭔데...
115. 저 사람들이 처한 위치가 내 인격의 높이요. 저 사람들이 선 곳이 내가 선 곳이고, 저 사람들이 씻고, 덜 다치고, 더 받고,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오. /중략/ 미안하면? 내가 한 짓이 없어지나? 없어진다 그러면 미안할게요.
-그래야 하나... 그런 건가...
5권
79. 아니지. 이과장은 나만 싫어하는 거 아니지. 이수인씨는 다 싫어하지. 매니저는 접대받아서 싫고, 직원들은 말 안 듣고 서열 만들어서 싫고. 아주 혼자만 잘나셨지.
-뼈 때리네.
98. 미뤄지길 기대하며 모른 척하던 숙제처럼 일상이 들이닥쳤다.
-사람들이 보통 이런 일상 때문에 정의롭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은. 사는대로 생각한다.
109. 한방 세게 맞고 실려 나가고 싶은 거죠? 싸움도 싫지만 도망치는 건 더 싫은 거잖아. 도망치면 내가 틀린 게 되니까... 아니... 걔들이 옳은 게 돼버리니까.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 못했을 때가 있다. 지금도 분명히 말하면서도 항상 의심한다. 의심하지 않는 신념은 신념이 아니다. 흔들리는 게 아니다. 독선에 빠지지 않으려는 거다.
191. 회사의 편도 노조의 편도 아닌 곳에 나의 자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자리를 결정할 권리는 나에게 없었다.
-이 생각이 왜 나는지 모르겠지만... 난 오토바이 타는 무리들도 그닥이고, 자기들 잘못(자동차 운전)은 덮어두고 마냥 오토바이 욕만 하는 사람들도 그닥이다... 그래서 양쪽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한다.
194. 회사가 휘두르는 비유로써의 칼에 경악하면서 자신들의 휘두른 실제 칼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정의, 인권, 진보... 좋은 것은 모두 선점하고 나쁜 것은 모두 외부에 떠넘긴 사람들은 해맑게 악했고, 성찰 없이 선했다. 그들은 당당함과 무례를, 지배욕구와 정의감을 구분하지 못했다. 빼앗긴 권리가 곧 그들에겐 모든 행위의 당위이며 자격이었다.
-선을 지키는 것의 위대함...
198. 어떤 개인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적대적인 군중 앞에 서 있을 수 없다. 그들이 규정한 모습인 채 쓰러져줌으로써 그들을 만족시키거나 그들의 규정한 모습인 채 버틸 수밖에 없다.
-아니면 내가 더 거대해지거나.
6권
22. 차마 넘기 싫은 선 앞에 서기 전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끼리 상처를 주고 받게 돼요. 제때 호루라기를 불어줄 심판이 필요해요.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이 심판이 되어야 할텐데... 관리자급 정도가 심판이 되어줘야 하는데... 보통 시스템이 엉망인 곳은 관리자도 엉망이더라... 사람들은 보통 시스템을 판단하진 않는다. 그저 적응할 뿐.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47. 그러면 조합원들의 관계가 다 깨져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틀어지면 회사보다 서로를 더 미워하게 돼요! 싸움 끝나면 같이 한 공간에서 일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수인은 얼마나 깨지면서 이런 통찰을 얻었을까.
50. 우리의 목표는 노예제 자체를 타파하는 것이지, 조금 덜 때리고 덜 뺏는 온건한 노예제가 아니지 않아요?
-일을 하더라도,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 네 스타일 말고 내 스타일대로...
51. 이번에 지더라도 더 큰 싸움을 위한 의식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해고되고 구속되고 집 날릴까 무섭겠지만 싸움을 통해 성장하면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해고되고 구속되는 건 지금인데 성장은.... 손에 잡히지 않는데다가 나중 일이지....
54. 철딱서니 없는 거요? 전 애들 다 키웠거든요.
-애들 다 안 키웠어도 철딱서니 없어도 된다. 그래야 애들도 그렇게 크지.
58.정환이 연락됐어? 뭐하고 산대? 어딨대? 못들었어? 노무 법인 스카우트 돼서 노조 깨고 다닌다더라. 실적 좋대.
-반발심일지도 몰라....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니까.... 최선을 다해 정의로웠던 사람을 옥해도 되나 하는.... 변절자...보다 은둔자 정도가 낫다는 건가...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고문해서 동료를 밀고한 사람보다 고문당할 일도 없이 평범하게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더 나은건가?
126. 우리 편처럼 보이지만 적을 이롭게 하는 교활한 체제수호자
-편할 때만 원칙 들먹이는 사람들....
127. 병원에서 가장 크게 우는 사람은 가족이지만 환자를 고치는 건 냉정한 의사입니다.
-왜 같이 울지 않냐고 참 욕 많이 먹었지.... 의사는 아니지만 정신 차린 사람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151. 천막은 위화감을 잃고 풍경이 되었다. 독을 품지 않은 경고색은 단지 무늬에 불과하다.
-일관성의, 꾸준함의 위대함.
191. 우리는 맞는 것보다 어설프게 고치는 게 더 무섭습니다.
-그러니까... 맞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제대로 고치자고...
205. 고마워. 네가 싸워줘서 된 거야.
-싸움에서 선두권 정도는 형성하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고마워하진 않아도 뭔가 바꿔놓고는 싶었다.
223. 내 책상에는 컴퓨터가 없다.
-사람 안 변한다....
231. 노동조합 일상활동입니다.
-걸림돌이 일상생활이겠지.
영화 실미도를 보면서 느낀 점. 규율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냉정하게 규율을 적용했던 조돈일 중사를 훈련병들은 싫어했고, 그들을 규율을 눈감아 주며 아껴줬던 박중사는 다들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에 조중사는 어떻게든 그들을 살리려 했고, 박중사는 그들을 배신한다. 내가 생각하는 규칙을 지키는 사람과 어기는 사람들의 본 모습이다. 그저 형식만 지키려는 게 아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키는 거다. 그게 흔들렸을 때에야 그 규칙을 깰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이수인도 그랬다. 원칙만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그들을 위해 싸우는 건 결국 원칙을 지킨 이수인이었다.
나 자신을 반성하게 해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