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노리안 김덕수가 서산에서 난장판을?
사물놀이에 미친 사람들. 사물노리안을 아세요?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사물놀이 전문 공연 예술법인인 (주)난장컬쳐스를 아세요?
1978년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법인화시킨 문화예술 벤처기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 폭넓게 퍼져있는 사물노리안(사물놀이 동호인)과 함께 문화콘텐츠를 구성 세계인이 즐기고 사랑받는 사물놀이가 될 수 있도록 사업화 한 회사 이름이 바로 난장컬쳐스예요.
우리의 전통음악인 사물놀이를 완벽한 음악으로 끌어 올리고자 했던 김덕수! 대한민국 울타리 속이 아닌 세계를 상대로 한 시장 넓히기에 주력했던 그가 26일 서산에 발을 디디게 되었는데요. 그야말로 사물노리안 김덕수가 서산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날이었죠.
서산 YMCA 창립 8주년 기념 및 시민운동 기금모금을 위한 이번 김덕수 사물놀이패 초청공연에는 김덕수와 사물 광대, 사물 소리가 출연, 오후 6시 30분부터 서산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단독무대 공연을 했습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꿈이 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서산 YMCA와 함께 발걸음을 해 주세요’ 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주최한 이번 공연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서산시민이 하나 되어 뿜어내는 열광적인 무대공연을 펼쳤답니다.
사물놀이는 우리의 농악 가락을 기본으로 꽹과리, 징, 장고, 북 등 네 가지 악기를 가지고 연주함으로써 각각의 소리를 내게 되지요.
우선 간단하게 특징을 설명하자면, 꽹과리의 경우 가장 작지만, 소리의 기운이 요란하고 강한 악기로 풍물 굿판에서 지휘를 맡는데 소리의 높고 낮음에 따라 '숫쇠'와 '암쇠'로 불리죠.
장고는 울음통의 가운데가 가늘어 이 소리를 흔히 빗(雨)소리에 비유되기도 해요. 또한, 북은 꽹과리와 장구가 이루는 가락의 물결에 기둥을 세우는 역할로 구름(雲)에 비유되며, 징은 북이 기둥을 세우고 꽹과리와 장구가 장단을 채워 나갈 때 그 장단의 전체를 웅장한 울음으로 감싸는 것이 매력으로 바람(風)에 비유되지요.
사물놀이는 그저 듣는 음악이 아니랍니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1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한다고들 말을 하는데요. 전쟁터에서나 혹은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를 때에도 위의 네 가지 악기들은 빠지지 않았는데 사물(事物), 혹은 풍물(風物)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전통음악은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늘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해 왔거든요. 그래서 사물놀이는 늘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고 나아가 이렇게 하나 된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신명 나는 삶을 살았던 거죠.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예술인 사물놀이의 뿌리는 <남사당>에 있다는 사실. 남사당은 자신의 삶 속에서 신명을 만들어 낸 가장 한국적인 연행 형태를 간직했던 마지막 <전문예술인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만큼 남사당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지요.
1957년에 아버지 김문학 님에 의해 남사당에 입문하게 된 김덕수. 1959년 전국 농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영예를 안으므로 그의 실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는데요. 1995년에는 국민훈장목련장을 수훈하고 KBS국악 대상,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 자랑스러운 충남인상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저희 서산에 온다 하니 이 얼마나 가슴 설레고 마음 흐뭇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사실, 제가 부여에서 초등학교를 6학년 1학기 때까지 다녔었는데요. 부여와 공주는 백제 시대의 수도로 해마다 백제문화제라는 행사를 하거든요. 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각 지역에서 각각 동시에 이뤄졌었는데 지금은 2년 주기로 공주와 부여에서 규모를 크게 해서 대대적인 행사로써 격년제로 치러지고 있어요.
4학년 때부터 <농악부>에서 활동을 했던 저는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행사 기간 동안 밤이고 낮이고 준비된 일정에 따라 늘 참석을 해야 했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지치도록 연습했던 기억이 정말 새롭네요. 소고를 두드리고 머리에 쓴 골무 돌리기를 하며 흥겨운 리듬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던 내 모습.
그땐 제가 너무 어리다고 상쇠나 장고를 주지 않아서 배우질 못했는데 그래도 한순간 우리의 가락을 느껴 보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뿌듯한지 사는 동안 늘 가슴 한구석에 그 끼가 살아 있답니다.
갈래갈래 찢긴 우리의 음악문화에서 김덕수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얼까. 우리네 사는 지금 음악의 주인은 분명 서구음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죠. 발라드와 댄스뮤직에 이르는 대중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클래식의 범위도 날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민요나 판소리, 시나위와 산조 같은 평민음악에서 시조와 제례 같은 우리의 전통음악을 21세기의 주요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하기야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서구 음계에 입각한 노래 '학교 종이 땡땡땡'을 먼저 가르치기도 하지만 교육의 담당자들이 전통문화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 일을 어찌해야 옳단 말인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서산 YMCA 창립 8주년 기념 및 시민운동 기금모금을 위해서 마련, 우리 정서에 맞는 흥겨운 가락과 지칠 줄 모르는 혼이 깃든 김덕수 사물놀이패 초청공연은 진정 우리의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인가를 되새겨 볼 좋은 기회가 되었답니다.
작성일: 200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