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남편과 같이 친정엘 다녀왔습니다.
거의 1년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친정엄마는 맨발로 뛰어나와
남편의 손을 덥석 잡으며 반가워했습니다.
우리 김서방이 너무 고맙고 착하다고….
흐흐흐…!
친정엄마는 모릅니다.
그동안 제 남편이 저에게 저지른 숱한 만행들을.
당신의 딸을 지금까지 얼마나 정신적으로 괴롭혔는지를…
허구한 날 술로 해서 저지른 만행을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저는 등신처럼 친정엄마 앞에서
제 입으로 한 번도 남편의 험담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친정엄마는 남편을 잘 해주라고 야단치는 것도 모자라
늘 저를 죽일 년을 만든 적은 많았지만….
오늘, 그런 장모님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제 남편이
그래도 티끌만한 양심은 있었나봅니다.
이제부터는 장모님에게 자기의 못된 흉도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나쁜 사위라고 자책감도 보였습니다.
16년 동안 시가에 가서 제가 며느리로서 해야 할 도리에 비하면
사위 노릇은 어쩌다가 한 번만 해도 친정엄마는 너무 너무 고마워합니다.
엄마는 정말로 남편의 만행을 모르고 있을까요?.
왜 이럴 때 시어머니 생각이 나는 지 모르겠습니다.
시어머니는 단 한번도 며느리인 나를 이렇게 반가워한 적이 있었나?
<주부 M님의 댓글에서>
“어머님! 저희들끼리만
해외로 여름휴가 다녀왔습니다.
죄송해요"
아이고매~!
니들은 시원한 곳에 있어서 잘 모르겄구만.
남아있는 우리는 이번 여름이 으찌나 덥던지 죽을 뻔 했당께.
그저 늙으면 싸게 죽어야하능디 시상만사가 다 구찮다.
느그 시아부지는 기력이 읎다꼬 저리 축 처져들어누워만 있응께
나가 더 열불이 나 못살것다.
*
죄송하기는 그게 먼소리여?
젊었을 띤 이거저거 다 챙길라꼬허면 아무것도 못헌당께.
눈 딱 감고 휴가 갖다온거 참말로 잘혔다.
느그들 재밌었으믕 디얏다.
우리 늙은이들은 힘읎어 어딜 나다니지도 못혀!
*
그렸냐? 어쩐지 전화 넣어도 받지 않더라고야.
아~! 진즉 말이나 하고 떠나지 설마 우리가 느그들 쫓아나설까봐 그렷냐?
글고 멀라고 이런 쓰잘데 읎는 거 사왔어.
동남아 상황버섯은 다 가짜라고 하등디...
느그 친정엄마나 갖다드려~!
*
참말로 싸가지 읎는 것들이고만.
돈 읎다고 맨날 노래 불러쌌더니 해외여행 할 돈은 있었나보네.
품안에 자슥이라고 커 버리믕 다 소용 읎다는 말이 맞는개벼.
아~! 꼴도 보기싫응게 퍼뜻 내 앞에서 사라지랑께.
참말로 써글년놈들이여!
시어머니, 당신이라면 어느 쪽 대답을 선택하겠습니까?
인생 살아가믄서 너나읎시 누구나
딸, 시누, 올케, 며느리, 친정엄마, 시어머니라는 자리에
골고루 한번씩은 앉아보는거시 여자들 아니겄냐?
싫튼 조튼 여자가 겪어야하는 인생사의 필수코스란 말이여!
긍께, 투정부리고, 빈죽거리고, 할퀴고 설치고, 짜증내고, 승질내봤자
자그 낯짝에 침 뱉기란 말이여.
알아들었냐? 먼 말인지? ㅋ
써글년들아!
오매~! 어찌아쓰까나?
참말로 남사시러워 못살겄네.
긍께 나가 머라혔소?
아들에게 쏙 빠지지말라고 수백번도 더 말했구만 으째 내 말은 뭉게버리고… 쯧!
시상 사람들이 그런 엄니보고
아들에 중독된 여자라고 손꾸락질하능디 어쩔라요?
하모, 아들이 어렸을 땐 어매가 중독되는 거시 인간으로썬 당연지사이만서두
그 아들이 커가꼬 여자에게 장가갔는디도
어매가 중독성을 버리지 못하고 치마폭에 꼭 싸고 돌믕
사람들이 머라 하겟소?
욕심많은 느자구읎는 시엄니라고 뒤에서 숭보는디
참말로 어쩔라요?
남편과 대판 싸웠습니다.
시어머니, 시누도 남편과 한편이 되어 나를 몰아세웠습니다.
나는 눈물범벅이가 되어 친정에 내려왔습니다.
친정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한마디 쏘았습니다.
<옛날>
아니? 이 써글년이 미쳐환장을 혔냐?
여그가 어디라고 보따리 싸가꼬 와서 지럴이여!
가시네가 한번 시집갔으면
죽을 때꺼정 그 집 구신이 되어야한다는 말 니는 못들었냐?
조상님들 볼까봐 무서워 죽겄당께.
아~! 어서 싸게싸게 눈물 거두고 썩 나가지 못혀!
<오늘>
그려! 잘 디얏다.
긍게 나가 머라혓어?
그 넘의 집구석 싸가지가 읎다고 혔어? 안혔어?
씨방이라도 늦지 않았응께 꼼짝말고 여그 눌러 앉아 있어!
써글넘이구만 그려!
글씨, 니가 머가 모자라 그 딴 넘에게 맨날 욕지꺼기 묵고 맞고 살어?
시상에 쌔고쌘넘이 사내넘이여.
참말로 그 넘이 눈깔이 뒤집어졋구만 그려.
니같은 마누래 눈씻고 찾아봐도 읎을 거시구만.
느자구읎는 새끼, 써글넘!
-Fuellenbach의 "불을 놓아라"中에서-
모차르트 -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