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절망감으로 정길이 갈 바를 몰라 도로의 가로수를 붙잡고, 소리 없는 울음을 터뜨리며 망연해 한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로, 꺼내든 손수건이 금 새 푹 젖어버렸다. 정길은 자신이 너무 불쌍해진다. 아무 생각이 없이 원주 시내를 돌고 또 돌다가, 공원의 빈 의자에 앉아 허공만 하염없이 쳐다본다. ‘삼척의 그 여자는 알고 있겠지? 정말 도와는 주지 못할망정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 내가 누나와 살면 자기도 편할 텐데, 아기를 떼려 했을 때 말렸어야지. 나에게 말을 해줬어야지. 자기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한 거야? 너무 괘씸해, 진짜 가만 안 놔둘 거야, 아아! 누나 어디 있어.’ 어쩔 수 없이 정길이 삼척의 정희에게 전화를 한다. 속이지 않겠지, 한번은 참지만 이번에도 속인다면 안 참는다 하면서 전화의 대답하는 소리를 바짝 긴장해서 듣는다. 거기에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하는 마음과, 혹시 정희 그 여자가 지연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경우에 혹여 거짓말을 한다면 어떤 표시라도 나겠지 싶어 그런 자신의 생각에 기대를 건다. “저, 정길이 예요. 혹시 지연이 누나 삼척에 있어요? 저요? 지금 원주에 있습니다.” “아니 여기 없어. 내가 정길이에게 괜한 오해를 산 거 같아, 너무 미안해, 이제 정길이 마음을 알았으니까 지연이가 오기만하면 붙들어 놓을게, 수시로 살펴보고 오는 대로 연락할게,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지연이가 언니네 없으면 이미 멀리 떠난 거니 더 기다리지 마. 거기엔 없어, 마음을 추스르고 강릉으로 가서 일하면서 기다려요.” “예, 알았어요.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지연 누나네 집을 자주 살펴서 보이기만 하면 바로 전화주세요. 부탁합니다. 여기 원주 언니네 집 근처에서 며칠만 더 기다려보다가 어디든 갈 겁니다. 안녕히 계세요.” ‘며칠을 몰래 지켜봐도 언니의 집에 없는 것은 확실하니 원주에는 없는 건가? 그럼 어떡하지? 돈도 떨어지고, 이제는 어디로든 가야 하는데, 엄마에게는 가기 싫고, 아버지에게도 그렇고 어떡해야지? 마땅히 갈 데도 없는데, 그래! 아버지에게 가서 일하면서 기다리면, 언젠가는 어느 곳이든 나타나겠지. 강릉에 있을지라도 삼척이든, 원주든 어디에 있든지, 언제고 연락만 되면 바로 달려가야지.’ 정길의 야윈 모습을 보는 진혁의 마음이 아프면서도, 무사히 돌아온 아들이 대견해 말없이 안아 주며 등을 두드린다. 송탄에도 가지 않았고 자신에게 전화도 없던 차에 정희에게 연락이 왔었다는 말에 안심은 했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는데, 정길의 얼굴을 보니 아직도 어린 나이에 큰 시련을 겪어, 불과 보름 사이에 조숙해 져 보이고, 정신을 놓아 버린 것 같이 맥이 없어 보여 안타깝다. “그래 잘 왔다. 다시 만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마음을 접은 여자는 잊는 것이 좋아. 다른 일에 몰두해 보거라. 지연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도, 남자로서의 사랑과 배려이고, 자존심이다. 살다보면 곧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생이란다. 훌훌 털고 이제 그만 잊어버려라.” ‘아버지는 여자를 여럿 데리고 살아 보셨으니 별 것이 아니지요. 아! 내가 앞으로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아. 누나! 누나! 보고 싶어, 이 아려오는 가슴을 어떡하지? 일하면서 누나의 소식을 기다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려는 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이번에는 절대 안 놓치겠건만, 그래, 기다려 보자, 누나도 아마 내가 보고 싶어 못 견딜 거야.’ 곧 죽을 것 같았던 정길의 마음도 몇 달의 세월이 흐르자, 그저 아릿한 정도의 상처를 그의 심장에 남겼고, 그 상처도 점차 희미해간다, 빠른 세월도 약이었지만 공사현장의 새로운 일을 배우는 재미와 고단함이 젊은 그를 이전의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러한 그에게 새로운 인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삼척의 화력 발전소 내실에서 무술시범을 보이던 그 사람이 천진기업사에 취업을 한 것이다. 정길이 그를 보자마자 무술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들뜬다. “아저씨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삼척에서 발전소에 다니시는 분이 여기에는 웬 일 이세요? 누구 만나 보려고 오셨나요?” “누구지? 발전소에 잠자러 왔었다고? 아! 그 때 서울 총각 이었어, 지금도 얼굴이 하얗군. 그러는 자네는 여기에 왜 있는 거지? 여기 사장님이 아버지라고? 그래? 어쩐지, 이 진혁씨가 부친이셨군. 하하하 나는 자네 부친이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이번에 큰맘 먹고 자리를 이곳으로 옮겼지.” 내면의 성장 “잘 되었네요. 언제고 한번 만나고 싶었었는데, 전에 숙직실에서 잘 때 아저씨가 하던 무술얘기가 내 머리 속에 박혀서, 잠 잘 때에 꿈속에서 조차 그 기술을 혼자 익히면서 풀리지가 않아 애타하다 깬 적이 많았어요. 나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실래요? 아저씨 너무 배우고 싶어요, 스승님이 되어 주세요.” “그래, 이왕 이 회사에 취직했는데 사장님 아들에게 잘 보여서 나쁠 것이 없지! 하하하하 그런데 말이야, 아저씨 소리가 영 듣기 싫은데, 그냥 김 과장이라고 부르는 게 어떨까?” ‘잘 됐다, 이 분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정신을 차리자. 다른 일에 집중하다 보면 그만큼 빨리 잊거나 마음이 가라앉아지겠지. 그전에 누나가 찾아 올 수도 있고 참, 교회에 가서 하나님에게 빌어볼까? 어떻게? 누나랑 같이 살게 해 달라고? 아니면 빨리 잊게 해달라고? 아니면 만나게만 해달라고? 그런데, 내가 정말 누나를 진짜 사랑하기는 사랑하는 건가? 오늘이 마침 수요일이니 생각 난 길에 교회에 들려 볼까? 교회가 어디에 있더라, 본 거 같은데 아! 병산동 입구에 있었지. 혼자 가자니 그렇고 수철이 형한테 같이 가자고 할까? 하아! 교회에 가려니 누나 생각이 더 나네.’ 진혁이 수철의 부친과의 작은 인연으로 수철을 공사현장으로 끌어들이자마자, 공사 초 부터 정길은 수철과 형제같이 친하게 지냈다. 같은 자재부원으로 생활함을 통해 일에 재미도 느끼고, 처음 공사현장 주변을 정리 할 때에 모래와 땅 속에서 고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그것이 돈이 되자, 고물채집 구역을 넓혀가며 구리수집과, 가물치, 토끼사냥을 하면서부터 두 사람이 작은 비밀을 공유해서인지 친 형제와 같이 지내며, 서로 떨어져 있기를 싫어했다. 삼척에서 강릉으로 온 후 교회에 가본지가 언제였는지 잊어버리고 있다가 느닷없이 생각이 나자, 삼척에서 안 빠지고 다니던 교회의 출석을 그동안 너무 등한시 한 거 같아, 수철과 같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철이 숙박하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누어서 자려던 수철이 군말 없이 따라 나오자, 교회에 가기 위해 두 사람은 나란히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그런데 정길아 내가 술을 엄청 좋아하는 거 알지? 교회 다니면서 술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담배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하루에 두 세대 피는 것이니, 이제라도 끊어 버릴 수가 있는데, 술은 곤란하단 말이지. 내가 본래 말술을 먹는 위인이잖아. 네가 가자니까 가기는 한다만 나중에라도 술 마시는 거 가지고 시비 걸면 당장 그만둘 거다, 알았지? 하하하하 나도 어릴 적에는 동네 교회에 다녀 본 경험이 있어. 그 후에 군대를 다녀와서 교회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 다시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몇 번 나갔지만 직장에 다니면서 술 바람에 못 다녔는데 네 바람에 가게 되는구나. 좋아! 교회 가는 날은 안마시면 되겠지 뭐, 그렇지?” “그래 형! 병든 사람이 병원에 가듯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교회가 필요한 것이지, 잘나고 완전한 위인들이야 교회가 필요할 리가 없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마음이 평안하려고 다니는 거지. 앞으로 착실히 다니자. 그러다 보면 무엇인가 나아지겠지 안 그래?” “그럼! 너와 내가 온전하지 못한 인간이란 말이냐? 하하하하 이거 어째 기분이 영 별로이고 찜찜해 지는 데.” “이제 성경 봉독이 있겠습니다. 신명기 24장 16절 말씀입니다. 아비는 그 자식을 인하여 죽임을 당치 않을 것이요. 자식들은 그 아비를 인하여 죽임을 당치 않을 것이라, 각 사람은 자기 죄에 죽임을 당할 것 이니라 아 멘.”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시겠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을 구원할 수 없으며 죄의 대가를 누가 대신 당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식 뿐 아니라, 부모도, 형제자매도 마찬가지지요. 그러기에 우리 성도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영혼구원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만 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졸았는데, 오늘은 웬 일인지 졸지 않고 설교를 다 들었다. 증조모 때부터 상속 된 신앙이, 정길 자신도 믿음이 있다고 믿었던 것의 정체였다. 선조 때부터 믿었으니 재산이 후손에게 남겨지듯, 정길은 선조들의 하나님을 섬기고 쌓아 온 믿음의 유산으로 인해. 자신은 자동으로 천국에 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것이 아니라는 목사의 말씀 선언에 그동안 잘못 알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기는 부모가 공부 잘 한다고 해서 자식이 공부 잘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니 그것과 마찬가지구나하며, 나름 알았다는 듯 머리를 끄덕인다. “수요 기도회에 참석하신 여러 성도님들의 가정과, 직장과, 생활의 범사에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님의 극진하신 사랑하심과, 흔들어 넘치도록 채워주시는 성령님이 주시는 신령하신 큰 복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축원 합니다 아멘.” “박 집사님, 안녕히 가세요. 성도님은 어디서 사시지요? 이 교회에 처음이시죠? 앞으로 자주 뵙기를 빕니다. 아, 비행장 공사하러 오신 분들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이곳에 계시는 동안 꼭 예배에 같이 오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일날에도 같이 와주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며칠 전에 삼척 공사현장을 거쳐, 정희의 집으로 갔던 진혁이 토요일 저녁 늦게 강릉현장으로 돌아 왔다. 진혁이, 정길을 의식적으로 피해 지연에 대해 물어 볼 수가 없자, 정길은 전화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다 하다 작심하고, 삼척으로 다이얼을 돌린다. 전화를 걸면서도 예전에 비해 응답이 있으리란 기대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별고 없으시지요? 지연이 누나 소식 아직 없습니까? 소식 오면 꼭 전화 해주세요. 제가 사무실 근무이기에 전화기 앞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까, 누나 소식 아시는 대로 꼭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삼척에 다녀오셔서도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전화해 본 겁니다, 네 네.” ‘원주 언니 네도 온 적이 없다 하고 왜지? 왜 양 쪽에 다 안 왔다고만 하지? 거짓말들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 대한 무슨 나쁜 소문이 난 것도 아니고, 그 누나가 집에 못가야 할 이유가 없는데, 한 번 가볼까? 몰래 가볼까? 아, 어디 있는 거야. 누나 다시 만난다면 줄로 꽁꽁 묶어서라도 내 곁에 같이 있게 할 텐데, 아니지, 송탄에 데려다가 엄마에게 맡기면? 엄마는 어쩌실까? 엄마는 내 편이니까 들어 주실 거야.’ 헌병대의 고 참 장 일병 병장과 각별히 친하게 지내게 된 동기는 구리와 토끼와 가물치와 관련이 있다하겠다. 돈과 먹 거리가 그들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든 것이다. 장 병장이 고참 이고 잘 생긴데다가 몸매도 근사하며, 성품마저 비교적 사근사근해서 구리와 고물을 판돈을 나눌 때, 그에게 헌병들의 몫을 맡겼었다, 토끼고기를 진흙을 발라 구어서 같이 먹으며, 공사현장의 회식 자리에 초청하고, 그러다 보니 정길과 수철, 정래와 장 병장과 한두 명의 헌병들이 스스럼없는 친한 관계가 되었다.
“정길아 나 볼 일이 있어 시내 가는데 같이 갈래? 강릉역사와 철로건설 착공식 하는 것 잠깐 구경할 수 있을걸, 처음 있는 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일 거다.” ‘강릉역과 철로 공사를 준공식 한다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는데 구경하러 가자고? 강릉에 기차가 안 들어 왔었나? 철길이 깔려 있는 것을 시내에 걸어가면서 보았는데? 아, 일정 시대에 공사를 하다가 말았다고?, 그러니 중간이 끊겨 있어서 기차가 안 다녔고? 그래서 강릉에서는 기차를 볼 수가 없었구나.’ “같이 가요. 장 일병 헌병 병장님 말씀 받들어 같이 가겠습니다. 옷 좀 갈아입고 올 테니까,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가요, 잠깐만 기다려 줘요.” ‘이름이 일병이라. 참! 이름도~ 일등병이라는 소리네. 후후후 졸병 때는 고참 들에게 한동안 놀림깨나 받았겠군, 하하하.’ 강릉역사를 비롯해 철로가 끊어진 곳에서부터 연결하는 그 착공식을 하는 광경은 과히 장관이었다. 본래 하얀색을 좋아하는 민족이라서인지 남자들은 거의 흰색의 옷차림 이었고, 여인들의 화사한 울긋불긋 한 색들의 옷차림은 들에 핀 꽃 같아서(구경 나온 남자들 거의가 상투를 튼 촌 노들 이었다)볼 만 했다. ‘정말 사람들이 하얗게 모였네. 아니 입을 옷들이 하얀 옷 밖에 없나 대단해. 거의가 나이 잡수신 어르신들이군! 갓 쓴 사람도 어지간히 많기도 많다. 이 형이 대체 어디 보는 거야? 애인이 한두 명도 아닌 사람이 그저 예쁘다 하는 여자만 보면, 어! 저 여자 정말 영화배우처럼 생겼네. 이 형이 눈은 높아요, 원! 오래도 쳐다보네. 어 어! 뭐야 저 여자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마음이 들고, 저 형이 쳐다보는 것이 내 것을 도둑맞는 거 같이 기분 나빠지는 건, 참 별 일이군, 정말 이상한 감정이구나. 다시 봐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여자인데, 예쁜 여자라서? 그런가! 아니야, 그렇다고 지연누나와 닮은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형, 이제 그만가요. 더 이상 볼 것도 없는데, 시내에 가서 영화나 보고, 밥 먹고 들어가자, 아휴, 그 아가씨가 그렇게 눈에 박히면 아예 가서 말 좀 붙여 보던가!” 정길에게 호감이 가는지, 김 과장은 시간이 나는 대로 정길에게 자기의 그 무술을 전수해 주었다. 본래 성품이 깐깐한 성격이라 조금만 틀려도 다시 자세와 타격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시범을 반복하여 보여주며 교정하여 주니, 날로 실력이 일취 월장하여, 제법 무예가의 틀이 잡혀가서 스승 노릇하는 김 과장의 마음이 흡족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정길이 꿈속에서 조차 따라하며 욕심내던 무예라, 열심히 배우는 그의 열정 때문에 얻은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정길이 저 무술은 내 것이다 하고 너무 탐이 나서 내 것과 같이 느껴지는 마음으로 배운바, 바로 그런 것으로 인해서 말이다. “자아! 그러니까 계속 강조하는 것 이지만, 급한 마음은 눈을 흐리게 하여, 싸우는데 사심이 생기게 하기 때문에 평정심이 깨진다. 따라서 항시 평정심과 호흡을 잃지 않고, 맞는 것을 두려워 말고, 맞을 때는 비껴 맞으며, 상대의 공격 자세를 파악하는 법을 익히면, 상대의 허점이 눈에 띠게 되고, 작은 힘으로 얼마든지, 상대방이 비록 강하더라도 그의 힘을 누를 수 있다는 거다. 어때 좀 이해가 되냐?” ‘하여간 마음은 편안하게, 몇 명일지라도 겁내지 말고 허점을 찾아라, 뭐 그런 얘기지. 급소를 때릴 때, 한 명일 때는 한 번에 그치지 말고 세 번, 세 번에 안 되면 그냥 확 튀어라. 여러 명일 때는 강하게 한방씩으로 그칠 것이고, 그 때는 정당방위가 인정 되니까, 겁내지 않고 쳐도 생각같이 집중 된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위험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한 명일 때야 힘 조절이 가능 하니까 그렇겠구나! 그러니까 여러 명하고 싸울 때보다 한 명을 상대할 때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네?’ “자! 한 번 복습하고 끝내자, 재빨리 돌고 무릎을 굽히고 가격하고 물러서고, 호흡 조절하고 다시 처음부터, 급할 때 뒹굴어서라도 피하는 것 잊지 말고, 주저앉으면서 거기서 한 바퀴 옆으로 구르고 다시 옆으로 구른다, 좋아.” ‘이러다 옷이 남아나는 것이 없겠다, 이거 이렇게 구르다가 상대방의 발에 옆구리를 걷어차이면 잘못 되는 거 아냐?’ 자신의 직장인 창고에서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연을 잊기 위해서라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또 김 과장도 요즘은 시간을 정해 하루도 빼지 않고 찾아와 가르치니 그 성취 속도가 날로 더한다. 정길이 배우는 중에 미흡한 부분을 자신이 연구하고 보완 해서 완성도를 높이니, 기초의 형을 배우고, 타격점을 배우는 과정과, 피하고 또 맞는 요령을 배우고, 혼자 하는 숙달 과정의 석 달이 지나자 김 과장이 자신의 실력을 다해 정길과 대련해도 당하지 못한다. 김 과장이 혀를 내두른다. 자신도 이 무술에 빠져 빨리 익혔다고 생각 했는데, 자신이 이 년에 걸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이 녀석은 타고난 모양인지, 불과 다섯 달도 지나지 않아서 자신보다 더 완전하게 익힌 것이다. “더 이상 가르쳐 줄 것이 없다. 하하하 밑천이 다 털렸다, 내가 가르친 것보다 네가 더 잘하니 내가 너에게 배워야 할 거 같다, 나중에 중국 선원을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좋은 고급기술을 배워 와서 가르쳐 줄게. 너 참! 오늘 저녁에 교회 간다며? 수철이가 데리러 오라고 하더라.” “김 과장님 진짜 고마워요. 이제 자신 있습니다, 누구라도, 어디에서 붙더라도 때리면 때렸지, 얻어맞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내가 배운 무술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 “이 녀석 무술을 공짜로 배웠다고 남용하지 말고, 아무에게나 함부로 가르치지 마라. 너도 알다시피 위험한 무술이니까.” 공사현장의 일도, 무술도, 교회에 가서 평안을 얻는 것도, 지연을 잊는 것에 일조를 했다. 특히 삼척에서는 제대로 하다가 강릉에서는 건성으로 하던 강의록을, 일병이 개인교습을 해준 덕에 그간 중학과정을 패스하고, 고등학교 졸업 자격 검정고시를 준비해 왔고 얼마 전에 시험을 보았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그것도 잠시 동안은 힘들어 하다가, 이제는 과히 어렵지 않은지 잘 적응해가는 정길이가 장 일병은 무척 대견해 보인다. 제자를 키우는 선생들의 노고와 성취를 일병은 동시에 느끼며 만족해한다. 자신이 그간 철저히 시험 준비를 시켰으니 이번 검정고시에서 틀림없이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으리라 믿으며 묻는다.
“정길아 그저께 검정고시 본 것 결과 어떻게 됐지? 임 마,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네가 먼저 알아서 선생님께 보고를 해야 되잖아.” “헤헤헤 장 병장님이 엉터리 선생님이라, 영어하고 수학은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서 내년 봄에 다시 봐야 된다는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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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감사~~~고맙습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