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筆者之辯Ⅰ> 여행을 마치고 처음으로 이런 글을 써본다.
먼저 이번 여행을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고 귀국한 것에 감사하며, 여행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 여행으로 알게 되면서 서로가 힘드는 순간을 상호간에 위로하며 지낸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한다. 필자는 중국여행을 포함한 해외여행을 비교적 자주 나다니는 편에 속하지
만, 이번 여행에서는 과거에 느껴보지 못했던 또다른 재미를 맛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정기적으로나 혹은 자유기고형식으로 여러 출판물에 글을 쓰고 있으나, 기행문 형식
이나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글을 쓰는 일기형식의 글은 잘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써보려 한다.
<筆者之辯Ⅱ> 중국에 관한 글을 쓸 때는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첫째가 고유명사에 관한 부분이다. 중국의 지명과 인명표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즉 중
국한자를 우리 발음형식으로 표기하는 법과 중국의 현지발음으로 표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나라와 가까운 산동성(山東省)의 연대(煙臺)를
인천의 국제페리터미널에는 <인천(仁川)↔연태(烟台)> 라고 써둔 것을 보았다. 이것은 잘못이
다. 연대(煙臺)라는 지명은 대륙에서 한자를 간소화(簡素化)하면서 과거에는 “연기 연”자를 ‘煙’
이나 ‘烟’으로 쓰던 것을 ’烟"으로 통일하고, “돈대 대(臺)”자를 중국어로 발음이 같은 “별 태(台)”
에 통합하였다. 그래서 우리는《烟台》의 한글발음을 표기할 때는《연대》로 해야 한다.
물론 한자로 표기할 때에야《煙臺》로 쓰거나 지금 현재 대륙에서 쓰는 방식대로《烟台》라
고 써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은 마치《臺灣》을《臺灣》으로 쓰거나《台湾》으로 써도 괜찮지만,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대만》이라고 읽어야지, 결코 <태만>이라고 표기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
다.
중국의 화남(華南)지방에는《鬱江》이 있다. 중국의 주강(珠江)은 광동성(广东省)의 삼수시
(三水市)지역에서 북강(北江))과 서강(西江)으로 나눠지는데, 광서(广西)지방의 오주시(梧州市)
이서지역에서는 심강(浔江)(浔←潯)이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더 상류인 계평시(桂平市) 지역에
서는 서북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강을 검강(黔江)이라 하고 서남지방 즉 수부(首府)인 남녕(南宁
←南寧)지방에서 흘러들어오는 강이름을 <鬱江>이라 한다. 그런데 중국이 한자를 간자화(簡字
化)하면서 획수가 많은 “답답할 울、막힐 울(鬱)” 자를 약자인 "나무-목(木)아래 그릇-명(皿)를
한 글자인 <木+皿>" 자를 쓰지 않고, 중국어로 발음이 같으면서 획수가 간단한 “성할-욱(郁)”자
에 통합해 버렸다.
그래서 이것을 중국의 대륙에서 만든 지도를 보고 그 내용을 모르면서 그저 한자만 어느 정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남녕(南宁)을 갔다와서는 "푸른 물이 출렁거리며 흐르는 욱강을 보고 욱강
가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상념에 젖어들었다." 라고 쓴 어느 대학교수의 글을 보았다. 그밖에
도 인터넷을 뒤져보니 모든 여행기에 그냥 <욱강> 이라고 표기하여 글을 쓴 것을 보았다. 이것
역시 커다란 잘못이다.《울강》이라고 하거나 굳이 현지음대로 쓰려면《위강(郁江)(郁←鬱)》
[Yùjiāng]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와 수교하기 이전에는 지명이나 인명을 표기하는데 별로 문제가 되지 않다가, 개
혁 개방이후 우리가 새로운 규약을 만들고 난 이후부터 중국의 고유명사를 표기하는데 오히려
어려움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처럼 구세대는 전통적인 표기법으로 쓰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정부가 1986.1.7. 문
교부고시 제85-11호로 새로운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 공표하고난 이후부터 더욱 문제와 혼란
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에 관한 인명 및 지명은 어쩌면 현지에 살고 있는 우리 중국동포들이 쓰는 말이 가장 적
절한 것이다. 그것은 중국정부와 우리 동포들의 어떤 일치된 합의가 있고 가장 실용적인 표기인
까닭이다.
그리고 중국의 국제방송이나 중국동포방송에서 사용하는 인명과 지명은 모두 한자어를 그냥
우리발음으로 표기하여 사용하여 방송하고 있다. 즉 호금도(胡錦濤)주석, 온가보(温家宝)총리,
중국의 수도 북경(北京), 북경의 새로운 위용을 나타내고 있는 수도(首都)공항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 그러면 새로 제정된 중국의 인명과 지명의 표기법을 한번 살펴보자.
제1항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2항 중국의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3항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4항 중국 및 일본의 지명 가운데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관용이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한다.
<보기> 東京 도쿄, 동경 京都 교토, 경도
上海 상하이, 상해 臺灣 타이완, 대만
黃河 황허, 황하
쉽게 말하면 모든 지명과 인명은 신해혁명이전은 우리식 한자음으로, 그 이후는 중국발음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국민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각 여행사에서는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가? 모두가 전통적인 방식대로 우리 한자발음으로 표기하고 있다. 다만 원래 중국
어가 아닌 라사(拉薩), 우루무치(烏魯木齊), 후허하오터(呼和浩特) 같은 것은 현지음대로 쓰고 있
는 것이다.
우리의 정부나 언론에서 아무리 "베이징"이라 써도 우리 국민은 북경이고, "꾸이린, 시안"이라고
써도 우리의 일반국민은 "계림, 서안" 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동북3성 - 우
리의 고토(故土)인 만주 땅의 표기까지 우리정서와 먼 거리에 있는 "지린, 헤이룽장, 랴오닝, 옌지,
룽징, 바이허……"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데, 이건 표기 따로 실제 우리 국민이 말하는 것 따로 식으
로 언문일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중국의 인명과 지명은 우리식의 한자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 상해, 북경, 길림, 산해
관, 강택민, 모택동……과 같은 식으로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야만 통상의 우리 국민들에게 혼란
이 없고 또 이론과 실제 및 발음과 글자표기의 차이도 없으며, 서양 여러 나라와도 일치된 방법이다.
<筆者之辯Ⅲ> 중국의 지명표기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이거나 배운 대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쓴 글에서 중국의
인명이나 지명을 표기한 것을 보면, 너무나 혼란스럽다. 소리 나는 대로 중국의 현지음 표기법을 그
대로 따르면 몇가지 모순이 일어난다. 중국어의 병음표기법에 따라 성조가 없는 평음으로 <산시성>
이라고 쓴다면, 陝西省과 山西省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이건 중국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어
의 외래어표기도 아니다.
그리고 한중수교 이후 초기에 중국에 유학하여 중국어를 잘 한다는 어느 젊은이가 써낸 책을 보니
중국의 한족(漢族)지역이 아닌 과거의 이민족(異民族)지역이던 곳을 한족이 침탈병합(侵奪倂合)한
곳인 신강위구르(新疆维吾尔)지역이나 티베트 지역을 여행하고 와서 그곳에 관한 내용을 한자음의
중국발음으로 그대로 표기해두었는데, 이것은 큰 잘못이다.
<카자흐족>을 “하사커족(哈萨克族)”이라고 표기하고, <위구르족>을 “웨이우얼족(维吾尔族)” 이라
고 쓰는 것도 잘못이고, 티베트의 <남쵸>를 “나무취(纳木错)” <시가체>를 “르카저(日喀則)” 와 같이
표기해서도 안 된다. 비한족(非漢族)지역은 비록 중국에 속해 있어도 원래의 지명으로 표기하고, 우
리말의 외국지명 및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써야 한다.
또 한자의 표기도 우리가 보통 쓰는 정자자이거나 한일(韓日) 양국에서 공통으로 쓰는 약자이냐의
문제도 있고, 현재 중국대륙에서 쓰는 간체자로 쓰느냐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물론 필자처럼 통상 쓰
는 번체자도 알고 약자도 알면서 중국에서 쓰는 간체자도 모두 안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필자는 자신이 쓰는 글을 다음과 같이 표기하려 한다. 중국의 잘 알려진 도시이거나 성도(省都-중
국에서는 省会라 함)이상의 도시는 그냥 우리발음으로 표기한다. 그래서 북경(北京), 상해(上海), 천
진(天津), 곤명(昆明), 성도(成都)가 될 것이다. 그리고 성도(省都)이하의 지명은 먼저 우리 발음으로
표기하고, 묶음표 속에 가장 먼저 한자 간체자, 그리고 그 다음은 중국어병음식 발음, 맨 마지막에 한
자의 정자체를 쓴다. 물론 지명이 간체자와 정자자가 같을 경우에는 생략한다.
처음은 두음법칙에 따르지 않고 한자의 본래 발음으로 쓴다. 그래서 려강(丽江←麗江、리쟝)이 되고,
대리(大理、따리)가 되며, 곤명(昆明)으로 표기된다. 처음으로 나온 지명은 이렇게 쓰고, 그 이후는 려
강(丽江)이라 쓰거나 여강(麗江) 혹은 丽江、麗江으로 쓸 수도 있다. 한족지역지명이 아닐 때는 그 원
음으로 우리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
첫댓글 유익한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예, 반딧불49님! 감사합니다. 포천에 계셔도 종종 연락하고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