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전례
기도란 무엇인가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한 답은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일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느님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도란 우리 마음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함께하심을 체험하는 사람, 즉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의 신앙생활이 시작되고 단단해지며 완성됩니다.
간혹 기도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끊임없이 이야기 하는 분이 있습니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태도는 아직 기도의 초보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도는 내 말을 하느님이 들으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하시는 말씀을 내가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고요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린 후에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기도입니다.
고요함 속에서 기다리면 하느님께서는 평화와 기쁨으로 다가오시고, 바로 이때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게 기도란 마음을 들어올려 온전히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며, 시련이나 기쁨의 한가운데에서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외치는 일입니다.(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물론 기도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깊은 차원의 기도는 쉽지 않습니다.
기도와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분이나 아직 기도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하느님께 바라는 바를 말씀드리고,
기도문을 외우는 염경기도나 묵주기도를 꾸준히 바치고, 특히 그날 미사와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기도를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도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제자들 역시 기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예수님께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이때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기도란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것인데,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말 그대로 저자직강 기도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에는 기도의 핵심이 들어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이고, 두 번째 부분은 우리의 바람과 청원입니다.
즉 우리는 기도할 때 먼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합니다. 나의 뜻보다 먼저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과 우리 안에 이루어지길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바라는 바를 청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 무엇을 청해야 할까요?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입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해도 되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정말 이루어질까요? 물론 이루어집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하신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는데, 우리는 이 전제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간과합니다.
우리가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예수님 안에 온전히 머무르면,
그래서 예수님과 온전히 함께한다면, 우리가 얻고자 하는것,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도는 내 뜻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 뜻대로 됐을 때 더 좋은 선택과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성모님을 기도의 모범이라고 여기고, 기도할 때 성모님을 본받으려 노력합니다.
성모님은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자신을 주님의 종이라고 고백하셨던 성모님처럼, 우리도 그와 같은 자세로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한다면, 우리 삶에서 하느님께서 활동하시는 것을 한층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성모님이 보여주신 신앙적 순종은 기도와 신앙생활의 모범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 신앙의 모범으로 공경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기도
기도는 이처럼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하는 기도 외에도 교회 공동체가 함께 하는 기도, 즉 전례가 있습니다.
전례를 의미하는 라틴어 리투르지아는 공적 기도, 공동 예배라는 뜻으로 교회가 정한 예식대로 바치는 공적인 기도를 가리킵니다.
교회가 드리는 미사, 성사와 준성사, 성무일도(시간 전례) 성체조배, 성체강복과 행렬 등이 모두 전례입니다.
전례란 개인적인 기도가 아니라 거룩한 하느님 백성인 교회 공동체가 드리는 예식이기에, 공통의 예식과 기도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서나 로마 가톨릭교회의 미사, 성무일도, 성사 거행 등의 중요한 부분은 동일합니다.
아멘이라는 단어는 신앙적 동의를 표현하는 히브리말로 맞습니다, 믿습니다라는 뜻입니다.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순종과 동의를 표시하는 이 단어는 서 있다, 똑바로 서다라는 동사에서 나왔습니다.
즉 하느님 앞에 똑바로 서 있다는 것은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것, 하느님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전례 중에 바로 선 자세는 우리의 신앙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전례력
전례력은 교회가 전례를 지내기 위해 마련한 교회의 달력입니다. 전례력은 크게 3년을 주기로 가해, 나해, 다해로 부분됩니다.
각 해의 전례 시기는 예수님의 탄생, 공생활, 수난, 죽음, 부활에 근거하여, 대림시기를 시작으로
성탄 시기, 연중시기, 사순 시기, 부활시기 등이 있으며, 각 시기 중에 꼭 기념해야 할 대축일, 축일, 기념일등이 있습니다.
대축일 중에도 삼위일체 하느님과 관련된 대축일(주님 탄생 예고, 성탄, 공현, 부활, 승천, 성령강림, 삼위일체, 성체성혈) 등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다음에 성모님과 관련된 대 축일, 그리고 그 밖의 대축일(베드로와 바오로, 김대건과 동료 순교자, 모든성인 순으로 기념합니다.
축일 역시 하느님과 관련된 축일(주님 세례, 주님 봉헌 등)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이후 성모님, 사도들, 성인들 순으로 기념합니다.
대축일과 축일과 기념일은 제대위에 놓인 초의 개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대축일엔 제대 좌우에 3개씩, 축일과 주일에는 2개씩, 기념일이나 평일에는 1개씩 켭니다.
그리고 부활 8일 축제 같은 경우엔 대축일과 같이 3개씩, 성탄 8일 축제 때는 2개씩 켭니다.
왜 기도해야 하나?
하느님은 우리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데, 왜 우리는 굳이 기도를 해야 할까요?
기도는 하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누리는 것, 그리고 결국엔 하느님과 하나로 일치하는 것이 기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의미입니다.
혼자서 기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수님이 알려주신 대로 교회는 공적 기도, 즉 전례를 통해 우리를 도와줍니다.
기도는 언제나 혼자 할 때보나는 여럿이 할 때 더 힘이 세고 확실합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끊임없이 기도한다면(루카18,35-43참조) 청하고, 찾고, 두드린다면, 주실것이고, 얻을 것이며,열릴 것(마태7,7참조)입니다.
얼마나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요? 정답은 들어주실 때까지 기도한다.입니다.
일을 마치고 바치는 기도
천주의 성모님
당신의 보호에 저희를 맡기도니
어려울 때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마시고
항상 모든 위험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영화롭고 복되신 동정녀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