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자전거 국토종주라이딩 팀이 되어...

[이승원]

<<얼떨결에 자전거 국토종주라이딩 감독 겸 응원기>>

잔차는 중학교 때 등하교, 서라벌 곳곳을 쏘다니느라 타고는 그만탔다. 가끔은 시집을 끼고 안압지, 반월성으로 가서 나무밑에 잔차세우고 졸기도 했다.

6-7년쯤 전인가? 종주라는 넘이 잔차를 타잔다. 한강으로 라이딩길에 너그집 옆을 지나는데 같이 타야겠다고...
지가 타는데 왜 내가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괜찮은 운동일 듯해서 관심은 갔다.

회사건물(아셈타워)에 있는 스포츠유통회사가 사내 특가판매를 하는데 잔차도 있다고 젊은 직원이 귀뜸해준다.
종주넘 말이 2백마넌 이상은 되야 따라올 수 있다고 했다.
그 던이면 오토바이 사서 뒤에 태우고 놀러가지... 종주랑 잔차타리?

암튼 사내 특가판매라는 장터에 갔더니 무려 200마넌하는 MTB(BMC)를 70% 할인해서 60마넌에 준단다. 고민이 된다. 옆에 20마넌 짜리도 있는데..
큰 용기를 내서 질렀다. 종주넘은 이제 주겄다. 이럴땐 나도 통이 큰 것 같다.

이마트에 가서 바가지도 샀다.
모델이고 머고 내 머리통에 가능한 것은 하나밖에 없단다.
머리 큰 것이 자랑인 흥서비나 일워니는 헬멧 고르자면 더 힘들거다~

근디 정가 200마넌짜리 잔차는 한달에 한번 머리깍으러 갈때만 탔다. 그것도 퇴근길에 차로 바로 가다보니 잔차는 바람만 빠졌다.

종주넘과는 그냥 막쏘,막양만 몇번 마시다 말았다.
서로 자주보면 건강이 나빠질 것 같다는 데에 공감했다.
역시 동기끼리는 의견이 쉽게 통한다~
인터넷에 보니 그시절의 나의 잔차 실거래가는 내가 산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종주가튼 넘들~^^

어느날 못보던 카톡방에서 성우기넘이 부른다.
잔차방이라나? 잔차 안타는 것을 우찌 알고?
잘 타라고 격려하고 나오니 또 부른다.

잔차방이 졸업40주년기념 국토종주라이딩 방으로 바뀌었다.
참 말이 된다.
차로가면 쉽게 갈 길을 잔차타고 강따라 산너머 구비구비 간다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고 나오니 또 부른다. 성우기넘은 먼 심보인지?
응원군이 필요하다는 말에 눌러앉았다. 공감은 안가도 응원이야 못해주리?

구체적 일정이 올라오고 연습라이딩 사진이 올라오는데 장난이 아니다.
국토종주라이딩 선수단이 정해지는데 성우기와 헌처리의 라이딩 싸부인 옛 IBM시절 동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래서 성우기가 나를 스토킹 했나보다. 초딩동창 싸부를 배려하려고..^^

출발일은 다가오고 응원단도 팔당 출정식에는 동참해 달란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야그와 같은 수법인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잔차 바람을 넣고 처음 한강까지 가봤다. 왕복 43km, 갈때는 갔는데 집에 오려니 죽을 맛이다.
집에서 팔당까지 44km인데 우찌가누?

금욜이라 지하철에 잔차는 못 싣고, 본인이 구멍인 성우기는 출정식장 팔당에서 양평까지는 감독과 응원단이 같이해야 힘이 난다고 우기고...

그래, 가보자.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지~
금욜 회사는 조퇴하고 펑크난 자전거 튜브갈고 집에서 출발했다.

분당에서 탄천따라 한강합수부, 잠실선착장 가니 웬지 뿌듯해진다.
이것 별거 아니네~하다가 고덕 깔딱고개를 넘는데 별게 아닌거이 아니다.
속도는 안나고 힘은 들고 끌바를 하자니 길은 좁고 기어변속 방법도 모르겠다.
먼저 지나갈께용~ 하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얼라 2명이 엄청난 속도로 추월을 한다.
타이즈입고 히프를 곤추세운 뒤태가 괜찮아 보인다. 무쟈게 열받네~

낑낑대며 깔딱고개 넘어가니 쉼터가 있다. 한대 피려고 잔차세우니 추월했던 애들은 이미 한대 피면서 히프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추월당한 처지에 수작도 못하고...
성우기넘이 원망스럽다.

미사리 지나 강가로 엄청난 정글이 보인다.
와~우~ 한강에 이런 장관이 있었나? 쥬라기공원에서 보던 기괘한 모습이다.
(사진1)
사진찍어 마눌에게 카톡보내니 탄성이 나온다.
잔차끌고 카우아이섬 갔냐고?

놀다가 출발하려니 저 뒤에서 팻바이크 탄 헌처리가 부른다.
더디어 선수단 중 1명을 만났다. 반갑다.
수다떨고, 사진찍고, 기어변속방법 배우고, 선수들 현위치들 파악하고는 출발한다.
팔당대교 고바위를 지나니 마음이 편하다.
이제 감독 겸 응원단의 최소 임무는 하겠구나~

팔당 출정식장 숙소에는 성우기와 우기싸부 IBM 옛동료가 이미 와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예전 생각이 스친다. 아직은 그때 모습들이 남아있음이 고맙다~
선수단들이 속속 도착하고 시장보러 가자는 성우기넘을 설득해서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바베큐를 굽다가는 중화반점 주방장이 술만 딥다 마실 것은 안봐도 비디오니까..
(사진2)
{정선,헌철,성욱,나,태훈,병수,세연(우기싸부),경섭(병수친구) -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

주전선수들과 감독이 기념사진 찍고는 식당으로 간다. 에이스 병수가 추천하는 곳이니 믿을만 하다.
맛 자부심이 무쟈게 강한 식당주인이 너스레를 떨면서 식사를 내온다. 맛이 괜찮다~
식당으로 기상이와 순혀니가 왔다.
기상이는 충주까지 1구간 선수로 달릴 것이고, 수혀니는 응원차 퇴근하고 바로 왔다.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사진3)
(기상,순현이가 합세한 출정식 전야제)

맛난 저녁과 담소로 화이팅 건배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출정식 전야제 답다!
숙소 앞마당에서 캔맥주와 가무로 전야제의 밤은 깊어간다.

더디어 출발일 !
10km 달린 양수리에서 3명(종주,태곤,현규)의 선수가 조인하여 돼지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12명이 출발한다.
잔차값이나 라이딩 경험은 (종,태)가 앞서는데 웬지 믿음은 현규한테 간다.
30여년 프로세계에서 뛰던 야성은 어쩔수가 없다. 결국 셋중 현규만 종주했다~^^

감독 겸 응원군은 양평(팔당~양평 31km)까지만 가려는데 빠져야 할 장소를 모르겠다.
가다보니 양평역을 지났버렸고...
(사진4)
(사진5)

먼 고개가 이리 기노? 노릿재 고개에서 끌바 안한 선수는 인간도 아녀~
(사진6)
(노릿재 정상에서 12인)

이포보까지는 선수단을 따라갔는데...
(사진7)
50km가 지나자 힘이 부친다.
이제 응원단과 감독의 본분으로 돌아가야겠다.
근디 돌아갈 기차역이 없다..
우쨌던 여주까지는 가야지~ 밥도 먹고 기차도 탈수 있다.
(사진8)
더디어 여주보에 도착. 믿음직한 새싹에이스 현규와 한컷. 현규야, 잔차값이나 라이딩 짠밥에 기죽지 말고 너만 믿는다~^^

팔당출발 64km를 달려 여주쌀밥 집에서 꿀맛가튼 점심먹고 다시 출발들 하는데 웬지 맘이 짠하다.
건강한 완주를 당부하는데 종주넘이 한마디 한다.
아들 군대보내는 심정이냐고~?

그래, 이넘들아 우쨌던 건강하게 다녀오너라~♡
다들 고맙고 넘좋은 추억이었다.
장하다~! 자랑스럽다~! 용27 라이딩팀~!

[UsbiohC]

그니까 결론은 첫날 44km 둘째날 65km했다는 건데...엄청나시군여 지가 처음 할 땐 한강까지 20km갔다가 죽는 줄 알고 끌고 왔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