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右’ 와 ‘右左’ 의 존비 귀천
동서남북의 표현이 나라의 말에 따라 다른 것과 같이 오른쪽과 왼쪽에 관한 용법도 나라의 말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인 경우를 말하면, 오른편은 영광과 권능과 축복 등을 나타내는 반면에 왼편은 수치와 비천과 하대(下待) 등을 나타낸다. 성경에서는 예수께서 종말에 심판하실 때 구원받을 자(비유: 양)와 멸망받을 자(비유: 염소)를 구별하여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으로 갈라 세우신다고 하셨다(마 25:31-46). 그리고 목사가 축도를 할 때에도 한 손으로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오른 손으로 하지 왼손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미국의 boy scout 에서 볼 수 있는바, 거기서는 악수를 하는데 오른손으로 하지 않고 외손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우리말에서는 두 가지 양상이 나타난다. 그 하나는 왼편을 오른편에 우선하는 경우와, 다른 한편으로는 위에서 말한 일반적인 경우와 같은 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조선왕조 때의 관직 서열을 보면 영의정(領議政) 다음으로는 좌의정(左議政)이고 그 다음이 우의정(右議政)의 서열로 되어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오른편과 왼편을 아울러 말할 때는 언제나 ‘우좌’(右左)가 아니고 ‘좌우’(左右)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左右間,’ “左之右之한다,” “좌우합작”(左右合作) 등과 같은 경우이다.
그러나 ‘左’는 옳지 못함과 내려감을 의미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좌도’(左道)는 바르지 못한 도(道)를 가리키고, ‘좌천’(左遷)은 관직이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그 외에 인간에게 극히 소중한 것을 만지거나 다룰 경우 예컨대 숟가락질을 하거나 책장 넘기는 일 등은 반드시 오른손으로 하고, 대변을 보고 밑씻는 것은 왼손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말에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보면 좌편이 우편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