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식중독 이렇게 대비하자
“선생님, 배가 아파요!”
응급실에 움켜쥔 배를 펴지도 못하는 할머니 한분이 오셨다. 퀭하니 들어간 눈은 밤새도록 화장실을 다니면서 설사와 구토로 인해 야기된 수면 부족을 대변하고 있다. 떨어진 혈압과 사지마비를 일으키는 증상은 겉보기엔 뇌졸중과 유사 하지만, 식중독에 의한 심한 탈수 증세 때문이다. 사실 어린이나 병약한 노인들은 반복되는 단순한 설사만으로도 몸속의 심한 전해질과 수분 손실을 초래하여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김밥 2개밖에 안 먹었는데...” 한숨 섞인 할머니의 혼잣말이다.
결국 식중독이란 “음식물 섭취에 따른 건강장해”를 뜻하지만, 음식물 섭취 등에 다른 기계적, 물리적 장해는 식중독의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식품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부착, 증식하거나 독성물질의 혼입 또는 잔류에 따른 건강장해”를 우리는 식중독이라고 부른다.
식중독에 의한 증상은 개개인의 특성, 섭취한 음식물 그리고 식중독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식중독의 종류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세균의 감염이나 균의 독소 등에 대한 세균성 식중독과 식물성이나 동물성 식품의 독소에 의한 자연독 식중독, 그리고 오염 및 잔류된 유독, 유해물질의 알레르기에 의한 화학성 식중독이 그 예이다.
이 중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식중독이며 주로 우유, 달걀, 닭, 육류 등을 먹고 난후 6-48시간 내에 발생한다. 이때는 심한 복통과 설사, 구토, 발열, 오한 등이 나며 물설사의 경우 피나 점액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중증인 경우에는 경련이나 의식장애를 일으키고 심장이 약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요즘 같은 여름철에 잘 발생하는 식중독이다. 이 균에 오염된 단백질과 수분이 많은 크림, 샐러드, 육류(햄 등의 돼지고기 제품)를 섭취 후 1-6시간 안에 발생한다. 이 독소는 끓여도 파괴 되지 않고, 심한 구토나 설사, 복통을 일으키며 24시간 이내에 대개 회복이 된다. 음식에 침이 묻지 않도록 해야 하며, 끓인 음식이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장염비브리오에 의한 식중독은 일본등지에서 하절기 식중독의 5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식중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여름철에 어패류등 해산물을 날로 먹고 발생하는데 장염, 패혈증, 콜레라 등을 일으킨다. 이 균은 육지에 가까운 바다에 살며 어패류에 붙어서 번식하는데 생선회를 먹은 후 대개 48시간 안에 발생한다. 설사, 복통, 발열, 오한, 구토 및 피가 섞인 설사가 동반되기도 하며 5-6일안에 치료가 되기도 하나 사망하는 수도 있다. 특히 간질환이 있는 자나 B형 간염 보균자는 반드시 생선이나 조개를 익혀서 먹도록 해야한다.
O-157균에 의한 식중독은 최근 일본, 미국 등에서 수많은 환자가 발생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주로 햄버거, 우유, 사과쥬스, 요구르트, 치즈, 발효소시지, 상추, 무순 등 발아 채소를 먹은 후 설사와 복통, 경련 및 의식 장해까지 유발한다. 생야채는 잘 씻고, 고기는 완전히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O-157균은 열에 약하므로 75℃이상의 더운 물에 1분 이상 끓여서 식품 중심부가 잘 익도록 함이 좋다.
이런 식중독의 예방 대책은 없을까?
요리와 보관 그리고 청결이 대원칙이다. 청결은 단순히 깨끗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청결한 재료, 청결한 제조 장소, 청결한 기구, 식품 취급자의 청결을 의미한다.
첫째 식사 전이나 요리 전에 손을 반드시 깨끗이 씻는다. (많이, 자주 씻을수록 좋다.) 특히 화장실을 다녀온 후나 외출 후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둘째 부엌의 표면을 아주 깨끗이 한다. (조리대, 도마, 칼, 행주 등 항상 청결을 유지한다.)
셋째 야채나 과일은 여러 번 깨끗이 흐르는 물에 씻도록 한다.
넷째 생선을 손질할 때는 아가미, 내장 등을 제거 한 뒤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 끓이고 칼, 도마도 잘 소독한다.
다섯째 쓰레기를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파리를 없앤다.
여섯째 식품은 곤충, 쥐 기타 동물들을 피해서 보관한다.
일곱 번째 아무리 좋은 성능의 냉장고라도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냉장고를 너무 과신하지 말라. 냉장고의 보관은 냉장고 부피의 2/3이상은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냉장고에 대한 과신은 여름철 식중독에 대한 방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덟 번째 음식물은 익혀서 먹고, 물은 반드시 끓여서 먹는다.
아홉 번째 냉장고에 보관해둔 한번 조리된 식품은 반드시 철저하게 재가열하여 먹는다.
열 번째 날 음식과 조리된 식품이 섞이지 않도록 한다. (식육이나 어패류 등은 비닐봉지나 용기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
열한번째 상가, 예식장등 집단 급식 때는 날 음식은 가능한 접대도 먹는 것도 삼가는 것이 좋다.
열두번째 손에 상처가 났을 때는 육류, 어패류를 만지지 않는다.
열세번째 가능한 음식물에 침을 묻히지 않는다. 입과 목 속의 균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열네번째 가공식품을 구매시는 유통기간을 반드시 확인 하도록 한다.
식중독의 응급조치는 우선 식사를 한 사람들이 같은 형태의 증상인가를 확인한다. 특히 저항력이 없는 유아나 고령자가 구토를 동반한 식중독때는 기관지내에 구토물이 막히는 일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에 걸렸다고 느껴지면 우선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얼마 전 우리나라 전체를 경악케한 “불량만두”사건도 넓은 의미의 식중독이라고 한다면, 정부의 “불량식품 포상금 제도의 인상”은 국민적 차원의 바람직한 식중독 예방대책이라고 하겠다.
자료제공: 박언휘(박언휘종합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