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역 철길은 눈에 살포시 덮혀 있었고 거리는 조용했다. 겨울 바람에 맨 몸으로 내던져진 낡은 간판과 탄광 조형물만이 여기가 탄광 지역임을 알게 해준다.
길 끄트머리에 천막 몇개가 보였다. 장날이란다. 각종 과일 야채 과자등을 팔고 있다. 무릇 장날이라면 그지역 특산물을 파는게 대부분이니 그럼 여기는 연탄을 팔아야 하는게 아니냐고 너스레 하며 붕어빵 파는 아줌마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 장날은 열흘에 한번 열린단다. 열흘장은 들어본 적이 없다했더니 10,20,30일에 열리고 ,저 건너편 쪽 동네는 오일장으로 열린단다. 붕어빵은 천원에 네개이다. 이천원어치를 사서 한개를 꼬랑지부터 베어 물며 진작 눈여겨봤던 뒷편 플라스틱의자에 앉아계신 할아버지 두분께 이것저것 질문을 건넨다.
여기 탄광도 이제 6개월 지나면 문을 닫는단다. 25년 광부로 일한 할아버지들이다. "탄광이 잘될때는 지나가는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니 할아버지도 술집 마담에게 돈 흩뿌리고 다니고 화투놀이도 하셨죠.에이 마나님은 속 엄청 상했겠다" "여기 마누라들도 잘 나갈때는 지네끼리 돈 펑펑 쓰고 다녔어 대낮에도 술들 먹구. 가끔 탄광책임자가 마누라들에게 남편들이 일하는 갱도 아래를 보여주기도 했어 그럼 마누라들이 막 울고 그랬어 근데 그때뿐이지 뭐 힛"
지나가던 한 아줌마가 내게 잔소리한다. "저 할아버지들이 뭘 알어 탄광역사를 알고싶음 역사내 해설사에게 들어야지 거기 가야 정확해 그리로 가봐"
정확한 역사 란게 뭘까... 답사를 가면 해설사분들은 시대별로 그 지역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각종자료들도 넘치도록 준다. 정확하겠지...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건 그 곳의 지금의 시간들이다. 그 지금의 시간엔 어차피 과거도 있다. 과거의 기록은 분칠을 덕지덕지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시간 이란게 그런거다. 적당한 뼈대위에 아름다움은 과장되고 아픔은 축소된다. 오히려 그 반대일때도 있다. 상처가 좋은 상품이 되기도 하니 아픔을 최대한 좌판에 벌려놓는다.
그래서 난 여행가면 그 지역 지금의 사람들이 늘 궁금하다. 혼자 돌아다니며 쓸데없는 농담을 주고 받다보면 오히려 과거의 민낯이 잘보인다. 과거의 민낯이 지금이고 지금의 민낯이 미래의 또 어느 지금이 된다.
아버지가 광부였기에 탄광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친구에게 그래도 그 때는 부자 였겠네 라고 하자 " 부자 글쎄 지금 생각해보니 돈은 많았겠지 아니 돈들은 많이 흘러다녔는데 정작 집에는 그리고 내 주머니엔 없었던 것 같아...그냥 어른들은 저녁이면 술 취해있고 친구끼리 부부끼리 싸움박질 하는 걸로 날은 저물었지. 우린 새까만 손을 씻지도 않고 잠이 들곤했어. 그리고 다음날은 또 아무렇지 않게 하루가 시작되지...탄광갱도가 무너졌다는 싸이렌이 울리기 전까지는 그리...그러나 울음의 시간은 짧고 다시 그리...살았어"
첫댓글쇠바위마을은 적적했지요. 10일장 좌판에는 지역농산물도 있고 외지물품도 있는데 흥정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요 .
철암탄광역사촌 전시관 벽에 걸린 흑백사진만 과거의 기억을 회상시켜줍니다. 제발로 찾아온 해설사는 열성으로 해설하는데 듣는 사람의 표정은 무덤덤합니다.
사진 중에는 막사같은 탄광촌 주택이 있는데 왠지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에 절에서 강수연을 범한 남자와 같이 절을 떠난 강수연이 잠시나마 행복을 누리던 탄광촌의 하꼬방 같았습니다. 퇴근하던 남편을 웃으며 기다리던 강수연의 삶은 남편을 갱도 매몰사고로 잃고 속세의 또 다른 슬픔으로 옮겨가지요.
또 한 장의 사진은 부족한 거주구역을 확보하느라 개천 위에 기둥을 받쳐 지은 까치발집이었지요.
10일장의 할아버지나 해설사의 설명이나 다 듣기좋게 각색되는 면도 있겠지요. 영화도 좋은 각색을 거쳐 스토리가 완성되는 게 아닐까요?
올해 탄광이 멈추더라도 철암역을 지나는 열차는 전기기관차로 바뀌어 있듯 새 세대의 발길은 이어져 탄광의 역사를 더듬는 현장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첫댓글 쇠바위마을은 적적했지요.
10일장 좌판에는 지역농산물도 있고 외지물품도 있는데 흥정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요 .
철암탄광역사촌 전시관 벽에 걸린 흑백사진만 과거의 기억을 회상시켜줍니다.
제발로 찾아온 해설사는 열성으로 해설하는데 듣는 사람의 표정은 무덤덤합니다.
사진 중에는 막사같은 탄광촌 주택이 있는데 왠지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에 절에서 강수연을 범한 남자와 같이 절을 떠난 강수연이 잠시나마 행복을 누리던 탄광촌의 하꼬방 같았습니다.
퇴근하던 남편을 웃으며 기다리던 강수연의 삶은 남편을 갱도 매몰사고로 잃고 속세의 또 다른 슬픔으로 옮겨가지요.
또 한 장의 사진은 부족한 거주구역을 확보하느라 개천 위에 기둥을 받쳐 지은 까치발집이었지요.
10일장의 할아버지나 해설사의 설명이나 다 듣기좋게 각색되는 면도 있겠지요.
영화도 좋은 각색을 거쳐 스토리가 완성되는 게 아닐까요?
올해 탄광이 멈추더라도 철암역을 지나는 열차는 전기기관차로 바뀌어 있듯 새 세대의 발길은 이어져 탄광의 역사를 더듬는 현장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까치발집
소설을 읽듯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저도 그날장터에서 붕어빵도 얻어먹고 달래사와서 지금껏 곱창김에 얹어서 맛있게먹구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