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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 수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Abstract
This paper discusses the pedagogic merits of teaching students of consecutive interpretation to take notes in their target languages.
Although choosing the language to take notes in is a debatable issue, students stand to benefit more from being trained to take notes in their target languages than in their source languages. The greatest advantage is that it forces them to think about the sense of what they are noting down, instead of taking notes mechanically without analytical thinking.
Experience in teaching Korean-English student interpreters shows that it is very difficult to get them beyond mechanical note-taking, no matter how strongly the point of interpreting "by sense" is driven home to them. Forcing the students to take notes in their target language - English - has proven the most effective way of pushing the students past that threshold into a habit of thinking analytically about the ideas in the SL speech and thinking ahead about the path they will take in re-expressing them in the target language. This in turn results improved delivery with less frequent halts, back-trackings and stammers and more confident and accurate renderings in the target language.
Students trained to note in the target language are required to process far more information in the process of note-taking than those given to taking notes in the source language. Taught properly, they proceed past the "deverbalization" stage to reach a point very close to "re-expression" in the target language, when they take notes. In comparison, students used to taking notes in the source language very often fail to get past even the initial stage of reasoning and analytical thinking.
Initially, the heavy information processing at the outset tends to overburden processing capacity, causing the students to miss out on ideas and details. Yet, it is shown that students eventually learn to effectively manage their processing capacity to handle several concurrent operations without much difficulty.
Based on these observations, the paper concludes with an account of steps recommended for guiding students to take notes in the target language.
1. 서론
순차통역에서 note-taking의 역할은 통역사가 이해한 내용을 통역시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기억력 보조(memory aid) 또는 기억력 강화 장치(memory reinforcer)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cf. Seleskovitch & Lederer 1995 Alexieva 1994). 따라서 note-taking은 출발어 연설문의 단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 적지 않고, 통역사가 이해한 내용 또는 의미(sense)를 대표하는 장치로서 부호(symbol, sign)이나 키워드의 형태로 노트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영 순차통역을 지도하다보면 학생들로 하여금 분석된 의미를 노트하도록 유도하는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임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원문을 분석해서 도출한 의미나 아이디어를 노트하라고 강조해도, 실제 연습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우리말 단어를 의미 분석없이 받아 적기 바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원문의 의미에 대한 분석 작업이 실제 통역 시점까지 미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원문의 의미에 대한 분석작업과 통역 발화를 동시에 수행하게 되기 때문에 통역이 자주 끊기게 되며, 또한 우리말 단어를 받아 적어 놓은경우 우리말의 언어적 표현을 직역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note-taking의 입문 단계에서부터 노트 이전에 원문에 대한 분석작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필요시 강제할 수 있는 학습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눈문에서는 노트를 도착어인 영어로 하는 것이위 문제의 해결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가를 고찰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note-taking의 목적과 특징
note-taking의 목적은 원문을 통역사가 분석해서이미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기억에서 불러내기 위한 보조도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Seleskovitch and Lederer 1995:28) 연사가 한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속기"와 달리 note-taking에서는 통역사가 이해한 것을 나중에 쉽게 기억해 내기 위하여 노트로 남겨 놓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노트를 하는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기억력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relieve memory)이며, 둘째는 연사의 메시지의 구조를 기억에서 불러내는 것(jog the interpreter"s memory)이다(Jones 1998:43-4).
순차통역의 경우 통역을 하는 단위의 시간이 긴 경우에는 5-6분에 달한다. 통역사는 5-6분 동안 연사의 말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머리에 담아 둔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기억할 수없다. 특히, 논리에 근거하여 기억해 낼 수 없는 숫자나 고유명사가 많은 경우, 기억에 의존하여 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한 내용은 노트를 해 놓으면 기억력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대신에 연사의 말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보다 많은 정보처리 자원을 배분할 수있다. 또한,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통역사라도 이런 내용까지 기억하려고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순차 통역시 보통 한 명의 통역사가 수 시간을 연속해서 통역을 하기 때문에 기억력에 과부하를 걸면 피로도도 쉽게 올 수 있다.
이러한 세부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노트는 원문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기억해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통역사가 연설의 내용은 분명히 이해했지만실제 통역에서 그 내용 중의 특정 부분을 기억해 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중심적인 아이디어와 부수적인 아이디어의 구분, 중심적 아이디어 간의 논리적 관계 등, 원문의 의미적 구조를 노트에 남겨 놓음으로써 그 내용을쉽게 기억해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note-taking의 성격 때문에 note-taking은 속기나 강의 노트와 같은 다른 형태의 담화의 기록과 차이가 난다. 첫째, 속기나 강의 노트의 경우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트는 통역사 개인이 이해한 내용을 스스로가 참조하기 위하여 적어 놓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트는 그것을 기록한 통역사 개인에게만 유용하며, 다른 사람은 그 내용을읽어 낼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둘째, 속기나 강의 노트는 몇 일 후에 보아도 알 수 있도록 기록하는데 반하여, 노트는 연설이 끝난 후 통역이 이루어지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사용되도록 고안이 되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지나면 노트의 내용이 기억에서 매우 빨리 상실되는 것이 특징이다. 노트를 한 통역사가 전체 회의가 끝난 후 자신의노트를 보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할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로 위의 이유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2.2 노트가 되어지는 내용
위에서 note-taking에서 적어 놓은 내용은 기본적으로 기억을 부담을 덜어 주는 용도와 기억된 내용을 불러내는 용도 2가지라고 설명했다. 이것을 좀더 자세히 거론한다면 첫째 용도로 적어 놓는 노트는 숫자, 날짜, 이름, 리스트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둘 째 용도로적어 놓는 노트는 핵심적인 아이디어, 아이디어간의 관계, 관점, 시제 등 양상적 요소(aspectual elements)등을 들 수 있다. (Jones 1998: 45-8)
Seleskovitch & Lederer (1995:29-30)는 비슷한 내용을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기억력에 과부하를 줄 수 있는(overload memory) 내용으로 숫자, 고유명사, 기술적 용어와 같이 직역이 가능한(transcodable) 용어 및 나열된 항목(lists)가 있다. 다음에는 "담화의 상황을 설정해 주고 연설의 진행되면서 펼쳐지는 논리의 궤적을 형성하는" 동사의 시제(verb tense)나 연결어(links)가 있다. 마지막으로 키워드나 기호(symbol) 그림(picture)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중심 아이디어가 있다.
Alexieva (1981:201-2)는 통역사가 연설 내용과 얼마나 친숙한 정도(familiarity)를 기준으로 친숙한 내용보다는 친숙하지 않은 내용을 노트하는 것을 권장한다. 즉, 통역사가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일반 인지패턴(global cognitive pattern)과 연설문에서 접하는 텍스트의 내용(textual world)가 일치되는 경우에는 note-taking이 없이도 기억해 낼 수 있다는것이다. 이에 반하여 새로운 담화의 참여자(participant) 및 아이디어 간의 관계나 상황(relationships and/or circumstances)는 기억해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억을 보조해주는 장치(memory reinforcer)로서 노트가 필요하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문장의 theme -rheme (이미 앞에서 알려진 정보 새롭게 도입된 정보) 구조에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 보다는 새로운 내용은 rheme의 핵심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해 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2.3 노트의 체계화
note-taking의 구조(structure)에 관해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 있다. 신속하게, 간결하게 그리고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Seleskovitch & Lederer 1995:31).
이런 원칙하게 구체적인 방식으론 수직적으로(vertically) 그리고 대각선 방향으로(diagonal lay-out)으로 노트를 써 내려감으로서 전체적으로 계단식 모양(step pattern)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일반 원칙이다. 이러 식의 노트의 배열은 글을 읽을 때 눈이 좌에서 우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에 노트를 보고 그 구성 요소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한다 (Jones 1998:49-53).
그렇다면 위의 원칙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노트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해야 하는가? 가령, note-taking의 체계화를 극단적으로 강조한다면 주어-동사-목적로 이어지는 문장의 기본 뼈대와 기타 동사에 붙는 시제나 양상(aspect) 그리고 다음 문장과의 연결 등, 문법적 요소 하나하나에 언어적 또는 비언적 사인(sign)을 부여하여 note-taking 자체가 하나의 문법적 체계를 갖도록 구성할 수있다. 그 만큼 통역사가 기억하고 사용하는 사인의 종류와 수도 방대할 것이다. note-taking의 체계화는 Ilg(1980; 1982)나 Krchhoff(1979)와 같은 학자들의 연구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실제로 "note-taking의 문법"이라는 이름하에 매우 체계적인 note-taking의 구조화가 시도되기도 했다 (Allioni 1989).
그러나 note-taking의 체계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통역사들의 통역 기술, 기어력 활용의 효율성, 배경 지식, 텍스트나 담화의 구조를 보는 눈이 확대됨에 따라 체계적 note-taking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는데 공감을 한다 (Allioni 1989:191). 오히려 일반적으로 노트의 구조가 체계화되면 노트가 지시하는 의미에 대한 분석이나 생각(listening for sense)이 없이 마치 원문을 받아 적듯 기계적으로 노트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Seleskovitch and Lederer 1995:28).
실제로 note-taking에 너무 집작할 경우 통역의 질(performance)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실제 통역사로서 오랜 경험을 가진 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고,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Gile (1990)은 통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노트에 너무 많은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전체 정보처리 능력이 저하되어 원문의 의미 파악이 부실해 진다고 지적한다.
Alexiva(1994:202)도 글을 쓰면서 대화를 하면 대화에 집중할 수 없듯이, 순차통역에서도 note-taking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Jones(1998:43)도 순차통역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SL speech에 대한 이해와 분석(understanding and analysis) 그리고 TL로의 표현(re-expression)이며, 이것이 안 되면 아무리 노트를 잘해도 좋은 통역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노트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통역은 원문의 직역이 되기 쉽고, 원문의 이해와 분석에 집중하지 못해 오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트는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일 뿐이다는 지적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note-taking은 어디까지나 기억에 대한 보조 도구로 활용될 때 그 가치가 있으며, note-taking이 원문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대체하거나저해한다면 그것은 노트를 하지 않은 것 보다도 안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순차통역을 지도하는 강사는 한 편으로는 note-taking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note-taking에 의존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순차통역의 입문 지도는 정교한 지도안(instruction plan)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2.4 노트가 이루어지는 시점
위 논의와 관련하여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은 "note-taking은 순차통역의 과정 중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Seleskovitch(1978)가 주창한 해석이론(interpretive theory)에 따르면 통역은 출발어의 연설을 듣고 분석해서 이해하는 단계(understanding), 분석된 의미에서 출발어의 언어적 형태가 떨어져 나가는 단계(deverbalization),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탈 언어화된 의미가 도착어에서 다시 언어적 형태를 입는 단계(reformulation)로 구분된다. 이 3단계에서 Seleskovitch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자들은 note-taking이 의미가 파악된 후에 note-taking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Weber(1989:161)도 다음과 같이 순차 통역의 단계를 5개로 구분하면서 note-taking을 의미 분석단계 이 후에 오는 것으로 설명한다.
Phase one HEARING
Phase two LISTENING
Phase three- ANALYZING
Phase four MEMORIZING AND/OR NOTE-TAKING
Phase five - INTERPRETING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하지 않은 것은 note-taking과 deverbalization간의 관계이다. 즉, note-taking이 deverbalization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느냐 아니면 그 후에 이루어져야 하느냐는 문제이다. deverbalization 이전이라면 원문의 의미는 파악했지만 노트를 한국어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deverbalization 이후라면 노트를 영어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두 경우의 장.단점에 대하여서는 뒤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3. 한-영 순차통역과 관련된 문제 제기
지금까지 우리는 순차통역에서note-taking이 차지하는 역할과 기능을 살펴 보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노트가 되어지는 내용은 고유명사나 기술 용어와 같이 특별한 의미의 분석이 필요없이 바로 도착어의 용어로 대체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중요한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간의 연결고리와 같이 원문의 의미가 분석되지 않고는 노트가 되어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note-taking은 원문의 의미 파악이 끝난 후에통역사가 이해한 내용을 통역시 쉽게 상기할 수 있도록 노트로 적어 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영 순차 통역을 지도하다 보면 학생들이 의미 파악없이 기계적으로 노트를 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아무리 연설의 핵심 아이디어와 부수적인 아이디어를 구분하고 아이디어 간의 논리적 연결 고리를 파악한 후에 노트를 하라고 강조를 해도, 실제 통역 연습에 들어가면 귀에 들리는 우리말 단어를 받아 적기 바쁜모습을 발견하게된다.
그 결과, 실제 통역에 들어가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우리말 단어나 표현의 직역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의미 또는 메시지에 대한 분석이 없이 귀에 들려오는 우리말을 적어 놓다 보니까 통역에서는 노트가 된 우리말 단어나 표현을 직역하게 된다. 그 결과 통역은 연사가 의도한 의미와 동 떨어지거나 그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게 된다. 또한 표현법에 있어서 영어답지 않고 한국어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둘째, 통역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반복이 심하다. 의미 파악을 통역시점으로 미루어 놓았기 때문에 노트를 보고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통역의 흐름을 끊어 놓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 파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우 긴 침묵이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을 피하기 위하여 완전한 의미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역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결국 이미 한 말을 정정해서 다시 말을 해야 되는 "반복"으로 귀결된다.
한-영 통역에서 통역의 흐름이 끊기거나 반복이 발생하는 또 다른 요인은 한국어로 적어 놓은노트를 직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대응어나 대응 표현이 쉽게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적 능력이 불충분하다는 문제로 넘겨버릴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해당 통역사가 note-taking 이전에 의미 파악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영어로 쉽게 표현할 수있는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언어적 능력 보다는 우리말에 1:1로 대응하는 영어 단어나 표현을 찾으려는데서 오는 어려움이 근본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자명하다. 학생들로 하여금 note-taking을 하기 전에 한국어 연설문에 대한 의미 파악을 하도록 지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 원칙에모두가 찬성을 하지만 그러한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에게 note-taking 전에 의미 파악을 하라는 원칙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습과정에서 그러한 습관을 유도하고 필요하다면 강제할 수 있는 지도 방법을 물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런 방법은 있는가?
필자는 여기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함과 아울러 다음 장에서 노트를 도착어 위주로 하는 것이이 문제의해결에 기여한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4. 도착어로 노트를 할 경우의 장점
순차통역 훈련 과정에서 note-taking시 의미 파악을 먼저 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트를 도착어, 즉 영어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역에서 사용하는 노트의 형태는 크게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비 언어적이란 화살표나 원과 같이 기호(sign 또는 symbol)를 의미하며, 언어란 단어나 또는 약어를 의미한다. 모든 대상물, 아이디어 및 논리적관계를 기호로만 표현할 수없기 때문에, 통역사들은 실제로 언어적 노트를 많이 사용한다. 학생들을 보면 언어적 노트를 출발어인 한국어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영어로 하도록 지도하자는 것이다.
"노트를 어느 언어로 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하고, 또 각 주장이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가령, Alexieva (1994: 205)는 출발어(source language)로 노트를 할 것을 주장한다. 도착어(target language)로 노트를 할 경우, 연사의 말을 듣고 기억에 담거나 노트를 하는 작업자체만으로도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거기에 언어를 바꾸는 작업(transcoding)을 병기할 경우, 정확한 context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노트의 에러(error)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의미에 대한 최종 판단은 통역단계(production phrase)까지 미루는 것이 좋으며, 그렇게 해야, 순차통역이 가지고 있는 "시간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점"(delayed commitment strategy)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eleskovitch & Lederer (1995: 37-39)는 반대로 도착어로 노트를 할 것을 주장한다. 우선 출발어로 노트를 할 경우 위에서 제기한 문제, 즉, 연설문의 의미에 대한 분석 없이기계적으로 원문의 단어를 받아 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역은 원문의 의미가 아니라 언어적 표현을 직역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게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출발어로 노트를 하면 출발어의 구문 구조가 반영될 소지가 많으며 그것이 도착어의 어순과 크게 차이가 날 경우에는 노트에 있는 내용을 도착어로 표현하는데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노트의 내용과 구조는 출발어에 맞도록 하는 것이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일각에서는 노트를 특정 언어로 해야 한다고 못 밖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제시하고 있다. 통역사의 필요에 따라 그리고 편리한데로 선택해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출발어나 도착어가 아닌 제 3의 언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Jones 1998:67). 가령, 한-영 통역의 경우 한국어나 영어가 아닌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제 3의 언어를 사용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note-taking을 특정 언어로 해야 한다는 불변의 원칙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 밝혔듯이 한-영 통역 훈련에서 노트를 하기 전에 의미분석을 하는 습관을 강제한다는 실용적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노트를 영어로 하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란 의견이다.
단 모든 것을 도착어로 노트할 필요는 없다. 고유명사나 사물의 명칭 같이 논리적인 의미 분석을 요하지 않는 말, 소위 직역이 가능한 단어(transcodable words)라면 출발어로 노트를 하여도 상관이 없다(Seleskovitch 1978:98). 또, 어떤 상태, 상황, 동작, 논리적 관계를 표시하는 기호가 있다면 그 기호를 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언어로 노트를 해야하는 경우, 사물(entity)간의 관계를 설정해 주는 동사구나 기타 논리적 연결 정보는 그 의미를분석하여 그 의미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영어 단어로 노트를 하는 것이여러모로 이롭다.
무엇보다도, 담화의 콘텍스트가 가장 선명한(fresh) 시점에서 분석된 의미를 바로 도착어로 전환하여 노트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도착어 표현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우리말로 노트를 할경우, 통역할 시점이 되면 노트가 된 내용이 위치한 콘텍스트가 불분명해질(less fresh)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우리말 노트의 내용을 영어로 표현하는데 직역의 유혹이 강해지고 영어 표현의 구체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동사구가 관용적이거나 수식적 요소가 강한 경우 더욱 그렇다. 실제로, 통역 수업에서 보면 관용표현이나 수식적 표현을 한국어로 받아 적어 놓고 그것을 직역하려고 하다 막혀서 머뭇거리는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한-영 통역에서 도착어로 노트하는 경우 또 다른 장점은 궁극적으로 통역의 퍼포먼스가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다. 즉, 영어로 된 노트는분석된 의미 뿐만 아니라 그것을 도착어로 어떻게 표현하겠다는 방향까지도 제시를해 주기 때문에 의미 분석 뿐만 아니라 특정 표현을 선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 주어 큰 끊김이 없는 통역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 또한 내용 뿐만 아니라 노트의 배열까지 도착어인 영어의 정보 구조에 맞게 할 경우 (가령, 주어-동사-목적어를 다 노트하는 경우 우리말에서 문장 끝에오는 동사부에 해당하는 노트를 영어에서는 주어에해당하는 노트 뒤로 올려 놓는다) 훨씬 더 짜임새있고 일관된 통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사의 말의 의미를 분석해서 그 내용을 도착어로 노트한다는 것은 통역의 과정에서 note-taking이 탈 언언화 과정을 지나서 도착어로 재표현하는(re-expression) 단계에 근접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민한다. 이것이 더 발전하면 특정한 아이디어나 논리적 관계를 도착어로 어떻게 표현하겠다는 결정까지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그것이 노트로 남겨질 수도 있게된다. 어떻게 보면 note-taking의 궁극적 도착점은 이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혹자는 note-taking의 생명은 신속성인데, 연설문의 의미를 분석해서 그것을 도착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까지 생각하여 노트를 할경우, 그 과정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가 원문의 내용을 놓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더군다나 도착어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이해된 내용을 도착어로 노트하는 것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여, 반대로 원문의 분석이 부실해 질 수 있다는 주장도 할 수 있다. 위에서 노트를 출발어로 해야 된다는 주장을 편Alexieva가 지적한 점이 바로 이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하면, 수업 시간에 연습으로 하는 통역에 실제 통역 상황에서의 요건을 적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순차 통역의 입문 단계에 있는 학생에게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도착어로 노트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그러한 훈련을 거쳐서 나중에 분석된 의미를 도착어로 노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그 것이 더 큰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유명사, 인명, 지명 등 논리적의미 분석을 요하지 않고 언어적 대응관계로 전환이 가능한(transcodable) 내용은 가장 빨리 노트가 가능한 언어로 한다. 또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기호나 부호(가령, 화살표)로 표시할 수 있는 부분도 그냥 쓰도록 한다.
(2) 그 외에 문장 내의 각 요소들의 관계를 설정해 주는 동사부(주절의 동사 뿐만 아니라 분사구문처럼 명사구 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문구도 포함하여)나 아이디어간 논리적 관계(가령, 목적, 이유, 인과관계 등)를 언어로노트할 경우 도착어인 영어로 노트하도록 한다.
구체적인 지도 방식으로는 다음 2단계의 과정을 제안한다.
(1) 영어로 노트를 할 때에는 처음에는 이해된 내용을 대변할 수있는 일반적인 키워드를 노트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가령, "인과관계"인 경우에는 cause, enable과 같은 단어를 적어 놓는 연습을 한다.
(2) 일정 기간 일반적인 키워드를 사용한 노트 연습 후에는 한 발 더 나가서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영어 단어나 표현의 일부를 노트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가령, cause 대신에 prompt, trigger, fuel, breed, pave the way for 등, 해당 문맥과 메시지의 뉴앙스를 가장 잘 살려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단어를 노트로 사용하도록 연습한다. 물론 이러한 연습은 도착어인 영어에서의 표현력을 전제로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연습은 학생의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촉매의 역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 밖에도 학생들이 원문의 내용을 분석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노트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다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노트하는 것은 허락하되 통역은 노트를 보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 하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Seleskovitch & Lederer 1995:36). 노트를 하지만 그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기계적으로 노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노린 연습이다. 이렇게 노트를 보지 않고통역을 하도록 한 후에, 노트를 보고 다시 통역을 하도록 시키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함으로서 노트를 보고 할 때와 보지 않고 할 때의 차이점을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과 더불어 위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도착어로 노트를 하도록 훈련을 시킬 경우, 연습의 특성상 내용 분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트를 하는 위험(risk)가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내용 분석후 노트를 하는 습관을 키워나가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본 논문에서는 한-영 순차통역 교실에서 note-taking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원문의 내용을 마치 "받아 쓰기"를 하듯 기계적으로 노트하는 것을 막고, 항상 원문의 의미를 파악한 상태에서 노트를 하는 습관을 키워나가도록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방안을 고찰하였다. 그 결과 일부 내용을 도착어인 영어로 노트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그러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결과 드러나는 노트의 모습은 외양적으로는 사인이나 심볼(symbol), 출발어, 도착어 단어 등이 혼재된 하이브리드(hybrid)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내용은 반드시 도착어로 노트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노트의 내용에 따라서 사용되는 노트의 종류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것은 통역사에게 가장 "편한" 노트의 종류를 사용하라는 일반적 조언 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이론적이다.
이 논문에서 제시된 주장은 문헌 연구와 필자의 학생 지도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실험이나 일정 기간에 걸친 연구(longitudinal study)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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