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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봄에 다녀온 동해안 트레킹코스입니다.
제 개인블로그에 게재했던 것을 이번에 트레킹 카페 '마이 힐링로드'가
오픈하면서 글과 사진을 올려봤습니다>
'길'과 '도로'는 동의어(同意語)지만 동해안 트래킹족에게는 의미가 다른것 같습니다.
동해안에는 잘닦인 '도로'는 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은 마땅치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변 모래사장을 걷고 바닷가 야산을 헤쳐나가고 위험한 해안도로를 걸으니
반나절의 도보여행이 금방 지나갈 만큼 쏠쏠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동해안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모 산악회 회원인 후배의 권유로 동참했습니다.
말이 동해안트레킹이지 청주에서 경주까지 왕복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트레킹 시간은 고작 4시간 남짓합니다.
그러나 참가비 3만원을 감안하면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트래킹을 하던 연인이 감포해수욕장 벤치에서 잠시 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트레킹의 시작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신라 문무대왕 수중릉(대왕암)이 있는 해안가 였습니다.
사는곳이 내륙지방이라 주말이면 기껏 인근 대청호를 드라이브하거나 산행만
하다가 모처럼 바다를 보니 상투적으로 표현하면 가슴이 확 트였습니다.
동해안에는 '올레길'이나 '둘레길'같은 새로 개발된 트레킹코스가 없다보니 걸어가는 곳이 그냥 길입니다.
드라마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청주 수암골처럼 빛바랜 사진속의 70년대 골목길 같은 어촌의
골목풍경이 그렇고 갈대가 우거진 해변 숲길도 나옵니다.
아직은 사람들의 인적이 드믄 해수욕장도 수시로 이어집니다.
등산화가 쑥쑥 들어가는 해변 모래를 박차고 걷는것은 만만치않지만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이럴때 아니면 언제 걷겠습니까.
제대로된 길이 없다보니 인근 야산에 군인들이 반공호를 따라 길을 낸곳도 나옵니다.
군부대 막사가 있고 철조망이 쳐진 울타리 가운데에 두툼한 자물통으로
굳게 잠긴 철문을 간신히 빠져나가야 하는 길도 있습니다.
<한적한 어촌에서 할머니가 채취한 미역을 널어놓고 바다바람에 말리고 있다>
가장 재밌는길은 어촌을 관통하는 골목길입니다.
마을이 바다와 너무 가까워 혹시 '쓰나미'가 몰려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될 정도입니다.
마을 입구부터 살짝 비릿한 냄새가 길손을 반깁니다.
바다바람이 부는곳을 향해 미역을 널어놓고 있는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할머니로부터 미역 자투리를 얻어 씹어보니 의외로 감칠맛이 납니다.
바람이 싱그럽고 날씨가 워낙 맑다보니 미역뿐 아니라 북어나 가자미, 넓치등
다양한 생선을 통발위에 말리고 있는 풍경에 눈길이 절로 갑니다.
<감포항주변 바닷가. 이곳에서 10분쯤 더 걸어가면 시끌벅적한 선창가가 나온다>
경주시 문무왕수중릉에서 감포읍까지 거리는 대략 7-8키로미터쯤 되는것 같습니다.
일본 원전사태의 영향으로 회가 덜팔린다는 말도 있던데 감포항구의 횟집은 활기가 넘쳤습니다.
경북 영덕에니 있을법한 대게를 큰 솥에 쪄놓고 지나가는 손님을 부르는 식당도 눈에 띠었습니다.
점심은 간식거리로 대충 때우고 산악회측에서 1만원씩 걷은돈으로 모듬회를 맛만 보았습니다.
매운탕이 안나오니 웬지 허전해서 선창가 한켠의 허름한 식당에서 해물칼국수를
사먹었는데 청주에서 먹던 맛하고 전혀 다르더군요.
내륙지방에선 바지락이 많이 들어가던에 이곳은 주로 굵은 다시마와 얇게썬 고구마로 국물맛을 냈습니다.
면발이 쫄깃쫄깃한것은 기본이고 국물이 훨씬 깔끔하고 담백했습니다.
<감포항에 설치한 전망대. 아직 관광객이 별로 없어 한산하다>
내륙지방에서도 흔히 먹을수 있는 회를 먹는 대신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입맛에 맞는 지역의 고유의 음식을 사먹을 수 있도록 자유시간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선창가에는 가자미찌게, 회국수, 갈치찌게, 북어찜등 전문식당이 즐비해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제주 올레길, 대청호 둘레길 일부구간과 괴산 산막이길을 걸어보았지만 나름대로 특색이 있었습니다.
경주 감포 트레킹코스도 독특한 정취가 있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일주일 일정을 짜놓고 걷는다면 트래킹의 참맛을 알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