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계에서 조폭 코미디가 관객의 호응을 얻는 것에 대한 무조건 적인 비판은 보수적인 평단의 몫이거나, 지독하게 전투적인 일부 관객들의 몫이 아닐까요? 여전히 ‘가문의 영광’이 대박을 내는 영화계의 현실을 보면, 비평가들이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쓰레기라고 치부해 버리는 문화 상품에 오히려 관객이 몰리는 아이러니를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설마 관객 또한 쓰레기 취급 하는 퇴행적 문화 우월감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더욱 아니겠지요? 어떤 매체든 간에 새로운 트랜드 출현에 갈증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그 기득권 세력의 두텁고도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를 허물기란 개발자들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조폭 코미디에 대한 고리타분한 시시비비만 봐도 이쯤 되면 대중문화의 주체가 정녕 대중이 맞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캐릭터 개발의 출발점은 결국, 대중의 기호에 편승할 것인가 아니면 대중의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스타일을 전개할 것 인가에 대한 문제 입니다. 이것은 물론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오만한 역설에 의해 탄생한 논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평소의 주관대로 시선은 일관성 있게, 시각은 다양성으로 그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에는 기존의 접근방법과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조금 힘주었던 눈의 근육을 풀고 필자와 함께 그 다양성을 체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강영민 작가는 홍대 희망시장에서 티셔츠에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 팔고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영민앤퍼니를 가보면, 키치 성향으로 가득한 그의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익히 우리가 보아 왔던 캐릭터 스타일의 통념을 뒤엎는 그의 작품들은, 캐릭터 이미지의 럭셔리를 추구하는 몇몇 디자이너들에게는 이질감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한 인상을 갖게 합니다. 물론, 그의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할 것이냐, 일부 매니아 계층에게만 열혈 지지를 얻을 것이냐는 오랜 시간 동안 지켜 봐야 할 일이겠지만 말이지요.
[미디어씨티 서울2000]展의 일환으로 선보였던 을지로 3가의 ‘서브웨이 코믹 스트립’이 한국에는 생소한 <문화테러-반달리즘> 논란을 불러 일으킬 만큼 시끄러웠던 걸 보면, 캐릭터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 아직까지는 나름대로의 엄격한 규율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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