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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로벌빌리지 내에 있는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RainbowSpoon)” 의 요리사 막티흰씨를 만나러 갔다. 레인보우 스푼은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특색 있는 동남아시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식당문을 열자 중앙 테이블에 열 대여명의 단체 손님들이 앉아 계셨다. |
주방에서 일하던 막티흰(베트남)씨는 상기된 얼굴로 바쁜 손놀림 중에 잠시 나와 나를 맞아주시며 바쁜 주문만 처리하고 이야기를 나누자며 미안해 하셨다. 음식을 파는 집에 저녁 7시 인터뷰를 한다고 덜렁덜렁 찾아간 나는 막티흰씨와 손님들을 보고서야 실수를 깨닫고 미안함과 멋쩍음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나 같은 사람을 인터뷰를 해요. 할 말도 없는데”
쾌활한 발걸음에 정감 있는 미소의 막티흰씨는 이제 저녁을 먹는다며 자신이 만든 베트남 쌀국수를 소담히 담아와 테이블에 앉았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손님이 없을 때까지 일을 한다는 그녀는 현재 레인보우 스푼의 요리사, 한 가정의 가정주부, 베트남 통역 자원봉사자(식당일이 한가한 틈을 타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출입국관리국의 베트남 통역 자원봉사를 하러 나간다고 했다), 베트남 모임의 활동가를 꿈꾸며 매일 매일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바쁘시지 않냐는 질문에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후배(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을 막티흰씨는 ‘후배’라고 불렀다)들을 위해 일할 거라고 했다. 아니 활동해서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결혼을 한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배우고 알아가고 해나가야 할 일들이 무궁무진하지만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그녀는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일자리 주선도 하고 있다. 그녀가 힘들었기에 그녀는 그런 힘든 과정을 최대한 줄여 후배들이 일찍 이 나라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 나라에 살려고 왔고 계속 살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잘 하는 그녀는 자신의 나라를 알리는 방법으로 ‘요리’를 선택했다.
그녀는 한국에, 이곳 부산에 살려고 왔고 계속 살 것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의 나라인 베트남을 알리고 싶어 한다. 한국 사람은 향신료를 먹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베트남 요리를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서 선보이고 있지만 그녀는 정통 베트남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먹으며 한국이란 나라를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듯 자신의 베트남 쌀국수와 요리 속에는 베트남이 있고 베트남인이 있다고 했다. 수 백년, 수 천년동안 엄마의 엄마들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온 음식인 전통 음식을 베트남에 가서 맛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부산에서 이루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베트남을 알리고 베트남 음식을 알리기 위해서 우선 적응이 먼저지만 최종적으로 ‘베트남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짧은 설명 속에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동화’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문화적 방식을 표현하고 다문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동등한 주체로서 소수문화를 포섭하고 함께 어울려서 새로움을 창조하기를 원하는 그녀의 바람이 느껴졌다. 이주여성들이 그들의 현재 삶에서 모국문화를 표현하고 이해받는 것은 곧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받는 것은 그녀가, 그녀의 나라가, 그녀의 삶이 인정 받는 것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수용의 모습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막티흰씨와 같이 문화적 욕구와 문화적 권리를 가진 한 개인으로서 이주여성은 한국에서 모국문화를 표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고 발전적인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음식은 우리 나라예요. 부정할 수 없어. 베트남식이여야 거기서 베트남을 느끼지.” “지금은 그래도(지금은 베트남 요리 집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쌀국수 등 베트남 음식을 알고 있지만) 예전에는 없었어. 먹어본 사람이 아는 거예요.” | ||
“난 밥집을 할 거예요. 나 같은 사람이 만든 진짜 음식을 선보이고 싶어요.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이런 음식 말고...(현재 막티흰씨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어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퓨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나중에는 꼭 만들꺼야.” |
“우리 가게에는 베트남 후배들을 쓸 거예요. 저녁이나 함께 먹으면서 함께 어울리고 일
도 배울 수 있게...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 모여서 쉬어도 가고 놀러오기도 하고.. 언제든 가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꺼야. 고향처럼 느끼게 하고 싶어.”
베트남 요리사 막티흰씨는 전통 베트남 음식점을 만들고 싶어한다. 내년, 그 이듬해 아니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멋지게 만들어서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일찍 시작할수록 베트남을 알리는 먼 길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길이 최대한 짧아지길 희망한다.
그녀는 바쁜 일상 속에 짬을 내어 서울에서 열린 ‘한·베(한국·베트남) 가족의 날 행사’를 남편과 함께 다녀왔다. 행사를 하는 내내 준비되지 않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에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녀는 부산에서도 한·베 가족 소모임을 만들고자 한다. 큰 모임이 아니라 최대한 작게 지역공동체로서 소모임이 운영되어야 서로를 챙기면서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명의 뜻을 같이 하는 후배들과 힘을 싣고 있는 중이다.
레인보우스푼에서 일하는 막티흰씨는 우리말로 하면 무지개 숟가락을 들고 부산에 음식을 만들어서 선보이고 싶어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의 꿈을 함께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비 내리는 부산글로벌빌리지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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