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옹선사 만난 틱낫한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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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공포 인류… 행복으로 이끕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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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7일째 봄 날 따사로운 햇살을 만난 꽃봉오리들이 꽃을 피우듯 틱낫한스님의 발길은 느리면서도 부지런하게 서울 전남 부산 등으로 움직였다. 반전시위(22일)에 참여한 스님은 백양사(23일) 송광사(23일) 범어사 행자교육원(24일) 등을 방문해 특강을 했다. 당대최고의 선지식인 서옹스님과 임제종가풍을 이어가는 후손으로서 서로 화합 인류를 행복하게 이끌 것을 약속했다. 승보종찰이자 조계총림인 송광사에서는 대웅전 법상에 초대되는 ‘파격’적인 대우을 받은 스님은 서양문명의 흐름과 지혜의 눈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법문했다. 스님은 또 범어사에서 열리고 있는 행자교육원 특강에서 “수행에서 외부적인 실천도 중요하지만 내부적 바탕을 굳건히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수행자들은 마음의 밭을 가꾸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침을 폈다. 틱낫한스님과 한국불교와 연이은 만남을 요약해 싣는다.
서옹스님의 ‘무위진인’ 참사람 운동
제가 펼치는 ‘깨어있는 마음’과 같아
봄물을 머금은 고불총림 백양사에 세상을 맑히는 법담(法談)이 꽃피었다. 참사람 운동을 펼치고 있는 고불총림 방장 서옹스님과 평화운동가이자 시인이며 세계적 수행승인 틱낫한스님이 만났다.
”임제선사의 임제록이야 말로 선가에서 가장 훌륭한 선 어록입니다”(서옹스님) “ 저도 임제스님의 가풍을 따르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보면 저는 임제종 42세입니다. 올 동안거때 미국의 녹야원에서 임제록을 강의할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스님의 무위진인(無位眞人)참사람 운동에 대해 설파할 생각입니다”
틱낫한스님은 대화 내내 무릎은 꿇고 있었다.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선사에 대한 깊은 존경심의 표현이었다. 서옹스님이 말이 끝나자 틱낫한 스님이 한문으로 ‘무위진인’이라는 쓴 메모를 전해주었다. 좌중에서 웃음이 번졌다. 설선당에는 서옹스님 백양사 주지 두백스님, 지선·법인·금강스님등 20여명의 스님들과 틱낫한 17인의 수행자들, 50여명의 기자 등 100여명의 대중들이 두 스님의 대화를 듣기위해 좌정해 있었다. “지금 인류는 전쟁과 탐욕으로 인해 몰락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처럼 세상을 평화로 이끄는 스님이 인류을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점에서 스님의 수행과 사상은 훌륭합니다” (서옹스님)
“스님의 참 사람과 제가 펼치고 있는 깨어있는 마음은 똑같은 것입니다. 지금 현재가 지금 있는 이 자리가 바로 정토요 극락입니다. 현재에 대한 절대적인 행복과 깨달음 바로 참사람입니다. 저도 예부터 스님의 무위진인 즉 참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틱낫한) 틱낫한스님의 말을 듣던 노선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번져 나왔다. 너무도 평화로운 웃음이었다. 틱낫한스님이 플럼 빌리지에서 쓴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정토. 서옹스님’란 친필 액자와 〈화〉〈힘〉등 저서 10여권을 전달했다. 노 선사의 시자가 부채와 원상을 전달했다. 부채와 원상(圓相)그림에는 노선사가 직접 쓴 ‘청풍잡지(淸風地)’란 휘호가 쓰여있었다. “제가 아침에 손수 쓴 것입니다. 청풍잡지란 ‘맑은 바람은 이세상 어느곳에나 다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점에서 여기가 바로 곧 정토란 말과 통합니다. 참사람 운동과 스님의 평화운동의 그뜻이 같다는 점에서 매우 행복합니다. 또한 참사람운동과 스님의 평화운동이 함께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게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서옹스님) “스님과 저의 뜻은 통하는 것 같아 매우 행복합니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여기에 있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저의 제자들과 저는 스님의 뜻을 이세상에 알리기위해 최대한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틱낫한)
설선당(雪禪堂 )엔 법(法)과 선(禪)의 연꽃이 피었다. 지역과 국경을 초월하고 언어와 인종을 초월한 세계일화(世界一花)가 된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듯 대중들의 마음에 봄꽃이 핀것이다. 선사와 한 수행자의 법담은 전쟁과 폭력 그리고 물질주의에 물든 대중들의 마음을 맑히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남방에서 북방으로 먼 길을 오셨습니다. 스님이 중생들에게 한 일을 듣고 매우 기뻐하고 있던 차 이곳까지 찾아주셔서 너무도 기쁘고 행복합니다”(서옹스님) 차담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노선사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그리고 선사 특유의 활발발한 기운이 넘쳐났다. 그런 선사의 모습을 보던 틱낫한 스님이 제자들에게 손짓을 했다. ‘참사람 운동’을 펼치며 중생들에게 본래면목을 찾게 해주고 있는 선사에게 노래공양을 올릴 것을 청했다. 노선사가 천진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종소리가 울리고 설선당이 갑자기 적막에 빠져들었다.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17명의 수행승들의 입에서〈반야심경〉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노래공양은 세상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기원하는 우담바라였다. 백양사를 넘어 백두산을 넘어 전쟁의 포연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이라크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온 우주로 뻗어나갔다. 경건하고 맑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노선사와 틱낫한스님은 두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우리 인류의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위해 함께 손을 잡고 나아 갑시다” 노선사의 말에 틱낫한스님이 웃음으로 답했다. 맑은 바람이 온 세상에 머문다.
/ 송광사 대웅전서 특강
법상 오른 틱낫한 파격대우
보성스님 만나 법담도 나눠
지난 23일 오후 7시 송광사 대웅보전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 송광사 주지 현봉스님 선원 강원 등 120여명의 대중스님들과 300여명의 일반불자들이 운집했다.
송광사를 방문한 틱낫한스님 특별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구광루에서 대웅보전으로 장소를 옮긴 것 부터가 ‘파격’이었다. 그리고 더 ‘큰 파격’은 법상에 오른 틱낫한스님을 향해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을 비롯한 전대중이 삼배의 예를 올렸다는 것이다. 극진한 파격에 대해 틱낫한스님은 깊은 감사를 표한후 1시간 30분가량의 법문에 들어갔다.
“우리 수행자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수 천, 수 만 명이 있는데 내 처소에 있는 200여명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 있는 스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이 정토이고 깨어 자각하는 것이 내 수행의 핵심이다. 선이라는 것은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을 깊은 지혜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정토와 선은 다르지 않다. 서양 불자들은 주로 ‘화엄경’을 읽는다. 화엄경을 보면 지금 이 순간 모든 공간과 시간이 접해 있다고 가르친다. 즉 나는 영원한 가르침에 도달했으며 평온한 정토에 도착했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깨침은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것이다. 부처의 진정한 가르침 조차도 지금 현재에 있어서 가능하다. 서양의 젊은이들은 불교를 정신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유용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기독교나 유대교에서 만족을 얻지 못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동양 젊은이들은 서양문화에 천착하고 거기서 행복을 얻으려 한다. 서양사람들도 똑같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서양 젊은이들이 겪은 고통을 겪고 난 뒤 결국 불교에서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
법문에 앞서 틱낫한 스님은 전계대화상이자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스님을 만났다. 보성스님은 “스님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평화의 사도’”라며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고 하자 틱낫한스님은 “겸허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달라이라마스님이 평화의 왕이라면 나는 게으른 스님”이라고 겸손을 표시했다. 보성스님이 자신이 더욱 게으르다고 하자 틱낫한스님은 플럼빌리지에서는 일요일은 게으른 날이고 최대한 게으르도록 한다고 답했다.
보성스님은 “오늘의 만남이 과거 인연으로 된 것 같다. 다음에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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