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정 마을은 예로부터 도내에서 가장 살기 좋아 '일강정'이라 불려왔다. 큰내와 이끈내는 제주도 최고의 은어 산란지이면서, 천연기념물인 원앙들이 무리지어 살고, 멸종위기 식물인 솔잎란이 자생하며, 강정 앞바다에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지가 있다.
그리고 일찍부터 우리 청년들이 고운환경감시단을 조직하여 육상과 해양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펼쳐온 덕분에 2006년에는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지정받았다.
그러던 우리 마을이 지금 해군기지 유치 문제로 설촌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라 동서녘집과 우알녘집이 갈라지고, 괸당과 친척이 찢어지고, 갑장과 친목이 깨어지고, 동창과 선후배가 없어지면서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400여 년 동안 한 가족처럼 화목하던 우리 일강정이 앞으로 반목과 갈등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다.
제주도에는 몽고제국과 일본 제국의 침략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4.3 사건의 쓰라린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05년에는 삼무(三無)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켜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바 있다.
우리는 침략과 갈등으로 인한 아픔을 경험했고 평화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제주도가 세계분쟁의 섬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세계평화의 섬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강정 마을 앞바다를 포함한 서귀포 해양공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산호 군락지이고, 분홍바다맨드라미가 고밀도로 서식하며, 다양한 해조류가 무리지어 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02년에 이 지역을 생태계 보전지역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보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올해 6월에 제주 화산섬을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으로 등재하는 감격을 누렸다. 따라서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진정성을 가지고 제주도 내에서 가장 생태적으로 우수한 강정 마을을 민족과 인류의 자산으로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에 우리 일강정 주민들은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그동안 화목하게 살아온 강정 마을을 생명평화마을로 선포한다. 그리고 일강정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어떠한 인위적 훼손으로부터도 철저하게 지키고 보전하면서, 서로 돕고 살던 수눌음 전통을 잘 살려서 화합하고 상생하여 강정 마을을 세계 모든 이들이 찾는 인류의 고향으로 가꾸어나갈 것을 선언한다.
2007년 11월 10일 생명평화 강정마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