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바다 위의 지배자로서 동서고금 할 것 없이 활약하였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경우 사각돛을 단 갤리선이 주력이었으나 이런 사각돛 배는 순풍시에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듯 배를 보낼 수 있었고 측풍에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으나 역풍이 되면 오히려 역방향으로 떠밀려갈 위험까지 생긴다(위에 언급했지만 노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그리스, 로마, 카르타고 등의 해양강국이 활동하던 주무대인 지중해는 기본적으로 내해에 가까운지라 바람의 방향이 변덕스러워 이런 사각돛 배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그래서 새로 나온 것이 라틴 돛, 즉 삼각돛 배였다. 이런 삼각돛 배는 역풍에서도 지그재그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사각돛 배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인 항해가 가능했으나, 순풍시에 사각돛 배만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 단점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온 변화가 이 삼각돛과 사각돛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복합돛이 개발되었고 이런 배의 대표격으로는 카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지중해의 지배자였던 갤리선류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갤리선은 노라는 보조엔진이 존재함으로서 시일을 맞추는데 비교적 유리했지만, 범선에 비해서 필요인원이 너무 많이 요구되고(노꾼의 존재가 있어야하니) 순수 범선에 비해서 화물의 최대 적재량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상선이란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갤리선은 주로 전투선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엎친데 덥친 격으로 항해술의 발달(나침반 등의 도입)로 인해 콜럼버스의 신대륙 개척과 같이 신항로가 개척되면서, 이제 서구사회의 활동무대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서서히 옮겨져 갔고, 화포가 등장하면서 전투선의 역할을 하던 갤리선도 그 수명을 마치게 된다.
이후,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좀더 본격적으로 조선 기술이 발달하고 따라서 범선도 발달하는데 앞서 언급한 카락, 갤리온 같은 신형 범선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고 이후 쉽이나 바크, 클리퍼, 스쿠너 같은 여러 신형 범선이 등장하지만 이는 산업혁명과 함께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하는 함선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는데, 초기 등장한 증기선이 범선보다 엄청 빠른 것은 아니었으나 바람에 의존하는 범선과 달리 증기선은 사고만 나지 않으면 정확히 날짜를 지킬 수 있다는 경쟁력이 있었기에 순수 범선은 서서히 몰락하고 기범선 같은 중간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9세기 초기까지는 윈드 재머라는 최후의 실용범선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시대에 저항하였으나,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유럽발 주류 항해 노선 대부분이 엄청나게 짧아져버렸다. 이러한 단거리 노선에서는 연료 보급이 필요없다는 범선의 장점은 전혀 부각되지 않는 고로, 대부분의 운송회사에서는 바람과 상관없이 정시에 도착할 수 있는 기선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후, 기선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기술적 완성도도 더욱 올라가서, 스크류가 개발되고 증기터빈이나 디젤엔진 등이 도입되어 이제 범선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배의 규모, 속도 격차가 벌어진다.
결국 현대에 이르어서는 요트 같은 취미와 레저용 배나 아주 소형이 아니면 순수 실용 범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범선들은 순수 범선이 아닌 거의 다 스크류를 단 기범선이다. 다만, 몇몇 나라 해군에서 의장용 내지는 훈련용으로 범선을 한 두척 정도 운용하고 있다. 배를 기계나 전자식 장비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류와 풍력 그리고 승무원들의 협력에 의해서 움직여야 하기에 바다의 특성을 익힐 수 있다나? 게다가 역사와 전통이 있어보이는 효과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는 기존엔 코리아나호라는 기범선이 한대뿐이었지만, (주)일신하이텍에서 바크형 기범선을 수입해와서 누리마루호라는 이름하에 여객선으로서 취항하고 있다. 다만,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돛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엔진만으로 항해하여 아쉬움이 있다.
이외에 기범선으로는 한국해양유물전시관에서 한선 복원 및 해안지역 축제시 관광객들의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몇 차례 한선식 기범선을 만들고, 관련 설계/제작/연구결과가 실린 서적을 발간한 적이 있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