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들어서면 마주치게 되는 푸른 보리밭의 넘실대는 물결
그리고 같이 어우러진 까만 돌담...
바람의 음악과 소리에 맞추어 넘실대는 춤추는 보리와 그들을 가득히 안아주는 새까만 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화 ‘봄날을 간다’의 주인공이 갈대밭에서 갈대와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던 장면이 스치운다.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그 고즈넉함과 바람의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보리의 아름다운 몸동작에 넋을 잃게 된다.
만장굴로 향하는 동해 일주도로 버스를 타게 되면 널려 있는 푸른 보리밭과 함께 올망 졸망 보이는 오름들, 그리고 에메랄드 빛 해안선을 마주치게 된다.
버스 안은 마실 나가는 제주 할망들로 그득 차고, 그들의 구수한 사투리로 시끌시끌하다.
간혹 보이는 조그만 동네들은 어린 시절 외갓집 가던 길에 마주쳤던 시골 동네를 연상시킨다. 그 중 한동네, 이 동네는 보리빵 마을이라고 이름 지어도 될 정도로 온 동네가 보리빵집으로 즐비하다.
조천 중학교라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한 보리빵집, 말로만 듣던 ‘덕인당’이라는 보리빵집이다. 덕인당 보리빵이 맛있다고 제주 사람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다고 들어, 재차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은 운이 좋다.
만장굴 가기전에 보리빵으로 배 좀 두둑히 채워야지...
가게 문을 들어서자 나란히 늘어서 있는 보리빵, 쑥빵, 흑미빵은 반짝 반짝 윤기 나는 예쁜 모습이 꼭 서로 미스 제주 진선미라고 뽐내는 모양 같다.
보리빵은 팥고물이 든 것과 들지 않은 것, 두 가지 맛이 있는데, 둘 다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우선 빵자체가 찰지고 쫄깃하며 안에 든 팥고물은 통 단팥이 구수하게 ○○○히는 고향의 맛, 할머니가 손주의 건강을 생각하며 손수 빚어준 건강한 맛 그 자체다
쑥빵 또한 쑥의 싸한 맛을 감소시키며 구수하게 빚어낸 것이 아이들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이 집의 발명품인 듯한 흑미빵은 그 검은 품새가 꼭 제주도 현무암을 본 따 만든듯하다. 그 맛은 잘 된 흑미밥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한손에는 흑미빵을 다른 손에는 총각김치를 들고 같이 먹으면, 겨울날의 몸과 마음의 추위가 한방에 날아갈 듯하다.
덕인당은 3대째 보리빵 만드는 가업을 이어가고 있단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빵집의 역사 면에서도 거의 장인급이다. 꾸준히 전통 문화를 잇고 있는 이 집에게 내 마음속의 작은 상장을 수여하고 싶다.
제주도인의 성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토속적이고, 건강한 덕인당의 빵맛은 베이커리 빵에 익숙한 나의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요즘에는 커피에 티라무스나 치즈 케이크를 곁들이는 대신 보리빵을 곁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커피 애호가인 내가 여러분에게 팁을 드리다면 원두커피에 우유를 살짝 타서 덕인당의 보리빵과 곁들여 보시라. 동서양의 맛이 조화된 색다른 세계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아마 덕인당에서 가까운 함덕이나 김녕 해수욕장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보며 이 맛을 즐기면 더욱더 운치가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팁을 더 드린다면 이 집의 보리빵을 먹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보리빵이 떨어지는 즉시 가게 문을 닫기 때문이다. 오후에 찾을 기회가 생기면 전화 한번 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제주를 찾는 여행자라면 또는 제주에 살고 있는 제주인이라면 에메랄드 빛 바다 또는 넘실대는 보리밭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와 구수한 덕인당 보리빵을 먹는 풍류를 놓치지 마시기를...
위치: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신촌덕인당
연락처: 064-783-6153
가격:
옛날 보리빵: 400원
옛날 팥보리빵: 500원
쑥 호빵: 3개 1,000원
흑미 쌀빵: 3개 1,000원
첫댓글 여기 쑥빵 맛있더라구요. 주변분들도 맛있다고 하시구요. 담에 한번더 주문할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