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The Chair)

[いざ！かまくら]

의자(The Chair)
지은이: 갤런 크렌츠, 옮긴이: 김문호
출판사: 지호


서장 의자에 대한 불평에서 시작된 의문들
잠자는 시간을 빼면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 위에서 보낸다. 우리는 의자 문화 속에서
살면서 매일 하루에 수십 개가 넘는 의자에 에워싸여 앉을 의자를 선택해야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식당, 부엌, 거실, 침실, 서재, 테라스, 자동차, 지하철, 버스, 사무실, 학교, 대기실, 극장, 음식점 등등.
우리는 의자를 손으로만 만지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접촉한다. 이렇게 의자는 우리 생활에서 긴밀
하게 밀착되어 있지만 우리는 의자들에 관하여 너무나 모르고 있으며, 더욱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으로 의자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무지한 게 사실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의자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한마디로 대단하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인공품들에게 해당되는 사실은 의자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는 의자를 설계한다. 그러나
일단 사람이 의자를 만들고 나면, 그때부터는 의자가 사람을 만든다. 의자에 앉는 습관은 오랜 세월
에 걸쳐서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보급되면서, 인간의 몸과 의식에 뚜렷한 궤적을 남겨 놓았다. 의자는
신분이나 명예, 아름다움이나 능률, 규칙이라든가 휴식 따위에 얽혀 있는 우리의 집단적인 관념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다. 또한 윌의 관념들이 바뀌면서 의자도 변하게 된 것이
다.
의자에 앉는다는 것에 관하여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들은 과거에 생성된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의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하려면 고대와 현대 사회에서의 의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
다. 아울러 우리는 의자가 공예의 대상물로서 발전해온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어떤 의자에 대해서 어떤 정서적 느낌을 갖느냐 하는 것은 의자의 모양과 의자가 나타내 주
는 신분에 뒤얽혀 있는 데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권에서의 의장의 쓰임새와 의자가
없는 문화권에서의 관행들을 비교해 보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해왔듯이 의자는 단순히
우리 신체의 연장물이 아니라 문화적인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문화비평도 있고, 디자인에 대한 연구도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몸에 대한 예찬
도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의자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
가서 이 책은 인문학, 공예, 물리학, 사회학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들에서 의자에 관한 고찰들을 모
아, 이를 종합하여 과연 우리 인간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하는 것에 관하여 상상력을 이끌어내
창조적으로 생각해 보고자 하는 자유분방한 시도이다. 의자를 이런 방식으로 고찰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늘 몸으로 접하는 생활 환경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환경공학 분야에서 내
놓은 새로운 관념들이 의자의 디자인을 계속 바꾸어 놓고 잇다. 더 나가서 몸과 정신은 하나라고 주
장하는 전체론적 건강론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생각들이 도출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두가지를
모두 다룰 것이다.
사람들은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완벽한 의자란 어떤 것인가? 그러나 완벽한 의자를 규정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간 공학이나 인간 환경공학적 연구, 장애자 회복 치료의학이나 시장 조사 등
등에 따른 의자 디자인의 구체적인 영역들은 대단히 광범위할뿐더러, 이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아
름다움이라든가 편안함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들을 규정하기가 아주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
인 개념들을 규정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일면 아름다움이라든가 편안함이라고 하는 것이 그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의자는 때때로 그 의자에 앉는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 주는데, 그런 경우에는 신분이 미적
인 측면이나 편안함보다 더 우선한다. 의자는 하나의 역할을 나타내기도 하며,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자에 앉지 않으려고 꽤나 신경을 쓰기도 한다. 부시가 미국 부통령으로 있던 시절, 그는 레
이건 대통령이 해외에 나갔을 때에도 대통령의 의자에 앉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했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즐겨 듣던 "골디록과 곰 세 마리"라는 동화를 떠올려보자,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가슴을
졸였던 것은 "누가 내 의자에 앉았어?"라는 골디록의 질문에 숨어 있던 예민한 관찰력과 질책 때문
이었을 것이다.
의자는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의 인격 전체를 대변해 주기도 하고, 또 그 사람의 개성을 표현해 주
기도 한다. 사진가들은 인물 초상화를 찍을 때, 그 사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특별한 의자에앉혀
서 찍고 싶어한다. 실내 장식가나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의자를 가지고 그 의자의 주인이 가지고 있
는 권력을 표현한다. 저널리스트들도 때로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묘사할 때 의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어떤 기자는 스티브 맥퀸이 "양말을 신지 않고 샌달을 신고 있었으며, 카키복 끝동을
걷어 올리고 고리버들 의자에 앉아 있었다."라고 기사를 썼다. 시인들은 어떤 인물에 대해서 어떤 특
정한 의자를 연상하도록 만드는 사람들이다. 한 세기 전에 엘리자 큭은 그녀의 어머니가 늘 앉곤 했
던 낡은 안락의자를 소중히 간직함으로써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화가들도 한 인물을
나타내기 위해서, 또는 그 인물의 삶의 어떤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 종종 의자를 소도구로 쓴다. 바
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어떤 관광명소에서 명사와 가까이 앉게 되거나 또는 가까이 서 있게
될 경우에(이를테면 사회사업가였던 루스벨트 여사 기념관이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기념관에서),
우리는 세계를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명사들의 이미지를 관리해 주는 전문 컨설턴트들은 "어울리지 않는" 의자를 어울리지 않는 의상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교양이 없게 보이도록 한다든지, 또는 지나치게 여성적으로 보이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든지, 또는 지나치게 여성적으로 보이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바로 이런 이
유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의자 불안심리chair anxiety"를 경험하기도 하며, 집을 지으면서 다른 모
든 디자인은 다 마쳐 놓고도 의자 선택하는 일만은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곤 한다. 그러나 올
바른 사회적 위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또는 완벽한 인간 환경공학적 됨됨이를 위해서 올바른 의자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또한 오로지 물러나서 쉰다는 분위기나 심리적인 편안함 때문에
옛날부터 쓰던 의자에 유난히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든 일반인이든 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누구나 엘리자 쿡이 어머니의 낡은 안락의자에 집착하는 것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는 사실이다. 그녀는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그 의자를 사랑한다. 내가 그 낡은 안락의자를 좋아한
다고 누가 나무랄 수 있겠는가?"
의자는 또한 분노나 격정과 같은 다른 분위기들도 표현해 줄 수 있다. 스포츠 코치나 선수들은 의
자를 집어던짐으로써 좌절감을 표출한다고들 한다. 감옥이나 학교 식당, 액션 영화에서는 좋은 사람
이든 나쁜 사람이든 의자를 무기로 사용한다.
누구에게든 의자를 내주는 행위는 그것만으로도 전통적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앉
을 의자가 없다는 것은 멸시의 표현이거나 공감대가 없다는 뜻이 된다. 미국에서는 사형수에 대한
처형이 대부분 의자에서 이루어진다.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치사적 충격이나 치사약의 주사는 탁자
위에 묶여 있을 때 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존엄성은 인정되기에 의자를 내주는 것이다. 이해와 존경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은 의자를 내주지 않으면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몇 해 전 로열 발레단이 몬테
카를로를 방문했을 때, 그들은 의자들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사실은 알고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발레단원들은 모두 열두 명이었는데, 그들이 대기실로 들어가보니 의자는 아홉 개밖에 없고, 음식과
마실 것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단원들 모두가 당황하였고, 이런 사실 자체가 충분한 뉴스거리였다.
어떤 모임 같은 데서 의자의 수를 조정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일을 규제하는 한 가
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월든 호수에서 생활하면서 의자를 세 개만 선택하여
썼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사교를 위해서. 분주
하게 활동하는 여성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절약하느냐고 묻자, 글로리아 슈타이넘은
모임을 가질 때에는 일부러 의자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과학자들은 모임에서 의자
들을 한쪽 방향으로 줄을 맞추어 배열하는 경우와 원형으로 배열하는 경우는 사교적인 교감이나 정
보의 흐름에 있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의자 둘을 나란히 두는 경우와 서
로 얼굴을 마주보도록 배열하는 경우와 직각으로 배열하는 경우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전혀 다른 결
과들을 빚어낸다. 공항에는 다행스럽게도 의자들이 나란히 있어서 우리는 낯선 사람들과 시선을 마
주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누군가를 심문하고자 할 때, 또는 상대의 눈동자를 찬찬히 살펴야 할 경
우에는 그 상대방과 정면으로 마주 앉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치고 시선을 피
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고 싶을 때 직각으로 앉는 게 좋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 지
배인들은 두 손님이 올 경우에 탁자의 모퉁이에 앉게 유도하는 것이다.
학교 선생들, 레스토랑 디자이너들, 사무실 관리자들은 전형화된 사회 정책에 따르지 않고, 매일
이러한 사회 정보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러나 앉는 것과 연관된 건강 문제는 공공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허리의 통증은 감기다음으로 근로자의 장기 결근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
다. 미국에서만도 통계에 따르면 허리 통증으로 인한 연간 손실은 약 7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인간 환경공학을 몇 십 년 동안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허리통은 노동 능력을 저하시키는 원인 가
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노동이 그 주범이라고 할 경우에,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앉아 있는 몸을 받쳐 주는 장치이다. 의자를 고르는 일을 하는 자들은 입으로는 안락함을 이야
기하면서도 막상 의자를 결정할 때에는 개인이 자기에게 맞게 조정할 수도 없는 싸구려 접의자들을
고른다. 그러나 시간 손실, 반복되는 스트레스, 허리 통증으로 인한 손실을 가져오는 의자들을 어떻
게 경제적인 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의자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 얼마나 해로운지 지금부터 한번 살펴보기로 하
자. 전문가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허리 질병이 계속 증가해온 것은 우리가 의자에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에 대해서 공감을 하
지 않을 수도 있다. 의자가 육체적으로는 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는 안락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의자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해로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직면하기보다는 보다
더 이상적인 의자들을 찾아내고 만들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분명히 사무용 기구들을 디자인하고 제조하고 파는 가구업체들은 더 좋은 의자가 우리의 허리 문
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문화적인 신화를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다.(허리에 나타나는 문제들 가운
데 다수는 무엇보다도 의자에 앉는 습관 때문에 비롯된 건 사실이다.) 그런 업체들은 "오늘날 첨단
기술을 다루는 사무실에 잠복해 있는 위험들"에 대항하는 최고의 무기로 의자를 개선시켜 나가고 있
다. 인간 환경공학적 사무가구에 쏟아붓고 있는 이 엄청난 투자는 내가 볼 땐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활동을 개선시키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고안해내는 일로 방향을 돌리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의자에 앉는 습관을 잘못된 것이며, 수천 년 전에 인류를 잘못된 방향으
로 이끈 습관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것은 이제 서양문화권에서는 이미
깊이 뿌리 박힌 습관이며, 심지어는 전 세계적으로 현대화의 상징으로 칭송되기도 한다. 의자는 문제
가 많기 때문에 설사 의자를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실용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의자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 개선이라도 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탐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
려면 우리는 편안함의 개념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해봐야 한다.
이 책에서는 고대의 개념들과 새로운 개념들을 모두 다루기 때문에, 역사와 새로운 것들이 본질적
으로 연관되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는 여러 해 동안 "알렉산더 테크닉"과 여타 정신, 육체수
련들을 경험하면서 쌓은 역사적이고 인간 환경공학적인 선택적인 견해이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고찰한 결과 나는 아주 흥미로운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의자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편안한 의자란 어떤 것인가? 왜 많은 의자들은 "불편한가?" 의자를 설계할 때 관건이 되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 그러다가 마침내 내가 전혀 예기치 않았던 하나의 가설이 등장하게 되었다. 동
시에 다른 문화들을 살펴보고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나는 서양인들이 어떻게해서 의자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이해로부터 더 나은 생활
방식을 전망할 수도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자동차나 시트나 아기 유모차로부터 시작해서 식당이나
사무실, 학교 등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탁자에 이르기까지 앉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르게 바
꿔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내 앉아 있는 의자가 불편
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해 두고 싶다. 여러분의 "자세"가 바뀌게 되기를 희망한다.

1부 우리는 왜 의자에 앉는가
우리는 왜 의자에 앉을까? 의자는 어디서 유래한 것이고, 또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의자를 계속 사
용할까? 의자라는 물건은 우리의 발목, 무릎, 엉덩이가 구부릴 수 있다고 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앉는 의자는 생물학이나 생리학이나 해부학보다는 이집트의 파라오나 중세의 왕들이나
행정관들과 더 깊은 관계가 깊다. 1부에서는 의자라는 것이 어떻게 해서 계급제도를 표현하는 방식
이 되어왔는가 하는 것을 다루려고 한다.
1장에서는 의자의 기원과 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목적들이 발전되어 온 것을 이해하기 위
해서 역사와 사회학 쪽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고대의 의자들은 지배자들과 피지배자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반영하였다. 오늘날 가정이나 사무실이나 학교에 있는 의자들은 남성용과 여성용, 사용자용과
고용자용, 청년용과 노인용 사이에 섬세한 차이가 있다.
왜 의자들은 지금과 같은 그런 모양을 하고 있을까? 2장에서는 의자들이 특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을 다루려고 한다. 그 스타일들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시키고
있다. 조각가들과 건축가들은 항상 조각적인 대상물로서만 의자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들은 예술적인
방종으로 의자라는 것을 평면과 형태가 교차하는 조각적인 문제거리로 취급하고 있다. 학생들조차도
의자 디자인은 아주 초보적인 일거리로 치부하며, 잘나가는 건축가들은 잠시 놀면서 할 수 있는 일
거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환경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보다 큰 건축개념과 일치시키려고 할 때, 의자
디자인 역시 그 건축 양식의 일부가 된다. 오늘날 서양의 건축가들은 의자들을 좋아한다. 의자는 인
간을 표현하는 것이자 또한 건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건축의 대가들로 유명한 이들은 대부
분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유명한 의자들은 설계한 사람들이다. 마르셀 브로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해리 베르토이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 코르뷔지에, 알바르 아알토 등.

제1장 의자의 역사
의자 없는 생활
1852년 인도에서 한 영국인이 그 지역 노동자들에 대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대장장이
들, 목수들, 그리고 석공들이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게 못마땅하여 화가 나서 불만을 터트렸다.
"사람들은 죄다 얼굴을 무릎까지 처박고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한단 말이야. 왼손으로 캥거루가 꼬
리로 몸을 받치는 것처럼 안 쓸 때는 왼쪽 무릎을 꽉 붙들고 다리에 꼭 붙이고 있거든." 바닥에 앉
는 사람들을 동물에 비교하여 이야기한 사람은 비단 이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는 바닥에 앉는 게 열
등한 자세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유독 그런 생각을 말로 표현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
표현은 "특히 한 영국인을 거슬리게 했던... 게으름과 비능률"을 말해 준다. 아마 그는 일꾼들을 고용
하고 임금을 주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그런 자세가 아주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 영국인은 일꾼들을 자기 방식대로 일하게 만들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
다. 그래서 그는 그들이 작업하는 모루의 높이를 탁자 높이로 올리도록 지시했다. 그 이튿날, 그는
그들이 바닥에서 떨어져서 일하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그러나 그런 성취감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다음날 돌아와보니 일꾼들은 작업대 위로 올라가 역시 쪼그리고 앉아서 모루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
다. 결국 그는 일꾼들을 서서 일하도록 만드는 일을 포기하고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일꾼들의 "다리 근육 힘이 약한 것"은 그들이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기 때
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마추어 사회학자는 의자나 높은 앉을자리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발전된
문명으로 향해 가는 자연스러운 한 단계"라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그의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인공물들의 기능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런 인공물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까지 생각해 보았다는 점에서 그의 관찰은 올바른 것이었다. 의자는 우리에게는
이미 제2의 천성처럼 굳어져서, 실제로 우리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으며, 결국 의자를 당
연시하고 주목하지 않을 정도까지 되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의 생활하는 방식을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해하게 되었다. 19
세기에 영국인 식민자가 인도 노동자들에게 하던 태도는 지금 우리 눈으로 보면 어리석고 경멸스러
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보"라는 개념에 매달려 아직도 다른 사람들의 습관은 멸시
하거나 오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앉는 방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서양인 관광객들은 아무리 깨끗한 화장실이라도 쪼그리고 앉아서 용변을
보는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하고 심한 혐오감을 보였다. 그
런 자세가 배변을 위해서 해부학적으로 능률적인 자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극도의
혐오감이나 우월감, 또는 그런 두 감정이 교차하는 걸 느끼게 된다. 북부 유럽인들은 그런 화장실을
"이탈리아식"이라고 부르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터키식"이라고 부른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이런 인
공물은 보다 "원시적"이고 보다 미개한 곳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다른 문화권에 접하면서 혼란스러워 하는 예는 일식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
다. 그런 식당에 가면 다다미가 깔려 있고, 손님들은 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
본식이라는 느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서양인들은 대개가 책상다리나 무릎을 꿇고 앉지 않으며, 따라
서 늘 하던 대로 의자에 반듯이 앉아서 식탁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마룻바닥은 대부분 시야에 들어
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화적 차이를 보면서 서양인들은 그것이 평생동안 길들여져온 습관에
서 나온 차이라고 받아들이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과 우리가 어떤 해부학적인 차이
가 있을 거라고 상상하면서 불확실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농담을 해댄다.
우리가 몸가짐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것들을 문화적인 상황속에서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면 아직도 인류학자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의 인류학자 고든 휴스Gordon Hewes
는 몸의 자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인간들이 취하
는 엄청나게 다양한 몸의 자세들을 기록하였다. 인간들이 꾸준히 취해오고 있는 몸의 자세들은 천
가지가 넘었다. 직각으로 앉는 자세는 전 세계 인구의 1/3 또는 1/2만이 취하는 자세에 불과하다. 아
마 이런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의자가 없다면 어떻게 쉬거나, 음식을 먹거나, 편지를 쓸 수
있지?" 중국인은 쪼그리고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기도 한다. 일본 여자는 먹을 때 무릎을 꿇기도 한
다. 아랍인들은 편지를 쓸 때 책상다리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의자를 살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앉는 것일까? 중동 지역, 아시아, 아프리카, 폴리네시아 지역에서는 의자를 살 만한
여유가 있어도 반드시 의자를 구입하지는 않는다. 아프리카나 오스트레일리라에서 일반적인 자세는
인류학자들이 "신석기식" 자세라고 부르는 것으로, 사람이 한 다리로 서서 다른 발바닥을 서 있는
다리의 무릎에 붙이는 자세이다. 이제부터 알게 되겠지만, 방바닥이나 자리, 양탄자나 평평한 곳, 또
는 동아시아의 온돌(중국의 캉K'ang)에 앉는 이유는 문화적인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지 경제적인 발
전에서 기인한 게 아니다.
휴스는 다양한 자세들은 문화적인 데서 나온 것이지 해부학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
조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다른 자세들도 마찬가지지만, 앉는 자세는 성, 연령, 사회적 신분에
따라서 정해진다.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바닥에 앉는 자세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자세이다. 소위
카우보이 자세라고 하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쪼그리고 앉는 자세는 대개 남자들이 앉는 자세이다.
(바로 인도의 노동자들이 앉던 자세로 영국인 식민자들을 거슬리게 했던 자세였다.)
또 한 가지 특히 일반적인 것으로는 "터키식"이 있는데, 우리가 책상다리라고 하는 자세이다. 터키
가정에 가 보면 전통적인 "디반divan"이라는 것이 있다(영어로는 카우치couch). 그것은 깊고 넓으며,
책상다리를 하고 올라 앉을 만큼 단단하다. 디반은 나즈막한 나무바닥에 패드를 깔고 덧베개를 댄
것인데, "소파sofa"라고 불리우는 방 안에 있다. 터키 사람들은 그 방에서 손님을 맞기도 하고 가족
들이 둘러 앉아 지내기도 한다. 발 이것에서부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소파라는 것이 유래하였다.
터키인들은 모스크에서 바닥에 두툼하게 깔려 있는 양탄자 위에 앉기도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한다.
양탄자들은 이어져 있거나 겹쳐져 있어서 딱딱한 나무 바닥이 드러나는 일은 없다. 무슬림의 종교적
관행들은 몸으로 신선하게 체험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다. 양탄자는 무릎을 보호하는 것 이상
의 역할을 한다. 모스크(또는 가정)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일단 모두 신을 벗는다. 사람들이 손을 짚
기도 하고 얼굴을 대기도 하는 양탄자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맨발로 걷는 것은 발바닥
의 신경을 자극하여 온몸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그들이 하루에 다섯 번 몸을 구부리고 펴는 동작
은 제의적인 의무이다. 그런 동작은 척추 건강에 좋으며, 계속해서 몸을 똑바로 세우고 있는 자세가
된다. 모스크 안에서 코, 목 팔, 발목을 물로 씻는 제의적인 행위는 건조하고 모래먼지가 날리는 지
역에서는 실용적인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기후 조건에서도 역시 피부를 상쾌하게 해주는 행위
이다.
오늘날 인도, 특히 시골에 가 보면 바느질하는 것에서부터 대학교 세미나에 이르기까지 서양인들
이라면 의자에 앉아서 하는 많은 행위들을 그들은 바닥에 앉아서 한다.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이렇게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의 생리적 효과들을 조사한 일이 있다. 예를 들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차파
티스(얇은 빵)을 만드는 것이 심장 박동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그 효과는 에어로
빅을 한 것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집 안에서만 있는 여성들은 운동이 부족할 것이
라는 염려는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바닥에 앉든, 걸상에 앉든, 의자를 사용하든, 전 세계적으로 자세는 어떤 상징성을 가진다. 아프리
카에서는 통과제의를 치를 때 걸상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춤추는 것을 구경하기도 한
다. 그들은 걸상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끼리도 다른 사람의 결
상에는 앉지 않는다. 그들의 걸상은 지배권과도 관계가 있다. 그래서 왕이 죽으면 그가 앉던 걸상은
보존되었다. 그래야만 그 왕국의 번영이 유지된다고 믿어던 것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1481년에 처
음으로 유럽식 의자를 아프리카에 소개했을 때, 아프리카인들은 그 의자를 위신과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의자와 의자에 앉는다는 것이 서양화를 상징하게 되었고, 때로는 한 문화가 서양화
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기도 한다. 1960년대에 한 미국인 여행자는 아프가니스탄의 외딴 산지
계곡 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이런 사실에 주목하였다.
나는 처음으로 카피리스탄(지금의 누리스탄)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그는 하얀 피부에 잿빛
섞인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서 실제로 서양사람처럼 생겼다. 나는 나 자신이 "프랑크"계열이라
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사르칼에게 "저 사람 좀 봐, 꼭 파랑(farang, 프랑크족에서 유래한 말로 중동
지역에서는 유럽인들을 일반적으로 일반적으로 파랑이라고 부른다./옮긴이) 같아"라고 말했다. "그래,
대부분이 그렇지. 사람들은 저들이 알렉산드로스의 후손이라고 하더군. 난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들
도 프랑크족처럼 의자에 앉기는 해."
더 나가서 서구화는 근대화와 진보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저널리스트들은 일본의 경제 기적
을 바닥에서 의자로 올라앉은 것과 똑같이 보고 있다. 크롬으로 도금을 한 간이주방 설비가 일본 사
람들의 아파트로 몰려들었다. 아파트 주민들 가운데는 그 주방 설비를 이용하지 않고 계속 바닥에
앉아서 부엌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강렬한 상징이 되어버렸다. 이와는
반대로 간디는 전통적인 문화를 지키는 것을 강조하면서, 몸소 책상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았으며, 의
자와 의자에 함께 붙어 다니는 근대화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하였다.
서양 이외의 문화권에서는 의자가 구체적으로 상징하는 의미들이 각기 다르다. 그러나 의자는 여
전히 사회적인 신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기원후 2세기에 의자가 중국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오랑캐 침상"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군대 진영이나 일시적인 여행장비 또는 정원
용으로 의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오랑캐 침상"이라는 용어는 아주 비정상적인 용도를 암시하는 것이
다. 그것은 간이침상처럼 생겼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실내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의
자 위에 앉을 때에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경멸이나 무관심, 또는 철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9백
년이 지나서야 새롭게 앉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등받이가 있는 접의자였다. 이런 의자는 중국 사람들
도 받아들이고 사용하였지만, 위엄이라든가 명예라는 말은 "의자"가 아니라 "자리"라는 말로 연관되
었다. 중국인들은 의자를 생활로 끌여들였으면서도 의자가 생활에서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
도록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중국 본토인들은 학교에서든 일터에서든 가정에서든 등
받이가 없는 걸상에 앉는다.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부모의 회갑잔치 때다. 회갑을 맞은 사람은 특별한 예우로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도록 되어 있다.
대체로 서양인들은 과학자나 인문학자들도 의자, 탁자 문화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은 내놓지 못했
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의자, 탁자 문화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건축 설
계마저도 의자에 의해서 모양이 결정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창문의 높이는 우리가 약 45센티미터
높이의 의자에 앉는 것을 감안하여 앉은키의 눈높이에 맞춰 결정한다. 더 나가서 의자는 우리의 상
징체계에 깊숙이 배여 있다. 대학 교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아무개가 대학에서 "의자"를 가지고
있다(hold chair)고 이야기한다. 특히 교수가 특별기금을 받아서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되
었을 때 그렇게 이야기한다. 어느 곳을 가든 어떤 부서가 있으면 거기에는 "의장"(chairman,
chairwoman, 또는 더 나은 표현으로 chairperson)이 있다. 어떤 사람이 두 가지 일을 놓고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예를 들어서 연기를 할 것이냐 춤을 출 것이냐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있는 걸 보고 우리는 "두 의자 사이에는 앉을 수 없는 법이지"라는 표현을 쓴다. 군수 자리, 주
지사 자리, 사석, 주식 중개인 자리 등은 모두 위치나 사회적 역할이나 권력을 말하는 은유적 표현이
다. 그러나 그런 은유적 표현들이 유래하게 된 구체적인 대상물은 의자이다. 누군가가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가시방석hot seat"이라는 말은 소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걸상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히 의자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s Freud는 환자
들을 치료할 때 쓴 카우치 소파 때문에 유명했다. 그러나 오늘날 정신과 치료와 또 치료를 위한 대
화는 의자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떤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빈 의자가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들은 그리스도가 예기치 않은 손님의 몸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습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야말로 상징적인 목적이고, 또 하나는 정말로 예기치 않은 손
님이 찾아올 경우에 대비하는 실용적인 목적이다.

이집트의 의자와 로마의 의자
모든 사람들이 다 의자에 앉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의자에 앉는 것일까? 이 문제는 영
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수도 잇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서양에서 의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의자 초기
역사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가 의자에 앉는 습관은
유전적, 해부학적, 생리적 요인들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들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지고, 개조되
고, 육성되고, 개혁되고, 민주화되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어들의 의미가 바뀌듯이, 만들어진 물건들의 목적들도 달라진다. 어원학이 오늘
날 쓰이고 있는 단어들의 의미에 대해서 통찰력을 제공해 주듯이, 사물의 역사는 우리가 오늘날 사
용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사용되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영어에서 의자를
뜻하는 chair라는 말은 그리스어 "카테드라cathedra"의 축약형이다. "카타kata"는 "아래"를 의미하며,
"헤드라hedra"는 "앉다"를 의미한다. 의자는 일반적으로 등받이가 있고 통상다리가 네 개 달린 가구
로, 한 사람이 앉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긴 것은 권좌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권좌"를 의미하는 "throne"이라는 단어는 기원이 다르다. 그 단어는 인도, 유럽
어에서 "붙잡다, 또는 받치다"를 의미하는 어근 "드헤르dher"에서 유래하였다. 권좌는 무언가를 떠받
치는 자리지만, 의자는 앉는 자리이다. 권좌는 세력가가 타고 다니는 가마를 암시하지만, 의자 뒤에
숨어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른 것이다. 물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다 어딘가에 앉을 수
야 있겠지만, 앉아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특권을 가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의자
는 권좌보다는 흔하고 훨씬 일반적인 물건이다. 기록된 역사의 시작으로부터 더듬어 보면 두 가지
유형의 의자들이 발전해 왔다. 직각으로 곧추 세워진 권좌와 다소 경사진 등받이가 달려 있는 의자,
즉 더 편안한 "클리스모스clismos"가 그것들이다. 오늘날 우리는 보다 큰 특권을 지니고 있는 "권좌
를 가장 낮은 의자인 "변기"에 비유하여 그것을 비웃기도 한다.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이른 아
침에 그런 권좌에 앉아서 회의를 열었다.
권좌도 의자도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그것들의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되었다. 의자에
앉는 습관은 기원전 2850년경에 고대 이집트에서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
된 의자는 기원전 1352년경에 세상을 떠난 젊은 파라오 투탄카멘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가구는 건조한 기후 덕분에, 그리고 목재가 금으로 입혀져 있어서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했
다. 그러나 신전이나 파리루스에 그려져 있는 그림, 조각, 상형문자들은 한결같이 왕가에서만이 아니
라 다른 사람들도 의자를 사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지위에 따라서 누구는 누구 앞에서 의
자에 앉을 수 있고 없다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 왕족이든 평민이든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늘날 우리
처럼 의자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서기관들은 회계 처리와 기록을 대부분 바닥에 엎
드려서 했다. 의자에 앉는 습관은 이슬람 시대 중기 이집트에서도 지속되었다. 기원후 650년에 와서
야 이집트인들은 가정에서도 의자와 걸상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자, 그렇다면 또 하나의 거대한 계곡인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는 형편이 어떠했을까? 고도로 발달
된 이 두 문명은 대략 비슷한 시기에 번영하였으며, 따라서 서로 교류를 하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보다 다습한 기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목재나 물건들이 쉽게 부패하였고, 따라서 그 문명권
에서 사용되던 의자 실물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돌로 만든 장례 기념물들에 새겨진 조각들을 보
게 되면 왕들과 고관들의 가정에서는 의자를 흔히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시리아어에는
"일반적인 좌석"(걸상이나 긴의자)을 의미하는 말과 "의자"(등받이가 있는 좌석)를 의미하는 말이 따
로 있다. 따라서 이집트에서만이 아니라 메소포타미아에서도 의자는 중요한 것이었다.
이런 고대 문명들이 의자를 발명해낸 것일까, 아니면 의자는 그 사회가 번영하기 전에 이미 사용
되고 있던 것일까? 의자의 기원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구석기 시대 학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
현존하고 있는 동굴벽화 어느 곳에서도 의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빙하기 이전까지의 사람들
은 유목적인 수렵 채취자들이었는데 동굴이나 천막에서 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냥한 동물들을
숭배했던 것 같다. 그들이 그린 동물들은 대개 채색이 되어 있고, 생동감이 있으며, 입체적이다. 그것
에 비하면 사람들은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사람을 그릴 때는 거의 막대기처럼 표현해 놓았다. 이따
금씩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들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들도 생생한 동물들에 비한다면 조잡하고
약해 보인다. 그러나 의자나 걸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동굴 벽화들은 대개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
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런 모습들은 제의적인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런 그림들에 의자를 그리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난 빙하기 이정 기원전 4
만 년경에 존재했는지 아닌지는 앞으로도 영원히 밝힐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빙하기 이후 기원전 1~4만 년에 해당하는 신석기 시대에는 의자들이 흔적을 뚜렷하게 남
겨놓았다. 그 시대는 타제석기와 영구적인 가옥들이 있었고, 어는 정도는 정착 생활을 했으며, 가구
도 있었다. 건물 내부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과 그것들을 재건한 그림들에는 잠을 자기도 하고 앉기
도 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긴의자나 평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발굴물들 가운데서 가장 흥미로
운 것은 옛 유고슬라비아와 불가리아에 해당하는 동남부 유럽의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토우들이다.
그 토우들은 높이가 약 5센티미터에 달하는 인간의 모형들로서 모두 여성이며, 그 가운데 몇몇은 의
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편안하게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아 그들이 해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토우들은 의자가 사용되었다는 최초의 증거가 될 뿐만 아니라, 바로 이 의자가 놓은 신분의
상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만 의자에 앉아 있을까? 그
리고 그들은 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일까? 어떤 학파는 신석기 시대는 모계사회였을 것이라고 추정
하고 있다. 물론 "타제 석기 시대"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정착
된 생활방식으로 바뀌면서부터는 여성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을 대고
씨를 뿌리는 일과 관련하여 곡물을 관리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이중의 생산자였다. 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생계의 수단인 농작물도 생산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물들은 여성의 다산성을 상징사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몇몇 신석기 문
화들에서는 여성의 무덤에는 제의적인 물건들이 들어 있는 반면 남성의 무덤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여성을 의자에 앉은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그들의 신분을 고양시켜 주고 강화시켜 주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의자가 모계사회나 부계사회에서 모두 중요하였다는 사실로 미루어 우리는 의자(단 한 사람만을
위한 등받이가 있는 좌석)가 강력한 상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 상징은 가장 영향력이 있
는 한 집단 또는 집단들이 한 사회에서 j자신들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서 의자라는 것이 그것에 앉는 자에게 신분을 부여
하게 되었을까? 바꾸어 말하자면 의자를 가지고 표현했던 목적들을 왜 바닥이나 나무 그루터기, 걸
상이나 침상을 가지고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일까?
의자는 의자 이전에 있던 어떤 것이 발전된 것이다. 듀크 대학교의 기술사가인 헨리 페트로스키
Henry Petoski는 "인공물의 형태는 실패에 따라 바뀐다"고 했는데, 만일 그의 주장이 옳다면 의자
역시 그렇게 발전된 형태일 것이다. 의자에 앉는 것은 땅에서 떨어져서 앉는다는 면에서 바닥에 앉
는 것과는 다르지만, 걸상이나 긴의자에 앉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의자는 한 번에 단 한 사
람만이 앉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의자는 두 명 이상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높인 긴의자나 소
파, 침상이나 평상과는 달리 아주 개인적인 물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자는 등받이로 장식을 해서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걸상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등받이는 크기만 하다면 왕좌가 그러하듯이
앞에서 보게 되면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의 배경틀이 되어줄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걸상들에
는 방향성이 없지만, 의자는 방향을 가지고 있다.
걸상과 의자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고대 소규모 집단들 안에서 이루어졌던 의사소통 방식들을 떠
올릴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알렉스 베이블러스Alex Bavelas는 한 집단 내에서의 의사소통 방식
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그는 집단의 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던 집단과, 한 구성
원이 그 집단의 지도자에게 먼저 정보를 전달해야 했던 집단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그는 개인들 사이에 판가리개를 만들어 세워서 구성원들이 서로 시각이나 청각으로 의사소통을 하
지 못하도록 하고, 오로지 중앙에 있는 지도자에게만 의사소통을 하도록 만들었다(그래서 이런 실험
장치를 그의 이름을 따서 베이블러스 장치라고 부른다). 걸상에다가 베이블러스가 고안한 판가리개
를 대놓은 것을 의자라고 한번 생각해 보자.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자 등받이는 창문에 비유했을 때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블라인드가 달린 창과 같다. 우리는 의자를 이런저
런 방향으로 돌려놓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방향을 지시하는
등받이가 없는 걸상은 그물망식의 상호 의사소통 방식을 발전시키지만, 의자는 중앙집권적이고 피라
미드적인 일반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발전시킨다. 자, 그렇다면 걸상은 민주적이고, 인류 평등주의적
인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하며, 의자는 보다 더 계급조직적인 사회구조를 만들어 낸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의자의 등받이는 기댈 수 있는 받침대가 될 수도 있다. 등받이는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마
땅히 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의자의 형태는 문자 그대로 높은 신분을 나타
낸다. 그것은 신분을 분리시키며, 그 분리를 섬세하게 하고, 또 차별화시켜 준다. 다른 한편으로 등받
이는 그 의자에 앉은 사람의 물리적 심리적 전존재를 떠받드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는 의자가 언제 어디서 처음으로 기원하였는지 아마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
나 의자가 대부분의 가구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생겨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석기 시대에 의
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이집트나 그리스나 로마와 같은 고대 세계에서는 의자가 어떻
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새로운 의문을 갖게 한다. 이집트의 권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왕권을 묘사할 때 가장 흔하게 됭장하는 것은 평면적이고 직각으로 되어있다. 두 번째 유형
은 좌석과 등받이가 휘어져 있는 것으로, 아마도 그리스의 "클리스모스"의 전신이었을 것이다. 그렇
다면 "클리스모스"는 기댈 수 있는 편안함을, 권좌는 수직적인 권위를 표현하는 것인가? 서양 문명
은 이 둘은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서양의 고대 문명은 그 두가지 문화들, 즉 모
계가족 농경문화와 부계가족인 유목 침략문화가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도 있다. 권좌가 부계가족 사회질서가 아니라 신과 연관이 있는 왕
이나 파라오의 신성한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각가들이 파라오를 묘사할 때 권좌에 똑바
로 앉아 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그러한 수직성이 보다 높은 차원과 연결성을 표현하는 데 필요했
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파라오를 묘사할 때 권좌에 똑바로 앉아 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그러한
수직성이 보다 높은 차원의 연결성을 표현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파라오들은 인간
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세력들(이집트인들은 이런 세력들은 "네테르스neters"라고 불렀다)과 연결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을 완전하게 만들어 그 가능성의 증거를 보여주려고 하였던
것 같다. 따라서 그들의 자세는 사회적 지위를 시사할 뿐만 아니라 자기 인식의 배양을 나타내 준다.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중동지역의 모든 명상 전통들에서는 초인 의식이 인지되어 왔다. 이런 명상에
서 목적에 이르는 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방법은 척추를 수직으로 세우고 기대지 않고 앉아서 고개
를 들어 머리가 척추 위로 직선을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다. 파라오들은 등을 등받이에 기대고 있지
않다. 그들이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석공들이 기술이 부족하여 넘쳐흐르는 편안함이나 동작
을 표현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자존적인 자세가 육체적, 심리적 의미, 더 나가서 궁극
적으로는 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석을 따르면 권좌는 부계사회의 열망을 표현한
다기보다는 영적인 열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와 동일한 근거를 내세워 "클리스모스" 또
한 모계사회를 표현하는 것도 아니요, 현세적인 위안이나 편안함을 나타내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으로 단정을 내려 버릴 순 없는데 왜냐하면 푹 꺼진 의자에 앉아 있는 파라오
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이교도적인 파라오 아케나톤이다. 그는 기원전 1362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까지 이집트를 유일신 신앙으로 개종시키려고 하였기 때문에 많은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또한 수수
께끼에 싸여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외모는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다른 파라오들과 다르게
생겼다. 그의 얼굴 생김새는 가히 파격적이다. 얼굴형이 좁고, 코는 커다랗고, 허벅지는 여성의 허벅
지처럼 살집이 많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는 다른 이유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둥그런
골반으로 푹신한 좌석을 깐 의자에 앉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묘사한 의도가 사실적으로 보
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묘사가 풍자적이라고 해석한다. 어쨌든 간에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등을 기대지 않고, 골반을 앞으로 비스듬히 내밀지 않고
허리 아래쪽을 C자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뒤쪽으로 빼서 수직으로 앉는 것이 그 당시에는 관례였다
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아케나톤은 그런 자세가 수사나 파라오들까지도 그들의 일상적인 역할이 요
구하는 것들에 부합하게 생활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는 그의 선조
파라오들보다 더 여유롭고, 보다 서민적이며, 보다 여성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었을까?
이 수수께끼는 결국 풀리지는 않을 테지만, 나는 과감히 말해 두고 싶다. 그리스의 "클리스모스"는
그렇게 푹 꺼지게 앉는 자세를 우아하게 표현한 의자라는 것이다. 대개 가구 전문가들은 클리스모스
를 극찬한다. 등받이가 굽어 있고, 다리가 휘어져 있어 우아하고 안락하며 가정용이기 때문이다. 그
리스 사람들이 이런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해 놓은 토기 그림들은 보면 사람들(대개 여성들)
은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고 앉아 있다. 앉아서 등을 기대는 이런 편히 쉬는 자세야말로 오늘날 우리
가 늘 취하는 자세이며, 우리 인류가 선사시대 이래로 취해온 자세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파라오들처럼 등받이와 떨어져서 꼿꼿하게 수직으로 앉은 자세보다는 그리스인들처럼 뒤로 푹 기댄
자세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학자들이 두 가지 사항, 즉 장기간의 안정성, 그리고
수직으로 앉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영적인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역시 분명히 클리스모스의 우아한 슬럼프slump(좌석이 우묵하게
들어간 것/옮긴이)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설계한 유명한 1925년의 바로셀로나 의
자는 클리스모스의 옆모습에서 X자 모양을 더 세련되게 만든 것이다. 광고주들은 그 의자에 팔걸이
까지 달아 놓았으며, 그래서 이런 의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이 수직으로 앉을 수 없게 되어 있
다.
이런 이론들 가운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리스인들이 이집트로부터 많은 과학과 문화를 받아
들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받아들인 것들 가운데는 이집트인들의 가구도 들어 있었다. 그 뒤를 이은
로마 역시 그리스의 가구들을 그대로 모방했다. 국가 대사 때 사용되는 등받이가 높은 수직의자에서
부터,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팔걸이가 있는 보다 가볍게 만들어진 클리스모스, 걸상, 발판,
소파, 그리고 상자 따위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게 흡수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본다면 로마 시대에는 가구가 빈약했다. 부유한 가정에서도 많은 양의 가구들
을 가지고 부를 과시하지 않고 오히려 그 품질로 부를 드러냈다. 그들은 가구를 만드는 데 귀한 재
료들을 썼으며, 특이한 모양새로 자신들의 세련된 감각을 표현하려 애썼다.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침
상은 갖가지 목적으로 사용되는 다목적 가구여서 의자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로마인들은 침상에서
밤에 잠을 자는 것 이외에도, 침상에 매트를 대고 쿠션과 천으로 싸서 거기서 식사도 하고, 책도 읽
고, 손님을 맞기도 했다. 아마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던 침상은 석공의 작업대 위에 요를 깔아 놓은
것처럼 단순하였을 것이다. 반면 부자들이 쓰던 침상은 주물 청동이나 나무 조각품과 같이 정교하였
을 것이며, 지역적인 것도 있고 이국적인 것도 많았을 것이다.
연회나 저녁식사 잔치는 "트리클리니아triclinia"라는 소파에서 치렀다. 이 소파는 U자 형태로 생겨
한쪽을 열고 닫을 수 있어 음식을 나르는 자가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손님이 아홉 명 이상
일 경우에는 소파가 한 줄 더 필요했다. 예수의 최후의 만찬은 로마식 잔치였다. 이는 예수가 그의
제자들과 함께 "동양식"으로 기대어 앉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제각기 한쪽에 베개를 대고
기대 앉았으며, 각자 개인용 냅킨을 가지고 있었다. 그 냅킨은 베개보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쓰는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집에 싸가기 위한 오늘날의 봉지 용도로도
쓰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최후의 만찬은 서양인들이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기 위
해서 탁자와 의자에서 있었던 일로 바꾸어 묘사하게 되었다. 이와는 달리 유월절Passover은 기대 앉
아서 음식을 먹음으로써 유대인의 자유를 표현하는 상징이 된다. 소파와 베개는 파라오들이 기대어
앉아서 식사를 하던 그 시대로부터 직접 물려받은 유산이며, 유월절 축제에 없어서는 안 될 한 부분
이며, 따라서 의자는 유대인들의 억압받는 입장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 축제의 한 대목에는 이렇게
묻는 말이 나온다. "왜 오늘밤 우리는 기대어 앉아서 식사를 하는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자유
를 상징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모세의 시절에는 오로지 자유로운 사람들만이 먹을 때 기대어
앉을 수 있는 영예를 누렸기 때문이다.
로마 시대 의자들은 희귀하고, 장식이 많은 사치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에는 두 가지 유
형이 이어져 내려왔다. 수직 등받이가 있는 "트로누스thronus"라고 불리우던 의자는 행정적, 종교적,
학문적 용도로 사용되었다. 경사진 등받이가 달린 "카테드라cathedra"라는 의자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대 문학에서는 그런 의자에 앉아서 나른하게 쉬고 있는 상류층 여성들
의 게으름을 묘사하는 게 자주 나온다. (편안함에 관하여 이렇게 상반된 생각이 나올 수 있는 것일
까? 전자는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쉬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로마의 가정 안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두 가지 자세들은 신분과 연결되어 있었다. 로마 공화국의
가정에서는 계급에 따라서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소파에 기대어 앉아서 공양을 받았으며,
어머니는 그 가까이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고, 자녀들은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걸상에 앉았으
며, 종들은 별도의 탁자에 모여 걸상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이런 방식은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노
인, 주인과 종의 신분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후대에 가서는 배열이 바뀌어 남편과 아내가 같이
침상에 기대어 앉았다. 그러나 자녀들과 종들은 여전히 기대지 않고 앉았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어떤
귀족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전제정치에 저항하기 위해서 식사를 할 때 기대어 앉지 않고 똑바로
앉겠다고 서약하고, 그 서약을 지키다가 결국 더 충격적인 저항인 자살을 감행하였다.

중세엔 권력과 신분의 상징
로마 멸망 이후로 가구와 가구의 발전은 천 년 동안에 쇠퇴해 버렸다. 로마를 약타했던 서고트족
과 게르만 유목민들은 건축사가이며 20세기 중엽 하버드대학교 교수였던 지그프리드 기디온Sigfried
Giedion이 "다른 문화의 도구들"이라고 불렀던 것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의
자, 조각상, 목욕탕, 상감세공 가구 따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기디온은 이렇게 기술했다.
"그들의 습관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것이며, 그 습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중세기 내내 사람들은
즉흥적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앉았으며, 종종 의자에 앉기보다는 맨바닥이나 방석에 쪼그리고
앉았다. 사람들은 서로 몸을 맞댄 채로 모여 앉기도 했다. 그들은 때때로 성벽에 상자들은 밀어 붙여
서 상자들 위에 올라 앉기도 했고, 긴 걸상을 성벽에 붙여 놓고 성벽을 등받이 삼아 앉아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른 유형의 가구로 새로 만들어진 의자는 거의 없었다. 기껏 있다고 해도 저장
용 상자나 교회에 있는 성가대 좌석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시대에 만들어진 등받이 의자들은 말 그
대로 저장용 상자에 벽 같은 판자 조각 하나만 더 대놓은 것처럼 생겼다. 식탁은 다리만 있는 가대
에 음식을 올려놓기 위해 널판자를 얹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식탁을 차린다
setting the table"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다리가 셋인 걸상에 앉았다. 부유한 사람들
도 가대식탁이나 긴 걸상이나 걸상 몇 개말고는 가구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
중세에 집안의 가재도구가 빈약했던 것은 일반적으로 자주 이동해야 할 필요성에서 그 원인을 찾
고 있다. 봉건 가문은 부자든 그들이 거느린 종들이든 자주 이동을 해야 했다. 정치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다른 곳에서 보호를 구해야 할 필요도 있었으며, 지주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재산을 감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주인들이 떠나고 나면 그들의 집들은 사실상 비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둑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구는 무겁고, 옮길 수 없고, 벽에 내장된 것이거나, 아니면 독
립되어 있다면 쉽게 분리하여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여야 했다. (많은 유럽언어들에서 가구
를 지칭하는 단어의 의미는 대개 "옮길 수 있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모빌리스mobilis"에서 파생된
것인데, 이 라틴어는 내장된 것과 옮길 수 있는 조각들을 구별한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전학자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간단한 가구만 가지고 살았다고 말한다. dhosis
하면 그들은 밤에만 침상에서 자고, 낮에는 날씨가 허락하는 한 밖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접는 X자 의자나 접는 걸상들이 의자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으나 이런 것들
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아주 부유한 집에서도 의자를 한 개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그 집안의 가장만 앉을 수 있었다. 그것은 크고 거창하였으며, 너무나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거기에 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의자를 탁자가 있는 곳으로 옮
기는 게 아니라 의자가 있는 곳에 가대식탁을 차렸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회의의 의장
chairman of board"이라는 말은 바로 그 시절, 즉 지도자가 붙박이 의자에 앉아서 자기 앞으로 식탁
을 불러들일 수 있을 만큼 중요했던 그 시대를 언어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의자가 상대적으로 귀
했다는 사실 때문에 의자는 일반 세속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생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이 시대에 최고의 종교적 권위를 가지고 있던 자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의자에 앉아서 결정사항들을
공포했다. "의자로부터"를 의미하는 "엑스 카테드라ex cathera"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중세 의자의 사회적 기능들은 부계사회적 양식, 권력, 권위를 반영하였다. 역사가들은 중세기 내내
모든 의자들은 "엄격하고 수직적인 권력과 지위의 상징들"이었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런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똑바로 앉았으며, 아무도 뒤로 기대 앉지 않았다. 기대어
앉음, 따뜻함, 직물 등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사람들이 생활하고 즐기
는 침상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적 여건들이 변하면서 의자들도 변하게 되었다. 15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에도 점차 평화가
회복되었고, 무역 중심지들과 행정부들은 보다 더 중앙 집권화되었다. 따라서 귀족들은 자주 이동하
지 않아도 되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부를 가정에 집약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가구
르 벽에 붙박이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의자들은 방 안으로 들어왔으며, 거기서 비로소 의자들은 신
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즈음에 중세의 접는 걸상이 의자로 발전하였다. 가볍고 쉽게 이동할 수도 있는 새로운 의자는
로마의 행정관들이 앉던 접는 걸상인 "쿠룰레curule"에서 발전한 것이었다. 여전히 공식적인 권위가
부여되던 그 의자는 왕이나 중요한 평민들, 또는 교회 지도자들이 앉는 자리가 되었다. 의자에 발판
을 대거나 방석을 깔고, 때로는 위에 닫집을 씌우기도 하여 단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더 큰 영예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보다 흔한 의자는 다리가 셋 달린 걸상인데, 1490년경에 발전되었다. 이것은 좌
석에 말뚝을 박듯이 다리를 직접 박아 놓았고, 좁고 얇은 판자로 등받이를 대 놓았다. 등받이는 굽은
것을 대기도 했다. 피렌체의 스토리치궁에 보관되어 있는 몇 개의 의자들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
다. 이런 사실은 최소한 유럽의 그 지역에서는 그 의자가 지속적으로 사용된 이후로 희귀하고 영예
를 나타내는 가치를 상실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1600년대에 오면 의자 장식은 일반적인 의자 디자인의 한 부분으로 도입되었는데, 주로 의상 패션
을 모방한 것들이었다. 17세기 내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는 가구들이 한층 화려해졌다.
영국에서는 1660년에서 1770년에 이르는 왕정 복고 시대에 그런 변화들이 일어났다. 의자에 조각이
나 상감 장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자 장식이 외국의 영향을 받은 의자 장식들도 많아졌다. 그런
이국적인 장식은 인도에서 출발하여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식민령들을 거쳐서 들어오기도 했고,
일본에서 들어온 것도 있었다. 일본에서 가구에 옻칠을 하여 광택을 낸 것들이 유럽 가구 제조자들
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안락의자armchair"라는 용어는 17세기에 팔걸이가 있는 의자와 등받이만 있는 의자를 구분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상용되었다(등받이만 있고 팔걸이가 없는 의자는 side chair, 또는 single chair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생활이 한층 더 사교적으로 되면서 의자들이 더 흔하게 되었다. 부유한 가정들에
서는 좌석에 푹신한 천을 입히고 등받이가 높고 꼭대기에 장식 마디가 달려 있는 안락의자들이 나
타나기 시작했다. 접는 X자형 의자는 중세기가 지나서도 우아하고 균형을 갖춘 형태로 계속 살아
남았다. 이런 의자를 이탈리아에서는 "사바나롤라savanarola" 또는 "단테 의자"라고 불렀고, 독일에
서는 "루터 의자"라고 불렀다. 상류 계급에선 대화를 하고, 카드 게임을 즐기고, 음악을 듣는 등 사
교생활을 할 여가가 많았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의자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의자
들은 일반적으로 더 가벼워지고, 반면에 탁자들은 더 무거워졌다. 이 시기에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의자가 고안되었다. 여성들의 의상에 맞추어 팔걸이는 넓어지고 등받이는 낮아졌던 것이다. 일부 역
사가들은 이런 의자 디자인의 변화를 여성들의 사회적 신분이 상승된 표시로 해석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르네상스는 가옥의 짜임새도 바꿔 놓았다. 현관 홀은 주요 모임 장소라기보다는 접대하
는 자리가 되었다. 가족들은 그보다 작은 식당에 모여 식사를 했는데, 식당 가운데에는 붙박이 식탁
이 설치되어 있었다. 주 응접실은 2층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은 즐기고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
었기에 굳이 가구를 벽에다 바싹 붙이지 않아도 되었다. 이 때문에 보다 널찍한 다양한 가구들이 필
요하게 되었다. 바로크 양식이 도입되었고, 그리하여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사치스런 과시에 대한
욕망과 연결되었다. 의자를 비롯해서 가구들이 전체적으로 허식이 많고 사치스럽게 되었다.
18세기는 의자의 역사에서 절정이었다. 이 시대에 오면 편안함과 예술성을 일치시키는 일에 주목
했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편안함의 의미에 대해서 그렇게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그들은 몸에 대
한 모든 반응은 편안한 쪽으로 가게 마련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건축사가인 기
디온은 18세기의 프랑스인들은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인들이 남겨 준 착석의 편안함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판단했다. 사회학적 상황이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그는 국소 해부학적 관점에서 18세기 의
자를 잊혀져버린 한 기준이 다시 회복된 것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몸을 떠받치는 것이 상당히 편안
한 자세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기디온은 이 기준이 어떻게 해서 "잊혀지게"되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선사시대 유럽에 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근거로 판단하자면, 기디온은 수천
년 전 신석기 시대에 나타난 앉는 자세를 그리스인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궁극적으로 편안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18세기에는 편하고, 호화롭고, 융통성 있는 자세가
유행이 되었고, 따라서 의자 스타일도 거기에 적응하였다.
역사가들은 신고전주의 시대의 유럽 가구들의 외양상의 다양한 모습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
다. 어떤 학자들은 생리적인 유사성보다는 건축적인 유사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18세
기의 응접실에는 의자의 등받이나 소파의 등받이 모양을 벽장식과 비슷하게 만들었고, 앉는 자리에
는 그 방 주변의 색상과 일치하는 커버를 씌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로코코 시기의 절정기에는 비
대칭 형식들이 만연해 있었지만 가구들만은 여전히 대칭적으로 배치했다. 그 당시에는 장식이 어울
리느냐 하는 게 관건이 아니었다. 소파나 의자의 커버를 두툼하게 씌우면서 중요한 것은 그 커버가
벽지와 일치하느냐, 아니면 최소한 잘 어울리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의자나 소파에서 가
장 값비싸고 고급스런 부분은 바로 커버였다. 의자가 건축의 고전적인 순서에 따라서 만들어질 경우
에는, 딱딱한 수직 등받이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런 방식 때문에 몸에는 불편한 가
구들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긴장감을 유지할 목적이라면, 언제나 똑바로 앉는 것이 가장
편안한 자세였을 것이다. 그런 방들을 무대로 이루어지던 사회적 정치적 기능을 위해서는 긴장이 분
명히 합당한 것이고 또 바람직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이런 의자 양식은 그런 목적에 잘 들어 맞았다
고 할 수 있다.
18세가 영국에서는 "가구 제작자cabinetmaker"라든가 "가구장이enjoiner"와 같은 옛 용어들이 사라
져 버렸다. 이런 사람들은 의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부분들"을 뜻하게 되었다. 용어상에 이런 변화
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제 의자를 제조한다는 것이 나무를 깎는 사람,
문양을 새기는 사람, 짜 맞추는 사람, 커버를 씌우는 사람 등의 기술들이 결합된 별개의 공예가 되었
다는 사실이다. 이 새로운 직업은 생리학적인 관점과 미학적인 관점에서 의자 디자인을 위한 최상의
원칙들을 장인들을 통하여 통합하고, 세련되게 하고, 규범화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의자들이 실제로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통합시켰든 그렇지 않든, 계속해서 사회적 차별화릐 역할을
담당해 온 것만은 사실이다.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넉넉한 수입이 있던 사람들은 가구의 형태를 그리
스식, 이집트식, 시리아식으로 섬세하게 만들었다. 한편 런던의 노동자 계급은 당시 대중 교통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직장 근처의 비좁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여건에 자극을 받아 독
창적이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이중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침상으로도 쓸 수 있는 안락의자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피아노를 침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
기도 하였다.

휴식의 공간에서 노동 현장으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미국의 의자 사회사는 유럽의 역사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었다. 미
국에서도 역시 편안함이 아니라 신분이 주요 관건이다. 식민 이전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걸
상이나 걸상에 앉았으며, 의자는 신분을 상징하는 특별한 것이었다. 사실상 북아메리카에서는 1700년
대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의자는 신분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자들만이 의자를 살 수 있었
다. 1800년대에 이르자 대부분의 가정에선 가족들이 식사 때에 앉고, 또 손님들에게 내줄 수 있을 만
큼 넉넉하게 의자를 집에 두었던 것 같다. 매사추세츠주나 펜실베니아주 농가에서 나온 평균적인 물
품목록을 보면 한 집에 대략 여섯 개에서 아홉 개가 넘는 의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잘 사는 집에서
는 응접실이나 거실의 벽에 줄을 맞추어 의자들을 죽 늘어놓기도 하였다. 1820년대 중반이 되자 공
장에서 제조된 "장식 의자fancy chair" 시장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이렇게 의자가 민주화되면서
보다 많은 가정들에서 거실이나 응접실을 의자들로 장식할 수 있게 되었다. 매사추세츠주 중심부에
서 매 가구당 구비된 의자 수는 1800년에서 1830년대 사이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하였다. (통신 판매
회사인 시어스 로벅회사에서 팔았던 비싸지 않은 장식 의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지역 경매장이나 골
동품 가게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도시 빈민들은 침상에 앉기도 하고, 부서진 통 같은
걸 의자 대용품으로 썼던 것 같다.
19세기가 되자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미국인들과 유럽인들, 그리고 다른 곳들도 의자에 앉아서 생
활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큰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엄청
나게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이제 공장에서 의자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되어 의자값
이 훨씬 싸졌으며,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자를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
유는 노동 자체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공장 노동은 농경 노동과는 달리 의자에 앉아서 하
는 것이 더 어울렸다. 생산 라인에서 작업을 하거나 회계나 장부기록 같은 일을 하는 사무실에서 사
람들은 통상적으로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일을 했으며, 특별한 경우에만 걸상에 앉았다. 영국
의 사무원들은 서서 일을 했지만 그러한 관습은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오늘날에도
사무실 노동자들은 거의 모두가 데스크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한다.
대부분의 가구 역사가들은 이런 분기점이 되는 사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낸다는 것의 사회적 의미를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으며, 오로지
의자 그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여서 18세기 의자의 형태적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반면에 19세기 의자
들은 미학적으로 쇠퇴하였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들이 늘어놓는 불만 사항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창성보다는 양식적인 전통이 더 중요시되었다느니, 편안함에 대한 배려 때문에 구조적 표현이나
시각적 통일성이 부족하게 되었다느니 하는 따위를 열거할 뿐이다. 화려하게 보이려면 의자에는 패
드를 대고 실크나 무늬천으로 커버를 씌우고, 장식술을 달아야 한다고도 하였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
에서는 편안함에 대한 새로운 요구 때문에 스프링을 넣은 커버가 도입되었고, 이 때문에 편안한 의
자의 균형 비례도 달라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의자는 "무겁고 부풀게" 모양이 달라지게 되었
다. 다리는 짧아지고, 좌석은 깊게 푹 들어가게 되었으며, 등받이는 비스듬해서 느긋하게 뒤로 기대
서 쉴 수 있도록 변했다. 이런 자세는 곧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의자에 파묻히는 자세로 전락하고 말
았다. 여성용 의자는 "잘 디자인된 것이라기보다는 커버를 잘 씌운 것"이라고 조롱조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편안한 의자는 시트가 낮아서 팔걸이가 작은 것이든 없는 것이든 쪼그리고 앉은 것처
럼 아주 땅딱막하게 보였다.
역사가들은 19세기의 가구 취향을 절충주의적이라고 비판하고, 그렇게 유행했던 그리스식, 로마식,
이집트식 기조들을 "골동품 숭배"라는 경멸적인 문구로 표현하였으며, 고트풍, 르네상스풍, 엘리자베
스 시대풍, 로코코풍가 같은 다른 전통적인 기조들도 비난하였다. 당시에 이런 장식적 절충주의에 대
해서 반발하고 나선 두 가지 움직임들이 있었다. 먼저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 공예 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은 새롭게 대두된 "편안함에 대한 강박"(예를 들면 패드를 대는 것)과 "저급한 기
준의 디자인과 생산"에 대해서 반대하였다. 아르누보Art Nouveau로 알려진 두 번째 움직임은 로코
코에 뿌리를 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양식들을 모방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서 탈역사
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다. 전통적인 양식 모방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기술이 지배하고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사가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의자에서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느 과소
평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19세기에 있었던 의자 디자인의 보수적 경향과 급격한
사회적 변동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있다는 사실만은 눈여겨 보았다. 전 유럽과 미국에 급격한 사회
적 기술적 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가구 역사가 필리스 오티스는 "기술보다는 양식이
아직도 가구 디자인을 지배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모형, 균형, 형태의 반복 등과 같은 것들에
대한 엄격하게 남성적인 공간에서 건전하고 수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였으며, 한편 응접실이나 여
성들의 방 같은 곳에서는 보다 더 자유로운 로코코풍 의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소위 엘리자베
스 시대 양식은 억센 민족적 기질을 대변하였다. 밝은 색의 목재는 즐겁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어 낸다고 생각하였고, 오크 목재나 마호가니 같은 짙은 색깔의 목재 가구는 침착하고 평온한 분위
기를 내는 것으로 여겼다.
물론 장식에 관한 그런 개념들은 사회 관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통상적으로 권력과
부와 연관되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앞서 영국에서 그러했듯이 가구 유형이 종종 사회 계급과 짝을
이루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엘리트 시장은 복고풍 가구를 중심으로, 서민들의 시장은 정부에서
특허를 받은 사용이 간편하고 기능적인 가구를 중심으로, 민속 시장은 등받이가 높은 목재 윈저 의
자Windsor chair나 흔들의자 같은 민예품들이 중심이었다.
19세기 가구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은 아마도 지그프리드 기디온일 것이다. 그는 19세기의
많은 가구들을 그 이전 시대에서 모방해온 것이라 하여 폄하해 버렸다. 그는 그러한 모방이 몸의 편
안함이나 편리함을 고려한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들을 만들어내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 그는 정부에서 특허를 받은 실용적인 가구가 진짜로 창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런
가구는 조절할 수도 있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인체의 모든 바람직한 자세에도 어울
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인체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편안함과 편리함에 기초
한 새로운 디자인들이 양식에 있어서 새로운 취향과 새로운 선택 기준을 창출해내리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그는 미국인들이 1878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 출품했던 미국 정부 특허 가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보고하였다. 그 가구들은 편안하면서도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왜 이런 특허 가구들이 당연히 주목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신분보다 인체에 기초한 디자인을 강조한 의자는 얼마 견디지 못
하고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19세기의 특허 가구들은 기디온이 "편안함의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던 바로 그것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가구의 양식 변천
사에서 제위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런 의자는 사무실 노동자에게도 사장과 같은 똑같
은 편안함을 제공해 줌으로써 독점성을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디온은 미국인들이 발명품을 선호하는 취향에서 유럽적인 취향으로 바뀌게 된 전환점이 1893년
에 있었던 시카고 세계 박람회였다고 생각하였다. 이 박람회에서는 신고전주의 건축과 정교한 장식
들이 높이 평가되었으며,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 가구들의 밋밋하고 기계로 만든 표면들, 그리고 특
허 가구들..."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구들은 특별한 전문적인 목적이나 작업 환경을
위한 것으로 분류되었으며(공장, 치과병원, 사무실 등), 가정에서는 밀려나게 되었다. 기디온은 19세
기를 허위 기념비적 의식pseudo-monumentality이 지배하던 시기라고 비난한다. 그런 의식은 건축에
도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가구들이 지나치게 많은 장식과 꾸밈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그는 부자들이 전통적인 유럽 스타일을 따라하면 마치 그들의 취향과 위신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비난하였다. 더 부유한 사람들을 열심히 모방하던 중산층도 이제
수제품처럼 만들어진 기계 제조 가구들을 사들일 수 있었으며, 이제 그들도 더 높은 수준으로 생활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 주었다. "부의 표시와 겉치레가...보다 더 건강한 본능들을 억제할 수도 있
는...마술지팡이를 휘둘렀다."
기디온에 따르면 움직임과 휴식과 관련하여 19세기에 있던 독특한 자세는 작업 환경에서만 허용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가정에서는 "지배적인 취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응접실에서 훨씬 더 형식적으로 행동했다. 집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사무실에
서는 제약된 행동을 하는 오늘날의 우리들 모습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그 시대에는 움직임과 휴식
이라는 것을 사무실이나 치과나 기차 좌석 같은 곳에서 훨씬 더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만일 가구가 한 세기만 더 일찍 우리의 거실 안으로 들어왔더라면, 우리가 점점 더 많이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아마 우리의 허리 통증 문제도 지
금처럼 심각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19세기 가구를 비판한 사람들은 문제는 스타일이라고 하는
데, 그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만일 의자의 스타일이 사회적 신분을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할아버지들이나 그들의 아버지들은 신분을 전달하는 것에만 골몰하여 움직임의 귀중함을 생
각지 못했을 것이므로, 그럴 경우에는 그야말로 그 생긴 모양새가 문제의 주범일 것이다. 아마도 그
들은 움직인다는 건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똑바로 가만히 앉아서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의자에 무늬천을 씌우고 장식술을 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사회 사실주의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세와 편안함에 대한 새로운 관념들을 받
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일반 시장에 출시되는 의자 디자인이 우리 몸과 관련된 실용성을 강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여성의 의상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회의 엘리트들이 새로운 육
체적 해방을 고급스러움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고통스럽게 코르셋을 하고 다니던 처녀들이 코
르셋을 벗어던진 말괄량이들로 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자 디자인은 예술, 교육,
돈, 권력에 있어서 가장 우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이란 사람들이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장소이다. 이것은 단순히 소득하고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생계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가, 돈을 어떤 식으로 쓰는가, 교육 수준
은 어느 정도인가, 여행 경험은 얼마나 되는가, 가족관계나 종교는 어떤가 하는 사항들과 연결되어
있다. 한때 그러한 신분은 그 사람이 입은 옷과 말씨로 드러났었다. 그러나 지난 두 세기에 걸쳐서
그러한 신분은 그 사람이 집에 어떤 설비들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드러나게 되었다. 다시 말하
자면 집 안에 가구를 얼마나 많이 어떤 종류로 가지고 있느냐, 의자 커버천의 품질과 상징성, 양탄
자, 그림, 조각, 기타 예술품, 운동 경기 트로피, 여행 기념물, 오디오나 CD 같은 음악 장비, 책, TV,
비디오, 컴퓨터 등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실질적인 움직임과 목적을 배려하여 배열된다. 그러나 한층 더 중요한 것은 이
런 모든 물건들을 어떻게 통일성있게 조화시키고 정돈하느냐 하는 것에 관련된 기록되지 않은 암호
들이다. 19세기 응접실에 있어야 마땅한 것들에 대한 원칙과 그것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은 오늘날 우리가 따르고 있는 원칙들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19세기의 미국인들이 공
장에서 생산된 특허 가구들을 빅토리아풍의 배열 방식으로 통합시킬 수 없었으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빅토리아풍 배열은 푹신하고 두툼한 천을 씌운 의자, 꽃줄 장식이 있는 주름천, 장식술이
달린 테이블 보, 그리고 기념품이라든가 여행에서 사들인 골돌품, 고전적인 조각상들, 풍경화 따위와
더불어 양탄자와 같이 새롭게 사들일 수 있는 호사품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기디온 같은 비평가
들은 무엇보다도 인체를 우선하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보다 높은 신분 집단들은 이런 접근 방식이
단순히 육체적인 유익만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우월성까지도 표시해 주는 것이라고
납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디자이너들은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인
체를 고려한 디자인은 미학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유행에 뒤지지 않게 현대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
자면 아주아주 친숙한 것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흔들의자 받침이 아주 좋은 예가 된다. 그것은 인체를 우선시하고 신분은 부차적으
로 고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은 특허 가구들보다 훨씬 잘 나갔다. 의자를 흔들거리도록 해주는
굽은 나무는 처음에는 유럽에서 아기 요람에 쓰이던 것이다. 그러나 흔들의자 자체는 미국의 발명품
이다. 한 기발한 발명가, 혹은 몇 사람의 발명가들이 1760년경에 그 흔들받침목을 의자 다리에 붙인
것이다. 등받이가 높은 사각 목재 의자 다리에 흔들이를 댄 것은 보스턴 흔들의자로 알려지게 되었
다. 밑에 고정판을 댄 흔들의자platform rocker는 1760년대 말까지 산발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헤플화이트Hepplewhite, 치펜데일Chippendale, 셰라톤Sheraton 의자들은 흔들의자로 전환되지 않았
다. 그래서 우리는 흔들의자가 일상적인 취향이지 엘리트적인 취향은 아니었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
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이한 현상은 응접실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흔들
의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마도 그 의자가 친숙한 재료들로 만들어졌고, 자
국에서 만들어진 토착적인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각적으로나 상징
적으로, 흔들의자는 인체에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풍 응접실에 잘 어울릴 수 있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모더니스트들은 편안함보다는 도덕적 미학적 우월성을 중시하였다. 마르트
스탐Mart Stam,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 루드비히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찰스 임스
Charles Eames 같은 건축가들은 어쨌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재료들과 생산 공정을 고려하여 디자
인을 했다. 의자 디자이너들처럼 이 건축가들은 전통보다는 오히려 조각적인 독창성을 중요시했다.
19세기 모방문화에 대한 그들의 반발은 예술 공예 운동이나 아르누보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었다.
그들은 19세기가 가지고 있던 편안함과 그 환상의 표시라고 할 수 있는 스프링을 넣은 깔개를 철저
히 거부했다.
모더니스트들은 새로운 제조 과정(얇은 연철판과 강철 생산)과 강철이나 플라스틱 같은 새로운 건
축 재료들을 가지고 실험하였다. 유럽의 이론가들은 공업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거기에 지성과 균형미를 통합시키려고 애썼다. 그들은 새로운 원칙들을 발견함으로써 합리적인 새로
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은 독창성을 강조하였다. 어이없게도 이러
한 "끊임없이 이어진 일련의 새로운 출발들" 때문에 표준화에 대한 희망은 맥을 못추게 되었다. 20
세기 가구 디자이너들은 형식이나 기능의 개선보다는 새로움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들이 한 새로운
디자인들은 고급 예술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체의 로비 같은 곳에서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기디온이 인식했던 가정 환경과 사무실 환경의 차이는 20세기에 들어서 점점 더 확대되었고, 그래
서 결국 두 가지 별개의 디자인 환경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즉 신분을 나타내는 가구를 위한 디자인
과 기능적인 작업을 위한 디자인이 분리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한편으로 초기 20세기 모더니즘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은 순수 조각적인 선언으로 존중을 받고 있으며, 아직도 수많은 풋내기
디자이너들이 외양은 새롭고 신기하지만 기절초풍할 정도로 왜곡된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
른 한편으로 컴퓨터 의자들은 생리학적으로 상당히 세련되어졌다. 과연 그 둘이 서로 만나게 될 것
인가?

의자와 성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의자는 남녀노소, 그리고 계급에 따라서 차별화되고 있다. 의자에는
아직도 권력의 상징성이 남아있다. 물론 문자 그대로의 실질적인 권력을 말하는 건 아니다. 오늘날의
권력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지지하는 사회질서와 관련된 관념이나 정서와 교묘하게
뒤얽혀 있다. 오늘날의 사무실에서는 남자들의 가구와 여자들의 가구, 사용자의 가구와 고용자의 가
구를 구별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의자에 몸을 똑바로 맞추는 법을 배운다.
가정에서도 역시 가구들은 연령과 성의 구별을 반영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계급조직에서, 사람들의 몸가짐은 항상 일익을 담당해왔다. 오늘날 심지어 출
산이라는 가장 본능적인 여성의 행위마저도 남성들에 의해서 규제되고 있다. 많은 산파들과 출산 전
문가들은 해산을 할 때 몸을 옹크리거나, 앉거나, 쪼그리고 앉는 것이 등을 침대에 대고 눕는 것보다
해부학적으로 더 편안한 자세라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세기부터 시작해서 단지 의사
들의 편의를 위해서 여성들은 반듯이 드러누워서 해산을 하고 있다. 오늘날 이런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개혁적인 몇몇 사람에 불과하다.
의자는 우리의 자세를 규제하는 주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의자는 남녀 사이의 계급조직과 권력의
차별을 유지하는 데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왕족들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특권을 그들의 직계가족 여성이나 왕실의 여성들에게까지 확대시켜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경
우라 하더라도 남성 통치자가 앉는 의자와 여성 배우자가 앉는 의자는 대부분 모종의 차별을 둔다.
초기 로마에서는 아내는 남편과 함께 뒤로 기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로마 말기에
가면 이런 원칙이 바뀌어 아내들도 기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로마가 지배하던 영국에서는
남자들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하였고, 한편으로 여성들은 고리버들 의자나 광주리 의자에 앉
아서 식사를 했다. 중국에서는 남성들이 의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자들이 의자에 앉는 것을 버릇없는 짓으로 여겼다.
19세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벌어들인 것을 사적인 영역
에서 소비했다고 다들 알고 있다. 많은 역사가들이 이런 영역의 구별을 기록해 두었다. 이제 가정은
여성들의 영역이 되었다. 그들은 하인들을 감독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오락거리를 만들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족을 위해서 도덕을 향상시키고, 남성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등 가정 전반의 일을 맡아서
했다. 가정의 관리자였던 여성들은 또한 가구를 사는 일을 비롯해서 물건들을 사는 데 돈을 지출하
기도 했다. 예를 들면 여성들은 그들의 침실이나 다른 사적인 공간을 위해서는 여성적인 스타일의
가구들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보다 더 공개적인 장소에는 남성적인 스타일의 가구들을 골랐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자세와 가구의 사용이 남성과 다르다는 것을 비판
하기 시작했으며, 여성의 전통적인 자세는 여성의 연약함, 상처받기 쉬움, 무능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영국의 인간 환경공학자E. F. 르 카펜티어Le Carpentier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다르게 앉는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여성들은 종아리를 수직으로 세우고 몸통은 꼿꼿하게
세우고 앉지만, 남성들은 등을 기대고 다리는 벌리고 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성차별을
비판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구별은 옷의 형태의 차이, 또는 권위나 자기 확신에 대한 느
낌의 차이에서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공공 장소에서는 모양만이
아니라 크기도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의자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크기가 달라야
한다는 그의 제안은 또 다른 복잡한 이유가 숨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며 비교적 건전하다.
따라서 전형적으로 남성들만 앉던 안락의자도 이제는 두 가지 크기로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
체로 라-지-보이La-Z-Boy, 바르카Barca 같은 회사에서 만들던 안락의자들이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휴식을 취하고 텔레비전을 볼 때 앉던 의자였다. 1991년에 "뉴욕 타임스"지는 이렇게 언급했다. "아
마도 오늘날의 가구들 가운데서 미국의 남성들을 흔들어 주고, 회전시켜 주고, 편안하게 쉬게 해주는
의자처럼 성차별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여성들은 그런 움직이는 가구에 몸을
실어보지도 못했다. 산업화가 그런 식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최근까지도... 1927년
에 그들이 땅에서 이륙한 그 날 이후로 기계로 제조된 의자들에 따개비처럼 붙어서 살았다." 미국의
산업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25퍼센트가 남성용 안락의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기사는 이
렇게 이어진다. "물론 역사적으로 여성과 안락의자와의 관계는 의자 밑에 떨어진 먼지나 주변을 장
식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여성들은 그 의자들로 음식과 음료를 날라 주었다. 안락의자들 중에는
아예 간식 접시들이 딸려 있는 것들도 있었다.
90년대에 들어서서 일부 제조업자들이나 판매업자들은 안락의자를 여성용으로 개조하여 시장을
확장시키려고 시도하였다. 키가 150센티미터가 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크기의 여성용 스타일
에 커버도 벨벳 같은 "여성적인" 것으로 하고, 색상도 붉은 색 같은 "여성적인" 것으로 하여 판매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 아예 크기가 다른 안락의자를 한 쌍으로 구입하는 부부도 있다. 대부분 여
성의 의자는 벨벳이나 다므스크 천, 또는 "예쁜 장미 벨벳"에 꽃무늬가 있고, 이와는 달리 남성의 의
자에는 "마호가니빛 가죽 커버에 장식못이 박혀 있다." 여성용 안락의자들은 이름도 여러 가지다. 캐
시미어, 샴페인, 스털링, 샤블리, 오풀런스, 퍼스트 레이디 등등. 여성들은 작은 크기의 의자를 선호한
다. 이는 그들의 체구가 작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더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자는 흔들
리는 장치도 다양하다. 그래야만 표준 크기의 흔들의자보다 벽에 더 가까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의 저확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실내환경을 관리해 나가는 일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가구 산업에 따르면, 의자 커버는 점점 더 여성 취향으로 되어가고 있
다고 한다. 그것을 사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페미니스트 비평가인 셰일
라 드 브레트비유는 소파는 본질적으로 여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소파는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사람들이 서로 몸을 접촉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파가
의자보다는 공유적인 것이며 집단지향적인 것이라는 그녀의 견해는 옳다. 우리는 의자에 대해서는
남성다움을 연결시키지만 소파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거실 소파에서 다리를 뻗
고 눕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소파를 사들이거나 보다 여성적인 모양의 의자들을 사들이는
것이 지금껏 유지해온 남성과 여성의 계급조직적 차별을 정말로 침해하는 것인지 우리는 의문을 가
지게 된다.
소비자가 아니라 디자이너로서의 여성은 어떠한가? 남성-여성 계급조직이 아직도 그들에게 문제
가 되는가? 여성들은 최근에야 의자 디자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샬로트 페리앙은 1928년에 르 코
르뷔지에와 그의 형제 장네레와 함께 유명한 긴의자를 디자인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 업적에 대해
서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건축가 에일린 그레이 또한 몇몇 초기 근대적 의자들을 디자인했지
만 그런 의자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성 디자이너들은 성으로 분류되기르 원치 않으며, 그들의 작품은 상당히 다양하다. 하지만 저널
리스트들은 일반화시키기를 좋아하며, 그래서 이런 변형을 무시하기가 일쑤다. 한 영국인 기자가 미
국에서 열린 의자 전시회를 "앉기"라는 제목으로 취재하여 보도한 일이 있다. 그는 그 기사에서 부
드럽고 유기적인 모양들, 유머와 우아함과 대양적 광경, 사려깊은 실용성, 세련됨과 편안함을 강조하
였다. "편안함과 실용성은 분명히 우선적인 사항들이다. 여성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은 의자 본래의 용
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앉기에도 상쾌하고 넓은 방의 디자인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렇게 많은 여성들... 그들의 작품에서 곡선이 있는 유기적 형태들을 사용하고 있
다. 사람의 엉덩이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둥근 법이다."(이 여성기자는 여기서 인체를 모방하는 것이
인체를 지지하는 데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의 덫에 빠져들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다시
논의 하기로 하자).
아마도 여성 디자이너들은 계급 조직이라든가 권력의 매개물로서의 의자가 아니라 관계성이나 신
체적 편안함, 신석기 시대 여신을 표현하는 매체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그 기자
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금속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소수의 여성들 작품에는 같은 수준의 남성들
의 작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섬세함과 편안함에 대한 배려가 있다." 여성 디자이너들은 실제로 여
성 소비자들과 널리 공유하고 있는 특징들을 요약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장 조사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남성들은 무언가를 살 때 오로지 이미지와 신분을 고려하여 사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여성
들은 항상 그 의자에 앉는다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부차적인 관심 사항을 동시에 생각한다고 한다.
여성들이 가구를 선호함에 있어서 편안함과 신분의 관계는 뒤얽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왜냐하
면 여성들도 분명히 신분을 무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은 가족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일
에서 가구가 담당하는 역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남성 저널리스트는 아내가 뭐라고 하든 자
신은 라-지-보이 회사에서 만든 가구를 좋아하다고 말하면서 여성들의 신분에 대한 관심을 너무 단
순하게 이야기한다. 여성들은 "가구를 (그들이) 구두를 보는 것과 똑같은 식으로 본다. 편안함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것이 얼마나 멋지게 보이느냐 하는 것만 중요시한다." 분명히 여성들은 그들
이 예상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칭찬해 주기를 원한다. 신분과 편안함을 놓고 드러나는 이러한 갈등
구조는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의 작업으로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윤리와 도덕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주장하기를 여성들은 두 개의 대립되는 가치들이 있을 경우에
그 중에 하나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기를 거부하고 그 둘을 모두 다 갖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한다. 아
마도 디자이너로서, 또 소비자로서 여성들은 실제로 신분과 편안함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놓치고 있
는 것 같다.
의자와 관련되어 있는 가치들은 이 두 가지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관계성이라든가 감촉
같은 다른 가치들을 논의하였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그런 것들을 연약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가치들은 오랜 동안 여성적인 장점들로 생각되어 왔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작업장, 특히 사무실에서 이런 속성들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사무실의 의자는 평등한가
오늘날 사무실은 계급 조직이 지배하고 있으며, 의자는 그 지위를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일에 일익
을 담당하고 있다. 포 브론슨이 최근에 쓴 소설 "포격수들Bomdardiers"은 바로 이런 근거를 가지고
증권거래, 정보경제, 그리고 1990년대의 직장을 풍자하고 있다. 브론슨은 계급조직의 아첨꾼 칼리노
브라는 인물을 설정한다. 칼리노보는 거래소에 새롭게 등장한 겁없는 친구 에그스 이기노가 전화를
할 때 회사의자에 앉아서 하지 않고 서서 한다고 몹시 꾸짖는다. 에그스 이기노는 일을 서서 할 수
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칼리노브가 이렇게 묻는다. "모든 사람들이 서서 일하는 게 편하다고 해
서 의자를 모조리 없애면 어떻게 되겠나? 어떻게 되느냔 말이야?" 에그스는 항변을 하고, 칼리노브
는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비탈길과 같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조깅화에 청바지를 입고,
개인 탁상 전기를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 이미지는 엉망이 된다. 의자는 회사라
는 상징의 그물망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본사 사무실은 화려하지만, 지사 사무실들은 모두 형편없다. 회사는 바닥에 깐
양탄자나 벽, 의자나 조명, 전화기나 책상이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 회사 물리 요법사인 페
르코바 박사는 팔목과 허리가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간환경 공학적으로 올바른 의자
를 지정해 준다. 그러나 그 소장 연구가는 주인공 시드 기더에게 서서 일하는 게 여러 동작을 더 편
하게 할 수 있고 한 가지 자세만 계속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허리를 보호하는 데 더 좋다고 설
명한다. "우리의 몸은 가만히 서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몸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
다...일어서라! 그들은 당신이 하루 종일 앉아 있기를 원한다." 그는 이렇게 외치며 회사가 그를 가둬
놓았고, "의자에 사슬로 묶어 놓았다"고 하는 시드의 원망에 동조한다.
분명히 이것은 실제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여 쓴 소설이다. 어떤 기자가 그녀의
동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 주었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여러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나면 허
리를 쉬기 위해서 눕고 싶어진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이 비좁기 때문에 그는 방문자들의 눈을 피해서
그의 작업대 아래 몸을 눕혔다. 그러나 사장이 와서 그가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보더니 당장 일어
나라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지금 도대체 뭐하는 거야! 전문가는 절대 눕지 않아!"
인간 환경공학 연구가들은 신분을 포함하여 사무실 기능의 다양한 측면들을 연구하고, 그 결과 근
로자의 작업 자리는 그 사무실의 계급 조직에서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결
론을 내렸다. 상당히 민주적으로 칸막이를 최소화시킨 오픈된 사무실들에서는 관리자들과 일반 근로
자들을 구별하는 일이 어려우며, 그렇게 되면 이런 부조화로 인해서 양편 모두에게 불만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근로자들이 보다 평등하게 보이는 환경을 좋아하며, 그렇게 해야 생산성
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가?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사장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는 배치인가? 대개는 칸막이의 높이, 작업 공간의 넓이와 위
치, 조명, 색상, 그뿐만 아니라 공간의 은밀성, 타인들의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 공간의 개인
적 활용 가능성 등과 같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조건들로 구별할 수 있다. 가구의 품질, 의자 커
버, 의자 숫자, 양탄자의 두께 등 연구자들에 따르면 전화기의 색깔이나 휴지통 색깔과 같은 개인 특
유의 신분 표시 장치들은 전통적인 신분 표시 장치들이 사라지면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적절한 신분 표시 장치들은 개개인을 만족시키는 데 기여하며, 노동자의 만족도는 생산성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신분의 차이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말한다. 사무실 구조 문제
를 다룬 어떤 책에서는 사무실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신분을 명확하게 규정해
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이런 일을 하는 사
람이다 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비결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화기의 색상, 쓰레기통의 크
기, 명패의 유형이나 위치 등과 같이 손쉽게 움직일 수 있는 물건에 자기 가치를 부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융통성을 손상시키지 않고 공간이나 돈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신분을 나
타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신분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은 근로자의 만족도와 직결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은 또한 생산성과도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민주주의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결론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특히 직장에서 지위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창조적 잠재력을 키워냄으로써 생산성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되는 지금 시류와 어울리지 않는 결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실제로
봉급과 권위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환경적인 메시지들도 일관성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는 정말 의문스럽다. 이와는 달리 사람들은 그러한 지위들에 함축되어 있는 윤리
적 지침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구별을 만들어내고, 그 구별들은 도덕적으로 열등한 것에서부터
우월한 것에 이르기까지의 등급과 조화시키려고 하는 관행은 도덕적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보다 더 단순한 설명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알고 싶어하며,
물리적 환경은 이런 것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사무실에서 신분 표시장치로서 의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행정부 사무실 세 군데와
일반 사무실 세 군데에 근무하는 529명의 근로자들을 조사한 결과 뉴욕 버팔로의 심리학자들은 산
업 컨설턴트인 프레드 스틸의 전문적인 견해가 옳다는 데 동의하였다. 스틸의 견해에 따르면 개인
사무실에 있는 의자 수는(철재 의자보다는 목재 의자가 선호된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감독적인
신분을 표시해 주는 결정적인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척도들은 큰 탁자들, 넓은 작업 면적, 더
큰 수용 능력, 은밀성 등이다.
사무실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행해진 대부분의 조사 연구는 근로자의 생산성에 대
한 관심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만족도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 육체적인
편안함인가, 아니면 신분 상징인가? 미국의 스틸케이스사에서 후원한 여론조사에서 여론 조사원이
인터뷰한 결과, 불만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80퍼센트(전체 인원의 70퍼센트)가 불편함이 크든 적든
생산성을 감퇴시켰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들은 "편안함"을 좌우하는 요인에 순서를 매겼다. 좋은 조
명, 편안한 의자,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조용한 장소 순이었다. 의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결국
계급의 위치에 따라서 개인들에게 의자를 지정해 줄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사용할 의자는 그들에게
맞추어 조정해야겠다는 의결이 나오게 되었다. 사실 일하는 근로자를 육체적으로 편안하게 해주고자
아는 것은 민주적인 공정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생산성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성에 대한 관심은 결과적으로 평등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조사 연구와 인기있는 잡지 기사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결국 창조성이라는
것은 지위나 직함의 반영이 아니다. 잠재력은 어디에나 있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회사는 고답적
이고 신분 지배적인 운영방식을 탈피해야만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보다 더 생산적으로 되려면 신
분의 차이들을 버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 과학적인 연
구들은 설사 비현실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옳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런 연구들은 탁자들이
더 낮아져서 여성 사무원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되어야만 한다고 보고하였다.
생산성에 관한 이러한 상반된 두가지 결론(신분에 대한 요구와 신분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요구)은 상충하는 커다란 두 조류를 만들어 내어 사무실 환경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예고할 것 같
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모든 상업가구 생산 라인들은 "경영자executive" 의자 모델과 "사무
직secretary" 의자 모델을 유지해왔다. 보다 더 진보적인 회사들은 이제 "관리직managerial"과 "업무
task"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그런 용어들 역시 관리자들과 근로자들은
구별하는 말과 다름없다. 나는 사무실에서 좌석으로 계급을 상징하는 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계속
발전과 후퇴를 반복하는 투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80년대에 영국에서 현대 의자 전
시회를 조직했던 린다 브라운과 데이언 수직은 이렇게 기록하였다.
대부분의 의자 제조회사에서 내놓는 카탈로그를 보면 은근히 암시하려고 하는 게 바로 신분의 문
제이다. 사무실 방들이 벽으로 완전히 막혀있지 않고 낮은 칸막이나 스크린으로 나뉘어져 있는 소위
민주적인 오픈된 사무실은 그 매력이 팀웍과 비계급 조직적인 작업 방식에 있다. 하지만 사실상 사
무실 가구, 특히 의자는 앉는 사람의 신분을 말해 주는 것이다. 앉는 사람의 신분을 암시하기 위해서
상당한 독창성이 발휘되고 있다. 바로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가장 비싼 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움직
이기에 가장 편리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의자들은 사무 근로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런 의자들은 유감스럽게도 관리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어떤 분야
에서는 경영자의 의자가 실제로 가장 싼 것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의자들은
유용하고 편안함을 더해 주는 특별한 장치들을 추가하지 않고 단순히 커버를 비싼 것으로 한다든지,
아니면 노골적으로 크기만 들입다 크게 만든다. 결국 표준적인 의자에 대한 가격 정책은 소위 호사
스러운 최고 품질의 모델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는 데 따라서 영향을 받게 된다. 물론
이것은 가구에서 아주 오래된 전통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한때 목재보다 플
라스틱이나 주물 합금으로 만들던 방식인 것이다.
이들이 고찰한 내용을 보면서 나는 1980년에 "버팔로 사회 기술 개혁 협회"가 사무실 근로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떠올렸다. 그 조사를 보면 실제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좋은 조
명이 필요하지만 그런 조명을 거의 사용할 수 없었고, 오히려 관리자들이 가장 좋은 조명을 차지하
고 있었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아직도 분명하게 유지되고 있는 중요한 차별은 상사와 비서, 남성과 여성간의 차별이
다. 놀랍게도 지금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식 밸런스 의자balance chair를 판매하던
회사는 사무실의 신분 상징이라는 이 불문율에 부딪히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의자는 상사와 직원을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특히 약세였다. 밸런스 의자는 등받이가 없었는데, 등받이의 높
이야말로 "사회적 지위의 높이를 표시하는 핵심적인 장치"였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하여 한 굴지의
밸런스 의자 제조업체는 높은 등받이가 달린 의자를 내놓았다. 좌석이 바스듬한 전통적인 의자를 판
매하던 다른 회사는 카탈로그에서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그 문제를 처리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의자를 "모든 지위에 어울리는for any position"의자라고 말했던
것이다.
우리는 신분이라는 것이 다른 가치들, 예를 들면 오늘날 주류를 이루고 있는 평등이라든가 근로자
의 건강과 같은 가치들과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거듭 알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사무실은 컴퓨터나 영상 표시 장치(VDT)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들과 관련된
많은 생리적인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눈의 피로, 허리 통증, 잦은 관절 손상 등이 가장 많이 나타
나는 증상들이다. 이 세 가지 문제들은 죄다 근로자들이 VDT 스크린 앞에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
게 되는 자세 때문에 일어난다. 의자가 자세를 고정시켜 버리는 한, 의자는 눈과 허리와 팔목에 강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들은 조금씩이나마 움직일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는 인간환경
공학적 의자들을 이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일을 하는 동안 계속 눈과 손을 키보드와 스크린에 집중
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의자를 탓할 수만 없는 법이다. 이때 의자는 의자, 키보드,
사람, 스크린이라는 통합된 복합체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그런 것들이 통합되어 하나의 새로운
장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환경공학은 한때 사람과 가계장치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것
으로 규정되었다, 이제는 상호작용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이제 기계
장치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더 이상 키보드와 단말기에서 떼어낼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렇게 기계장치들에 얽매이는 것의 생리적인 결과들은 물론 아주 해로운 것이다. 수근 터널 증후
군carpal tunnel syndrome(과로, 당뇨, 관절염 등으로 인하여 손목의 터널을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압
박을 받아 손에 생기는 통증으로, 정중 신경 압박 증후군이라고도 한다/옮긴이)이라는 말은 이미 일
상적인 용어가 되어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마우스나 키보드, 그리고 스크린에 손과 눈을 장시간 동안
고도로 집중시켜서 작업을 해야 하는 작업환경을 받아들일 수도 잇겠지만, 나는 그런 작업환경에 도
전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눈과 손의 협력을 요하는 그런 과제들을 위해서 고정적인 자세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세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다
른 일감도 당연히 줘야 할 것이다.
재택 근무 시대가 되면 이런 기계장치의 리듬이나 사무실 가구에서 드러났던 신분의 문제가 없어
지게 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생리적인 패턴이나 리듬에 맞게 작업 방
식을 만들어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재택 사무실을 위한 작업 장비 광고들을 보면 다시 금속이 아
닌 목재를 재료로 한 선반, 데스크 시스템, 화분, 도양식 융단, 가족 사진, 가정집 창문에서 보는 퐁
경 등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자만은 유독 사무실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쓰던 것과 똑같
은 인간 환경 공학적 컴퓨터 의자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재택 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하
는 많은 가구 회사들은 등받이가 높은 경영자 의자뿐만 아니라 가죽으로 만든 인간 환경공학적 의
자를 내놓고 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이 거물이라고 계속 느낄 수 있게 되었
다!

의자에 길들여지는 아이들
그렇다면 사람들은 지위에 따른 구별을 어떻게 알게 되는 걸까? 다시 말해 가죽이 더 좋다든가,
더 넓은 공간이 더 많은 권력을 말해준다는 것을 어떻게 터득하게 되는 것일까? 애석하게도 그 과
정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적절한 습관들을 기르도
록 하며 동시에 노동력을 갖추도록 만드는 곳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현대 독일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하요 아이코프Hajo Eickhoff가 주장하기를 의자는 온순한 사람들
로 하여금 비판을 하게 만들거나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사람이 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진정제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영어에서 "가라앉히다"를 의미하는 동사 sedate는 라틴어에서 "앉다"를 의미하는 단
어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주목해 보라.) 이러한 수동성으로 이끄는 사회화 과정은 일찍이 학교에
서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의 첫 과제는 아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질서있
는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곳이다. 미국
의 철학자이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종합연구원에서 인체 연구를 하고 있는 돈 존슨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앉는 방식은 교육철학의 혼란을 말해 주는 증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의자의
줄을 맞추어 조용하게 앉는 습관은 기본적으로 선생들이 권위를 지키고 안전하게 아이들을 억제시
켜 철저한 관념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학생들과 선생들 모두에게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몬테소리 학교와 슈타이너 학교는 교육에서 행동과 학습을 통합시키는 방식의 두 가지 예들을 보
여 주고 있다. 마리아 몬테소리박사는 1912년에 "몬테소리 교육법The Montessori Method"을 저술하
면서, 이탈리아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억눌리면서" 어떻게 무력해지는가를 보
여줬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서 하는 강요된 교육보다는 단순한 과제와 자발적인 활동을 권장하였다.
영국 초등학교에서는 몬테소리 교육 모델을 채택하였고, 미국에서는 몬테소리 이론이 대부분 사립학
교에서, 그리고 일부 공립학교 체제에서 부활하였다. 최근에 미국의 두뇌 연구자들은 학습효과는 육
체적인 활동과 더불어 증가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점점 더 많은 공립학교들이 아이들에게 의자에
줄 맞추어 앉는 대신 의자 없이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앉도록 하는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러
나 여러 세대에 걸쳐서 미국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만히 앉혀 놓으려고 애를 써왔다.
미국 중서부지역에 사는 한 일곱 살 난 소년이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보내는 하루 일과에 대해
서 해놓은 상세한 연구 기록 덕분에 우리는 1949년에 어떤 한 교사가 매순간 학생의 자세를 어떻게
규제하는지에 대해서 참고를 할 수 있었다. 일찍이 로버 베이커와 허버트 라이트라는 두 심리학자들
이 해놓은 이 연구는 실험실이나 병원같은 인위적인 환경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의 행동에 주
목했다는 점에서 아직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나는 최근에 레이먼드라고 하는 그 소년이 언제, 어디
서, 어떻게 의자를 사용하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그 보고서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두드러지게 나
타나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교사가 일학년과 이학년 아이들의 자세를 끊임없이 감시하면서, 수시로
그들에게 "똑바로 앉아" "가만히 있어" "자리에 가서 앉아"라고 말했다는 사실이었다. 또 한 가지 두
드러지게 나타나는 사실은 레이먼드는 "절대로" 스스로 앉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집에서나, 군청
청사 마당에서나, 학교에서나, 공터에서나 항상 놀 때는 달리기도 하고, 껑충 뛰기도 하고, 몸을 비틀
기도 하고, 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운동감각적으로 뛰는 것을 즐겼다. 실제로 레이먼드가
의자에 앉는 것은 집에서 식사를 할 때와 학교에서 공부할 때뿐이었다. 아이들은 본래 의자에 앉으
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 선생들이 아이들을 가만히 앉아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어른들은 분명히 의자에 앉는 습관에 완전히 젖어들어 있다. 레이먼드의 행동을 기록했던 그 심리
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은 부주의하게도 어른들의 그런 느낌을 그대로 반영해 버렸다. 어린 소년이
책상 앞에 의자에서 지루하여 고개를 속이고, 몸을 기대고, 몸을 흔들어 대고, 몸을 뒤틀고, 몸을 엎
드리고 하는 것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고 나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특
별히 흥미로운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 아이가 하루중에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나머지 시간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다른 관찰자들은 레인먼드가 놀이터나 학교 가는 길에 친구를 사귀는 일은 힘
들다고 기록하였다. 레이먼드가 한 곳에 있을 때 30분 단위로 그의 변화를 기록했던 관찰자는 "자신
이" 앉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만 만족했을 게 분명하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의자에 앉아 있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래서 레이먼드
로 일곱 살이 되기도 전에 그런걸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 걸까? 레이먼드
는 다음과 같은 광경을 보면서 이런 걸 깨쳤을 것이다. 한 여성 관찰자가 레이먼드에게 이렇게 설명
했다. "나는 이 계단을 의자라고 생각하고 네가 놀 동안 여기에 앉아 있을게." 레이먼드의 어머니는
그 관찰자가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이렇게 물었다. "의자를 갖다 드릴까요?" 그 관찰
자는 설명을 해야 했다. "아녜요, 아주 편한 걸요 나는 계단에 앉는 걸 좋아해서 가끔 계단에 앉는답
니다." 레이먼드와 그의 어머니와 그 기록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어른들은 의자에 앉
는다는 사실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한 부분은 의자에 앉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에서 말로 가
르치지 않는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아이들은 왜 앉기를 싫어하는가에 대한 가장 흔한 설명은 그들은 활동하고 놀기를 좋아한다는 것
이다. 하지만 이 분명한 이유는 또 다른 아주 중요한 이유 한 가지를 모호하게 만든다. 식탁이나 의
자에 앉아야만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가장 일반적인 육체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며, 그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자세
들로 변형된다. 일찍이 1743년에 프랑스 정형외과 의사 드 부아 르가르de Bois-Regard박사는 학교
의 가구들이 적합치 않아 아이들의 신체가 변형되는 것을 경고했다. "아이들이 보모의 손을 떠나자
마자 그들에게는 짚이나 골풀로 만든 작은 안락의자가 주어진다. 그런 의자들은 바닥이 움푹 들어가
있다. 그런 재료들로는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작은 의
자들 위에 올려놓는다. 이런 의자는 곧 아이들의 몸이 미숙한 나이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변형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더 이상 골풀의자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여전히 체형에 맞도록 바닥이 움푹 들어
간 의자들이 있기는 하다. 르가르 박사는 아이들을 위한 가구 디자인에서 그런 것과 비슷한 다른 문
제들을 지적하였다. 그의 지적사항 중에는 의자와 탁자와의 관계에 대한 것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
들은 쓰기를 배울 때 몸을 구부려야만 한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맞는 높이의 책상을 주
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상이 너무 놓아서 문제가 되는 수도 있다. "아이들에
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팔꿈치보다 높은 책상을 주는 경우에도(팔꿈치보다 5
센티미터 가량 낮아야 한다) 역시 동일한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그는 이 문제가 특히 어린 아이들
이 배우는 학교에서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높이의 책상을 쓰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에 비추어 생각해봐도 그의 지적은 놀랍기만 하다. 각각의 책상들이 화
려하기는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높이가 아닌가! 교육에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
리는 각 아이에게 각자의 책상을 맞추어 주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현대 덴마크 의사 A.C 만달Mandal은 이런 문제를 가지고 계속 걱정하고 있다. 성인들의 허리 통
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학교라고 그는 주장한다. 200년 전에 르가
르 박사가 그랬듯이 그도 책상 표면의 경사도, 의자의 높이, 책상의 높이 의자 좌석의 경사도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만달에 따르면 결정적인 문제는 다리와 척추와의 관계라고 한다. 다리와 척추와의 각
도가 120-135도 정도가 될 때, 다시 말하자면 완전히 앉는 것도 안고 완전히 서는 것도 아닌 어중간
한 자세로 수직으로 앉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어야만 골반의 앞쪽 근육과 뒷족
근육의 활동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자는 앉는 사람이 앞쪽으로 앉거나
뒤로 등을 기대고 발을 뻗고 앉는 것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다리를 몸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
려면, 다리는 더 낮게 하고, 좌석은 더 높게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좌석은 앞으로 경사져 있
어야 한다. 좌석이 높아진다는 것은 탁자 높이 또한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 표면이 더 높아져야 할 또 다른 이유는 다리 때문이 아니라 눈 때문이다. 만달 박사에 따르
면 어린 아이들의 시거리는 어른들의 시거리(평균 30센티미터)보다 훨씬 가깝다고 한다. 만일 책상
의 높이가 시거리 영역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아이들은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보기 위해서 끊임없
이 등을 구부려 몸을 변형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달이 아이들에게 작업실에서 책상의 높
이를 그들이 원하는 높이로 조정해 보라고 하자, 아이들은 학교 가구 제조자들이 국제적인 표준이라
고 만들어낸 탁자보다 약 15센티미터에서 25센티미터를 더 높게 조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추가한 높
이는 아이들의 앉은키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높이이다. 아이들이 선택한 이상적인 의자의 높이 또한
훨씬 더 높았다(이렇게 추가된 높이는 최소한 아이들의 앉은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높이였다). 그
렇다면 만달이 연구한 아이들 가운데서 국제적인 표준을 선택한 아이는 몇 명이나 됐을까? 결과는
한명도 없었다.
만달은 이렇게 지적한다. 아이들의 평균신장은 해가 갈수록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학교 책상과
의자의 높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덴마크에서는 그러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잘
못된 판단에서 나온 비극적인 결과는 평생 중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있는 우리 아이
들의 등이 휘고 거기에 무리가 가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는 의자에 앉는 게 실제로 너무나 해롭기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을 지속적인 자세로 하는 것을 포기하고 "높은 좌석에 걸터 앉는 자세"로 대
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학생들의 건강보다 건물 관리 같은 데만 관심을 더 기울이고 있다고
개탄하였다. "아이들의 허리가 십대에 잘못되는 것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허리 질병의 원인일
수도 있다. 가구 디자이너들은 의자에 앉는 사람의 해부학에 대해서 전혀 배운 바 없으며, 지역 학교
당국자들은 간편하게 쌓아 놓을 수 있고 촘촘하게 들여 놓을 수 있는 값싼 가구를 우선적으로 선택
하는 것 같다." 만달 박사의 운동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연구 결과 의자와 책상의 표준 높이를 더 높
이고, 책상 표면과 좌석을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경사지도록 만드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을 개선
시켜 주게 되리라는 것을 주장하였고, 나머지 스칸디나비아 반도 나라들과 유럽 가구 표준위원회는
그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였다.1997년에 국제 표준화 기구(ISO)는 학교 가구를 위한 새로운 표준으로
이런 선택사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만달이 연구한 것과는 달리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이들은 신체조건과는 관계없이 의자를 선
택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교육 당국자들은 거기서 20명의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연구를 하면서, 아이
들에게 여러 가지 높이의 의자들은 놓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신장과는 관계없이
가장 큰 의자가 좋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들의 95퍼센트는 의자에 앉자 다리가 땅에 닿지 않고 달랑
달랑 매달렸다. 이 아이들은 의자가 크면 클수록 거기에 앉는 사람에게 더 큰 권력과 신분이 주어진
다는 것을 벌써 배운 것이다. 1950년대 말에 미국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를 한 결과 대부분의 아이들
은 하느님은 권좌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으로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거의 비슷하
게 오스트레일리아 아이들도 하느님은 의자에 앉아 있으며, 아마도 큰 의자에 앉아 있으리라고 상상
하고 있다.
가정에서나, 사무실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적인 목적들은 우리 몸의 편안함을 유린하고 있다. 심
지어 위도 없고 아래도 없으며, 바닥도 없고 천장도 없고, 몸이 공중에서 유영하는 무중력 상태에서
도, 지구의 땅을 기초로 한 의자 디자이너들이 우주선 캡슐 안에 의자를 맨 먼저 설치하기로 결정하
였다. 거기에 들어갈 비행사들이 가정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외계에서는 의자라는
것이 전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자, 그 이후로 의자는 사라지게 되었다. 앞으로 몇 세기
동안 더 실험을 하게 디면, 인류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2장 예술적 접근
우리는 의자의 편안함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그냥 용서할 수도 잇다. 특히 예술과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결국 의자를 공예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계
굽, 사회적 우월성, 권위, 차별성 같은 것들을 모두 잊어버리자. 그리고 선, 비례, 모양, 재료, 장식,
장인의 기술 같은 것들만 염두에 주자. 이런 것들이 의자를 공예품, 조각품, 그리고 그냥 순순한 형
태로 받아들이기 위한 판단 기준이 된다.
가능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의자 디자인에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전제로 하고
접근하는 것보다 더 인체에 대해서 배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맞춤 의자들, 특히
수제품 의자들은 개인에게 맞도록 만든 것이다. 더 나가서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은 일찍이 20세기
초에 공업적 제조과정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였고,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슬로건
을 들고 나왔다. 그것은 너무나도 틀림없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의자의 형태는 앉고, 움직이고, 휴
식하는 인체의 행동을 적절히 수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1970년대에 예술가들이 가구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의자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의자에 대한 관심은 테이블, 침대, 서랍장과 비교
하면 단연 최고였다. 왜냐하면 의자가 인간의 신체와 가장 밀접하기 때문이었다. 의자는 발, 다리, 엉
덩이, 팔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우리 인간처럼 보인다. 의자 디자인에 관한 전제들을 보면 모두 인간
의 몸에서 영감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런 경우에 우리는 의자를 만드는 예술가나 그의 후원자의 몸
에 맞게 치수를 맞춘 개성있는 의자들이 쏟아져 나오리라고 기대한다.
사실상 의자 디자인에 대한 예술적 접근은 우리 문화를 인체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만들었
다. 놀랍게도 의자가 장인들의 작업장에서 디자이너들의 아틀리에나 예술가들의 스튜디오로 옮겨가
면서, 의자의 형태는 앉는 것의 생물학적 관심을 점점 더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감정Connoisseur"이
라는 잡지에는 "최고의 의자23"이라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데, 거기에 뽑힌 의자들은 모두 해부학
적으로 뛰어나다거나 기능성이나 내구성, 경제적 기준에서 훌륭한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의자들
은 나름대로의 양식적 판단으로 고른 미술관 큐레이터나 수집가들, 그리고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취
향을 반영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장인이나 디자이너, 예술가들보다는 엘리트와 대중에게 모두
의자를 판매하고 있는 비교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 제조업체들이 인체에 대한 관심들이 더
많다.
그렇다면 왜 예숙적인 접근 방식이 인체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우리들
이 인체에 필요한 것들은 이미 충족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자는 최소한 1만 년 간 우리 곁
에 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기본적이 형태가 어느 정도는 비슷해Rrl 때문에 그런 형태가 완벽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완벽함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의자 디자
인은 이제 양식적은 놀이와 세련되게 하는 것에만 몰두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기능적인 면에서 말하자면 의자는 2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완벽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예술적인 시작이 인체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타일을 실제로 사회적
차별과 지위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형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 의자와 다른 의자를 구별
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거기에 가치들을 부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이 의자와 저 의자는 다르다.
그렇다면 더 "좋은"것은 어떤 걸까? 실제로 양식적으로 가장 멋을 부린 의자들은 가장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닌 자들의 소유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모양이 지위와 뗄래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다는 것
을 개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은 우리를 망하게 하는 눈이다. 오로지 나만 눌이
멀었다고 한다면, 나는 멋진 옷과 멋진 집과 멋진 가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멋이라고 하는
것은 금세 우리가 우리 자신들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시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 우리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 결국
의자를 예술품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우리는 의자들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고 하는 이전의 생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의사 전달은 예술적 표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며, 따라서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우리
가 육체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중
동평화회담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는 순간을 찍은 사진을 보면 그는 옥외에 통나무를 깎아서 만든
의자에 앉아 있다. 여기서는 실질적인 육체적 편안함보다는 전원적인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케네디 대통령이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흔들의자에 앉는다는 말이 나돌자, 흔들의자
가 잠시 유행이 되었다. 흔들의자가 기능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 흔들의자를 그가 가지고
있던 카리스마와 동일시하였기 때문이었다. 만일 어떤 의자가 그 생긴 모양새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
해 준다면, 우리는 그 의자가 육체적으로 어떠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의자가 "정서적으로" 어떤 느낌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자가 신체적으로 어떤 느낌
을 주느냐 하는 것과 관계없이 그것을 하나의 물건으로 보고 예술가들이 의자를 만들어내고, 앉는
자들이 선택을 하고, 수집가들이 의자를 사들이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팝 문화에 정통한 한 영국인
은 의자가 "하나의 기능을 수행했던 실용주의적인 품목만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와 열망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문화적으로 충전된 상징물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한 "생활 양식"을 다
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준다." 사회학자들은 의자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또는 전통적 정체성 대
현대적 정체성을 말해 주는 비언어적 지시물에 포함시켰다.
얇은 종이 한 장이 바위를 가려 버리듯이, 일정한 양식style은 전문가의 감식안이라든가 장식 같은
장치들을 통하여 생리학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의자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일부 사람들이 감식
안에 매료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은 어떤 의자들이 보다 독창적이며,
왜 그러한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스미소니언"지의 한 기사에는 어떤 의자 감정가에 대해
서 이렇게 썼다.
올프슨은 깜짝 놀랐다. 아르누보의 우아함과, 후기 바우하우스의 엄격함을 예시하는 대향 생산 목
재가구 시스템의 희귀한 본보기라는 것을 그는 단번에 알아봤던 것이다. 올프슨은 리차드 리머슈미
트의 독특한 의자는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난생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리머슈미트를 봅니다."라고 감격해 했다. 올프슨은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
며 나에게 말했다. "이 의자가 모든 걸 다 설명해 준다는 말입니다."
감정가가 아니어도 대개 사람들은 어떤 의자가 장식적으로 잘 어울리는지 알고 싶어한다. 의자는
이미 장식 양식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 전통 양식, 식민지 시대 양식, 현대 양식, 모더
니즘 양식, 하이테크 양식, 프랑스 지방 양식, 스페인 양식, 지중해 양식, 고딕 양식, 예술 공예 운동
양식 등등. 실재 장식가들과 이미지 컨설턴트들은 실내 가구들은 가지고 고객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
는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그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보통의 사람들은 인테리어
잡지들을 보면서 조언을 얻는다(디자이너들은 이런 잡지들은 "임시 수용소용" 잡지들이라고 경멸한
다).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 적당한 의자를 고르는 일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
은 그런 걸 할 때 불안해하고 자신없어 한다. 특히 신분이나 계급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의자가 다리
아래쪽으로 파여 있는지, 등받이는 적당한지 같은 신체적인 편안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물론 이
런 건 극단적인 예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어느 정도는 양식에 대해서 신경을
쓰며, 양식에 신경을 쓰는 바로 그만큼 신체적인 불편함은 감수하려고 든다. 디자인 컨설턴트인 랄프
캐플런도 의자가 전달하는 이미지에 관하여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의자는 "그 주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 부, 그리고 현대적 감각에 관한 선언"이라는 것이다.

의자를 만든 사람들이 숨겨둔 암호
의자의 모양새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의자의 스타일은 신체적 경
험을 능가하고 또 그것을 형성해 낼 수 있을 만큼 강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자의 양식
을 연구하게 되면 우리는 가장 강력한 정서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가치들과 관련사항들에 관하여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양식은 사물 그 자체보다 사물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예를 들자면, 두 차례 세계 대전들 사이에 소위 기계 시대Machine Age동
안에 유럽과 미국의 산업화된 사회들은 외양과 기계의 리듬을 일상생활 안으로 끌어 들였다. 그 결
과 온갖 집안 물건들, 또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과 같은 건축물들, 또 교량이나 터널 같은 공공 건설
물들까지도 장엄한 모습이나 유선형의 기계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양식이란 어떤 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이 하나의 주요 개념이나 태도를 중심으로 조합되는 방식을
말한다. 의자를 비롯하여 잘 디자인된 물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것 이상을 성취해낸다. 만일 디자이
너가 성공적인 디자인을 했다면, 서로 다른 모든 기능들도 통일성있는 외모를 지니게 된다. 한 물겅
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많은 구성요소들을 조화시키고자 아주 진지하게 노력할 때에야 비로소 통합
된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분과 부분 사이의 관계에 주목해야만 양식이라는
것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모든 부분들이 분명한 조직체계를 가지고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작적
개념에 통합되어 있는가? 예를 들어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배적인 시작 개념이 S자 형태라고 할
때, 의자 디자이너는 등받이, 다리, 좌석 등을 S자라는 전체적인 시각적 인상에 맞추어 넣을 것이다.
사회학에서는 양식이 하나의 통합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는 양식이 모든 부분들
을 전체적인 틀로 통합시켜 주기 때문이며, 또한 양식이 상호 대립적이고 보충적인 가치들을 하나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틀로 통합시켜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품이나 공예품의 양식에 있어서 어
떤 하나의 가치가 다른 가치에 비하여 우위성을 가지면 문화사가들은 그런 것들을 가지고 그 시대
의 성격을 규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미국의 역사에 대한 "타임-라이프"시리즈를 생각해 보라.
그 책들은 10년(예를 들면 재즈 시대)마다 그 시기의 예술, 정치, 경제 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암
묵적으로 전제되고 있는 이론은 그 시대의 디자인 선, 모양, 장식의 주제들은 그 시대의 관심과 열망
들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예는 40년대와 50년대에 미국의 목욕탕 미학과 부엌
미학에 대한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선형의 유동체적 모형은 그 시대가 가지고 있던 "육처적"
소비와 "경제적" 소비에 대한 두 가지 강박관념들을 반영하고 있다... 유선형 모형들은 배설 미학을
낳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양식은 분명히 공유한는 것이며, 개인 특유의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어떤 의자를 골라야 좋을지 망설이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판매상들은 불안정한 구매
자들에게 의자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양식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눈
에 달려 있다고 설득한다. 왜냐하면 "가구를 고르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며, 따라서 사는 사람은 자신
의 감각을 믿어야만 하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관념의 뒤에 숨어있는 실체는 사회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렇게 말했던 판매상조차도 이어서 "지금 입고 있는 의상처럼 손님이 고르
신 편안한 의자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 줍니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의사를 전달
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집단에서라도 양식은 공유되어야만 한다.
이런 모든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암호는 어떤 것들일까?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에까지 파고
들어가 보면 양식이라는 것은 모양, 선, 장식이라는 세 가지 측면의 시작전 종합이다. 모양은 선으로
규정되는 인식의 장이다. 모양과 선과의 관계에는 비례가 개입한다. 비례는 시작적 분석 혹은 양식적
분석에 있어서 또 하나의 요소가 된다. 의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모든 용어들을 끊임없이 사
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아르누보의 "감각적인 곡선들"을 이야기할 때는 초점을 선에 맞추어서 시작
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고딕 건축 부흥시기의 아치들의 비례를 논하려면 모양과 선 모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르네상스 부흥기의 수평적 패널 장식을 이야기하거나, 또는 로코코 시대의 타원형 등받
이와 원형 등받이를 말할 때는 모양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장식은 의자의 양식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이다. 왜냐하면 장식은 모양이나 선보다 의미를 더 분명
하게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영어의 "decoration"이라는 말은 장식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
으며, 그 라틴어는 "받아들이다, 어울리는, 보기 좋게 만들다"를 의미하는 인도-유럽어에서 나온 것
이다. 거기에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하다"라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decoration"과 밀접하
게 연관되어 있는 영어의 "ornament"라는 단어는 "질서를 부여하다"를 의미하는 ordain에서 유래하
였으며, 그 이후로 "단순한 외적인 과시"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 두 단어들은 공통적으로 "꾸미다"라
는 뜻을 가지고 있다.) 더 나가서 장식에 사용된 재료들이 또 하나의 표현 매체가 된다. 공을 들여서
정교하게 새긴 귀중한 재료들이 또 하나의 표현 매체가 된다. 공을 들여서 정교하게 새긴 귀중한 재
료들은 아마도 엘리트를 의미할 것이고, 반면에 흔한 재료로 만든 장식은 현대의 대중들을 의미하며
그들을 미화시켜 준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양식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논의에서조차도 신분이나 지위
라는 문제가 이렇게 재빨리 끼어든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식이 가지고 있는 의사 전달 기능은 어느 정도는 신분으로부터 독립되어서
별개의 자율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동등하게 높은 지위에 있는 두 집단이 서로 다른
양식의 의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프랑스풍 의자나 아르누보 의자). 어쨌든 우리는 사람들
이 가지고 있는 가구의 종류가 오로지 그들의 정치적 지위나 경제성에서만 근거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라는 용어는 바로 이런 경제적 지위와 소비자의 선택 사이에 개입하
는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를 인정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의 사회적 정체성이
그들의 경제적 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에 근거함을 말해 준다. 양식이라는 건
경제적 신분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따라서 디자인된 물건들을 분석함에 있어서 양식은 대개 그 나
름대로의 범주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견고성, 편의성,
보기 좋음"이라는 것, 즉 구조, 사회적 목적, 미학을 구별하였다. 우리가 의자의 사회사를 재검토하여
그것들의 외양에서 뭔가 얻어내려면, 먼저 미학적 양식이라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것일 뿐
만 아니라 다른 가치들도 반영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 우리는 의자의 용도들이
말해 주는 의미보다는 의자를 만든 사람들이 의자에 암호처럼 새겨 넣은 상징들에 관하여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다섯 가지 의자 스타일
나는 의자 스타일을 크게 다섯 개의 범주로 나눠 보았다. 그 다섯 가지는 수제품, 대량 생산품, 장
인 생산품, 디자이너 생산품, 예술가 작품이다. 19세기에 공장에서 의자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제
품 의자 수는 점점 줄어들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수제품 의자들이 유행이 되었다. 그런 의자들은
서민들과 특권층을 차별화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의자의 수가 증가하고,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
나면서, 의자 양식들은 보다 더 세분화되었다. 처음에는 의자들이 그 문화를 대표하였으며, 그래서
의자는 문화적 유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를테면 아시아식, 중세기식, 이집트식, 헬레니즘식 등. 그
다음으로는 의자의 양식을 구체적인 나라로 구별하였다. 이탈리아풍, 프랑스풍, 영국풍 등. 18세기 이
래로 의자들은 치펜데일식, 셰라톤식, 헤플화이트식, 애덤 형제식 등과 같이 제조자 이름으로 구별하
였다. 이는 그 공예의 대가들이 직접 만든 것이든 아니든 미술 작품이 그것을 그린 예술가들의 이름
으로 알려지듯이, 의자 역시 만든 사람의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가구 공장에서 그가 감독하
는 가운데 가구를 만들면, 거기서 생산되는 가구에는 그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20세기에 중요한 의
미를 가지는 의자들은 그 개별 디자이너들이 훨씬 더 정확하게 밝혔다. 그런 디자이너들은 뷔지에,
아알토, 브로이어, 임스 등이 바로 그런 인물들이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그 디자이너들이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의자들이 예술적 표현의 매체이자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순수 예술가들까지도
개인적인 표현의 소재로서 의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표현하는 의자들은 반드
시 앉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개인을 더 중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의자는 거
것을 디자인한 사람들과 한결 더 긴밀하게 연관을 지니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메가트렌드
Megatrends"의 저자 존 네이스빗이 "고도의 감각high touch"이 "고도의 기술high tech"에 대한 보상
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낙관했듯이, 아마도 개인은 집단이나 대량 생산 과정들에 대한 보상으로 존
중을 받게 될 것이다.

수제품 의자들
서양에서 고가구의 특징은 재료가 귀중한 것이거나 장식이 섬세하다는 데에 있다. 이는 가구에서
시각적인 화려함과 높은 신분이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대의 의자들에 들어 있
는 메시지들은 지배자들의 높은 지위에 관한 것 이상의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이집트의 두덤
부장품 가구는 금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이것은 사치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말하고 있다. 장식들에도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예컨대 투탄카멘의 무덤에서 출토된 발판에는 묶여 있는 아홉 인물들이 새겨
져 있다. 이들은 이집트의 숙적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적들은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앉아 있는 파
라오는 발로 그들을 밟고 있다. 이집트와 그리스 모두에서 복잡한 그림과 문양들은 전쟁과 국내의
생활과 신화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담고 있다. 테두리나 소벽을 장식하기 위해서 사용된 순전히 형식
적이고 반복적인 문양들조차도 그 지역의 식물학, 지형, 문화적 개념들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
다. 모두들 인정하듯이 엘리트들만이 그런 장식들을 누린 권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장식은 어느
정도는 사회 계급과는 무관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우리가 이미 살펴보았듯이 고대의 의자 앉기 전통은 중세기를 거치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왕
들이나 교황조차도 그들의 침상에 앉아서 사절들을 영접하였다. 의자는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재발
명되지" 않았다. 역사가들은 의자를 다시 애용하게 된 데는 인쇄술이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주장
한다. 인쇄술로 인해서 고전주의로부터 나온 이론적인 글들이 널리 확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글에는 의자들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던 조각 그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그
런 본문들은 의자에 온전하게 응용할 수 있고 또 보다 안정된 문화들에서 사용될 수 있는 비례에
대한 이론을 제시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 시기로부터 의자는 단순한 실용적 도구에서 시각적으로
주목할 만하며, 또 양식적으로 표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 200년 간의 의자 디자인은 뚜렷하고 일관된 것이었다. 1610년부터 1820년까지 200년 동안
영구의 가구 제조자는 구별이 뚜렷한 열 가지 양식들만 만들어냈으며, 프랑스의 가구 제조자들은 여
덟 가지만 만들어냈다. 이렇게 양식들이 한정된 것은 사회와 디자인 개념의 일관성 때문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 프랑스에서, 그리고 영국에서(프랑스보다는 적은 범위였지만), 값비싼 가구를 살 수 있
는 사람들은 왕이나 귀족의 취향을 모방하였다. 그래서 구체적인 양식들은 자주 변하지 않았으며, 이
는 한 프랑스 군주의 통치와 대략적으로 일치하는 변화였던 것이다. 태양왕이라고 불리는 루이 14세
(1643-1715년-의 이름을 딴 가구는 고전적이었으나, 오리엔트적인 주제들과 통합되었으며, 역사 중
심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것이었고, 기술공의 솜씨를 한껏 자랑하는 그런 것이었다. 루이 15세
(1715-74년)의 이름을 딴 가구들은 로코코풍이었다. 이 가구들은 풍성하고 섬세한 장식이 있었으며,
규모가 작고 가벼우며, 바로크풍에 대한 반발로 지나치게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루이 16세
(1774-92)의자는 신고전주의적인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그 가구들은 "직각, 직선, 건축적인 비례들,
움푹 파인 홈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로부터 빌어온 장식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절대적인 군주가 없던 영국에서는 왕가의 취향을 그렇게 열심히 따라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18세
기에 이르러서 의자들은 조각품쯤으로 취급되었으며, 따라서 가구 제조자의 서명이 처음으로 중요하
게 취급되어 그들의 제작품들은 그들의 이름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런 사람들로는 토마스 셰라톤,
토마스 치펜데일, 조지 헤플화이트, 그리고 로버트와 제임스 애덤 등을 꼽을 수 있다.(하지만 그 다
음 세기에는 영국인들은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서 가구드에 이름을 붙였다.) 바로 이 시기에 네
덜란드에는 왕가가 없었기 때문에 실내 장식에서 독특한 와양을 발전시켰다. 그런 장식을 유명하게
했던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그린 자들이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약 2세기 동안 비교적 단순한 자국
의 양식에 의지해 왔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일어난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들 때문에 유럽 전역
과 서방 세계에 걸쳐서 이런 양식적 안정이 깨지게 되었다.

대량 생산품 의자들
일단 대량 생산이 가구 제조의 주류를 이루게 되자, 양식은 국적이나 예술적 계통과 관계없이 다
양화되었다. 그리하여 19세기는 복고주의의 세기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예술적으로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하던 개인 가구 제조자들도 사라지게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던 이전의 양식들말고
도 자국적이고 중세적인 전형들이 또한 그리스풍들과 로마풍과 더불어 끊임없는 혼란 속에서 재생
산되고 또 결합되었다. 이런 양식들에는 고딕 복고 양식, 로코코 복고 양식(루이 15세풍), 엘리자베스
양식(카티지 양식이라고도 한다), 르네상스 복고 양식(루이 14세), 식민지 시대 복고 양식, 일본 양식,
루이 16세 복고 양식, 신고전주의 양식, 윌리엄과 메리 양식, 앤 여왕 양식 또는 초기 조지 왕 양식,
빅토리아 양식, 공예 복고 양식(예술 공예 운동이라고도 한다), 프론티어 양식, 윈저 양식, 셰이커 양
식, 미션 양식(자국적인 스텐실 도안이 들어 있다) 등이 있다. 이런 양식들은 모두 원래는 손으로 만
들었으나, 전부 기계를 사용하여 복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 당대의 비평가들과 후대의 비평가들은 복고주의의 사회적 의미를 싫어했다. 구체적으로 그들
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 또는 직장과 가정을 철저히 구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정과 호텔에
서는 복고주의풍 모델들이 선호되었으며, 한편 19세기의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 가구
는 사무실, 그리고 기차나 야외 진지들, 이발소나 작업실 같은 전문 영역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기계적인 개선 사항들은 기어이 집 안으로 뚫고 들어왔다. 그 중 한 가지 발명품이 스프링
커버였다. 그 이전에는 커버라는 것이 말갈기털, 직물, 또는 양탄자로 된 얇은 층에 불과했으나, 이제
는 코일처럼 감긴 스프링이 커버에 사용됨으로써 커버는 깊어졌고, 질적으로도 바뀌었다. 이런 종류
의 커버는 그 세게의 특징이 되었으며, 또한 20세기에 들어서는 그것이 의자의 기본적인 구조를 흐
트려 놓았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 미국 가정의 거실로 성공적으로 파고 들
어온 또 하나의 기계적인 특징은 움직이는 가구이다. 이런 가구들은 일반적으로 라-지-보이, 바르카
라운저, 레인 안락의자 등과 같이 상표 이름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결코 고급 가
구가 되지는 못했으며, 양식적으로 저급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이런 가구회사들 가운데 일류회사는
최근에 그런 의자들의 양식을 바꾸어 일반 안락의자처럼 보이지 않고 전통적인 팔걸이 안락의자처
럼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20세기 대부분의 가구 시장은 그 외양이 어떠하든 여전히 공업화된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 복고풍
이든 일반 사무실 가구든 다양한 "능률성"이 표현된 가구들 이외에도, 가구 제조자들은 "조립식"가
구나 주문식 가구들은 대량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조립식 가구는 만드는 제조자 입장에서 보면 구매
자가 집에서 조립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조립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또한 이에 못지않게 운송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런 가구의 모양은 반드시 직선들로 이루어지며, 따라서 어설프게나마 모던한
양식을 지닌 소박한 목재 가구처럼 보인다. 이제 이런 가구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생산되고 잇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조립식 가구는 존 레논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노래에 등장하여 영원히 사람
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되었고, 오늘날 IKEA에서 판매하고 있다. 주문 가구 산업은 학교, 사무실, 도
서관, 강당, 공항, 대기실 등과 같은 기관들을 위해서 하나씩 하나씩 가구를 선택하기보다는 계약에
따라서 다양한 가구들을 생산해낸다. 오늘날의 대량 생산력은 이러한 기구 조직적인 상황을 위한 역
사적 양식을 재현해내는 데는 이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계급 조직들한테 익숙해진
상쾌한 중립적인 능률성의 "현대적인"외양을 선전하는 데 이용되었다.

장인이 만든 의자
공산품 의자는 대량 생산이라는 수치적 관점에서는 가장 막강한 세력이었지만 장인이나 순수 예
술가들, 그리고 의자를 통하여 영감을 표현하려던 디자이너들에게는 아무런 매력도 끌지 못했다. 오
늘날 수제품 의자들은 장인들에 의해서 다시 부활되었다. 장인들은 손으로 만든 가구를 최고로 친다.
일찍이 1880년에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가 주도했던 예술 공예 운동은 산업화로 인하여 온갖 가구들
이 손쉽게 생산되고, 그 결과 이러한 산업화 때문에 화려하고 과시적인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회적 비판에서 일어난 움직임이었다. 수제품 의자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를 위해서도 주인
의식을 되찾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노동자들이 대량 생산 때문에 소외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작업을 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부품들이 제품 전체에서 어떤 부분에 해당하는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장인 생산품을 주장하는 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 셰이커 교
도들을 이상으로 삼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소외되지 않은 노동의 본보기를 보여주었고, 수제품 의자
를 만드는 일을 비롯해서 그들의 노동은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으며,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세
심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술 공예 운동이 표방한 사회 윤리에서는 아름다움이란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방편이 아니라, 아
름다움 자체가 목적으로 이상화되었다. 물론 손으로 만든 의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비
싸다는 모순점이 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미국의 장인 샘 멀루프의 의자를 구입하려고 많은 사람
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림을 수집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
가 있는 부자들이다.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적으로 말하자면... 장인의 솜씨란 자기 절제
의 미덕과는 거리가 멀어... 오히려 인적 자원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술 공예 운동 이념의 주장은 예술이란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만 하며, 따라서 우리는 실용품과
예술품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실용과 예술을 통합시키려면 장인은 심사숙고해야만
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는 자신의 의자들을 직접 만들고 있다. 물건 하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천연 재료들을 가지고 노동을 하게 되면
분명히 어떤 치료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예술과 생활의 일치를 믿는 사람들은 또한 공예도 순수 예술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아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공예, 디자인, 예술이라는 범주들
자체가 지속적인 문화적 구별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안내서들, 신문, 잡지들을 보면 대개
공예품 전시회와 화랑 전시회 안내는 따로 게재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현상도 바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천연 재료의 질을 강조하던 이전 세대의 장인들과는 달리 오늘날의 장인들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지적인 개념들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더 나가서 앞서 말한 전통들이 혼합될 가능성이 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새로운 범주가 나타나
고 있는 것이다. 비로 스튜디오에서 가구를 만드는 자들로서 이들은 제한된 수의 제품들만 생산함으
로써 실용과 예술이라는 두 접근 방식들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늘날 예술 공예 운동이 대량 생산이라는 체제를 대체하리라는 희망은 보이자 않지만, 20세기를
지나오면서 그 자체를 계속 새롭게 변화시켜왔다. 1950년대 이후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들은 양식
적인 면에서나 개념적인 면에서 그 운동에 중대하게 이바지했다. 유명한 덴마크의 디자이너 한스 웨
그너는 자신을 가구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면서 장인들과 함께 그들의 힘을 빌어서 작업을 한다. 그는
가구 디자이너라면 도구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반드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와는 달리 20년 전에 샘 멀루프는 220만 달러짜리 계약
을 거절하면서 말하기를 자신은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가구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
했다. 장인과 디자이너는 바로 이런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만든다면, 이 "디자이너"라는 용어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것이다.
손으로 의자를 만든다는 것은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강철이나 플라스틱 같은 재료보다는
목재, 골풀, 그리고 때로는 가죽 같은 천연 재료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초 유
럽과 미국의 예술 공예 운동 의자들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때로는 가죽 시트를 씌우기도 했
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스칸디나비아의 모던한 의자들 또한 목재로 만들었으며, 시트는 대개 천
연 모직물을 씌웠다. 이제는 목재를 다루는 솜씨(나무 모양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접합시키느
냐)가 장인의 기술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 솜씨를 가지고 내구성, 가격, 그리고 미학적 가치
를 평가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들
이와는 달리 비슷한 시기인 20세기 초엽 한 무리의 건축가들이 산업화에 적합한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모더니즘이었다. 그들은 의자로 눈을 돌렸다. 의자를 디자인된 환경의 소
우주로 보았던 것이다.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의자 역시 3차원적이며, 복합적이고, 상징적인 기능뿐
만 아니라 실용적인 기능들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더 나가서 의자는 건물 사진이나 그림에서 사
람들을 대신해줄 수 있었다. 건축가들은 종종 건물 그림들을 그리면서 실제 사람들을 그리지 않고
의자들로 대신하곤 했다. 폴 오버티는 "미국 예술"이라는 저서에서 오늘날 건축에서 의자들이 떠맡
고 있는 특수한 역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기하학적이고 양식화되어 있으며, 동시
에 인체를 위한 하나의 은유가 되는 의자는 인체와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모더니즘적 건축 형태들
의 중간에 위치한다." 때마침 생산 디자이너들로 전환한 이런 초기 건축가들은 새로운 공업 재료들
을 과시하려고 그런 재료들이 쓰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재료
들을 가지고 하는 작업의 세부적인 일들은(예를 들자면 유명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의
자에서 납땜하는 작업) 대개 노동집약적인 일이었으며, 많은 수공을 요하는 것이었다. 예기치 않게도
주문 제작이 나오게 되었고 아마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의자들은 미학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수집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 같다. 솜씨라는 측면에서 볼 때, 플라스틱이나 금속 의자들은
멋지게 만들 수도 있고, 보잘것없이 만들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건축사가 빈센
트 스컬리는 초기 모더니즘의 산업지향적인 의자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선배들처럼 공예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모더니즘 의자들은 일부 조각적인 위상과 골동품적인 위상을 지
니게 되어, 수집되고 있다. 유럽에서 스위스의 의자 제조회사인 비트라사는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 프
랭크 게리에게 라인 지방에 세울 새로운 박물관을 설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박물관은 오로지
모더니즘풍의 의자들만 모아 소장하기 위한 것이다.
19세기 가구 디자인에 대한 20세기의 반란은 복고주의와 커버에 대해서 일어난 이중적인 반란이
었다. 아르누보 주창자들과 더불어 시작된 20세기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시대를 표현할 수 있는 방
법을 모색하는 일에 온통 관심이 쏠렸으며, 따라서 그들은 역사적인 양식들은 거부하였다. 건축에 관
하여든 의자에 관하여든 모더니스트들은 산업화와 연관된 새로운 재료들과 새로운 제조 기술로 눈
길을 돌림으러써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입장들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표면에서 새김, 상감,
주조물과 같은 것들을 제거하고, 전통적인 목재나 직물을 집성재, 캔버스, 스텐레스 강철, 도금이나
에나멜을 입힌 강철, 플라스틱, 고무, 라텍스, 기포 고무, 기타 합성수지들로 대체하였다. 양식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여전히 모양과 선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모양과 선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장식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세기의 장식은 실제로 미
묘하다. 20세기의 장식은 디자이너가 다루어 보려고 하는 재료의 성격과 그 재료들을 연결시키기 위
한 조깁 기술에 있다. 영국의 예술사가 에드워드 루시-스미스에 따르면, 의자 장식에서 동물, 식물,
건축적 장식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의자가 왕권, 민족의 역사,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다른 어떤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하나의 대상물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산업주의의 미래지향적인 재료들은 새로운 산업 질서와의 연관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일 뿐
만 아니라 19세기 복고풍에 대한 경멸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재료에 대한 모더니스트들의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19세기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오스트리
아의 가구 제조자인 미카엘 토넷은 목재에 증기를 쐬어 "구부린 목재Bentwood" 의자를 만들어냈다.
그런 전통을 이어 받아서 20세기 의자 제조자들은 합판을 매체로 실험하기 위해서 새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접착제, 스팀 과정과 얇은 판자로 만드는 과정 등을 활용했다. 금속 또한 새로운 방식으
로 조형되었다. 독일의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는 1920년대 초에 자전거 구조를 보고, 구부린 쇠파이
프로 의자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냈다. 강철과 같은 새로운 금속들은 이런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을
만큼 강했다. 그리하여 보르이어를 필두로 해서 미스 반 데어 로에, 마트 스탐, 르 코르뷔지에, 샬로
트 페리앙, 조지 넬슨과 같은 사람들은 금속을 가죽, 캔버스천, 목재, 등나무 등과 함께 사용하는 방
법을 연구하였다. 레이와 찰스 임스는 산업 디자이너 에로 새리넌과 함께 새로운 종류의 접합 복재
의자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합판을 만들었다. 새리넌과 임스는 섬유 유리와 플라스틱이란 재료에
자극을 받아 좌석과 등받이와 팔걸이를 달걀 껍질 모양의 한 덩어리로 통합시키는 실험을 하였다.
이는 해부학적으로는 상당히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프랭크 게리는 1970년대에 판지를 가지고 의자
를 시도하였으며,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런 의자들은 오늘날 수집가들에
게는 인기가 높다. 1990년대 초에 디자인 잡지 "메트로폴리스"는 부스러기 종이 같은 생소한 재료들
을 가지고 의자를 만들려는 시도를 소개하였다. 그 시도는 잡지의 표지를 장식할 만큼 도전적인 것
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의자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기술은 개발하지 않고 다른 분야의 기술을 응용
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외팔보 의자cantilevered chair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열어줄 수 있는 재료나 제조 과정들을 고안해
내지도 못했다. 이런 현상은 바꾸어 말하자면 디자인은 문화를 변화시키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문화를
통합해왔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재료들의 속성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재료들은 의자 디자인에 대한
금세기의 범주 그 자체들을 형성하였다. 예를 들면 가죽, 플라스틱, 천 따위를 이용하면서 신축성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외팔보 의자는 새로운 금속들(강철이나 알루미늄)을 가느다란 관이나 판으로
사용하면서 가능해졌다. 주형으로 떠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합판과 플라스틱 수지의 속성에서 힌
트를 얻은 것이다. 강철뿐만 아니라 새로운 접착제가 개발됨에 따라 강도도 높아지게 되었다. 건축가
앨런 그린버그는 이런 미학적 범주들은 "단순하고 해석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범
주들은 "재료들의 표현적인 특성이나 그런 것들과 연관된 접합 기술들"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의자의 기술적 제작과 근대적인 가치들의 사회학적인 표현은 20세기 초 의자 형태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렇다면 모더니스트들이 형식은 기능을 따른다는 교훈에 충실하였다는 의미일까? 놀랍게
도 이런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몸이 가지고 있는 기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의자 전시회의 영국인 큐레이터 데이언 수직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초기 모더니즘 의자들은 "분명히 인간 환경공학의 원칙들보다는 건축적인 슬로건들을 더 중시하였
다"는 것이다. 그린버그 또한 이렇게 설명한다. 모더니스트 의자 디자인에 있어서 미학적인 개념의
표현은 "명쾌함과 감결함을 요구하며,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편안함을 위해서 디자인에서 절충을 하
는 것, 특히 세부 사항적인 절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린버그는 20세기 초 독일 건축가인 브루노
타우트를 인용한다. 타우트는 이렇게 기록했다. "아름다움이란 재료의 천연적인 속성들과 구성의 우
아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르토 아알토의 작품은 모두 나무를 장식적인 소재로
탐구한 것을 예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알토는 다시 영국 디자이너 제랄드 섬머스에게 영향을 주
었는데, 그는 "합판 의자의 개념을 논리적인 극단까지 밀어부쳐서" 합판 낱장을 가지고 절단하고 접
어서 의자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거의 오리가미 종이접기(일본의 전통적인 종이접기 방식으로 종이
를 자르거나 풀을 사용하거나 장식을 붙이지 않고 접기만으로 갖가지 형상을 만드는 기술/옮긴이)기
술과 흡사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의자에 앉는 일 또한 모종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해 두고 싶다.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모더니즘 의자들은 이제 고전이 되었다. 초기 모더니즘은 고요한 형식을 찾
으려고 정열적이었지만,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은 그런 정열적인 관념들을 생성시키지 않았다. 오늘
날 사태를 바로 잡으려는 가장 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은 의자를 위한 인간
환경공학적 의미들을 탐구하고 있다. 사무실 가구의 범주와 가정 가구의 점주가 나뉘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이 모든 실험이 오로지 사무실 가구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환경공학적
양식화 작업은 매끄러운 효율성, 매우 흡사한 모양들, 실용적인 소재들, 크롬 염료를 다양하게 사용
하여 검은색이나 회색을 낸 차분한 색상들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르헨티나계 미국인 디자
이너이자 큐레이터였던 에밀리오 암바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안카를로 피레티와 함께 사무실용
의자들을 개발해냈다. 그 의자들은 전통적인 앉는 높이에 자동적으로 적응하면서도 계속해서 척추뼈
를 지지해 주는 최초의 의자였다. 그들은 의자의 움직임과 유동성을 하나의 시각적인 개념으로 표현
하고자 했으며, 그래서 독특하게도 의자에 주름잡힌 플라스틱 튜브를 장착하였다. 물론 그런 모양은
그 튜브가 가지고 있는 인간 환경공학적 내용이 없이도 복사될 수 있고, 또 복사되어왔다.
지금의 우리는 인간 환경 공학적 의자들의 비미학의 미학과 초기 디자이너들의 대담한 실험들 사
이에서 우유부단한 상태로 남아 있다. 프랑스의 필립 스타크나 미국의 다코타 잭슨과 로버트 벤처리
같은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은 고전적인 흐름들 가운데 하나를 집어 과장하거나, 심지어는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풍자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디자이너들은 20년대, 30년대, 40년대, 50년대에 있
었던 복고적인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한 가지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의 의자들은 엄격하다고 할 정도까지 미니멀리즘과 단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어떤 특별한 양식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년, 혹은 20년이 흐르게 되면 하나의
특징적인 모습이 분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이종혼합적 현상을 겪고 있는 중이다. 예
를 들자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랄프 로렌 프론티어 양식, 아프리카풍의 걸상들, 전기 산업사회의
예술, 환상적인 루이 14세풍 의자들, 산업혁명기의 싸구려 복제품들 같은 의자들이 혼란스럽게 뒤섞
여 있는 것이다. 미술 평론가 시드니 틸림은 이런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요즈음 벼룩시장에 가보
면 50년대풍 취향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취향은 기껏해야 저속한 것에 지나지 않
는다. 이는 우리가 진정한 양식이 없음을 비판해 주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그 자체를 비웃음으로써
그런 취향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상태를 호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충주의를 보다 더 관용적으로 보는 견해는 미국인 사회학자 프레드 데이비스가 제시하
고 있다. 그는 해석하기를 우리의 사회적 정체성들은 처음부터 혼합물들이며, 그 이후로도 계속 변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의상의 패션은 다수의 갈등하는 정체성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의자들도 의
상이나 다른 예술 정보들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의자들을 이용하여 우리 자신들에 관하여
우리가 내리는 정의들을 조합하고 또 재조합할 수 있다.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도 이와 비슷한 주장
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오늘날의 실내장식은 예술적 전통에 나오는 정물들을 조합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가 일부 역사가들이 조합, 또는 콜라주라고 부르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의자에 도입되면, 의자는 우리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이나 수집품들
과 조화를 이루게 되거나 또는 그 일부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적 회화의 한 부분이 되는 셈이
다.
그러나 이러한 절충주의는 우리의 시각적인 볼거리를 확장시켜서 인체에 근거한 감각성을 확장시
켜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의자에 대한 산업디자인적 접근 방식은 표현상의 상징성도 없이 인간
환경공학적인 길을 배척해 버렸지만, 이와는 달리 예술적인 접근 방식은 인체의 역학을 보다 더 기
쁜 마음으로 분명하게 표현하고 찬양하였다.

예술가의 의자들
예술가들은 장인이나 디자이너들보다 더 분명하게 의자가 가지고 있는 의사전달 기능을 다루어왔
다. 그들은 의자들을 가지고 사회비판에 참여했으며, 신분을 비롯한 사회 체제들에 대해서 해석을 가
하고, 때로는 시각적인 유머를 표현하기도 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의자를 회화나 조각의 "외적인 소
재"로 애용해왔다. 1970년대 초에 일부 예술가들이 의자를 예술의 대상으로 삼는 일을 폐지하려고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1978년에 위스컨신주 쉬보이건에서 "형태, 기능, 그리고 환상"이라는 주
제로 열린 의자 전시회에서 큐레이터를 했던 나오미 질만은 이렇게 설명한다. 결국 "의미있는 새로
운 구상이나 비구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상실한 채, 미술가들과 조각가들은 진부한 것들로
전향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향했던 일반적인 것들은 이미 넘치도록 존재하고 있기에 귀중하다거나
심오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의자는 이런 목적에 딱 들어맞았다." 어떤 예술가는 이 전시회에서
의자 하나를 둘로 쪼개서 보여주었고, 또 어떤 예술가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의자 하나를 만들어
출품했다.
90년대에 들어와서도 예술가들은 사회에 관한 발언을 할 때 곧잘 의자를 이용하고 있다. 캘리포니
아주 오클랜드에 설치된 다섯 개의 의자들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은 한 개인의 삶의 무대, 즉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제작된 것이다. 높은 의자, 데스크 의자 휠체어, 사무실 의자,
그리고 안락의자가 그것이다. 의자를 주제로 한 그롭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미시건주 로열 오크
시버리스 갤러리에서 "파괴되고 재건된 의자"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그 전시회에
서 예술가들은 기존의 의자들 가운데서 하나를 "찾아서" "기능적이든 조각적이든, 아니면 열광적이
든 나름대로의 구체적 표현"을 만들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목재로 된 구식 식당 의
자 하나를 하얀 다마스크 테이블보에 탁본을 떠 놓고, 그 의자를 완전히 분해하여 그 구성물들을 그
천에 뜬 탁본아래 늘어놓았다. 또 어떤 예술가는 의자 하나를 모피처럼 복실복실하게 짠 천으로 덮
었다. 그리고는 그 천의 일부를 양털을 깎듯이 깎아 놓았다. 아마도 이는 그 좌석에 앉는 사람들이
깎았을 것이다. 1996년 에이즈와 관련된 한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 마련 전시회는 의자 백 개를 예술
가들에게 나눠 주고, 그 의자들은 "장식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는 기간을 3개월 동안 허락하였다. 그
리고 그 의자들 옆에 예술가들이 서서 사진을 찍고 기금 마련을 위해 그 의자들을 경매에 붙였다.
이탈리아에 있는 의자 제조 회사 백 개를 대표하는 기구인 프로모세디아는 예술가들 20명을 초청하
여 1997년에 경매에 붙여졌던 의자들을 "해석하도록"부탁했다. 이것 역시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루시 스미스가 고찰하기를 가구는 시각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어 이제는 조각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모더니즘 예술 운동은 우리에게 형식을 주의깊게 살피
도록하는 교훈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우리가 의자와 같은 인공품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것이 낡았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 마력적인 특성들을 의식할 뿐만 아
니라... 그 속성들을 순수한 형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일 그게 새로운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그것과 아주 흡사한 오늘날의 조각과 자동적으로 비교하게 된다." 만일 그것들이 독특한 것
들이라고 한다면, 조각가들이 만든 의자들은 하나의 공통된 특징적 양식이라는 의미의 "양식"은 없
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각가들이나 예술가들이 만든 의자는 디자이너들이 만든 이자보다 인체에 더 좋을까?
디자인된 의자들로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표현적이거나 비판적인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의자의 연
속성을 생각해보자. 두 개의 전시회들이 이러한 연속성의 양극을 보여주고 있다. 스미소니언 협회의
한 지회인 뉴욕 시에 있는 쿠퍼 휴윗 국립 디자인 박물관은 1988년에 "옥외용 의자"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그 전시회에 출폼된 대부분의 의자들은 제품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며, 그런 의
미에서 독특한 전형들이었지만, 그것들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지향한 "책임있는 디자인"으
로 표현했어야 했다. 새롭게 해석되고 상당히 세련된 모더니즘 원칙들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들이 보
기에 이런 의자들의 기본적인 성향은 건축에 가깝다. 이런 의자들은 장방형이나 정방형 틀 안에 있
는 직각선들을 강조하며, 작고 섬세한 고안들은 재료나 비례에 들어 있다. 그보다 앞선 전시회들과
비교해 볼 때, 그 의자들은 모두 아주 특이했다. 그것들은 비평, 문화적 해석, 전망 등으로 사용되었
다. 예를 들자면, 한 의자는 탄력있는 비닐로 만든 모조 목재의자였고, 또 하나는 동력장치를 달아서
등닫이가 자동적으로 내려가고 올라가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런 의자들은 대개가 인체를 비웃거나
완전히 무시한 것들이다.
이런 연속성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한쪽 끝에는 건축가,디자이너들이 만들어 갤러리에서 팔고 있
는 의자들이 있다. 그런 의자들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의자 디자인을
포함한 몇몇 분야에서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정체성들을 통합시키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그러한 협력은 미국의 연방법과 주법이 공공 건축물 예산의 1퍼센트를 예술을 위
해서 사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1980년대에 시작되었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만일 그러한 협력 작업에
서 자신들에게 더 큰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 장소에 더 잘 어울리는 독특한 작품이 나올 수 있으리
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가정이나 사무실이나 공원에 맞게 디자인한 모양
보다는 보다 더 개인적이고, 신선하고, 독특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동기들에는 건축된 환경을 개선시키는 일에 헌신하고자 하는 뜻도 들어 있다. 그러나 인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같이 작업을 했다고 해도 인체의 경험에 대한 어던 각별한
관심을 유발시키지는 못했다. 그들은 오로지 전통적인 예술가들의 관심사인 시각적인 비율이나 비례
에만 관심을 가져왔던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한 종류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런 의자를 만들고 있다면, 그가 연구하고 있
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예술가들이 모든 의자를 만든다고 할 경우에, 그들은 재료
들을 가지고 씨름하지 새로운 자세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는다. 뉴욕시에 있는 디자인 갤러리들은 예
술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한정된" 의자들만을 내놓는 국제적인 디자이너들을 대변하고 잇다.
현재 유럽에서 아방가르드 가구 디자이너로 알려진 론 아라드Ron Arad는 조각품처럼 보이는 안락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 금속판 재료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때로는 감각이 있는 이론적 근거가 제시
되기도 한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출신 이주민 자딕 자디키안Zadik Zadikian이
그런 경우이다. 그는 소석고를 가지고 의자를 만들고 있다. 그 소재가 사람의 피부에 대해서 "유기적
이고 감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본보기가 보여주고 있듯이, 중요하게 강
조되고 있는 것은 의자와 의자의 구조가 인체와 "인체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의자의 재료
들(다양하게 응용된 플라스틱, 금속, 목재 등)이다.
한 종류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만들기 위한 이런 다양한 조각적인 처리들이 되어 있는 수제품
의자들은 한 개인의 몸에 맞추어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대량 생산을 위한 새로운 원형들로 사용되지
도 않았다. 의자들은 실제로 사람과 닮았다. 그러나 갤러리에 있는 의자는 앉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기보다는 "주의, 앉지 마시오"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예술가들은
대체로 추상적인 관심사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즉 사회적, 심리적, 또는 문화적 발언을 위해서 의자
들을 이용해 왔다.
개념론을 지향하는 이런 경향, 그리고 최근에 일고 있는 인체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을 전제한다면,
나는 일부 예술가들이 사회이론으로부터 얻은 관념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과연 의자들을 사용하려고
시도할 수 있을지 아주 의문스럽다. 그러한 관념들 가운데 하나로 인체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계급조직적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억압들로부터의 구원이 된다는 것이다. 19세기 산업 자본주의는
인체에 대해서 그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통제를 가해왔다. 예를 들면 인체의 성적인 매력, 휴식, 먹는
것, 여가 등을 통제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서 당시의 사회 사상가들은 사람들을 그들의 생각들과 느
낌들을 위해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개념화시켰으며, 한편으로는 인체라는 것이 정신과 영혼
을 위한 기계적인 지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20세기 중엽, 널리 인기를 모으던 또 한
가지 관념은 인체라는 것을 사회적 특징들과 자아 사이에 긴장이 발생하고 해소되는 하나의 전장으
로 보는 관점이다. 세 번째 개념은 인체를 하나의 주제로 보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인체는
몸 동작, 표정, 의상 따위를 통한 사회적 의사 전달을 위해서 사용되는 복합적 사회적 실체라는 것이
다.
이런 모든 개념들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인체에 관한 그러한 개념들을 전달함에 있어서 문제가 되
는 것은 인체 그 자체의 경험을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의자들은 모두 인체와 유
사한 것이기에, 이런 관념들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그
릇이 될 수 있었다(특히 사회적 특징들과 자아 사이의 긴장들을 해소시키는 장이 된다는 관념의 경
우가 그러하다). 소파나 탁자보다는 의자에 주목함으로써 분명하게 표현된 관념이 하나 있다. 바로
개인의 문화적 중요성을 강조한 관념이다. 의자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앉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의자는
인체에 대해서 직접적인 반응을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19세기 이래로 번창해왔던 의자 양식에 대한
모든 접근 방식들(역사주의, 복고주의, 모더니즘, 추상적 조각적 접근 등)은 인체 형태학이나 개인적
차리라는 한층 세련된 관건들로부터 영감을 얻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만의 결과들을 우리
는 매일같이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교수인 빈센트 스컬리Vincent Scully는 "가정 필수품들에 대한 신세계의 전망"이라는
저서에서 의자를 평가하기 위한 세 가지 관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의자의 기능, 의자와 인체와의 관
계, 그리고 의자의 상징적이고 의사소통적 기능 등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20세기의 의자들은 공업
적 공정을 거치고는 있지만 기능적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이는 의자를 만드는 재료들의 성격이 강조
되고 있으며, 또한 그 재료들의 상호 관계, 이를테면 강철과 가죽 사이의 긴장이 어떠한가가 강조되
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런 의자들이 상징적이고 의사소통적인 기능에서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이 용어를 빌자면 "활동적인 인체의 대상물active physical object"로
서는 아주 약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의자와 인체의 관계가 아직 "발전되지 않았기"때문이
라는 것이다. 그럼 이제 다음 장에서 의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검토해 나가면서 나는 그가 조심
스럽게 지적한 바로 그것을 명석하게 밝혀내고 싶다.

2부 의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의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의자들은 우리 곁에 늘 있는 것이고, 말없이 지속적으로 우리를 지탱해 주고 있으며, 그
래서 많은 주묵을 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의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도록
자극을 주면, 사람들은 나에게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상표의 의자를 추천하겠느냐, 아니면 내가 직접
디자인한 의자를 시장에서 살 수 있느냐는 식으로 묵곤 한다. 추천할 만한 상표도 없고, 또 내가 디
자인한 의자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한 사람들 중에서 꽤 괜찮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도
대체 좋은 의자란 어떤 것인가? 그렇게 묻는 사람들 가운데는 왕왕 자신이 좋아하는 의자를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어떤 사람들은 왜 정말로 좋아하는 의자를 찾아볼
수 없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나 역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의자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의자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
다. 그래서 나는 의자 디자인에 관한 과학적인 문헌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늘날 그 분야의 일은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하는 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행동(대개 노동과 관련된 행위)과 의
자를 포함한 직접적인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인간 환경공학이
의자에 관한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 환경공학적 비평 기준들
은 선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여러 가지 비평 기준들은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
지만 전체적인 관점과 연결시켜서 볼 때, 20세기에 만들어진 가장 유명한 의자들을 포함해서 대부분
의 의자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아주 강력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원칙 두 개를 제시해 주고 있다.

3장 좋은 의자를 위하여
쪼그리고 앉지 못하는 서양인들의 후회와 반성
1970년대 초에 나는 우연히 좋은 글 한 편을 읽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의자에 앉으면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안절부절 못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그 주장은 다음과 같다. 사람이 등받이에 기대
어 자세를 낮추게 되면, 뒤쪽과 아래쪽으로 힘이 실리게 된다. 아래쪽으로 가해지는 힘은 골반 아래
쪽을 앞으로 밀어내게 된다. 결국 앉아 있는 사람은 꼬리뼈가 의자 끝부분에 걸리게 되고, 척추뼈는
전체적으로 C자 모양으로 휘게 된다.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는 모두 그런 경험이 있
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몸이 구부러지는 자세는 몇 가지로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우선 폐와 소화기관
이 과로하게 된다. 그리고 갈비뼈들이 횡경막을 배쪽으로 내리누르게 된다. 또 허리에 긴장이 생긴
다. 이런 신체 기관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면,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수직으로 세운 채 의자 앞쪽 가
장자리에 오똑하게 앉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앉으면 이내 불편하다고 느끼며, 그래서 사람들은 의
자 등받이에 기대려고 자리를 끌어당겨 등을 등받이에 바짝 붙인다. 일단 등을 기대게 되면, 또다시
반복하여 앞의 두 가지 힘들을 만들어내게 되며, 결국 그 힘 때문에 골반을 앞으로 내밀고 그런 자
세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만일 앉아 있는 자세가 본래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디자이
너들이 완벽한 의자를 디자인 해내지 못했다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만일 고정된 자세가
없다고 치면, 그런 자세는 지탱될 수 없다. 더그 스튜어트는 이런 글을 읽는 혜택을 받지도 못하고
1986년 "스미소니언" 잡지에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은 아직도 완벽한 의자를 만들 수 없다"는 제목으
로 글을 기고하였다. 결국 오늘날 의자 디자이너들은 과학적인 모든 합리적 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전문 분야에 비하면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디자이너가 아
니라 인체에 있다는 것을 일단 이해하게 되면 디자이너들을 용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체라는 것
이 본래부터 그렇게 불안정하다면 완벽한 의자는 영원히 만들 수 없다는 얘기인가? 일단 우리 몸이
문제라고 책임을 돌리게 되면 디자이너들은 해부학적인 제약들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마음껐 자기
표현도 할 수 있고, 또 예술적인 실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일찍이 의자 디자인이라
는 것을 합리적인 탐구의 영역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포기해 버렸다.
그 뒤부터 나는 한 가지 대립되는 견해를 발전시켜왔다. 문제는 인체가 아니라 의자라는 것이다.
의자보다는 사람의 몸이 먼저이기 때문에 의자가 인체에 적응을 해야지 우리 몸이 의자에 적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의자가 건강에 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나는 우리 몸이 어
떤 기술적인, 또는 디자인상의 해결책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적응하지는 못하리라고 본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보는 여러 가지 수련 프로그램들에서 오랫동안 수련을 받고 나서 나는 결국
그 최초의 설명 가운데에는 하나의 문화적 가정이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가정은 의자
의 가장자리에 등받이가 없이 수직으로 앉는 자세는 너무나 힘들어서 계속 지탱하기가 힘들다는 것
이다. 그러나 서구 이외의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여러 시간 동안 그렇게 꼿꼿하게 앉아 있어도 끄떡
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 왜 우리 서양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는가 하고 의아했다. 그런 의
아심이 이어서 한 가지 조금 과격한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단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것이 습관
이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똑바로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등을 받치는 것에 줄곧 기대왔기 때
문에, 몸통을 이루고 있는 많은 근육들이 약하기 때문에 등을 기대며, 등을 기대기 때문에 근육들은
더 약해지고,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기댈 것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해서 이런 식의 가설들이 생
겨나게 되었는가를 이제부터 얘기해 보자.
영국에 있는 한 친구가 아프리카 오트볼라 공화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나에게 보여준 일이 있었다. 나는 그 스냅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가족 사진도 있고, 개인 사
진도 있고, 단체 사진도 있었다. 그 사진들에는 평범한 남녀노소가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또 신체 발달 정도도 다양했다. 사진을 보다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생긴 눈에 확
띄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멋진 모습으로 서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는 부자연스럽지도 않았고, 사
무원처럼 구부정하지도 않았으며, 가슴살도 두툼했다. 그의 등뼈는 곧았고, 머리는 균형이 잡혀 있었
으며, 목 근육에서도 긴장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완벽하게 발달한 육체에 탄성을 감출
수 없었다. 거기서 나는 또 그런 사람을 한 명 더 찾아냈다.
내가 의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던 내 친구는 내가 가려낸 두 사
람이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학교에 다니지도 않고, 그 학교 교실의 책상이나 의자에 앉아보
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 두 사람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이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친구의 설명을 듣고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의구심을 하나의
가설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의자 디자인을 위한 과학적 패러다임 전체가 오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생생한 증거가 거기에 있었다. 단순히 디자인이 잘못된 의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의자 "그 자
체"가 문제인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의자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신체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몸을 뒤틀리게 만든다는
증거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렇게 의자에 앉는 것이 문제가 많다는 다양
한 증거들을 찾아냈다. 그런 문제들로는 온갖 허리 통증들, 피로, 노장 정맥, 스트레스, 그리고 횡경
막, 순환기, 소화, 배설, 전체적인 신체 발달 등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연구들 대부분은 회복 의
학과 인간 환경공학을 다루는 잡지들에 개재되고 있었다. 인간 환경공학을 뜻하는 영어의 "에르고노
믹스ergonomics"라는 말은 그리스어에서 "일"을 의미하는 "에르곤ergon"과 "다루다, 조종하다"를 의
미하는 "오믹스-omics"에서 유래한 말이다. 따라서 인간 환경공학이란 사람과 직접적인 노동 환경과
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은 기본적으로 2차 세계대전 동안에 발전된 20세기의 학문 분
야인데, 처음에는 비행기 조종실 디자인에서 출발하여, 그 다음은 공장 생산 설비 디자인에 도입되었
고, 지금은 사무실 작업 환경에 응용되고 있다. 의자는 직접적인 노동 환경의 일부이기 때문에 인간
환경공학 연구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인간 환경공학적 관점과 직업과 관련된 건강 문제의 관점에서 보면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앉든 잘못 앉든 앉는 것이 어려운 일
이기는 매한가지다. 왜냐하면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가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30퍼센트나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앉는 것은 척추, 등 근육들, 허리 부분 신경들, 그리고 횡경막 등을 긴장시
킨다. 의자에 앉는 것이 그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면,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인 노
동보다는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실 노동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1985년에 미국의 역학자 두 사
람은 욱체 노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사무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허리통증이 25퍼센트나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독일의 학자 T.헤팅거는 병가에 대한 통계를 분석하여, 행정적
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그와 유사한 건설, 금속공업, 운송업
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보다 근육,골격에 장애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의 결론은 이러하
다. 의자에 앉는 것은 무거운 것을 들거나 과격하게 몸을 흔드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설사 무
거운 것을 드는 것보다는 덜 해롭다 하더라도, 역시 해로운 것은 해로운 것이다.
헤팅거는 척추 질병의 원인을 세 가지로 밝혔다. 무거운 것을 나르는 것, 진동, 그리고 "지속적으
로 의자에 앉는 것을 포함한 무리한(부자연스러운)자세" 등이다. 그는 지적하기를 가벼운 일을 하든
힘든 일을 하든 간에 의자에 앉기보다는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하는 아프리카인들과 아시아인들은
유럽인들보다는 척추에 압박을 훨씬 덜 받는다고 한다. 그가 발견해 낸 사실에 대해서 다른 이유를
찾자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 조직이 처음부터 "우생
학적으로" 더 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헤팅거는 독자들에게 의자에 앉는 것이 문제가 있
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런 특수한 우생학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교묘한 인종주의를 거
부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차이들에 대해서 이런 식의 우생학적인 설명을 하려고 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인
종주의가 끼어드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분명히 그런 인종주의 뒤에는 "서양인들은 쪼그리고 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서양인들은 평생 동안 의자에 앉기 때문에 쪼그리고 앉는
데 필요한 인체의 유연성을 상실한 것일 뿐이다. 어린 시절에 예쁘게 쪼그리고 앉던 것을 떠올려보
라. 성인이라도 쪼그리고 앉아서 일을 한다면, 그렇게 앉을 수 있는 능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
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쪼그리고 앉는 것이 관습인 사회의 의료 연구자들은 의자에 앉는 문화
권보다 디스크의 퇴행이 더 낮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일군의 스위스 연구자들은 영상 표시 장치(VDT) 작업장이나 계속해서 타이핑을 할 때의 부자연
스러운 자세가 손, 팔, 어깨, 목 등의 신체적 손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해냈다. 지속
적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게 문제라고 하는 이런 다양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의 세례를
받은 역학자들은 허리 통증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하면, 아직도 행위적인 설명을 찾기보다는 구조적
인 해석을 찾으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르다든지, 그 사람이 교통사고
를 당한 일이 있는지 없는지 하는 따위에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자들은 의자에
앉는 것이 허리 통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명한 증거를 찾아냈음에도 불구하
고, 그런 연구자조차도 이 허리 통증을 수수께끼라고 결론짓고 있다.
영국인 의사이자 알렉산더 테크닉의 교사인 윌프레드 발로우는 혼란스럽게 뒤얽혀 있는 허리 통
증의 원인들 뒤에 숨어 있는 것을 명석하게 밝혀냈다. 그는 일찍이 1955년에 이렇게 말했다. "허리
통증은 등(허리)의 역학 구조를 온종일, 그리고 날마다 완전히 뒤흔들어 놓으며, 그것을 치료하려면
이런 역학 구조적인 결점들을 개선시켜 줄 행위들을 재교육시킴으로써만 가능하다. 이를 깨닫지 못
한다면 허리 통증 문제에 대한 갈등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을 자동차라고 한다면,
표준적인 의학적 접근 방식은 새로운 브레이크 라이닝을 쳐 주는 것과 같다. 발로우는 이렇게 이야
기를 이어 나간다. "그러나 만일 운전자가 뒷바퀴에는 가속을 시키면서 앞바퀴는 브레이크를 걸려고
고집한다면, 새로운 브레이크 라이닝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운전자가 적절한
시기에 브레이크를 밟고 가속을 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운전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최근에 어느 마사지 치료 전문가는 의학 칼럼니스트인 제인 브로디에 대한 응답으로 "뉴욕 타임
스"에 편지를 보냈다. 제인 브로디는 격렬한 활동과 과도한 사용이 근육통과 경련의 주범이라고 지
적했던 인물이었다. 이와는 달리 그 치료 전문가는 잘못된 행동이나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그런 통증의 진짜 원인이라고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마사지 치료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운동선수부터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고객을 알고
있는 나는 근육을 너무나 사용하지 않으면 그것이 근육통과 경련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만일 적절
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예닐곱 시간씩 워드프로세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뒷목, 어깨, 측면 엉덩이, 다리
힘줄, 천장 관절 부위의 근육들에 심각한 통증과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흔히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
이 왜 아픈지 원인을 알지 못하며, 따라서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당황스러워
할 것이다. 어떤 한 가지 자세를 오랫동안 고치거나 교정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만성적인 근육
통과 경련이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이요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로서,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직도 좋은
교육 환경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는 의자라는 잠재적인 해
악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매 시간마다 5분씩은 자유롭게 몸을 풀어 주는 습관을
기러 줘야만 한다.
물론 마사지 치료자인 그녀의 견해가 전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그녀의 주장은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들과 다른 심신 치료자somatic practitioner들의 경험들을 확
인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과도한 운동보다는 오히려 잘못된 자세나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근
육통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근육통을 경감시켜 주지 않는 다는 건
분명하다. 이와는 달리 1985년에 행해진 의학 조사 연구는 "누워 있거나 걷는 것은 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해소시켜 준다"고 보고하였다. 그 보고서는 몸을 굽히는 것이 의자에 앉는 것 다음으로 허리
통증에 가장 압박적인 요인이 된다고 보고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몸
을 굽히기가 일쑤다.
노르웨이 한 가구회사 사장은 의자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나서 자신이 의자를
만들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사람은 의자에 앉도록 창조되지 않
았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의자 제조업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대단히 불쾌했습니다. 인간은 걷고, 서고,
달리고, 뛰고,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고, 움직이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쉬고 싶을 때면 바닥에
누우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용감하게 그런 입장을 밀고 나가서 의자에 앉는 전통적인 자세와 연관
되어 있는 건강 문제들(허리 통증 이외에도)을 요약하였다. "고관절로 몸을 받치고 90도로 앉는 것은
횡경막을 압박하며, 그렇게 되면 위장과 주변의 내부 기관들의 자연스러운 기능들이 제약을 받는다.
의자가 낮아질수록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내부 기관들의 자연스러운 기능들
이 제약을 받음으로써 혈액순환이 둔화되고, 뇌에 대한 산소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
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훨씬 빨리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덴마크의 만달 박사는 의자에 여러 해 동안 앉아 있음으로써 망가지게 되
는 아이들의 건강, 특히 그들의 시력과 척추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 그는 성인들이 갖가지 허리 통
증과 목의 통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통증들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좀더 일찍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는 만일 아이들의 건강을 학교에서
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면, 그들은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
선시킬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사 콜린 알렉산더에 따르면 노장 정맥은 의자에 앉는 문화에서 가장 흔히 나
타나는 증상이며, 이와는 달리 바닥에 앉는 문화에서는 흔치 않은 현상이라고 한다. 의자에 앉는 자
세는 앉은 사람의 다리와 발의 각도를 직각으로 고정시켜 준다. 그럴 경우 발목의 정맥이 최대한 열
리게 되므로 그 혈관벽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게 되어 탄력이 없어진다. 학교에서 그런 자세로 오
랜 세월 동안 앉아 있게 되면, 그 정맥은 영구적으로 팽창하게 된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장시간 서
서 일을 한다거나 임신을 하게 되면 발목에 탄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 탄력이 없으면 그 혈관벽이
파열되고 마는 것이다.
의자에 앉는 일이 몸에 미치는 모든 해악을 검토하고 난 뒤, 이런 문화적 관습이 인체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겠다고 수긍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탁자, 의자 문화에서 성장하
지 않은 앞에서 말한 두 아프리카인들의 몸이 다르게 발달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인간환경공학의 공통견해
인간 환경공학은 의자에 앉는 데 따른 인체에 유해한 것들을 극복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
는가? 인간 환경 공학에서 권장하는 몇 가지 사항들은 직접적이고 자명하며, 따라서 그 권고들을 따
른다면 의자에 앉음으로써 발생하는 손상을 완전하게 제거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많은 의자들은 이런 최소한의 기본적인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지침들은 "수행
지침들"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 판단 기준들이 행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들이
며, 구체적으로 제시된 수치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가
이런 간단한 목록에 들어 있는 많은 평가 기준들에 얼마나 위배되는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엉거주춤하게 앉아라
전통적인 수직 앉기 방식에 대해서 연구한 스웨덴의 의자 연구가 벤트 아케르블롬Bengt
Akerblom은 일찍이 1948년에 d니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키가 작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의자의 높이
가 더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오늘날 평평한 좌석이 붙어 있는 일반적인 의자 좌석의 높이는
바닥에서 45센티미터 정도이다. 그러나 그 높이는 최소한 인구의 절반 가량의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
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것은 모종의 가공적인 "평균"인체에만 어울리는 것이며, 그 평균 인체란 키
가 큰 남성의 몸을 말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여성들, 그리고 상당수의 남자
들에게도 의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의자가 너무 높으면, 좌석의 가장자리가 대퇴부 근육 아랫쪽을 압박하여 무릎 아랫부분이 눌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근육 조직은 원래 하도록 되어 있지도 않은 짐을 지는 기능을 무리하게 쓰게
된다. 만일 지금 의자에 앉아 있다면, 허벅지 아래쪽이 눌리고 있는 않는지 한번 유심히 살펴보라.
만일 압박을 느낀다면 당신의 정맥과 동맥은 피를 적절하게 순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의자 높이가
적당하다고 이야기하려면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아야만 한다. 발뒤꿈치를 포함해서 발 전체가 바닥이
나 받침에 안정감있게 닿아야 한다. 만일 발뒤꿈치가 들려 있다면 허벅지는 좌석 앞쪽 가장자리에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의자가 너무 낮아도 문제가 된다. 무릎이 고관절보다 높이 있으면 고관절을 밀어붙이게 된다. 더
나쁜 것은 그렇게 된면 허리가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휘는 것을 역전시켜 디스크를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자 높이에 관한 문제는 좌석 개혁을 위한 어떤 아이디어 하나 때문에 더욱 복잡해지고 있
다. 즉, 허리 부분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릎이 엉덩이보다 낮아야만 한다는 것이
다. 그렇게 되면 좌골sit bone들을 의자의 가장자리로 옮겨서 앉을 수 있다. 의자는 의자에 앉은 사
람이 반은 앉아 있고 반은 서 있는 엉거주춤한 자세에 가깝게 될 만큼의 높이가 제일 좋다(이 자세
에 대해서는 뒤에 더 논의하기로 한다).
현재 우리는 전통적인 의자들을 다루고 있다. 안전한 타협점을 탖는다면 높이는 43센티미터 정도
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다양하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이다.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가 우리 몸에는 맞다.

좌석 앞쪽 테두리는 아랫쪽으로 굽어야 한다.
의자의 앞테두리가 아래쪽으로 굽어야 하는 이유는 오금이라는 무릎 아래쪽 살을 압박하지 않도
록 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이 단순한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의자 제조
에서는 대개 이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좌석의 너비와 깊이는 43센티미터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인간 환경공학 연구자들은 의자 좌석은 깊이가 43센티미터에 너비가 43센티미터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이런 치수는 다양한 체구들에 두루 적합하다. 이는 아마도 대퇴골이 사람들
의 다양한 체구에 비해 뼈의 치수의 차이가 가장 적은 뼈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 환경공학
자인 앤 쉬에이드Anne Shihadeh 는 실제로 "대부분의 의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좌석의 깊이가 43센
티미터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하였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개 의자들은 허리 지지대가 앞
쪽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좌석 뒤쪽 5센티미터 정도는 사용할 수 없으며... "또는" ...등받이
의 수직선이 비스듬히 되어 있어 사용할 수 있는 깊이는 거기서 다시 2.5 내지 5센티미터가 줄어들
게 된다." 또한 등받이가 낮은 팔걸이 안락의자들은 대부분 그것보다 깊이가 더 깊다. 이것은 대퇴부
가 긴 사람에게는 좋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 깊이에 적응하기 위해서 등 뒤에 쿠션을 대야 한다.

몸무게는 살이 아니라 뼈로 분산되어야 한다
의자에 앉을 때 우리는 좌골로 좌석 위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
면 살이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되고, 뼈들이 무게를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앉는
사람이나 의자를 디자인하는 사람 모두 좌석의 깊고 푹신한 깔개를 피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깔개
가 지나치게 푹신하면 좌골들이 안정된 표면에 닿지 못하고 오히려 깔개 가운데 묻혀서 흔들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궁둥이와 허벅지의 살이 몸무게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 환경공학 연구
자들은 깔개가 "적당한"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얼마만한 몸무게를 위해서 얼마만
한 밀도를 가진 깔개를 정확하게 몇 센티미터를 깔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나는 대개
6밀리미터에서 1.2센티미터 정도의 깔개면 적당하리라고 생각한다. 깔개가 그것보다 두터우면 좌골들
이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의자에 앉을 때면 좌골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우리
몸무게의 60퍼센트를 지탱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바르게 앉으면 다른 40퍼센트는 발꿈치로 옮겨
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발 뒷꿈치는 바닥에 편안하게 착지해야 하는 것이다). 내적으로 무게의
균형을 찾으려면 아무것도 대지 않은 맨 목재에 앉도록 하라. 앉는 뼈들 위에서 앞뒤로 몸을 6밀리
미터에서 1.2센티미터 정도를 흔들어 보도록 하자. 그리고 의자를 살때는 그 느낌을 기억하도록 하
자.

혼란스러운 인간환경공학
하지만 의자 앉기와 연관된 문제들은 인간 환경공학의 지침들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해
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몇 가지 인간 환경공학의 지침들은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내
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좌석과 등받이의 각도가 아주 넓은 것이 좋다고 권
장한다. 그들이 권하는 각도는 대개 110도에 가까운 것으로, 특히 사교를 위해서 사용되는 의자일 경
우에는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넓은 각도는 디스크 사이의 압력을 감소시키고 허리 근육의 활동
을 저하시키기 위해서 권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디스크 사이의 압력이나 허리 근육의 활동을 감소시
키는 것이 그 자체로서 유익하다는 주장은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이 아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5장
에서 움직임을 위한 디자인을 논의하면서 다시 다룰 것이다). 그러나 설사 우리가 이런 주장을 잠정
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전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있다. 만일 그 각도로 척추를 기
댐으로써 설정되는 곡선을 따라서 머리를 두게 되면, 목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목은 아무런 지지물 없이 허공 뒤쪽으로 내맡기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람들은 그들의 무게 중
심의 위쪽을 향해서 머리를 앞쪽으로 내밀게 된다. 그럴 경우에 척추는 여전히 뒤쪽으로 힘을 가하
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머리는 앞쪽으로 숙이고 있기 때문에, 척추의 가슴 부위의 곡선이 지나치게
된다. 이런 자세를 오랜 기간 동안 하게 되면 척추 가슴 부위가 낙타혹처럼 변하게 된다. 작업용 의
자들도 좌석과 등받이의 각도가 넓은 것이 권장되고 있으나, 가슴 부위 척추의 곡선이 휘어지는 동
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은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신체의 변형이 노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심신 치료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몸을 잘못 쓰면서 생긴다고 생각한
다. 이처럼 우리 몸을 잘못 쓰는 일을 바로 인간 환경공학의 지침들이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본보기는 밀라노에 있는 직업 건강 연구소의 소장인 A. 그리코의 연구에서
시작된다. 그는 1986년에 인간환경공학협회에서 연례 강좌를 한 일이 있었다. 그는 그 강좌에서 보고
하기를 그의 연구 집단이 낡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전화 교환원들과 영상 표시 장치가 있는 새로운
사무실에서 일하는 전화 교환원들을 연구한 결과 그들의 움직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
과를 발표했다. 그는 용기있게도 인간 환경공학적으로 디자인된 가구는 의자에 앉으면서 생겨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 환경공학적 가구 자체가 "새로운 문제, 즉 자세의
고착..."을 유발시킨다고 결론지었다.
인간 환경공학적으로 디자인된 의자들이 의자에 앉으면서 생겨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모르긴 몰라도, 대체로 그런 문제들이 직각으로 앉는 자세에 "내재하는
고유한"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코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듯했으나 실질적으로 그렇지는
못했다. 궁극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자세를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물
론 절대적으로 옪다. 그러나 특히 꼿꼿이 수직으로 앉는 자세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오며, 그런
스트레스들은 인간 환경공학적으로 아무리 땜질을 한다 해도 해소해 주지 못한다.
인간 환경공학이 문제가 없는 의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과 노력 문제라고 전제하는 것을 보면,
그 분야의 과학적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안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자에 앉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문명화된 것이고, 어느 정도는 당연한 것이라고 하는 문화적 가정이
인간 환경공학자들로 하여금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맴돌게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생각하면 나는 매
우 인상적이었던 개념 훈련을 받았던 일이 떠오른다. 그 훈련에 참여한 이들은 연필을 떼지 않고 하
나의 연속된 선으로 다섯 개의 점들을 연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그 점들이
배열되어 있는 사각형을 넘어서까지 선을 연장시켜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서양 문화에서 우리는 탁
자와 의자가 없이 이루어지는 삶이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사각형 안에 갇힌 채로 고
전적인 수직 앉기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편안하게 되는 법만 찾으려고 애쓰면서 전전긍긍
하고 있다.

비행기나 자동차 좌석은 괜찮은가
등을 지지하는 문제는 많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므로 지금부터는 거기에 대해 좀더 다루고자 한
다. 버나드 루도프스키는 "유행에 뒤떨어진 인간의 몸The Unfashionable Human Body"이라는 저서
에서 우연치 않게도 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는 거기서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발목 관절은 지지
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었다고 은근히 지적하고 나왔던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
들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 이제 걸어서 돌아다니는 데에는 발목 관절을 지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루도프스키는 지지지에 관하여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가정
들을 허물고 있다. 첫째, 만일 우리가 발목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신발 바닥에 대
는 장심받침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만일 지지물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과대 평가된 것이라고 한다면, 의자에서 등받침대도 필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이러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생각을 소개하고 나서 자율적으로 앉는 동양의 관습, 즉 등받침이 없이
꼿꼿하게 앉는 관습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루도프스키는 비범하다. 스웨덴에서부터 미국 캘리포니
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은 등받침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들은 대개 이렇게 덧붙
여 말한다. "특히 오래 앉아 있으려고 할 때 그러하다." 결국 의자와 걸상이 다른 점은 의자만 등받
이가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게 될 것이라
고 가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자 등받이의 모양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위스의 영향력있는 인간 환경공학자 에틴느 그랑장은 허리(등 아래쪽) 받침의 논리를 철저히 연
구하였다. 연구 문헌에 나오는 주요 문제들 가운데 하나, 즉 편안함이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
냐 하는 문제에 직면한 그는 주관적인 규정보다는 객관적인 규정을 하려 시도하고 있다. 다시 말하
자면 그는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록들에 의자하기보
다는 근육들이 활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들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
이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앉은 자세 가운데서 근육의 활동을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자세는 어떤 것
인가? 그는 C자 모양의 굽은 자세라고 대답한다. 놀랍게도 그랑장은 그 굽은 모양을 하나의 목표로
삼고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근육의 편암한과 디스크의 건강 사이에
놓여 있는 갈등을 인정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그가 "바람직한" 굽은 자세라고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허리가 앞으로 굽은 자세를 단조롭게 취할 경우에 디스크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만일 가장 "객관적으로" 편안한 자세라고 하는 r서, 즉 힘들지 않은 굽은 자세no-work slump역시
건강에 나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허리 받침이라는 개념이 끼어들게 된다. 허리에 닿는 부
분이 바깥 쪽으로 내밀려 있는 모양으로 등받이를 만들게 되면 좌석에 앉는 사람은 좌석 등받이에
허리를 밀착시키는 한 허리 부분의 자연스러운 굽은 자세를 흐트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그랑장은 여전히 일하지 않는 굽은 자세를 이상적인 것이라고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허리
받침은 아래쪽 척추를 앞쪽으로 밀어내며, 한편으로 상부는 C자 곡선의 위 부분 절반의 모양, 즉 가
슴 부분이 우묵하게 들어가는 모양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
적으로 디자인된 비행기 좌석이나 자동차 좌석이 C자 모양의 곡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런 좌석에 앉으면 상체와 머리와 어깨가 앞쪽과 아랫쪽으로 굽게 되며, 반면에 동시에 허리 부분은
의자 모양을 따라 앞쪽으로 내밀리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이런 빈약한 이론을 글로 쓰고자 하는 것을 알고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또한 그렇게 왜곡된 가구 뒤에도 모종의 논리들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모종의 논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만일 그러한
디자인들이 모두 잘못된 이론과 결함이 많은 개념적 모형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런 디자인들은 더
나은 이론과 더 나은 모형들에 대해서도 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 환경공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라 의사인 만달 박사는 등받침의 논리에 도전한 선구자였다.
그는 거의 30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받이의 각도가 110도이
든 90도이든 상관없이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인 즉, 그들은 일을 할 때 등
을 앞으로 굽히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등받이를
사용하도록 만들 것이냐에 대해서 골몰하고 있지만, 독불장군 만달은 경험적으로 말해서 인간 환경
공학자들이 염려하는 것은 제아무리 뭐라고 한다고 해도 바람직한 생각일 수는 있으나 실제적인 행
위와는 무관한 것이며, 모르긴 몰라도 더 심하게 말하자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주의로 퇴보하는 것
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1996j년) 덴마크에서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행한 한
연구에서 이와 동일한 몇 가지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그들은 등받이가 척추 전만, 즉, 허리가 자연스
럽게 굽는 것을 가속화시킨다는 해묵은 이론이 1913년부터 유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연구함으로써 그 이론을 검증해 보기로 했다. 한 곳은 사람들이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서 일하는 곳이고, 또 한 곳은 수직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서 일하는 곳이고, 다
른 한 곳은 굽은 허리 받침대가 있는 의자에서 일하는 곳이었다.
그들이 발견해낸 여러 가지 사항들은 등받침의 논리에 도전이 되는 것들이다. 평평한 등받이가 있
는 게 등받이가 전혀 없는 것보다 더 나빴다. 이것은 등받이 없이 그냥 앉는 것이 좋다는 견해의 개
가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러한 등받이가 평평한 등받이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러나 무언가를
읽는다거나 할 때에는 등받이의 모양과는 관계없이 사람들은 등은 둥글게 구부렸다. 이것은 일단 몸
을 앞으로 구부리고 해야 하는 일의 경우에는 고전적인 수직 자세가 하나의 추상적 이론에 불과하
다고 하는 만달의 주장이 다시 한 번 설득력있게 들리게 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허리 받침대가
있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척추에 가장 큰 부담을 주었다. 몸의 근육 조직이 척추를 뒤로 잡아당
기는 동안 기계적으로 무리하게 척추를 앞으로 밀어내는 힘이 아마도 스트레스의 원인일 것이다. 연
구자들은 "등받이가 척추 전만을 가속화시킨다는 전통적인 개념은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는 결론
을 내렸고, 따라서 만달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받침대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있다. 일부 어깨 받침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힘들지 않는
굽은 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깨 받침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깨는 이미
앞으로 둥글게 굽어 있고, 몸통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의자 디
자인들은 받침대가 등 중간 부분까지만 있다. 어떤 이들은 대퇴부를 받쳐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있어
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대퇴부를 받쳐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팔걸이 문제 역시 아직
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팔걸이가 생각만큼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팔걸이로 전이되는 무게는 우리의 몸무게의 4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이
가 많은 사람들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세울 때 팔걸이를 붙잡고 일어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
우는 그렇지가 않다. 팔을 뻗어서 타이핑을 하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팔걸이가 각 개인
에 따라서 적절한 높이에 장착되기만 한다면 척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것으로 증명
되었다.그러나 사무용 의자 전문가들은 팔걸이를 접어 버려야 한다고 권장하였다. 그래야만 고용자들
이 제약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당이나 중역실에 있는 의자들을 보면 여전히
팔걸이가 달려 있다. 이들은 몸을 받쳐주는 일보다는 신분을 나타내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전통적으
로 집안의 남성 가장으로 대표되는 식탁의 우두머리는 팔걸이가 달린 식탁용 의자에 앉는다. 이는
그가 식사를 하는 동안 팔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
어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도 아니며, 그의 중요성을 과시하기 위해서이다.
인간 환경공학적 연구에는 다른 모순점들도 있다. 이 장의 첫 머리에서 나는 등받이가 사람의 몸
을 처음에는 뒤로, 다음에는 아래로, 그 다음에는 앞으로 미끌어져 내리게 한다고 했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반응들이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몸이 앞으로 미끄러지는 걸 막기 위해 다리를 포갠다.
이에 대해서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이란 좌석의 앞쪽을 경사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좌석 가장자리가 무릎 아래쪽을 갈라 놓게 되고 대퇴부를 고관절 쪽으로 밀게 된다. 이것은 한 가지
동작으로 인간 환경공학의 원칙을 두 가지나 위반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교정하기
위해서, 다시 말하자면 대퇴부 아래 부분의 압박을 해소시키고 고관절을 열어 주기 위해서 그들은
의자 등받이의 뒤쪽으로 경사를 더 많이 준다. 하지만 이렇게 각도를 조정하게 되면 척추와 머리가
뒤쪽으로 가서 대각선을 이루게 된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면 등이 목을 압박하게 되기 때문에, 자
연스럽게 머리를 앞쪽으로 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불명예스러운 C자 모양의 척추가 "다시 만들
어지고" 소화관 위에 있는 늑골을 눌러서 내부 기관들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등에 심각한 혹이
생기게 된다.
상체가 좌골 뒤로 나가게 되면, 이에 대한 대안은 의자 등받이를 앞쪽으로 끌어내기보다는 어깨선
너머 뒤로 멀리 내서 어깨 뒤로 나가 있는 머리를 받쳐 주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
면 척추가 지나치게 앞으로 굽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 의자는 일반 의자가 아
니라 소파처럼 되어 버린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는 소파를 자금 사용하는 것보다는 더 자주 사용하
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만일 디자이너가 고전적인 의자 모양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디자이
너는 허리로부터 시작해서 고관절, 목, 흉곽에 이르기까지 인체 전체의 문제를 뒤쫓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문화로서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는 수직으로 똑바로 앉는 자세에
내재해 있는 모순들을 대략적으로 추적해오면서 흉곽의 앞부분의 문제에까지 이르렀다. 문화 비평가
들은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의자 디자인이 생체적인 문제들을 추적하고 또 남겨 놓는
시대라고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림 33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가슴을 망쳐 놓는
앉는 자세를 정상적인 또는 더 나가서 상쾌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우리는 모든 해부학적
인 면에서 그런 문제를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의자를 찾아낼 수도 있다. 20세기에 만들어진
몇몇 유명한 의자들은 무릎 아래를 누르고, 고관절을 압박하며, 곧 알게 되겠지만 우리의 목에 스트
레스를 준다.
받침에 관한 관념들은 연구 전문가들과 우리 문화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건강한 앉기를 위한
디자인을 방해하는 것만 같다. 이렇게 받침에 괸하여 대립되는 관념들과 뒤얽혀 있는 편안함의 문제
는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편안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도대체 편안함comfort이란 어떤 것인가? 편안함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건축사가 위톨드 립친
스키Witold Rybczynski는 그의 저서 "가정Home"에서 지적하기를 건축 교육은 편안함을 제대로 정
의하지도 않으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계속 발뺌만 해왔다고 비난하였다. 가구 디자이너들에게 그 문
제를 해결하라고 떠맡겼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인
간 환경공학자들까지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인간 환경공학 잡지 "휴먼 팩터스"에 실린 한 비평
한에서 사무실 컨설턴트 래니 카렌 루더는 결론짓기를 그 분야는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기능적
인 편안함에 대한 정의가 없다"고 하였다. 더 나가서 루더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편안함과 불편
함이라는 것이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는 두 양극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차원의 것들인지에 대해서도
이론이 분분하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편안함이란 "불편함이 없는 것"이라고 일찍이 정의된(1958년)
편안함에 대한 기능적 정의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편안함이란 어떤 상태가 없는 것 이상의 어떤
것이며, 따라서 보다 만족스러운 정의를 얻기 위해서 루더는 1964년판 웹스터 사전에서 그 단어의
정의를 찾았다. 그 의미는 "지지와 도움"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단어의 라틴어 어원("강하게 하
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편안함이라든가 "ease"와 같이 그 단어의 동의어가 되는 단어들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편안함을 이루고 있는 두 요소들, 즉 지지와 자유는 대립적일 수도 있기 때문
이다. 예컨대 오목하게 들어간 좌석판은 엉덩이를 지지해 줄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움직임을 제약
한다. 스스로 인간 환경공학자임을 자처하는 루더는 다른 사람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 즉 주관적
으로든 객관적으로든 편안함이라는 것을 측정될 수 있는 방식으로 규명하는 일에서 역시 실패하였
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것을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를 측정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측정을 시도할 때마다 답은 달라졌다. 어느 날 편안하다고 이야기한 의자를
그 다음 번에는 편안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한 검사에서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아홉 개의 의
자를 주고 편안함의 순위를 매기라고 해보았다. 일 주일이 지난 뒤에 다시 조사를 해보니 순위가 완
전히 달라졌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전에 앉았던 의자의 편안한 느낌과 이번에 앉은 의자의 편안한
느낌을 비교해 볼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이에 대해서 당신은 그런 근육감감
적 기억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 근육감각적 기억이란 그 사람이 최근에 몸으로 무엇을 하였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자는 그런 순위매김은 단 5분 만에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발
견하였다.
다른 연구자들은 불편함을 경험하는 신체 부위의 숫자가 불편함의 강도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발
견하였다. 또 어떤 연구자들은 등과 엉덩이의 편안함이 목과 어깨의 편안함보다 더 중요하며, 다시
목과 어깨의 편안함은 대퇴부와 다리의 편안함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편안함과 관련하여 아주 당혹스러운 사실이 있다.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좌석이 대퇴부 아래서 절
단되지 않고 좌골들을 받쳐 줄 것과 척추 아랫 부분을 받쳐 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사
항들은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의자들에 실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일반적인 의자의 속성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해 버리
면서 자신들이 내린 결론을 옹호하려고 든다. 사람들은 "나는 패드가 없는 의자는 싫어" 또는 "그
자죽의자는 아주 편안해" 또는 "저 의자는 편안해 보이는데"하는 식으로 의자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자에 앉은 실질적인 신체적 체험보다는 편안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서
더 많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광고업자들은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편안함과 편안
함의 이미지 사이에 있는 차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 의자 광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환상과 암시
는 호화로움, 권력, 그리고 명성 따위이다. 사무실 가구에서 경영자용 의자가 간혹 사무용 의자보다
제조 비용이 덜 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제조회사는 덩치만 큰 경영자용 가죽 의자를 더 비싸
게 팔 수 있을 것이다. 소매상들은 의자가 신체적으로는 불편하더라도 겉보기가 그럴듯하고 직접적
으로 손상을 주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그 의자를 사도록 부추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의자가 딱 어울리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요소들은 아주 다양하나. 호사스러움, 아방가르드적
요소, 전통성, 편안함, 얼마나 감각적이고 합리적인가, 기술적으로 세련된 요소 등이다. 이런 모든 요
소들은 수사적인 호소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의자에 앉았을 때 편안함을 판단하는 데 작용하는 주관적인 다양성들 뒤에는 더욱 더
많은 전제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응답자들은 편안함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느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들은 편안함을 인식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다
양하기 때문에, 우리는 "쾌적하다" 또는 "편안하다"라는 말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신체적으로 같
은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하나의 전제는 그런 편안함의 느낌을 실제로 표현하기
어렵더라도 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인간 환경공학자 P.브랜튼은 자세에 대한 인식은 "대
단히 원초적이고 깊이 뿌리 박혀 있으며... 성찰하기도 어렵고 말로 바꾸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애매모호한 전제가 있다. 사람들은 의자나 좌석의 여러 측면들
가운데서 뭐가 불편한지 그 원인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편안한 게 어떤 것인가에 관한 관념들은 역사적 시대마다 달랐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은 편안
함이라는 것이 인간의 체험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고 유행처럼 되어버렸다고 하는 가능성을 제기
한다. 실제로 립친스키는 시대마다 편안한 것과 편안하지 않은 것에 대한 컨센서스를 가지고 있었다
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제 사람들은 이전보다 카가 많이 커졌으며, 이것이 의자 디자인에 관한 평
가를 다르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앉는 것에 관한 모든 판단 기준들이 높이와 분명하게 연
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말갈기로 만든 수직의 긴의자는 18세기에는 편안한 것이었으나, 19
세기에는 사람들이 호사스러운 피륙이나, 스프링을 넣은 커버, 그리고 좌석과 등받이의 각도가 더 넓
은 것을 편안한 의자라고 여겼다.
개인들도 검사를 할 때마다 편안한 것에 대해서 생각이 다르고, 또 사회들도 시대에 따라서 생각
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체험되는 편안함의 정의를 알아내기
위해 고심하다가 당황하여 손 놓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근육이 일을 하고 있
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근전도(EMG)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그 실험 결과의 해
석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어떤 근육이 휴식 상태에 있는 것으로 규정되는 편안함
이란 다른 근육들에게 여분의 일을 요구할 수도 있으며, 따라서 실제로는 덜 편안한 상태일 수도 있
다. 바꾸어 말하자면 "어떤 한 근육군이 활동 수준이 낮은 것은 다른 근육군들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표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인체의 모든 근육 활동의 평균치를 측정해낼 수도 있
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연구방법에 쓰이는 기술은 편안함을 측정하는 일에는 적절치 않다. 왜냐하면
바늘 전극들은 다 하나의 모터 단위들만 표시할 뿐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접근 방식은 디스크 안에 바늘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원격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사파
들을 방출하는 압력 감지 단추들을 사용하여 척추가 받는 압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
들은 상당히 간접적인 방법이며, 따라서 그 자체가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 앉았을 때 받는 압력이 분
산되는 것을 측정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기록으로 나타난 압력들이 경험적으로 느껴지
는 편안함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불확실한 방식들과는 별도로, 근육의 활동이 없다는 것이 편안함이라는 것을 규정할 수
있는 타당성있는 방식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근육의 긴장tonus"이라고 불리우는 근육의 힘든 활동
을 동등하게 분산시키는 것이 그 개념의 의미를 더 잘 파악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근육의 긴
장 역시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근육 체계 전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측
정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체론적" 시술자들이 종종 과학적인 방법을 포기한다. 그
들은 부정확한 측정을 하는 것보다는 아예 측정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교사들은 가르치는 자세와 움직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그래서 그들은 편안
함을 평가함에 있어서 자세상의 평가와 행위상의 평가를 따로 하고자 한다. 일부 인간 환경공학 연
구자들은 또한 "자세의 분석은 최소한 주관적인 평가만큼이나 편안함의 지수를 작성하는 일에 유기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행위를 관찰하는 게 구두적 판단만큼이
나 훌륭한 편안함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서 만일 사림들이 안절부절하지 못
하고 초조해 한다면, 관찰자는 그들이 불편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도 그럴까? 자세와 행위라는 척도들도 역시 해석의 문제점은 있다. 그 "가구"가 불편한 것인가, 아니
면 그 "사람"이 내적인 감정을 해소시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가? 사실상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움직
이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아주 편안하여 그런 상태로 계속 남아있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건지
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찰자들은 만일 어떤 사람이 안정하고 있으면 편안한 상태라고 가정한
다. 그러나 만일 가구가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면 그 가정은 틀린 것이다. 동요라는 것을 불편함의 척
도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또 하나의 문제는 다른 많은 요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연령, 하루의 시간대, 뿐만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들 등등.
또 하나의 논리적 가능성은 자세들을 몇몇 규범적인 기준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규범들
은 확립된 것도 아니고 합의된 것도 아니다. 그 규범들은 성에 따라서, 개인에 따라서 다양하다. 알
렉산더 테크닉은 이상화된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 기술은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기본
적으로 수행자들이나 치료 전문가들에게나 알려져 있었지 과학자들은 몰랐다. 객관적인 자세 분석은
편안함의 정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F.M.알렉산더, 아
이다 롤프, 루돌프 라반, 본니 베인브리지 코헨, 그리고 그 밖의 심신 치료자들이 이루어 놓은 포괄
적인 자세 분석 체제들 가운데 하나에서 훈련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유명한 과학자는
이런 기술들은 과학적 방법, 특히 관찰에 합당하다고 인정하였다. 동물 종족학자 니콜라스 틴버겐은
노벨상 수상자 수락연설에서 알렉산더 테크닉을 칭송하였다. 거기서 그는 알렉산더 테크닉을 행동에
대한 과학적 관찰의 최고 수준의 본보기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그것을 열심히 모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사무실 근로자들은 편안함이 그들의 생산성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편안함과 생산
성과의 관계는 파악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 조직상의 계급에서 위로 가면 갈수록 그가 수행하는 것
을 평가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그것은 당사자가 그 조직에서 더 중요한 인물이 되어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성을 다루는 문헌은 때로는 사무실의 물리적인 환경에만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그 사무실이 열린 공간이냐 아니면 전통적인 폐쇄 공간이냐에 따른 차이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
러나 이런 환경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는 그들의 신체적 편안함보다는 환경의 유연성, 의사 소통, 그
리고 집중도 등과 연관되어 있다. 그 유명한 "후광 효과Halo effect"라는 것이 작용을 할 수도 있다.
만일 근로자들이 그들의 경영진이 그들의 편안함에 대해서 배려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 그들의 생
산성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로자들이 실제로 편안하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는 배려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더 강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연구자들은 업무의 수행이
편암함의 지표로서는 비교적 적합치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디자인의 시작과 끝은 사람의 몸
지난 몇 십 년 동안 인간 환경공학을 연구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인간 환경공학이라는 것이 기껏
해야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며 또 더 나아가서는 혼란스럽고 어리석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의
자 디자인에 대한 기존의 주장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려고 노력해왔다. 그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었던 인간 환경공학을 포기하기보다는 "새로운 인간 환경공학"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작지만 이 소중한 집단은 본질적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그러나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움직임의
가치에 관하여 지적인 전제들을 공유하고 있다.
극소수의 가구 디자이너들이 주장하는 급진적인 견해가 있다. 만일 대퇴부가 척추와 90도가 되지
못하고 굽어질 경우에는 등받침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다리와 척추의 각도가 135도일 경우에 수직으
로 앉는 압력이 척추의 앞과 뒤 사이로, 그리고 척추 전체 길이로 가장 고르게 분산되며, 그래서 수
직으로 앉는 것이 편안하고, 빨리 지치지 않게 되며, 따라서 등받침이 필요치 않다고 한다. 이런 개
념을 가장 많이 응용한 것이 노르웨이 밸런스 의자이다. 이 밸런스 의자는 피터 옵스빅이 디자인한
것으로 종종 무릎 의자Kneeling chair라고도 불리우며, 최근에는 컴퓨터 의자로 사용되고 있다. 이
의자에 앉으려면 앉는 사람이 다리를 접고, 부분적으로는 무릎에 의지해야 한다. 이런 독특한 자세를
도입한 실질적인 이유는 척추와의 관계에서 대퇴부를 상당히 낮추는 자세의 생체 역학적 장점들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높이의 테이블이나 데스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만달 박사는 기본적인 의자 디자인뿐만 아니라 책상 높이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걸터 앉는 것perching, 즉 앉는 것과 서는 것 중간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권장한
다. 걸터앉으면 무릎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지지만,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와 좌골들 사이에 일종의
삼각대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수직 앉기를 위한 모든 기준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 앉는 사람은 대퇴부를 이용해서 앉지 앉기 때문이다. 이런 앉기 방식에는 인간 환경공학
에서 이야기하는 기준들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앞쪽으로 경사진 좌석을 사용하는 의자는 전통적
인 의자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한다. 좌석 앞쪽 가장자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게가 덜 실리기 때
문이다. 좌석의 깊이는 좁을 수도 있고 깊을 수도 있다. 높은 의자에 맞추어 테이블이나 데스크의 높
이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완전히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대퇴부 각도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소파식 형태의 의자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의자에 앉아보고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너무나 편안해서 곧 곯아떨어질 것 같
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몇 가지 직종들은 이미 고용자들이 그런 소파식 의
자에서 일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일 심리학자이자 인간 환경공학 교수인 바바라 티체는 사무실 근로
자에게 더 많은 자유, 다시 말해 움직임과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녀는
모든 살마이 각기 신체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작업 환경을 창출해 낼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개인 펠
트천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끔씩 마룻바닥에 누울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 전통적인 의자들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도전들은 3부에서 다시 다루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우리가 작업 환경과 생활 환경을 바꿀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
면 전통적인 문화적 예상들에 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들을 뒤집어 엎고 육체적 편안함을 최우
선시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고수해온 전통적인 작업장 디자인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들은 디자인의 시작과 끝이 인체가 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4장 몸과 마음은 하나다
인간 환경공학이란 사람들과 그들의 직접적인 환경이 되는 기계들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등식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간 환경공
학적 연구는 은연중에 사람을 마치 언제든지 갈아 치울 수 있는 기계들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몸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뿐인가! "무릎뼈는 대퇴골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노래까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우리 몸을 일부만 따로
떼어내서 연구한다. 예를 들어서 척추골 사이에 있는 디스크들에 가해지는 압력을 알아보기 위해 어떤
연구자는 몇 개의 척추골들로 이루어진 한 부분을 잘라내어 압력 측정을 위해 두 표면들 사이에 놓고
죔쇠로 죄어가면서, 부드러운 펄프 모양의 디스크들이 부풀과 퇴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기록하였다. 이
런 접근 방식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은 죽어 있는 조직은 살아 있는 조직과 같은 기능을 하지 못하며,
따라서 근막 조직, 힘줄, 인대의 지지 기능들이 무시되고 있으며, 나머지 척추, 몸통 등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서 오는 전체적인 지지력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유기적 조직들을 이렇게 따로
떼어내어 연구하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나 잘못된 방식이다. 인체는 복합적인 것이고, 상호
작용을 하는 조직이다. 가구 디자인에서 인체의 움직임과 자세들을 지지한다고 할 경우에, 우리는 한 부
위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전체를 희생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한층 더 복잡한 사실은 우리의 정신이 몸에 영향을 끼치며, 몸은 또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다. 무언가 기분좋은 경험을 하면 우리는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웃는다고 하는 육체적인 행위가 우리
몸의 생화학을 변화시켜서 다시 우리 기분을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낼 수 있는 게 아니
다. 관념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새로운 이론적 모델이 있어서 만일 그 이론이 신체 부분들과 정신이 아
주 복합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실상을 입증해 줄 수 있다면, 그 이론적 모델은 유익한 것이
될 것이다. 신체 훈련 프로그램들로부터 나온 심신을 통합적인 것으로 보는 일원적 시각은 그런 새로운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 새로운 이론적 모델은 오늘날의 의자 디자인에 대한 인간 환경공학적 접근
방식을 확장시켜 주고 개선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 테크닉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몸과 마음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고 보는 일원적 시각은 "신신 치료법
somatics"이라고 하는 연구 실천 분야에서 발생하였다. 이 분야는 몸과 지적인 생각, 문화적 신념, 개인
의 느낌과 의지 등의 상호 관계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학이나 정골 요법학(안마 치료), 척
추 지압 요법, 물리요법 등과는 다르다. 본질적으로 교육적인 치료법인 이것은 "인간의 전 존재를 포괄
하는 것으로서 자세, 움직임, 정서, 자기 개념, 그리고 문화적 가치들을 상호작요들을 실천적인 방식으로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심신 치료법에는 트래거, 헬러웍, 보니 베인브리지 코헨스 바디-마인드 센터링, 롤핑('구조적 통합'이라
고도 알려져 있다), 로젠웍, 펠덴크라이스 메서드, 알렉산더 테크닉 등 많은 전문화된 치료법들이 있다.
심신 치료법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주로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한 체험으로 나온 것이다.
나는 1978년에 처음 학생으로 입문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연수생으로, 그 다음은 교사로 참여하였다. 처
음에 내가 거기에 참여한 동기는 심각한 척추측만(척추가 굽는 것)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
다. 거기서 나는 내가 찾고 있던 도움을 얻었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나를 완전히 몰두하도록
만든 것은 그 테크닉의 지적 철학적 의미들이었다. 나는 다른 치료법들도 많이 시도해 보았고 또 효과
도 보았다. 더 오래된 동양의 전통적인 치료법들이 서양의 심신 치료법들보다 더 포괄적이기는 했다. 그
러나 동양의 것들도 몸과 정신을 하나로 본다는 점에서는 서양의 심신 치료법들과 일치한다. 나는 1976
년 이후로 중국의 무술인 태극권을 연마해왔다. 나는 2년 동안 진신 jin shin을 경험하였으며, 22년 동안
침을 맞아왔고, 15년 동안 가끔씩 이옌가르식 요가를 수행하였다. 나는 독서와 체험을 통해서, 그리고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서 거의 모든 심신 치료법들을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전문적인 자격증은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이기 때문에, 이 장에서 제시되고 있는 심신 치료법의 관
점은 알렉산더 테크닉에 근거를 두고 있다.
마이클 머피는 알렉산더 테크닉을 심신 치료법의 할아버지라고 말한다. 이 기술은 19세기 말엽에 오
스트레일리아 사람 프레드릭 마티아스 알렉산더에 의해서 개발되었다. 알렉산더는 셰익스피어를 공연하
던 젊은 배우였는데 어느 날 공연을 하고 나서 목소리를 잃게 되었다. 어떤 의사도 치료하지 못하자, 그
는 스스로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알렉산더는 그의 성대가 연극을 하는 동안 무언가에 의해서 스트
레스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추론하고, 여러 개의 거울들을 설치해 놓고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
했다. 그는 자신의 후두염이 실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내려고 할 때에 특정한 신체적인 동작들과 연
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알렉산더는 공연에서 관객 앞에서 말을 할 때, 드
라마틱한 효과를 주기 위해 머리를 뒤쪽과 아래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목과 후두부는 무리한 압력을 받았던 것이다. 곧이어 그는 머리와 목 사이의 연결 부분을 부드럽
게 함으로써 이 압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이 연결 부분은 해부학자들이 후두
관절 Atlanto-occiptal joint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두 개골 아래 뒤쪽과 척추의 꼭대기를 잇는 부분이
다). 그는 이전의 행동 방식을 버림으로써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렇게
머리와 목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 알렉산더는 그의 후두염을 스스로 치료해낸 것이다. 실제로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되어서 사람들은 발성 교습을 받기 위해서 알렉산더를 찾아오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그는 심지어 "호흡의 대가 The Breath Man"로도 이름을 드날렸다.
이야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한 저녁 파티에서 어떤 의사가 알렉산더에게 그의 환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 환자는 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데, 진료를 해도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혹시 알렉산더
가 사용하는 행위적 접근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한 번 봐달라는 것이었다. 알렉산더는 그 환자를
도와주었고, 그래서 알렉산더 테크닉은 발목, 무릎, 엉덩이, 등,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등의 통증과 같은
전신에 나타나는 다양한 생체역학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알렉산더는 1906년에 런던으로 이주하여, 거기서 개인적으로 알렉산더 테크닉을 계속 가르치다가, 1930
년대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기술을 전수해 주기 위해서 학교를 설립하였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주요
분야가 두 가지이다. 즉 공연 예술 분야와 치료 분야로 나뉘어 있다. 음악인, 배우, 가수, 무용수, 그리고
목소리와 몸을 사용하는 온갖 종류의 공연 예술가들은 보다 강렬하게 공연을 하기 위해서 알렉산더 테
크닉을 배운다. 그리고 치료의 한 가지 형태로 신체의 특정 부위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
움을 준다. 왜냐하면 이 기술은 신체 전체를 재정비하기 위해서 정신까지도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
렉산더 테크닉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 기술을 치료법이라든가 퍼포먼스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왜냐하
면 알렉산더는 그의 기술이 일종의 근감각 교육,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근감각 재교육이라고 하는 점
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해서 "심신 치료법"이라는 용어를 부분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심신 치료법은
알렉산더 테크닉과 같이 우리 몸과 마음을 함께 다루는 교육적인 요소와 치료적인 요소를 다 가지고 있
기 때문이다. 심신 치료적 관점은 의자 디자인의 문제를 서로 흩어져 있는 인간 환경공학적 방법들을
넘어서까지 확장시켜 주고 있다. 이 방식은 의자 디자인에 있어서 최소한 우리 몸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루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가 앉아 있는 자세
인간 환경공학적 관점들과 심신 치료적 관점들은 몇 가지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더 많은 사항들에 대
해서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나는 심신 치료적원리들을 세 덩어리로 분류해 보았다. (1)인간의 몸에
관한 철학적인 생각들, (2)해부학에 관한 생각들, (3) 심리-신체적 과정들에 관한 생각들 등이다. 심신
치료법의 가장 큰 전제가 되는 생각은 몸과 정신이 하나의 체제 속에서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 측면에 작용을 하면, 그것이 다른 측면에도 영향을 준다. 이것은 오늘날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된 생각이다. 동양의 종교 전통들과 철학 전통들은 한 사람이 취하는 자세가 그의 세계관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견해를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다. 예컨대 명상을 하기 위해서 마룻바
닥에 앉는 관행인 선불교의 좌선은 자세뿐만 아니라, 그 자세와 연관되어 있는 태도까지도 포괄한다. 이
러한 관점의 결과는 따로 떨어져 있는 하나의 증상에 대해서보다는, 전 체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심신 치료자는 전 체제(근막, 뼈, 근육)를 재정비하여 몸이 스스로 치유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치료자는 척추측만이나 좌골 신경통이나 다른 특정한 통증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치료자는 생체역
학적 접근 방식이든, 아니면 음양 치료법, 진신 jin shin, 또는 침술 같은 에너지 시스템을 가지고 균형
을 이루어 내고, 한 체제에서 다음 체제로의 막힘없는 흐름을 유지하는 일에 집중한다. 신체는 하나의
유기적 '체제'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신체의 한 부분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무릎에서 드러난 문제가 실은 골반에서 시작된 문제들일 수도 있다. 또한 골반의 문제들은 머리와
목 사이 연결부위에서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유기 체제적 관점이 의자 디자인에 암시해 주는 바는 의자 디자인을 할 대 어떤 한 부위에 대해
서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좌골을 보호하기 위해서 딱딱한 좌석에 앉을 것
인가, 아니면 푹신한 좌석에 앉을 것인가, 또는 발꿈치를 바닥에 닿도록 하기 위해서 의자를 높게 할 것
인가 낮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에만 관심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전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맨 위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당신은 의자에 앉을 때 고개를 숙이는가? 고개를 너무 깊이 숙여 가슴이
우묵하게 들어갈 지경인가? 머리를 뒤로 젖히면 목이 앞으로 나가는가? 머리의 위치는 목과 척추가 수
직으로 일직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눈으로 너무 높은 것이나 너무 낮은 것을 보진 않는가? 머리의 무
게가 뒤쪽과 아래쪽으로 움직여 척추를 누르는가? 가슴은 어떤가? 가슴이 앞쪽으로 불룩한가? 이 이외
에도 당신은 의자에 앉는 것이 당신의 발꿈치, 발목, 무릎, 고관절, 척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머리에서 발까지 몸을 쭉 펴고 앉는다면, 관절들에 보다 많은 공간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움직임은 더 편안해진다. 책상 위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팔의 움직임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당신
은 항상 신체의 어떤 부분이든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고, 고정시키고 싶을 때 고정시킬 수 있게 되기
를 원할 것이다. 신체의 어떤 한 부분이라도 나쁜 자세를 만들어내는 의자는 반드시 몸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미 알아보았듯이, 그런 복잡한 상호작용적 모형을 측정해내는 것이 바로
인간 환경공학의 과제였다.
심리와 신체의 통합성을 믿고 있기 때문에 알렉산더 교사들은 "자세 posture"라는 말을 잘 안 쓰려고
하며, 오히려 "사용 use"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사용"이라는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일어나는 움직임,
공동작용의 양식이나 의지력 등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세"와는 다른 말이다. '자세"라는 말은 고
정적이고 안정된 위치를 암시하는 말이다. 하지만"사용"은 신체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구부리고 앉는 일이 사회적으로 기분 좋고 "멋지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정서적 만족을
줄 수도 있다.) 여기서 내가 쓰고 있는 "사용"이라는 말은 인체적 전체적인 공동작용, 몸과 생각이 협력
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원리들에 따르면, 오늘날 서양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릴 때만
하더라도 우수한 신체 사용법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영향력이
나 가족의 영향력에 따라서 각자 자기 식대로 우수한 신체 사용법을 상실해 간다. 의자는 아이들의 신
체 사용에, 즉 아이들의 형태적 발달에 가장 직접적이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영향력들 가운데 하나이
다.
신체를 훌륭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목관절이 아주 자유로워서 사람이 어떤 행동
을 할 때 머리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훌륭한 신체 사용법은 아무리 특수한 행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체의 공동 작용의 도식이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과학적인 기초는 모
든 척추뼈들이 행동을 시작할 때 머리부터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걷는 행위는 발로 시작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머리로 모든 행동들을 시작한다. 이런 사실은 이미 한 세기 전에 영국의 해부학자
찰스 스콧 셰링턴 경이 생리학적인 관찰을 거쳐 발표한 사항이다. 머리는 우리의 네 가지 감각들이 저
장되어 있는 곳이며, 따라서 우리가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머리로부터 움직임을 선택한다. 사
람들은 인식하고 호기심을 느끼며, 그 다음으로 몸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행동을 할 때
얼굴이나 이마로 시작하지 않고 골반과 같은 신체의 일부분으로 시작하고, 머리는 뒤쪽과 아래쪽으로
번갈아 움직이는 목의 윗부분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그래서 그들의 머리의 무게가 척추 전체를
압박하여, 그래서 척추골 전체와 몸의 다른 모든 관절들에 문제를 일으킨다. 어떤 사람이 자리에 앉는
과정을 보면, 그의 머리가 여전히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좌석은 그런 행동을 지나치게
편안하게 해주어 좌골, 골반, 척추, 그리고 머리가 천천히 내려가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럴 경우에 사람
들은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종종 머리를 더 뒤로 젖혔다가 아래쪽으로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그러므
로 의자는 신체의 훌륭한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지야 않겠지만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심신을 통합하여 생각하는 치료법의 필연적인 귀결점은 우리가 몸 속에 우리의 정서적 스트레스를 고
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긴장된 근육이나 다른 조직을 풀어 줌으로써 원인을 알 수 없
는 정서적인 느낌이나 기억을 풀어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와 관련된 구조를 인정해야만 한다
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일을 행하는 방식에 정서적인 개입이 일어나고 거기서 발생하게
되는 습관과 근육의 상황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만 살펴보아도 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불안한 느낌으로 하느냐, 두려운 느낌으로 하느냐, 악의에 찬 감정으로 하느냐, 온화한 마음으로
하느냐, 확신이 서서 하느냐 등등에 따라서 근육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치료에 있어서 역전제는
몸에 스트레스를 가함으로써 안락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의자에 앉는 것에 함축되어 있는 의
미는 의자가 당신을 나쁜 자세로 앉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우에 그 의자는 육체적 정신적 결과들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자들은 다른 의자들보다 신체를 더 상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심신 치료법에
서는 어떤 의자들이 다른 의자들에 비해서 덜 우울하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손상을 덜 주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모든 의자들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의자들은 다른 의자들보다는 '낫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자에든 10분 이상 앉아 있으면 의자는 우리의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
기 시작하며, 따라서 정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신체적 정서적 감각들에 대한
인식을 감소시킨다.
심신 치료법의 관점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편안함, 중력, 몸의 구조, 정신과 몸의 분리, 치
료 등에 관한 관념들에 도전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개인적으로 문화적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념들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 목록들의 맨 처음부터 시작해서 우리는 인간 환경
공학자들이 지금가지 다루어온 것들보다 심신 치료법의 치료자들이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그들은 편안함이라는 것을 "일하지 않음 no work"으로 규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있어서 편안함이란 전 체제를 동원한 균형 잡힌 일을 의미한다. 이런 "균형 잡
힌 일 balanced work"은 일하는 사람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느끼자면 활기와 간편함이 될 것이다. 균형
잡힌 일을 추구하는 심신 치료법의 관점에서 본 편안함은 그 단어의 라틴어 어원이 의미하는 "강하게
만들다"라는 뜻에 더 가깝다. 모르긴 몰라도 과학적인 연구 목적을 위해서 편안함이라는 것을 규정하는
데 실패를 한 경험이 있는 과학자들은 보다 오래된 이런 개념을 채택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편안함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들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은 건축 비평가 버나드 루
도프스키가 "자율적 앉기 autonomous sitting"라고 부르는 것에 있다. 이것은 앉는 사람이 등받이를 전
혀 사용하지 않고 수직으로 앉는 것을 말한다. 자율적 앉기는 오늘날 동양에서야 여전히 편안한 자세지
만 서양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뭔가에 기대지 않고 앉는다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몸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일이라는 것이 골고루 분산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은 일인 것이다. 편안함에 관하여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들은 직접적인 감각. 이를
테면 부드러움, 푹신함 같은 좋은 감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오
랜 시간에 걸친 간편함이나 활기 같은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몸의 어떤 한 부
분이 편안한 것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그들은 좌골을 안정되게 하기 위해
서 두꺼운 쿠션을 쓰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신의 건강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
기 때문이다. 편안한 의자를 고르는 경우에 심신 치료자들은 여러 가지 치수의 전체적인 관계를 고려한
다. 적당한 좌석 높이, 좌석과 등받이의 올바른 비율과 좋은 각도(등받이가 있을 경우), 견고한 받침, 그
리고 다음 장에서 논의할 인체 친화적 세부 사항들 등을 고려한다. 맞춤 의자 디자이너들 가운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의자의 주인이 될 개인의 여러 가지 치수를 두루 고려하
지 않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심신 치료법 이론은 편안함이라는 것이 시간인 흐르면서 균형 잡힌
노력이 빠르게 분산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건 몸이 아니라 생각일 뿐이다.
인체 구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체는 벽처럼 하나의 압박 구조인가? 텐트처럼 긴장 구조인가? 아니
면 모종의 결합 구조인가? 이다 롤프는 근막 조직 fascia, 즉 단백질의 일종인 교원질로 이루어진 연결
조직으로서 모든 근육 방추체 spindle, 뼈, 기관을 싸고 있는 조직을 몸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것은 온몸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해부학자 딘 후안 Deane Juhan은
만일 인체에서 모든 근육, 힘줄, 뼈들을 다 제거하고 근막 조직만 남겨 놓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모습을
한 해면 같은 구조로 남게 된다고 말한다. 무너지기 전의 근막 조직의 모양이 그렇다는 것이다. 근막 조
직은 너무나 널리 퍼져 있고 모든 것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롤프는 우리 인체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뼈가 아니라 바로 근막 조직이라고 믿고 있다. 그녀는 뼈들의 기능을 간격을 벌려 주는 것 정도
로 축소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해부학자들이 전부 이런 규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뼈와 뼈
사이의 관계는 인대, 근육, 그리고 우리의 기관들을 감싸고 있는 세포막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따라 가장 우선으로 여기는 것이 다르다. 발생학자들이나 내과 전문의들은 뼈보다는 부드러운
조직들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나 정형외과 의사들은 뼈의 지지 기능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서양 문화에서는 뼈가 부드러운 조직보다 더 중요하다고 간주되고 있다.
구조 조직으로서 근막 조직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역할 대문에 롤프Rolf, 본니 베인브리지 코헨
Bonnie Bainbrige Cohen 같은 학자들은 몸을 벽과 같은 압박구조로 생각하는 것 못지 않게 또한 텐트
같은 긴장 구조로도 생각하고 있다. 롤프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은 몸이 "긴장 압력 tensegrity"구조라고
주장하였다. 이 용어는 벅민스터 풀러 Buckminster Fuller가 압력과 긴장의 요소들을 결합하고 있는 구
조적 조직들을 서술하기 위해서 쓴 말이다. 이는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로서, 풀러의 측지적 돔과도 같이
외다리 지지대와 그것을 받쳐 주는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힘들로 이루어진 우리 몸의 조직은 수직적
체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중력이 필요하다. 인체구조에 대한 이런 비유는 의자 디자인에 적용할 경우
에 단단하고 평평한 좌석을 선호해야 하며, 몸을 의자 안으로 쏠리게 하는 말랑말랑한 콩깍지bean bag
의자는 삼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우리가 인체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또 한가지 사실은 인체에는 역학적인 안정성이 내장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이란 역동적인 조직체로서 정지 상태를 찾을 수 없으며, 그래서 심
신 치료자들은 완벽한 휴식의 시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며, 눕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는 구와관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절에서는 서로 얽혀 있고 나란히 늘어놓을 수 있는 평
평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만일 관절에 그렇게 평평한 곳이 있다면 근육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자
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서고, 걷거나 기는 것과 같이 어떤 분명한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소량일지라도 근육이 항상 일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냥 서 있거나 가만
히 앉아 있기만 할지라도 근육은 아주 작지만 분명히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의자 디자인에 적용
하자면, "일하지 않는" 자세를 찾기 위한 인간 환경공학적 탐구는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
인으로 만들어낼 수 잇는 앉아 있는 완전한 휴식의 자세란 없기 때문에, 자연히 완전한 지지의 개념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인체의 구조에 관한 또 하나의 제안이 편안함에 관한 관념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심신 치료
자들은 사람들의 몸이 본래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되찾도록 도와주고, 그러고 나서 고통스러운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도록 돕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등이 완벽하게 디자인된 것이며, 따라서
등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진화적 "결함'에 대한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등을 잘못 사용했다는 증거라고 결
론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골격들이 직립보행을 하는 데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어떤 인간 환경공학자는 진화론의 개념을 차용하여 이렇게
말한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척추는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에 적응하도록
강요받아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직립원인homo erectus'은 ...특히 허리 부분에 병리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 이와는 달리 잘못된 사용이 문제라고 한다면, 불완전한 자세나 고통이 삶의 일부라는 소극
적인 생각을 갖기 보다는 물리적 디자인을 통해서 자세라든가 올바른 사용에 대해서 적극적인 인식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앉는 것이라든가 우리의 몸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선입
견에 대해서 도전을 해야한다.
알렉산더 테크닉이나 심신 치료적 관점이 공통적으로 가장 폭넓게 가지고 있는 철학적 전제는 인간
존재는 움직이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움직임의 '성격'은 어
떤 하나의 임의의 자세가 아니라 우리의 전체적인 공동작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생리학적으로는 바람
직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움직임이 일터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고용주들은 그들이 부리고 있
는 사람들에게 제약이 없는 움직임을 허용하면 생산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러나 생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학습은 육체적 활동에 의해서 증진된다고 한다. 물론 모든 노동이 학습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들은 지루할 정도로 반복적이다. 지루함은 움직임의 필요성을 강조해 줄 뿐이다.
자세를 바꾸는 것은 척추 디스크의 건강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하다. 디스크에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그
쪽의 영양 공급은 확산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 확산 작용은 펌프 역학이나 해면체 역학에 의지하고
있다. 이런 작용이 이루어지려면 움직임을 통해서 척추를 눌러 주고 풀어 주는 것이 번갈아 이루어져야
한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말하자면, 노동자는 안고 서는 것을 교대로 반복해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비생산적인"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들은 고용자들이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 일만 하는 걸 더 좋아하며, 근무시간 이외에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거나 조깅
을 함으로써 보충하기를 바란다.
또 다른 면에서 심신 치료법의 원리들은 구체적으로 해부학적인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한
가지 핵심적인 원칙은 의자를 포함해서 환경은 머리와 목 사이에 있는 올바른 역동성을 구성하고 유지
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테크닉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는 가장
중요한 실천적 과제는 "목을 자유롭게 하여 머리가 앞으로 위로 뒤로 길고 넓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
라"는 것이다. "기초 제어 primary control"라고 불리우는 이 개념은 알렉산더 테크닉의 핵심이다. 이 제
어의 목적은 머리와 목을 먼저 정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골반의 균형, 엉덩이, 무릎, 발목과 같은
관절들의 교정이 이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머리와 목 사이의 관절의 질서가 깨지게 되면 몸의 나머지
부분의 질서도 연속적으로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와 목 사이의 관절이 뒤틀리게 하는 의자 디자인은 몸 전체의 균형을 깨지게 한다. 너무나도 많
은 의자들이 이 "기초 제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등받이와 좌석의 각도가 110도는 되어야 한
다고 하는 인간 환경에 따라서 만든 의자들이 더 그러하다. 그런 의자들이 지니고 있는 개념은 척추의
스트레스를 덜어 주자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목으로 옮겨가
며, 그 부분에 받는 스트레스는 훨씬 더 해롭다. 심신 치료법의 원칙은 등이 수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 의자의 등받이가 수직에서 몇도(3-5도) 뒤로 기울게 되면 척추 전체가 뒤로 곡선을 그리게 된다. 설
사 사람들이 머리를 척추 지지대 뒤로 젖힐 수 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눈은 천장을 올려다보
게 된다. 그래서 자연히 머리를 앞쪽으로 빼게 된다. 척추는 계속해서 뒤쪽으로 가 있고 머리와 목은 앞
쪽으로 가 있게 되면, 목은 백조 모양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자세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목에
스트레스를 주므로 많은 문제들을 유발시킨다.
대부분의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의자 디자인에서 지나쳐 버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만일
의자에 등받이를 달려면(등받이가 있어야 의자가 성립된다). 등받이는 어깨와 머리를 받쳐줄 수 있을 정
도로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디자이너들은 이런 특징들을 오로지 고르뷔지에-페리앙
침대식 의자나 리트벨트 침대식 의자 같은 침대식 의자에서만 적용하고 있다. 일부 완전한 수직 등받이
가 달린 의자들도 이런 동일한 효과를 살리고 있다. 날개 의자 wing chair가 바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머리를 앞쪽으로 내밀게 만드는 커다란 머리받침은 받침이 없는 것보다 더 해
롭다.) 소비자로서 등받이가 낮은 팔걸이 안락의자 club chair를 선택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권
한다.
또 한 가지 해부학적인 원칙은 척추 전체가 길게 늘인 S자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척추는 보통 유동적으로 적응하지만, 그러나 일반적으로 목과 허리 부분은 앞쪽으로 곡선을 유지하고
흉부와 천골부는 뒤쪽으로 곡선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것은 척추 아래쪽 곡선에 적응하기 위해서 의자
등받이 아랫부분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아래쪽 곡선은 골반, 엉덩이, 그리고 둔
근에 의해 최대화 된다. "엉덩이 공간"이 없다면 우리의 몸은 좋지 않는 C자 모양으로 휘게 된다. 이런
뒤틀린 자세는 근육 조직, 내부 기관들, 척추 디스크들에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허리 받침을 추가함으로써 척추의 불균형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대체적으로 허리 받침은 알렉산더
테크닉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허리 받침은 사람들의 허리가 둥글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척추 만곡증이 있는 자들에게 허리 받침은 두말한 나위도 없이 나
쁜 것이며, 건강한 사람에게 허리 받침은 척추 근육의 전체적인 근육 상태를 저하시키며, 대개의 경우
척추의 정상적인 두 가지 곡선 형태들을 흐트러지게 만든다. 이 이유는 생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수직
으로 앉은 자세에서, 슬와부근은 대퇴부와 엉덩이 뒤쪽을 감싸서 골반을 따라 끼워 넣는 근육인데, 골반
을 잡아당기고 척추 허리부분을 뒤로 당겨주어 C자 모양이 되게 한다. 모종의 기계적인 지지물로 허리
를 다기 앞으로 강제로 밀어낸다고 하더라도 대퇴부 근육이 허리를 불균형적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현상
은 바뀌지 않으며, 배 근육과 등 근육 사이의 불균형도 수정되지 않는다.
최상의 해결책은 의자의 구성 요소들을 더 잘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의자에 앉는 자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의자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고전적인 의자 앉기 자세는 대퇴부가 척추와 수직
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각도가 더 넓어지게 되면(즉 대퇴부가 마룻바닥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지
게 되면). 수직으로 앉는 것 때문에 근육은 척 추 앞뒤로, 그리고 위 아래로 가장 고르게 분산된다. 이런
해부학적인 관찰을 이용하기 위해서 일군의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밸런스 의자라는 것을 발명해냈다.
이 특별한 의자는 20세기 의자 디자인 가운데서 가장 의미있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보다 앞서 만들
이 고안한 의자가 실제로 앞으로 경사진 좌석을 사용하여 대퇴부와 몸통 사이의 각도를 벌려 놓기는 했
다. 이 밸런스 의자는 의자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재구성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
예 등받이를 없애고, 좌석을 심하게 앞으로 기울여, 앉는 사람이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 무릎받이가
필요할 정도였다.(이런 의자가 사회적으로 수용이 가능하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이며 다음 장에서 다루
겠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원리들은 머리와 목 사이의 자유로음을 가장 우선으로 하지만, 모든 심신 치료법
은 중력을 견뎌내는 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우리의 등이 뒤와 위로 유지되는 경우에). 앉거나 서거나
어쨌든 우리는 발을 바닥에 대고 있어야 한다.
심신 치료법의 관점은 전통적인 좌석 높이인 45.7센티미터가 오로지 키가 큰 성인들을 위해서만 적당
하다는 인간 환경공학의 견해를 강조하고 있다. 대퇴부 전체가 좌석 위에 얹히게 되는 전통적인 착석
방식을 위해서는 좌석의 높이에 대해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 대부
분의 사무실 의자들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값이 싼 일반 의자들은 어떠한가?
우리는 모든 의자들이 다양한 크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의자의 높이와 정강이 뼈의
길이의 차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발판을 의자의 기본장비로 다시 도입하는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 논의하려고 한다.
심신 치료법은 감각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것의 심리, 신체적 과정들을 이야기한다. 심신 치료법에서
권하는 의자를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사람들은 앉기가 어색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오랜 기간동안 잘못
된 자세가 몸에 붙은 사람은 몸으로 올바르다고 느끼기 전에 벌써 올바르다고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가
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앞서게 된다. 이것은 해부학적으로 효과적인 자세를 더 이상 "올바르다"거나
"편안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오랫동안 무너진 구부린 자세를 편안하고 올바르다
고 생각하고 몸에 좋은 자세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몸을 가지고 시험할 수 있다면 우리
의 몸이 권위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우리는 추상적인 생각을 위해서 내적인 감각 경험을 무시하도록 가르치는
문화적 조종을 '벗어 버려야'만 한다.
지금까지 심신 치료를 다루는 모든 분야들에 스며 있는 지적, 철학적, 과학적 원리들은 의자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모든 요소들을 이야기하였다. 좌석의 높이, 좌석 앞테두리의 모양, 좌석의 기울기, 등받이
와 좌석의 각도, 의자의 외형과 깔개, 허리 받침대, 동작, 편안함의 평가 문제 등. 심신 치료법의 관점에
서 보자면 의자는 많은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의자들은 대개 조악하게 디자인되었거나, 지나치게
많은 개념을 넣어 디자인되었으며, 그 두 가지를 다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의
자는 조악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의자들은 너무나 높고, 좌석은 너무 깊으며, 아니면 등받
이가 너무 뒤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자들은 몸의 다른 부분들을 희생시켜서 한 부분만을 편
안하게 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많은 의자들은 '일하지 않음'의 이상에 맞추어져 있어서, 지나치게 푹신
하고, 지나치게 짜임새가 없고, 갈개를 지나치게 많이 대었으며, 지나치게 "편안하다". 어떤 의자들은
"유기체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인간의 형태를 모방하여 지나치게 휘어져 있으며 적절한 평평함도 지니
지 못했다.
노르웨이 밸런스 의자는 글을 읽거나 쓸 때 등이 둥글게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디자인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의자는 한 사람이 사용하는 가구 시스템 전체를 바꾸지 않으면 책상 높이가 너무 낮
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 사람은 그가 사용하는 작업대 위로 등을 구부려야 한다. 지나치게 디자인한 의
자들을 몸을 감싸거나 파묻히게 하여, 몸이 움직이지 않고 정지 상태가 되도록 한다. 고정된 자세들은
어쨌든 좋지 않은 문제들을 야기시킨다. 정지 상태는 근육 운동의 다양성, 혈액 순환, 유동성을 감소시
키며, 그 때문에 기운이 떨어지게 된다. 좋은 의자를 생각해내고 디자인하려면 먼저 노력을 고르게 분산
시키는 것이, 또 우리 몸의 근육들이 전혀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좋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의
자는 움직임을 촉진시키기 위한 운동 장치로 받아들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운동은 외적인 운동
만이 아니라 내적인 운동도 포함된다. 더 나아가서 의자는 몸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내면의 우주에 조
화되도록 맞추어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리가 둘밖에 없는 체스카 의자
지금부터는 20세기가 만들어낸 대여섯 개의 유명한 의자들을 인간 환경공학과 심신 치료법의 관점에
서 한 번 평가해 보자. 앞서 알아보았듯이 20세기 내내 건축가들은 의자를 디자인의 대상으로 삼고 줄
고 의자에 매료되어 왔다.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의자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아직도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의 디자인 컨설턴트 랄프 카플란은 이렇게 비아냥거렸다. "재료들에 몰두하여 연
구하는 디자이너들은 살이나 피와 같은 기본적인 재료는 무시한다. 살은 약한 것이며, 혈액의 흐름은 계
속 쏟아져 나오는 의자들 때문에 방해를 받고 있는데도." 산타크루즈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가르쳤던
영국인 근대 건축사가 레이너 베넘은 고급 디자인과 인체 인식 사이의 모순에 대해서 한결 더 큰 불만
을 토로했다. " '디자인이 잘 되었다는' 의자들은 모두 불편하고 사용하기가 나쁘다." 립친스키는 이런
모순에 대해서 "예술은 육체의 실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이런 신념은 사람을 혹하게 하는 얕
은 생각이다"고 기술하였다.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들 가운데서 가장 의미있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인체를 의식한 의자라는 관점
에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근대 의자를 만들어낸 최초의 건축가들 가운데 한 사람은 독
일의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이다. 미국 현대 미술관의 건축 디자인 큐레이터였던 카라 맥카티에
따르면, 브로이어가 만든 '체스카Cesca' 의자(1928)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의자 10개" 중 하나로 손꼽
히며, 또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베스트 10에도 들어 있다. 처음에는 단지 B32라고만 이름을 붙였
던 이 의자는 결국 1950년대에 그 의자를 재생산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가구업자가 브로이어의 딸 프라
체스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급진적인 디자인은 브로이어의 통찰력에서 나온것이었다. 그는 자전거 파
이프를 절단하지 않고 구부려서 외팔보와 같은 뼈대를 만들고, 그 중간에 목재와 엮은 수수대를 이용하
여 공중에 좌석을 만들었다. "어머니, 보세요, 다리가 없어요!" "정말 멋지다. 다른 의자와는 달리 다리가
둘밖에 없어서 비좁은 아파트 공간에 두기에 딱 좋구나." 이런 구조는 재생산 비용이 싸고, 특허를 내
지도 않았기 때문에 복제하는 비용은 더욱 싸게 먹힌다.
개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의자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형태, 표면에 장식이 없고, 대량 생산에 적
합해야 한다는 초기 모더니즘의 이상을 예증해 주는 것이다. 이 의자의 시각적 수사는 모더니스트들에
게 호소력이 있었다. 이는 그것이 기계로 만들었을 뿐더러, 기계로 만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장식
적인 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이 의자는 기계로 만들어졌고 또한 전통적인 소재들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
주 적응력이 뛰어나서 전통 인테리어든 모던한 인테리어든 두루 잘 어울렸다. 경제성과 적응성이라는
두 가지 효과들이 결합하여 이 의자는 가정이든 식당이든 도처에 깔려 있어 이 의자에 앉아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의자에 앉으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될까? 좌석의 앞부분은 목재로 되어 있고 가운데는
수수대로 되어 있어, 의자에 앉으면 몸이 밑으로 처지게 된다. 그렇게 좌석이 우묵하게 될 경우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일으킨다. 몸무게의 상당 부분을 좌골이 떠받치지 못하게 된다는 것과, 좌골이 좌석의 단
단한 앞 모서리 아래로 처지게 되어 앞 모서리가 대퇴부 살을 밀어 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이 불
편해지고, 혈액 순환이 차단되게 된다. 더 나가서 좌골이 대퇴부 아래로 처지게 되면, 골반이 뒤로 움직
여 허리부분이 둥글게 굽는다. 동시에 흉부 곡선의 각도가 커져서, 척추가 좋지 않은 C자형이 된다. 나
중에 복제해낸 싸구려 의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브로이어 자신이 만들어낸 원 모델과 그 변형 모델들은
모두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수대와 목재가 결합하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기인
하는 소재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재의 결합은 50년 전 도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비엔나 카페의자에서도 나온다. 그 의자는
1982년에 체스카 의자를 최초로 제조한 토넷이 만든 것이다. 엮은 수수대는 아무리 팽팽하게 잡아 당겨
도 좌골에 전달되는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다. 그 의자는 앉는 사람의 무게를 잘못된 곳에서 받아서 지
탱했다. 몸무게를 좌골에서 받아내지 않고 대퇴부에서 받아냈던 것이다.
의자의 다른 문제들 가운데 몇몇은 품질이 떨어지는 복제품이라서 나온 것도 있다. 예를 들자면 비공
인 복제품의자들은 좌석을 너무 앞으로 길게 내달아서 의자에 탄력이 붙지 않아 딱딱하다. 또 어떤 의
자들은 좌석의 뒷부분이 바닥과 평행이 되지 않고 솟아 있다. (이런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수프 그릇에 처박고 앉아 있는 것처럼 풍자한 그림들은 실제로는 복제품과 원본을 혼동한 것이
다.)
체스카 의자 이전에 브로이어는 이미 또 다른 유명한 의자를 디자인한 적이 있다. 바로 '바실리' 의자
(1925)라는 것으로 그 의자를 최초로 구입한 그의 친구이자 유명한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이름을 따
서 붙인 것이다. 이것은 금속봉을 구부려서 만든 최초의 실험작으로서, 여기에도 역시 천연소재가 결합
되었다. 그는 좌석과 등받이를 만들기 위해서 딱딱한 가죽 밴드로 금속봉 한쪽에서 감싸서 다른 한쪽을
단단하게 연결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좌석과 등받이는 "선들과 평면들의 연결망 속에서'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팽팽함이 의자 전체에 탄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가죽이 아주 딱딱해서 수십 년이
지나도 아래로 처지지 않는다. 브로이어는 이렇게 기록했다. "이것은 외양이나 소재들의 사용 면에서 내
가 만든 가장 극단적인 작품이다. 이 의자는 예술성을 최소화한 것이고, 합리성은 최대화한 것이며, '아
늑함'은 최소화한 것이고, 기계적인 것은 최대화한 것이다."
건축 비평가인 립친스키는 이 의자 역시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안락의자라기보다는 운동기
구처럼 보이며", 앉기에는 너무나 딱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평한 등받이와 좌석이 움직임을 둔화
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의자를 관찰하고 생리적으로는 체스카 의자만큼 문제가 있지는 않
다고 결론을 내렸다. 평평한 표면들은 곡선이 있거나 패드가 덮힌 표면에 비하면 실제로는 움직임을 '자
극한다.' 곡선이 있거나 패드가 덮힌 표면은 몸은 감싸서 움직임을 둔화시킨다. 둘째, 내가 졸업생 세미
나들에서 겪은 바에 따르면, 바실리 의자는 대부분의 다른 모더니즘 의자들보다 다양한 유형의 인체들
에 잘 어울린다. 의자에 앉은 사람은 등을 허리 부위를 받쳐 주는 띠에 비스듬히 기대게 되고,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띠 또한 흉곽 부위를 받쳐 준다. 첫 번째 띠의 위치는 아주 좋은 자리에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좌석에까지 닿아 있지 않아서 앉는 사람이 둔근을 공간 밖으로 내밀 수 있는 틈이 있기 때문이
다. 두 번째 띠 또한 좋은 위치에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흉곽 부위가 역으로 곡선이 지는 것을 지지해
주며, 그래서 앉는 사람은 허리 부분에만 압력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띠가 아니었더라면 척
추 만곡증이 더 심해질 것이다. 이 의자의 좌석을 이루고 있는 넓은 가죽띠는 다리가 긴 사람에게든 짧
은 사람에게든 잘 어울린다. 그것은 아주 좋아서 나의 학급에서 가장 키가 작은 학생도 대퇴부 아래에
압박을 받지 않았다.
그 의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흠은 등받이와 좌석의 각도가 15도 이상 뒤쪽으로 넘어가 있다는 것
이다. 이 때문에 머리와 목에 문제가 생긴다. 목받침이나 머리받침이 없으면, 착석자는 머리를 앞쪽으로
내밀게 되고, 그의 가슴뼈와 흉곽을 압박하게 된다. 또 착석자가 몸이 너무나 뒤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의자에서 일어나려면 몸에 탄력을 실어서 박차고 일어나야만 한다. 이 시점에서 팔걸이(이것 역
시 좁은 가죽 띠를 강철 틀에 부착해 놓은 것이다)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는 데 유용하다.

르 코르뷔지에의 '위대한 편안함' 의자
만일 바실리 의자의 약점이 앉았다가 일어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면, '바르셀로나' 의자는 일어나는
데에는 그런 노력이 전혀 필요치 않다. 그 의자는 미스 반 데어 로에가 1925년에 스페인 세계 박람회를
위한 바르셀로나 가설 건축물을 위해서 디자인한 것이다. 이것은 윤기나는 두 개의 크롬 봉을 X자로 교
차시킨 우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좌석과 등받이는 가죽으로 씌워져 있다. 그 이후로 바르셀로나 의자는
회사의 힘과 세련됨의 상징이 되어, 미국 전역에서 건물 로비 바닥에 볼트로 고정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빈센트 스컬리는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그 의자는
20세기 최고의 걸작품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의자의 위대한 플라톤적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톰 울프가
그의 풍자문 '바우하우스에서 우리집까지'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그 의자는 40년대 말과 50년대 초의
건축 연구자들이 몹시 아끼고 비축해둔 의자이다. 그렇게 두루 인기가 많고 칭송을 받았다는 그 의자가
안고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인가?
그 의자의 편안함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레이너 베넘은 그 의자가 "비해부학적"이기는 하지만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의자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크며, 다양한 크기의 사람들
을 수용하고 해부학적으로 표준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받아들일 정도로 디자인이 무시된 것이기 때문이
라는 것이다. 바로 그 카탈로그에서 다른 논객은 그 의자는 "결코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가 아니다"
리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곧바로 그 사람은 태도를 바꾸어서 필립 존슨의 말을 인용
하여 바르셀로나 의자는 편안해 보이며,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편안해 보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의자를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의자를 놓고 갈팡질팡하
는 현상에 대해서 인체를 의식하는 관점이 명석한 갈피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X자 의자는 등받이와 좌석이 오목하여 척추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에 역전된다. 의자에 앉을 경우에
허리 부분이 배꼽 쪽을 향하여 약간 앞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배 뒤쪽으로 밀려나간다. 인간 환경
공학의 연구 결과들을 보아서 알겠지만, 그런 자세는 "경사진 디스크"의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좌석은
좌골 아래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좌석의 가장자리가 대퇴부와 무릎 아래쪽을 가볍게 밀어 올
리게 된다. 이것 도한 인간 환경공학적 문제점들이다. 좌석은 너무나 두터워서 키가 아주 작은 사람들은
좌석 앞쪽 가장자리에 걸려서 무릎을 구부릴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앞쪽으로 나앉을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되면 골반이 등받이에서 너무 떨어지게 된다. 등받이에 허리를 대려면 허리 곡선이 반
전 현상이 심해지게 되며, 그렇게 되면 큰 허리 척추골의 앞쪽에 압박을 가하여 그 부분의 디스크들이
뒤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 의자는 분명히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다리가 긴 사람들을 위해서 디자
인한 것이다. 바실리 의자와 마찬가지로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착석한 사람은 의자 안쪽으로 들어가
등받이에 기대야만 한다. 그러나 물론 그런 접근 방식은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듯이 목과 머리 받침대가
있어야 한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질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왜냐하면 착석자는 의자 안으로 쑥 들어가 앉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배의 근육은 긴장시키고 몸통을 무릎 위로 구부리려고 하며, 이와
동시에 몸을 지레로 이용하기 위해서 발로 마룻바닥을 차게 된다. 이런 동작은 키가 180센티미터가 되
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 의자에서 일어나는 요령은 다리를 흔들어서 X자 의
자의 아래쪽으로 들이밀면서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역시 그의 독일인 동료들 못지않은 멋진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오늘날까지도 생산되고
있다. '그랑 콩포르 Grand Confort'(위대한 편안함이라는 뜻이다.)(1928)라고 불리우는 이 의자는 금속과
가죽 커버를 결합시킨 또 하나의 실험작이다. 이번에는 금속 봉이 하나의 틀을 만들어낸 것으로 우아한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완벽한 입방체로서, 거기에 다섯 조각의 가죽 좌석 및 등
받이 쿠션들을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성은 목재틀이 커버로 덮혀지는 전통적인 질서를 반전시
키고 있다. 여기서 틀은 외부로 나와 있으며 장식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랑 콩포르 의자는 전통
적인 팔걸이가 낮은 안락의자를 모더니즘적으로 변용시켜 놓은 것이다. 즉 남성적이고, 단순하며, 편안
한 것을 의도한 것이다. 오늘날 그 의자에 대한 세간의 평은 그것이 "푹 빠져들 것 같은 훌륭한 의자처
럼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전 코닥 회사의 텔리비전 광고에도 보면 유명한 코메디언인 빌 코스비
가 그런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코르뷔지에는 이 의자를 두 가지로 만들었다. 프티 콩포르 Petit Confort와 그랑 콩포르이다. 그의 설
계에 따르면 그랑 콩포르는 프티 콩포르에 비해서 좌석인 25센티미터 정도 더 넓기 때문에 착석자는 몸
을 뻗을 수도 있고 의자에 푹 파묻힐 수도 있다. 그가 그 큰 의자에 대해서 말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 의자는 "아주 안락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고 한다. 착석자의 몸무게가 쿠션의 모양을
변형시켜서 좌골 아래로 움푹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착석자는 앞쪽으로 미끌어져 나가지 않으며, 다
라서 외부의 특이 바닥과 완벽하게 평행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 인체의 안정을 위해서
는 좌석이 비스듬하게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늘날 한 예술 설비에서 오스트리아의
비구성주의 집단인 '쿱 힘멜블라우 Coop himmelblau'는 의자 아래에 푸른 강철봉을 받아넣음으로써 완
벽한 수직적 구성의 지나친 합리성을 비판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코르뷔지에는 자신의 의자가 대령 생
산되기를 희망하였으나 실제로는 그가 디자인한 의자는 많은 부분에서 수공 용접으로 접합 부분을 깔끔
하게 마무리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랑 콩포르 의자의 경우는 18군데를 그렇게 해서 만들
었다. 하지만 그 의자의 이름에 편안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자 역시 인간 환경공학적 원칙들과 심신 치료법의 원리들을 위배하고 있다.
등받이가 등 중간에서 잘려 있기 때문이다. 착석자가 등을 기대려면 등받이가 절반밖에 없기 때문에 어
깨와 목과 머리를 받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구부려야만 한다. 이 의
자의 가장자리에 수직으로 걸터앉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기에 앉으려면 좌석 뒤쪽으로 들어가 쿠션에
앉아서 몸을 의자의 구조적인 틀 안으로 파묻히게 해야만 한다. 일단 그 틀 안에 들어가게 되면, 받침대
가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등이 앞으로 더 구부러지게 된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의자
를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편안함이라는 것을 오랜 시간에 걸친 자세적 구조적 편안함이
아니라, 푹신함 같은 감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코닥 회사에 의자를 선정한 한 실내 장식가는 그랑 콩
포르 의자를 고집하였다. 그 이유인 즉 '편안한 착석이 '필수적'이며, 특히 회사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
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편안함이라는 것을 이렇게 규정하였다. "가죽은 장갑처럼 부드러우며, 각 의자
좌석의 두께는 25센티미터가 넘는다." 이와는 달리 한 비평가는 편안함을 다르게 정의하였다. 그는 기록
하기를 그 의자는 편안한 외양을 하고 있지만, "당신이 거기에 앉으며, 그 의자는 당신을 마룻바닥 쪽으
로 미끌어지게 해서 무릎을 세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척추는 역굴곡으로 휘어서 상하게 된다."

아주 불편해 보이지만 편한 의자
이번에는 플라스틱 수지를 가지고 또 하나의 재료 실험이 행해졌다. 1940년대에 가구 디자이너인 찰
스 임스가 실험한 것이다. 그와 에로 사리넌 Eero Saarinen은 1940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후원한 중요한
오거닉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합판과 알루미늄을 가지고 의자를 만들어서 출품했는데, 대상을 받았다. 이
의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적은 없으나 그가 만든 섬유 유리 계란 의자 shell chair는 1946년에 공장
에서 제조되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 그와 그의 아내 레이는 의료용 깁스 붕대들과 합성수지를 사용
하는 부목들을 가지고 작업하였다. 그들은 이런 재료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유로운 형태의 플라스틱
을 복잡한 곡선들이 있는 "유기체적' 모양을 만들어내었다. 1950년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의자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통적인 스프링이라든가 쿠션을 없앤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위 '임스 체어
Eames Chair'라고 불리우는 그것은 도시 잡화상의 윈도 장식에서 복고풍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45년
동안 그 의자는 셀프 서비스 세탁소, 볼링장, 공항, 음악당, 운동장, 학교, 도서관, 심지어는 버스, 지하철,
그리고 여러 가지 대중 교통 수단들로 진출하였다.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이 의자가 만들기 쉽고,
운반이나, 청소하기도 쉽고, 값도 싸기 때문이다. 이 의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독특한 성격은 좌석과 등
받이가 연속적으로 이어져서 단 한 장의 플라스틱으로만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다리는 극적인 시각적 대비를 이루지만 사리넌이 이 의자에서 금속다리를 떼어내고 거기에 외다리를 붙
인 것은 다리의 "윤활유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의자는 모던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편안한 의자는 결코 아니다. 게란 껍질 모양은 대
개 둔근이 자리잡기에 적절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등받이와 좌석이 둥그런 곡선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
에, 등을 기대게 되면 엉덩이가 앞으로 밀려나와서 척추는 C자 모양으로 굽게 된다. 좌골이 앞으로 계속
밀려나게 되면, 등은 앞으로 굽게 되거나, 아니면 딱딱한 가장자리 위에 기대게 되어 그 가장자리가 흉
곽 뒤쪽 등 부분을 찌르게 된다. 이런 두 가지 경우에 착석자는 지치게 되며, 그래서 착석자는 다시 몸
을 추스리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 의자에서 또 하나의 단점은 등받이와 옆면이 주조되어 있
다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등이나 흉곽 모양이 비정상적일 경우에(예를 들어서 나와 같은 척추측만
환자일 경우). 이런 의자는 고문실과도 같다. 몸이 거의 대칭을 이루고 있는 균형 잡힌 사람들에게도 이
런 좌석은 오래 앉아 있으면 해롭다. 왜냐하면 이런 좌석들은 좌골이 골반은 넓게 만들 수 있는 평면을
제공하지 않고 골반이 멋대로 돌아다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금속 틀에 캔버스 천을 걸어놓은 그 유명한 '나비 butterfly(하도이 Hardoy)'의자는 어떠한가? 아르헨
티나 건축가 세 사람(그 중에 한사람이 조르게 페라리 하도이 Jorge Ferrari Hardoy다)이 1938년에 이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그 이후로 최소한 500만 개가 팔렸다고 한다. 이 의자는 모더니즘의 전통적인 상
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산업 디자이너 조지 넬슨은 자신의 계획을 출판해낼 수 있었던 한 건
축가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 의자를 사용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사진가 한 사람에게 부탁하여 동일한 받
침대들이 있는 모든 지역에 보내서 사진을 찍어 오도록 했기 때문이다. 노구치 램프, 커다란 화분에 심
은 고무나무, 콩팥 모양의 커피 테이블, 선사시대 토기 몇 점, 아알토 걸상들, 그리고 나비 의자들 등. 현
대 예술가들, 디자이너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 러셀 라이트, 카우프만 가문 등과 같은 건축 후원자들
은 그들의 유명한 현대식 거처에 이런 의자들을 두고 있다. 아메바처럼 생긴 의자의 모습은 현대적 감
수성을 암시해 준다. 실용적인 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이 의자는 가볍고, 몇 가지 형태들은 접을 수 있
고, 여러 가지 화려한 색상이나 천연 캔버스 천, 또는 세련된 검은 천으로 된 것을 비교적 싼 값에 살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의자에 앉으면 좌석이 푹 내려 앉기 때문에 편안하다고 말하며, 그렇게 말함으로써
그 나쁜 자세가 받아들일 만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까지 암시한다. 그 의자는 기본적으로 매
다는 삼각건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몸통을 하나의 자루처럼 취급한다. 대퇴부와 몸통의 무게가 하
나의 중심점으로 떨어지며, 그래서 성인의 경우에 내부 기관들은 형태가 흐트러지며, 고관절은 조여져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당신이 그 의자에 어떤 식으로 앉든지 이것은 사실이다. 만일 착석자가 몸을
돌려서 비스듬히 앉게 되면, 최소한 머리와 목은 받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그 의자 중앙에 앉게 되면,
당신의 머리는 받침대가 없게 되고, 그래서 당신은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게 되어 삼각건 같은 형태로
인해서 이미 진행된 몸의 무너짐이 더 심하게 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건축 비평가 조세프 리커르
트는 인간의 몸이라는 관점에서 이 의자의 비합리성을 지적하였고, 이 의자가 노리는 것은 강한 심리학
적인 호소라고 주장하였다. 그 의자는 태아기에 보호를 받던 자궁을 연상시키며, 동시에 시각적으로 현
대성을 암시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50년대에 유명한 코미디언인 루실 볼은 임신한 여성이 이 나
비의자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텔리비전 코미디로 엮어서 이 의자의 비합리성을 풍자하였다.
아기들에게는 이런 의자가 유아용 침대와 같다. 그들 자력으로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없기는 둘 다 마찬
가지이기 때문이다. 모더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라 부스 코로니는 1949년에 결혼한 뒤로 "디자인에 의한
완벽한 삶의 추구"를 신봉해온 사람이다. 그녀는 말하기를 당시에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와
동년배 사람들은 그 의자에 한 번 앉으면 일어설 수 없었다고 했다.
20세기 초기의 의자의 역사를 이렇게 훑어보는 건 아직까지는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러나 예기치 않게도 나는 20세기의 가장 급진적인 의자들 가운데 하나인 '레드 앤 블루 리트벨트 Red
and Blue Reitveld' 의자에서 몸에 대한 희망을 본다. 1919년에 네덜란드의 게릭 리트벨트가 디자인한
이 의자는 앉을 수 있는 어떤 것이라서 유명해진게 아니라 하나의 관념적인 선언이라는 의미에서 유명
하다고 할 수 있다. 공예품인데도 이 의자는 의도적으로 가공을 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제재된 판재로
구성되어 있고, 합판으로 등받이와 좌석을 만든 이 의자는 엄격할 정도로 평평하다. 여기서 의자는 두
가지 조직들로 추상적으로 표현된다. 한 조직은 몸을 싣기 위한 것으로서 판재들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한 조직은 그런 판재들을 지지하기 위한 별개의 구조물이다. 여러 가지 접합 부분들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거칠게 중첩된 부분들이 훤히 노출되어 있다. 구조목의 끝 부분은 서로 다른 원색으로 칠
을 했으며, 그 구조목이 모두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검은 벽을 배경으로 놓고 보면, 다리는 보이지
않고 좌석과 등받이만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도 그 의자를 편안한 의자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이나 예술가들이나 비평가들이나 역사가들은 편안함 대문이 아니라 그 의자
가 가지고 있는 개념적인 명석함 대문에 그 의자를 칭송한다. 구조목이 앉는 부분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 구성을 대담하게 노출시켰다는 점, 모던한 색을 사용한 것 등이 바로 그런 명석함이다. 내가 그 의
자에서 보다 편안한 모더니즘적 의자를 발견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하려고 한다. 리트벨트의 의자는 깔개 패드가 없다. 착석자가 의자 좌석에서 미
끌어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좌석이 뒤쪽으로 경사져 있다. 그리고 그 디자이너는 등받이를 어
깨와 머리 위까지 올라오도록 연장시킴으로써 등이 허공에서 흔들려도 상관없게 배려했다. 다라서 착석
자는 머리를 앞으로 가져갈 필요도 없으며, 척추 흉부의 곡선을 더 크게 할 필요도 없고, 흉곽을 무너뜨
릴 필요도 없다. 이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하지만 의자를 오랜 기간 동안 "오용"하여 머리를 앞으로 내
민 사람들에게는 머리와 목이 힘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가지 이야기한 모든 의자들보
다 평평하기 때문에 이 의자는 흉곽과 골반이 이런 평면들을 향해서 활짝 열리도록 만들어 준다. 물론
패드가 깔려 있지 않기 때문에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피곤해질 수도 있다. 그럴 때 팔로 팔걸이를 밀쳐
서 일어나면 된다.
이 의자는 분명히 설명적으로 설계되기는 했지만, 이 장에서 다룬 다른 어떤 의자보다도 더 장시간
동안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 나는 리트벨트 자신이 "그의 의자를 일종의 '설비', 즉 지적인 일이나
전문적인 일로 혹사당하면서 무시되었던 몸을 신체적으로 '기운나게 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흡족하였다. " 그는 종종 앉는다는 네덜란드어 동사는 능동적인 동사이지 수동적인 동사가 아니라
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의자들이 일종의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휴식을 제공해야만 하며, 특히 앉아서
일하는 중산층 전문 직업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는 일찍이 몸을 의식한 디자
이너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일단 당신이 몸을 쭉 뻗어 머리, 다리, 발까지 몸 전체를 받침대로 받치게 되면, 당신은 결국 침대식
의자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몸 전체가 비스듬한 자세로 의자에 의해 떠받쳐지게 되는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1927년부터 1937년까지 샬로트 페리앙과 피에르 장네레 Pierre Jeanneret와 공
동 작업을 하면서 '침대식 바스큘랑트 Chaise longue Basculante' 의자를 만들었고, 요즘도 정형외과 의
사들은 그 의자를 추천하고 있다. 이 의자는 평평하며 일부러 인체의 모양을 본뜨려고 하지 않았다. 어
깨, 목, 머리를 포함해서 등 전체를 받쳐 주며, 다리와 몸통의 각도는 엉덩이, 무릎, 발목에 있는 관절들
을 열어 주고 있다. 받침대 틀 전체는 또 하나의 금속 틀 안에 앉혀져 있고 그 금속틀 때문에 착석자는
활모양의 호를 따라서 수직 자세에서부터 반쯤 누운 자세까지 연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앉아서 몸에
중력이 작용하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으며, 다시 말하자면 눈과 읽는 자료와의 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
코르뷔지에는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거친 서부 광야에서 파이프를 피우며 발을 머리보다 높게 들어 굴
뚝을 향하게 하고 있는 카우보이를 생각했다. 이 의자야말로 진짜 휴식을 위한 장치이다."
놀랍게도 이 침대식 의자는 키가 아주 작은 사람부터 아주 큰 사람까지 다양한 체형에 다 잘 어울린
다. 이 의자는 사방이 열려 있지만 단 한 곳, 엉덩이부터 무릎까지만 길이가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인
체 측정학적으로 볼 때 엉덩이에서 무릎까지의 길이는 다른 신체 부위보다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이기 때문에, 이 침대식 의자에서 기능적으로 고정된 단 하나의 치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코르뷔지에와 페리앙이 그런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디자인은 아마도 경험에 기초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의자는 훌륭하며, 우리는 생활에서 보
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식용 의자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등받이가 낮
은 안락의자같이 적절한 받침대가 없는 의자에서 쉬려고 애쓰는 수고를 덜게 된 것이다. 코르뷔지에의
콩포르 의자와 같은 등받이가 낮은 안락의자들도 종종 혼란스럽게 "침대식"(업무용 의자와는 반대되는
것으로서)의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선구적인 심신 치료법 사상가인 F. M. 알렉산더는 그의 시대에 생산된 모던한 의자들만이 아니라 모
든 의자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학교를 위한 의자들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학교 의자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귀중
한 시간과 생각과 창의력을 가구를 디자인하는데 낭비하지 맙시다. 그 세 가지를 더 적게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어린아이들을 그 나름대로의 의식적인 통제를 해낼 수 있도록 길러낼 수 있으며, 일반적인 학교
의 설비들로 부과되는 모든 제약들을 뛰어넘어 우수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그는 기꺼이 의자를 떠나고
자 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가르쳐서 물리적인 세계를 극복해내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그의 전제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되었다. 첫째는 사람들은 의자에서 생리적으로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며, 둘째는 의
자는 우리에 대해서 또 다른 종류의 힘을 가진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 나는 알렉산더와는 견
해가 다르다. 모든 디자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말하는"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렉산더는 개인이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통제력을 발휘하도록 자극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
실상 물리적 세게는 은밀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그런 정보는 의식적으로만이 아니라 무의식적으
로도 우리에게 전달되어 영향을 끼친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된 세계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잠재력이다.
메시지들은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건설된 세계 안으로 암호화되어 들어오며, 소비자들에 의해서 해독된
다(물론 암호화된 그대로 해독되는 것만은 아니다). 신체적 복지를 중요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서 의자를 선택하는 것은 자비와 공감을 향하여 진일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에
두터운 커버를 씌운 안락의자들을 들여 놓으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부드럽고 푹신한 "편안함"의 메시
지를 읽는다. 의자들은 또한 그 소유자들과 사용자들의 특수한 신분을 대변해 주는 거의 모든 메시지들
을 얻게 된다. 따라서 나는 디자이너들이 부드러움이나 배타성이 아니라 다른 상징을 사용하여 인간의
복지에 대한 존중을 전달하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또 하나의 여분의 과제는 집이
아닌 사회적 공간에 설치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3부 의자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가
생활 습관을 하루 아침에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는 생활 습관에 변화가
생기면 뿌리 깊고 광범위한 문화적 변화가 다르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세의 다원주의 postural
pluralism"라고 이름 붙이고자 하는 것은 유익함을 개인들이 어떻게 경험할 수 있으며, 어떻게 문화적으
로 공유할 수 있고, 또 노동이나 교육이나 레크레이션 제도들 가운데서 어떻게 확립해나갈 수있을 것인
가? 제 3 부에서는 의자 디자인에 있어서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하여 우리가 소비자로서,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개인적으로 , 혹은 집단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
려고 한다. 설사 우리가 우리 자신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정신과
몸이 새로운 습관들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환경이 자동적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생활 방식들을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제품, 인테리어, 건축물, 도시를 디자인하는 전문적
인 디자이너들의 다각적인 협력이 있어야만 한다. 소비자들 역시 일상적인 환경 속에서 모든 제품들을
만들고, 사들이고, 또 얻고 모으는 일종의 디자이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 역시 감각적인 합리성을
물질적인 실체로 변화시킬 방식들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5장에서는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의 모든 변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앉는 법의 신체적인 변화들을
살펴보고, 6장에서는 가정과 사회(사무실, 학교, 공공장소들까지)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훑어보고, 마지막
으로 이런 사회적 변화들이 어떻게 신체적인 변화들을 자극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3부는 실
용서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문제를 사회적, 문화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풀어나가면서 지적 내
용을 확장시켜 갈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나는 전통적으로 지성과 자조를 구별하는 입장에 도전하고
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들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관하여 생각하고, 삶을 이해하고, 어쩌면 삶을
변화시키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은 감각적인 합리성과 같은 말이다. 이성과 감각, 인지와 감식은 종종 대립되는
것으로 전제하여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강조하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그 둘을 모두 다 존
중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자세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리의 감각적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성이란 그 자체만으로는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프로이트는 현대인들이 '인공 삽입물의
신 prosthesis god이 되었다"고 염려하였다. 현대인은 건물이나 의자와 같은 고역스럽고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 장치들을 사용함으로써 강하게 변화하고, 기계화되었으며, 인공적으로 되었다고 한다. 나는 우리
가 우리의 감각들에 세례를 받은 이성을 통하여 그런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이야기하겠다.

5장 혁신적인 의자들
어디를 바꾸어야 하나
귀도 사두르치라는 풍자적인 인물이(Satyrday Night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온다) 최근에 뒤뜰이
나 공공장소에 있는 합성수지 의자들의 신기한 기원과 전파를 설명하려고 애쓴 일이 있다. 그는 "하얀
플라스틱 의자들은 색다른 존재들이라는 이론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물론 이제 와서 내가 모든 의
자들이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에 어울리지 않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면 독자들이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
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말라고 싶었던 것은 의자를 사랑하고 아끼니까 그것들을 개혁하려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의자의 기본적인 외형을 개선하는 일에는 몸통을 올바르게 정렬시켜 주고 또 받쳐주는 작업
이 따른다. 그 다음으로 다른 접촉점들, 그리고 직접적인 환경과의 상호작용점들(머리와 눈, 손과 발 등)
은 자동적으로 부가적인 설비나 가구를 가지고 그에 알맞는 지지를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발받침, 독서대, 그리고 그들과 가까운 사촌인 침대식 의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의자들을 개선
시킬 수 없다. 물론 의자를 대신하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선택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전
통적인 앉는 자세는 그만큼 문제가 심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개조된 의자
들, 특히 무릎의자나 걸터앉는 의자들은 각별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자세도 완벽하지
는 않다. 인간 존재는 오랜 시간 동안 한 자세로 가만히 있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세를 바꿔 주는게 바람직하다. 거기에 맞게 의자를 우리가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끔 디자인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렇게 하려면 몸과 디자인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광범위
하게 다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의자를 개선시키기 위한 가장 특별한 평가 기준 두 가지는 좌석과 등받이가 평평하다는 것과, 허리
받침대 근처에 엉덩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두 가지가 휠체어와 유모차의 구조에 관해
함축적인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나는 좌석과 등받이가 평평한 쪽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이미 설명하였
다. 이것에 대해서 나 자신이 인간 환경공학에서 권장하는 것과 가장 중요하게 견해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더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의자 디자인은 안정과 움직임이라는 서로 대립
되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체로 안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몸에 꼭 맞는 등받이를 좋아한다.
좌석이 몸에 꼭 맞으면 대퇴부와 둔근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등받이가 곡
선을 이루면 그것이 흉곽을 오목하게 만들어서 몸이 측면으로 움직이지 않게 해준다. 이와는 달리 근육
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 운동성을 중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방해와 제약을 받지
않고 움직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평평한 등받이와 좌석 구조를 더 좋아한다.
단순히 평평한 표면에 눕기만 해도 흉곽은 활짝 개방된다. 평평한 좌석은 좌골을 받쳐주고, 척추를 위
쪽으로 향하도록 정비해 준다. 물론 이런 판단기준들(살을 압박하지 않고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바닥에 깔아 놓은 긴 좌대, 또는 긴 벤치, 또는 중국이나 인도의 나즈막한 의자들 같은 유형의 가구들로
도 충족될 수 있다. 미국 최초의 능률 전문가들 가운데 한 명인 프랭크 길브레스는 "열두 명이라 더 경
제적이었다. Cheaper by the Dozen" 라는 저서에서 열두 명의 아이들을 아내와 함께 능률적으로 길러낸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아이들을 교회용 평평한 회중석 긴의자로 길러
냈다. 바로 그 의자가 "그를 편안하게 해준 유일한 의자...였다." 의자를 우리 몸에 맞게 만들고자 하면서
도 또한 곡선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의자의 다리에는 곡선을 만들
어도 좋지만 인체의 흉곽과 골반을 위해서 등받이는 평면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흉곽과 골반
이 그 평면들을 향해서 활짝 개방될 수 있다.
이런 평면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까지도 전문화된 허리 받침
대를 회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지침은 이 밖에도 유모차나 자동차 시티와 같은 캔버스 의자처럼
디자인한 의자 영역에도 새로운 빛을 던져 준다. 캔버스 의자를 피하라고 하는 나의 충고는 아마도
1950년대나 60년대에 평평하던 자동차 시트가 그 이후로 오목하게 몸을 감싸는 모양으로 바뀌게 된 것
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은 물론이고 자동차 시트에
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정말이지 애석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캔버스 의자식 유모차
에서 C자 모양의 굽은 자세를 강요당하고 있는 가련한 아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 대부분
은 두 살이 되면서 자세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렇게도 이른 시기에 이런 굽은 자세를 강요당하는 아
기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 어른들이 그물침대를 즐긴다고 해서 어린 아기들도 그 약한 몸집으로 어
른들과 같은 굽은 자세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비교적 단단하고
평평한 좌석과 등받이가 달린 유모차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린 아기의 부모들은 유모차를 구입할 때
에는 이렇게 새롭게 개선된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접을 수 있는 애버릿 앤 존스 휠체어는 이전에 쓰이던 몸집이 커다란 개선된 형태의 바퀴 달린 의자
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들은 이런 의자들을 사용하면 대개 나쁜 자세로 바뀌
게 된다. 이는 그들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좌석을 접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장치 대문이다. 좌석이
평평하지 않고 캔버스 천으로 되어서 푹 꺼지게 되면, 앉아 있는 사람의 골반이 접히고, 그렇게 되면 척
추 전체와 흉곽이 아래쪽으로 처져서 안쪽으로 무너져 들어오게 된다. 정상인들과는 달리 그렇게 의자
에 갇혀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좌골이 의지할 수 있는 단단한 평면이 꼭 있어야
하며, 그렇게 되어야만 골반이 양쪽으로 활짝 열릴 수 있다. 물론 이런 단단한 구조에는 양가죽이나 다
른 비슷한 소재의 패드를 대야 한다. 그러나 그 아래의 기본 골격은 단단해야만 한다. 산업 디자이너 수
잔 패리시엘 리가 바로 그런 새로운 휠체어를 만들어냈다.
내가 눈여겨보는 또 다른 지침은 "엉덩이 공간'에 관한 것이다. 이 지침은 일반 인간환경공학에서는
좀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자 디자이너들은 둔근과 골반의 뒤쪽을 위해서 좌석과 등받이
사이에 공간, 우묵하게 들어간 자리, 또는 부드러운 패드를 마련해 주어야만한다. 이와는 달리 좌석 전
문가들은 종종 좌석과 등받이 사이의 각도를 크게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은 우리의 몸이 균형의
중심을 이탈하도록 만든다. 좌석과 등받이의 관계는 수직이 되는 것이 더 좋으며, 그렇게 되었을 때, 자
연스럽게 돌출하는 부분에는 좌석과 등받이 사이를 파내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좋다. 전통적으
로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런 작업을 해왔으나. 그런 의자 못지않은 많은 의자들이 등받이를 단단한 재질
의 것으로 좌석에 딱 닿도록 막아 놓았다. 엉덩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바로 허리 받침이
인기 좋다는 사실로 반증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하게도 앞쪽으로 나온 곡선은 둔근을 위한 공간을 만
들어낸다. 그러나 그렇게 엉덩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려면 등의 아래 곡선(허리 부분)과 위 곡선(흉곽 부
분)의 균형이 깨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척추에서 주요한 두 곡선 모두가 서로간에 균형을 유지하게 하려면 허리, 흉곽 곡선을 가로지르며 받
쳐 주는 등받이가 허리 받침만을 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두 곡선들 사이의 구조적 균형은 척추
를 곧게 유지해 주는 것 중 하나가 되며, 따라서 그 두 곡선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받쳐주는 행위가
장시간 지속될 때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독일 공동 작업의 한 사례가 정확하게
허리 곡선부터 흉곽 곡선가지의 과도부위를 받쳐주는 멋진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래 나열된 사항들은 적절한 의자를 고르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들이다.
의자의 선택과 사용할 때 권장사항
규격: 전통적인 수직 앉기를 위해서는 좌석의 높이가 무릎 위부분의 높이에서 5센티미터를 뺀 높이보
다 커서는 안된다. 앞으로 경사진 좌석(당신이 몸을 앞으로 향하고 하는 일이 많을수록, 의자는 앞으로
더욱 기울어져야 한다) 당신의 작업대 표면 또한 앞으로 기울어져 있어야 하며, 컴퓨터는 눈높이에 있어
야 한다. 앞으로 경사진 좌석의 당연한 결과로서 좌석의 높이는 상당히 높아져야 한다.(10-13센티미터).
이렇게 되면 그 의자는 전통적인 의자에 가깝기보다는 걸터앉는 의자가 된다. 단단한 재질의 표면에 1.3
센티미터에서 2.5센티미터 두께를 넘지 않는 커버를 씌운 것. 평평하고, 오목하지 않은 좌석. 좌석과 등
받이 사이에 엉덩이 공간이 있는 것. 엉덩이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는 등 중간 부분 받침대, 또는
등, 목, 머리를 모두 다 지지할 수 있는 온전한 받침대. 평평한 등받이. 읽거나, 타이핑을 하거나 키보드
를 조작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팔을 걸칠 수 있는 팔걸이가 필요
하다.
사용법: 두 발은 바닥에 평평하게 닿을 것(척추를 위쪽으로 향하도록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리를 포개지 말것(골반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릎은 고관절보다 낮아야 한다.(허리의 긴장을 풀어준다.)
골반이 뒤로 밀려나서는 안된다.
척추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한다. 겉으로는 거의 수직처럼 보인다.
흉부는 오그리기 보다는 벌어져 있어야 한다.
머리는 척추 위에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머리가 척추 뒤로 혹은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는
안된다.
눈은 일감이나 사람들을 수평으로 위아래 15도 안쪽으로 향해야 한다. 무리하게 너무 위로 혹은 아래로
향해서는 안된다.

의자 고르기
소비자들은 과연 이런 모든 평가 기준에 맞는 의자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몸에 맞추어 의자를 만드는 일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의자를 맞춤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구두나 의복을 맞춤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별 차이가 없다. 즉 그런 것들은 개인의 몸
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두든, 옷이든, 의자든 맞춤은 값이 비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경제
는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삼베자루와 수제품 의복 사이에 중간층을 만들어냈다. 의류 산업은 제도화된
규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개인적으로 당신의 몸에 맞추지 않은 옷을 산다고 하더라도, 대략
어울릴 수 있는 크기의 옷을 살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제품들은 다양한 크기로 만들
어져 시장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옷의 단이나 허리는 약간 고쳐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는 의자도 베개나 등판, 도는 발판으로 얼마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규격과 전략은 대량 생산 판매품의 경제적인 장점과 이전의 수제품 맞춤
제품들의 장점을 다 살려 주고 있다. 의자들 역시 규격별로 생산 판매되어야 할 것이다. 1969년에 영국
의 어떤 인간 환경공학자는 "일반 대중들이 사용할" 간편한 의자들을 "모양뿐만 아니라 규격이 다른 것
으로 최소한 두 가지 모형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1994년에 헤르만 밀러사는 에론
사무실 의자를 세 가지 규격을 만들었으며, 1997년에 하워드는 선례를 따라서 "적극적인 의자 앉기"를
위한 새로운 의자를 세 가지 규격으로 내놓았다.
대부분의 가구 산업은 두 가지에서 다섯 가지에 이르는 규격들을 생산하는 대신에 하나를 가지고 조
정할 수 있게 만드는 일과 씨름하고 있다. 가구 산업은 아직도 모든 사람에게 어울릴 수 있는 단 하나
의 의자를 생산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가정이 아닌 밖에서 사용되는 의자들은 대개 여러 사람들이 쓰
기 때문에, 조정할 수 있는 의자를 디자인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듯 하다. 하지
만 1960년대에 나온 인체 측정학 자료들은 한 가지 의자로 다양한 체격에 맞추어 조정할 수 있다는 생
각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었다.
만일 두 가지 치수 이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의자가 있다 해도, 많은 조정 가능치들 가운데서 어떤
것이 자기에게 잘 맞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이전의 설치치들이 어떠했는지 기억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는 사실이 새로이 부각되었다. 설비가 새 것일 경우에는 조절을 위해서 꺽쇠를 풀고, 손잡이를 돌리는
따위의 조정 작업보다 불편하더라도 거기에 자신의 자세를 맞춰나가는 것이 더 쉽고 바르다. 뒤에 가서
불편한 자세 때문에 지칠 경우에도 의자를 조정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욕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한 세대 뒤에, 너무나 많은 설비들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자 버논 메이슨느 "진보적 건축
progressive Architecture"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결국 "단순하고 수직 등받이가 달린 의자를 사용했던
것보다 더 불편한 의자"를 사용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나는 이 선언에서 "단순하고 수직 등받이가 달
린 의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동경을 읽었다. 그러나 가구 산업은 사고의 여러 단계들을 거쳐 이어져왔
다. 첫째, 가구 산업은 조정할 수 있는 의자들을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그만한 가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둘째,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조정이 착석자가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결론지었다. 셋째, 그들은 의자 사용자들은 여전히 조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자 자체는 착석자
의 반복적인 움직임에 부응하여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보다 세련된 의자 디자이너들은 잠정적인 인간 환경 공학적 조정 장치들을 의자의 구조 안에
만들어 넣었다. 예를 들면 무릎 경사 장치들이나 동시 동작 장치 같은 것이 바로 그러하다. 무릎 경사
장치는 회전 축점을 의자의 중심으로부터 착석자의 무릎 바로 뒤로 이동시켜 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착석자는 등받이에 기대고 있는 동안에도 발꿈치를 바닥에 대고 있을 수가 있다. 동시 동작 장치는 착
석자가 의자의 좌석과 등받이를 다양하지만 균형 잡힌 비율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서 착석
자는 등받이를 10여 센티미터 정도 내려 누르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좌석은 앞으로 7,8센티미터 정도만
움직인다. (뒤로 기댈 경우에 골반이 앞으로 밀려나가는 것을 기억해 보라.) 이런 조정 장치들은 사람들
이 자신의 좌석 크기를 선택할 수 없는 극장이나 음악당 같은 곳에서 특히 유용하다.
동일한 의자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가정이나 직장에서는 쓰는 사람에게 꼭 맞는 의자를 선택해야 함
이 당연한 일이다. 대량 생산품을 파는 시장에서 이런 적당한 의자를 찾아내거나, 아니면 맞춤 의자를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부부가 개인용 의자에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하였다. 먼저 그들은 가
장 바람직한 의자 좌석의 깊이, 높이, 그리고 바닥과의 각도를 순서대로 설정한다. 다음으로 의장 팔걸
이를 붙이는 경우에, 그들은 팔걸이의 높이를 정하고, 그 다음으로 좌석의 등받이 각도를 정한다. 마지
막으로 그들은 일련의 등받이들을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조정한다. 그들은 이렇게 해도 미학적으로 아
직도 많은 예술적 자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이런 모든 치수들을 조립하는 데에는 많은 방식들
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에서의 문제는 착석자가 좋다고 '느낄' 때까지(즉 착석자가 편안하다고 느낀다
고 '생각할' 때까지) 그들이 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편안함을 주관적으로 측정할 것이냐 객
관적으로 측정할 것이냐 하는 케케묵은 문제를 다시 제기한다. 이와는 달리 또 다른 장인은 고객의 객
관적인 치수를 채택함으로써 의자를 개인에게 맞춘다. 장인들은 기본 디자인에 많은 조정 장치들을 만
든다. 조정 장치는 머리판의 위치에서부터 팔걸이의 길이, 좌석과 등받이의 각도에 이르기까지 무려 열
두 개에 달한다.
당신이 감지하고 있는 편안함에 맞추든, 아니면 당신의 몸의 객관적인 치수에 맞추든, 아니면 어떤 규
범적인 편안함의 관념에 맞추든, 아이들이 자라서 맞춤 의자는 작아져서 못 쓰게 될 것이며, 어른들도
역시 몸집이 달라진다거나 자세가 바뀌어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살아가면서 신던 구두가 작아질
수 있듯이, 당신이 앉던 의자도 작아질 수도 있으며, 남에게 의자를 물려 주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
면 당신이 새로 구입한 의자는 다른 의자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피터 옵스빅은 아이들이 성장함
에 다라서 조정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런 결과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아동용 의자를
개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정기적으로 새롭고 보다 잘 어울리는 의자를 원한다는 사실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가 가구 시장을 자극하여 시장을 "융통성이 없는" 시장에서 "융통성이 있
는" 시장으로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의자 산업은 지난 2,30년 동안 수많은 조정 가능한 의자들을 만들어왔다. 이는 모든 체형에 맞는 의자
란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정할 수 있는 의자 역시 모든 사람들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으며, 그래서 아주 특이한 체구를 가진 사람들은 맞춤 의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을 수용해야 하는 공공시설들은 조정할 수 잇는 의자들을 구입할 돈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크기의 의자들을 구비하기를 기대하고 또 요구해야 한다.
작업장의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일터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누가 사들여야 하는가? 이 문제는 사람들
이 직업을 자주 바꿀 경우에 더 심각하다. 사람들이 직장으로 다른 개인 소지품들을 가져오듯이 의자도
개인이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사무실에 잇는 모든 의자들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을
감내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고용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비슷한 모양을 갖춘 적당한 조
정할 수 있는 의자들을 사주는데 돈을 써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들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다. 사람
들로 하여금 이를 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은 별도의 문제이며 고용자에게 달려 있다. (이는 다음 장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게릴라식 인간 환경공학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의자들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휴대용 등판, 발판, 좌석
쿠션 등은 가지고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 대부분의 의자들은 곧바로 쓸
만한 것을 바꿀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만일 개인용으로 새 의자를 살 수 없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것
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의자들을 구입할 만한 여유가 없는 곳
에서도 각 고용자의 직접적인 작업환경에 "맞추기" 위해서 "게릴라식 인간 환경공학'을 이용할 수 있다.
오하이오주 옥스포드에 있는 마이애미 대학교의 인간 환경공학 연구소 소장 마빈 데이노프는 흔하고,
값싸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잇는 재료들로 만든 인간 환경공학적 개선 장치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
런 "게릴라식 인간 환경공학"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비닐 테이프로 묶은 두툼한 전화번호부들로 아쉬우
나마 발판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책 같은 것을 타월로 싸서 자동차 시트의 움푹 파인 곳을 메꿔서 오랜
시간 여행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밖에 많은 상업적인 제품들도 불행한 착석자를 돕기 위해서 이용될 수 있다. 기업가들은 목베개,
발판, 발 쿠션, 리카로 자동차 시트, 자동 마사지 의자 같은 우리 몸을 위한 상품들을 개발해왔다. 특기
할 만한 기이한 장치 하나를 예로 들면 사람의 꼬리뼈를 위해서 절단해낸 공간에 대는 시트 쿠션이 있
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앉았을 때의 전체적인 모습이 앞으로 경사진 쐐기 모양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허리 곡선을 유지해 주는 것은 바로 이 앞쪽으로 진 경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
것이 허리 받침대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아직도 의자가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생
각하고 있다면 가구 시장에 나가 판매되는 의자의 등판만 봐도 그런 환상은 금세 깨지게 될 것이다. 대
부분의 등판들은 모종의 허리 받침 모양을 하고 있다. 제품을 선전하는 사람들은 이를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만일 척추를 받치려고 한다면, 두 곡선들을 위해서(허리와
흉곽) 받치도록 하라. 플라스틱으로 주조된 의자들뿐만 아니라, 커버를 씌운 비행기 좌석이나 자동차 시
트에서 오목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뭔가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할 때가 있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크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면서도, 움푹한 데를 잘 채워줄 수 있는 평평한 등판을 찾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보조 재료는 서류가방 크기로 접거나 집어 넣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애석하게
도 나는 시중에서 그런 제품을 파는 걸 보지 못했다. 이 제품은 접을 수 있거나 경첩으로 움직일 수 있
어야 하며, 펼쳤을 때는 충분히 강해야 하고, 가벼워야 하며,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 자세 교정 제품회사
Posture Education Products에서 나온 평평한 등받이는 약 10만원에 팔리고 있다. 그 제품은 가격을 낮
추려고 서류가방 크기로 접을 수 있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가벼워서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기는 편리하
다. 나는 앉으면 푹 꺼지는 극장 좌석, 열차, 비행기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동차 좌석에 앉을 때에는 그
제품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럼 자동차는 어떠한가? 자동차 시트에서 오목한 곡선들을 몰아내려면 우선 등판을 확보해야 한다.
종종 자동차 시트들은 허리 윗부분이 지나치게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가슴을 펴지 못하도록 하고 목
을 앞으로 내밀어야 한다. 흔히 리카로 자동차의 시트가 가장 좋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내 생각
으로는 모든 자동차 시트들이 지나치게 오목하게 파여 있다. 볼보는 시트가 훌륭하다고 명성을 날린다.
그렇지만 이 볼보 시트도 나 같은 사람 몸에는 너무 지나치게 오목하게 패여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밀
라노에 사는 한 의사는 볼보시트에다 항상 단단한 쐐기 모양의 발포수지를 천으로 싸서 깔아 바닥을 돋
워 고관절이 무릎 위로 올라오게 한다. 메르세데스나 인피니티 같이 아주 값이 비싼 자동차들도 시트
커버가 가죽으로 되어 있지만, 움푹한 시트의 등받이를 메꿀 발포수지 패드 같은 교정장치가 필요하다.
마케팅 부서들에서는 통상 자동차 시트 디자인을 할 때에 이런저런 시트에 약 8분 30초 동안 앉아 보
고서 우선순위를 매겨 "최상"을 결정한다. 왜 8분 30초인가? 내가 아는 전문가에 따르면, 바로 8분 30초
라는 시간이 고객이 새 차를 살 때 자동차에 앉아 보는 평균 시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몸을 생각하
는 디자인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시트에 앉아 보아야 한다. 자동차 시트 디자인은 자동차를 세련
되게 하기 위해서 투자하는 다른 부분의 디자인과 연구에 가려 빛을 못 보고 있다.
스포츠카에서는 고속으로 커브를 돌 때 대처하기 위해서 자동차 시트가 흉곽 양쪽으로 롤링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시트 위에서 흉곽도 돌아가게 된다. 훨씬 더 전문적인 스포츠카는 누워서 운
전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눕는 것은 대개 바람직한 자세이다. 그러나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길을 보아
야만 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목을 거위처럼 빼올리게 된다. 자동차 시트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은 1950
년대에 나온 폭스바겐 캠핑용 차, 이제는 낡고 거의 멸종되다시피한 첵커 택시, 그리고 픽업트럭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벤치식 시트들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픽업 트럭 시트들도 레이스 카와 같은 1인용 좌
석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이것이야말로 진보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의자 보조품들, 발판과 독서대
의자가 우리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의자 자체에 대한관심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의 발은 인체의 구조적 조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발판은 의자 디자인에 포함되어야만
하는 것이며, 악명 높은 라 지 보이 의자와 같은 많은 침대식 의자에서 그러하듯이 실질적으로도 의자
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발판이 딸린 의자와 오스만 의자(쿠션을 댄 터키식 긴 의자) 세트는 두 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다. 분리된 발판들은 발을 올려놓지 않을 경우에 때로는 탁자나 걸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너무 높은 의자에 앉게 되면 대퇴부가 압박을 받아 몹시 쇠약해진다. 직장이나 식탁에서 적절한 크기
의 의자를 찾을 수 없을 경우에는 발판은 실제로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발판은 고대 폼페이나 19세
기 스웨덴 농가에서도 사용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발판이 다소 구식 물건처럼 되어버렸다.
우리 집에는 의자가 거의 없지만 식탁에 쓸 의자 두 개 정도는 남겨 두었다. 나는 그 의자에 앉을 때면
발꿈치가 바닥에 확실하게 닿을 수 있도록 의자 밑에 두툼한 요리책을 갖다 놓는다. 이것은 게릴라식
인간 환경공학의 한 가지 사례이다. 이와 비슷하게 요가 선생들은 전화번호부를 발판으로 쓰라고 권한
다.(또는 무릎이 편치 않은 사람들에겐 골반을 높이기 위해서 깔개로 사용하라고 권한다.)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는 우리의 눈 또한 특수한 설비가 마련되야 한다. 의자에서 하는 일 때문
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특히 읽거나 쓰는 경우에) 시장에는 적절하게 경사가 져 있는 작
업대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여러 각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기능성 탁자 Able
Table'라는 것으로, 우아하지 않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리벤저사에서
나온 카탈로그를 보면 나무로 만든 우아한 독서대가 "진지한 독자들을 위해서" 나와 있다. 하지만 비싼
목재 제품들도 우아함과 예술성에 있어서 디자이너의 평가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구 감식업
계의 말을 빌자면, 오늘날 시중에 나와 있는 독서대들은 시각적 통합성이 결여되어 있다. 독서대들은 부
분 조각들이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조립되어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구성주의적 감각이나 유기적인
조화를 상실하고 있다. 그것들은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모양이다. 아름다움과 간편함을 고루 갖추고 있
는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디자이너들이 기여해야 할 또 하나의 영역이다.

다리가 셋인 아알토 걸상
걸상은 의자에 수직으로 앉는 것과 걸터앉는 것, 서는 것, 또는 쪼그리고 앉는 것과 같이 전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자세들 사이에서 중간 터전을 제공해 준다. 앉는 문화에 혁명을 감행할 준비가 되
어 있지는 않으나 사회적, 신체적 개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하나의 타협책으로 걸상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등받이가 없이 앉는 것은 자율적인 앉기를 발전시키며, 그렇게 함으로써 몸통의
힘을 회복시킬 수 있다. 많은 걸상들은 의자들과 높이가 같기 때문에(43-46센티미터 정도0, 그 두 가지
는 식당이나 회의실 등에서 이미 있는 것을 치울 것도 없이 같이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 19세기 스웨
덴 농가에서 식당 가구들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정식 의자들과 등받이가 없는 의자들이 같이 있
었다. 이 좌석들은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으로 커버가 씌워져 있어서 걸상은 걸상이라기 보다는 등받이
가 없는 의자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 같았다. 그것들은 생리학적으로는 기능이 다르지만, 문화적으로는
의자의 범주에 속했다.
아마도 내가 본 중에서 가장 독특하게 생긴 걸상은 유럽식 회전 걸상일 것이다. 나는 베를린 인간 환
경공학 교수인 바바라 티체(그는 전통적인 인간 환경공학을 뛰어 넘어서 나아가고 있다)의 사무실에서
이 걸상을 사진으로 처음 보았다. 이런 회전 걸상들은 특히 전화를 걸거나 할 때 유용하다. 걸상 받침대
가 180도 회전하는 회전축 위에 얹혀 있어서 전화를 거는 사람은 좌석에 걸터앉아 몸을 돌리 수 있다.
회전축과 발 사이에는 삼각대가 설치되어 안정성도 있다. 따라서 좌석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어떤 방
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다. 외양은 전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일부 심신 치료
자들을 커다랗게 부풀린 공을 좌석으로 사용할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불안정한 표면에 앉게
되면 앉은 사람은 다리와 몸통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또 약간씩 다른 근육들을 끊임없이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앉아서 일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순환의 문제와 근육 피로의 문제를 다소나마 극
복할 수 있고, 정신이 해이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이 있다. 이런 "걸상'은 전통적인
의자 좌석높이와는 다르며, 오히려 앉는 것과 서는 것의 중간인 걸터앉는 좌석 높이에 가깝다.
양식적으로 볼 때, 걸상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질 수 잇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걸상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 다양성과 예술적 다양성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고급 걸상들의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고급 걸상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가구의 의사전달 기능들이 강하게 드러났다. 그러한
전달 기능은 상징적인 의자 등받이가 없이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중국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옻칠을 한 격식을 갖춘 식탁 세트를 사용해 왔다. 식탁 중에는 종종 장방형의 것도 있었
다. 그들은 또한 옥외 정원에서 요업 제품으로 만든 걸상들을 사용하였다. 대개 둥근 모양이었다. 핀란
드의 모더니스트 알바르 아알토는 다리가 세 개 달린 걸상을 만들었는데, 이 걸상들은 건축적인 디스플
레이를 위해서 마치 거대한 DNA 분자 모양으로 보이도록 쌓아놓을 수 있는 것이었다. 오늘날 이탈리아
식, 미국식, 스웨덴식 걸상들이 금속, 가죽, 목재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걸상은 아주 단순한 모양이기 때문에 양식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걸상들은 아주 다양하다. 스톡홀름에서 나는 전통적인 원형 걸상들을
많이 보았는데, 좌석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받침대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한 레스토랑에는 높이가 다른
걸상이 두 종류가 있었고, 거기에 다라서 바의 높이도 약간씩 달랐다. 다른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 보
니 바에는 높은 걸상들이 놓여 있고 음식을 먹는 식대 앞에는 낮은 걸상들이 놓여 있었다. 그 걸상의
좌석은 식대를 덮고 있는 가죽과 어울리도록 우아한 적갈색 가죽을 씌워 놓았다. 그러나 그 레스토랑에
서 고풍스런 전통 의자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의자도 받아들인다.
노르웨이의 밸런스 의자가 도입되기 전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국제적인 의자 산업은
끔직할 정도로 천편일률적이었다. 밸런스 의자는 분명히 20세기가 만들어낸 가장 급진적인 의자이며, 모
르긴 몰라도 의자라는 것이 발명된 이래로 가장 획기적인 의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의자는 수천
년 간 우리 문화에서 습관처럼 굳어져온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착석자의 자세가 앉
는 것과 서는 것 중간의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고, 또 기댈 수 잇는 등받이도 없기 때문이다. 그 의자는
걸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의자 모양도 아니다.
밸런스 의자는 1970년대 말 노르웨이에서 한스 크리스티안 멩겔이 구상하였고, 그 다음으로 스베인
구스루드와 피터 옵스빅이 디자인하였다. 그들은 만달이 1967년에 디자인한 의자와 1970년에 앞으로
경사진 좌석을 주장한 출판물을 보고 영향을 받아서 그 의자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 노르웨이 디자인
팀은 그들이 만든 원형들을 197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 가구박람회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1981년에 처음으로 미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한 이 의자는 지난 17년 동안 서서히 미국 사회에 확산되어
가고 있다. 많은 복제품들이 아시아에서도 생산되었다. 그것들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마도
특허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 라미네이트 칠을 한 값비싼 목재가 평평한 목재나 금속재 받침대들로 바뀌
었다.
이 의자가 이렇게까지 인정을 받는 이유는 앉는 사람이 다리를 아래로 늘어뜨려서 전통적인 수직 앉
기와 연관된 허리의 스트레스 문제(자연스러운 허리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거나 더 휘어지게 만드는 것)
를 해소시켰기 때문이다. 착석자의 대퇴부와 척추가 비스듬한 각도를 이룰 경우(120도에서 135도 사이),
수직으로 앉을 때 척추의 앞과 뒤의 근육활동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런 자세가 수직으로 앉는 것을
가장 무리가 없도록 한다. 이 밸런스 의자는 등받이를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으며, 따라서 3
장에서 지적한 등받이와 연관된 모든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활짝 열린 셈이다. 이 의자는
수직으로 의자에 앉는 착석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자들 가운데 하나
인데도, 왜 널리 채택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의자를 거부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것이 기존의 문화적 패턴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성공적인 발명품들은 문화적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미국인들은 1940년대에 있었던 영양식 운동으로 아침식사 때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법을
배웠다. 이전에는 오렌지 주스가 아침식사로는 너무 시다고 마시지 않았는데 말이다. 무릎 의자가 미국
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대학원생들과 나는 의자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는
연구에 착수하였다. 1984년에 나는 1페이쥐짜리 질문지를 만들어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 73명에게
나눠 주었다. 그들의 절반은 산호세 스테이트 칼리지 학생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버클리에 있는 캘리
포니아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10년 후에 나는 다른 대학원생 집단을 대상으로도 이와 비슷한 조사를 하
였다. 모두 79명의 건축과 학생들에게 동일한 질문서를 배포하였음, 이번에는 모두 캘리포니아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두 번의 조사에서 학생들은 모두 동일한 무릎 의자에 앉아서 질문지에 대답을 썼다. 그
의자들은 평평한 받침대들이 있고, 조정할 수 있는 장치는 없는 싸구려 복제품들이었으며, 거기에 앉아
서 설문지를 작성하는 시간은 대략 5분에서 10분 사이였다. (값싼 복제품을 쓰면 노르웨이 밸런스 의자
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 곡선 흔들이가 달린 원래의 밸런스 의자에서는 움직임이라는 중요한 속성
이 있으나 복제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복제품을 사용한 것은 오로지 대퇴부와 척추 사이의
개방된 각도만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 무릎 의자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84년
에 73명의 응답자들 가운데서 3분의 1이 그 질문지를 작성하기 전에는 무릎 의자를 본 적이 없는 사람
들이었다. 그들은 그 의자에 앉는 방법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에 "예"라고 대답했다. 1994년
이 되자 무릎 의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8퍼센트로 줄어들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밸런스 의자(이제 일반적으로 "컴퓨터 의자"로 알고 있다0는 좀더
쉽게 수용될 수 있다. 1984년에 "이 의자가 어디에서 사용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단 다섯 명의 응답자(7퍼센트)만이 컴퓨터와 함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반면에 1994년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배로 뛰어 그렇게 대답한 사람이 18퍼센트에 달했다. 그러나 1984년에도 이 의자
는 주로 노동 환경과 연결되어 있었다. 응답자들 가운데 31명(42퍼센트)이 그 의자가 사무실에서 사용되
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12명(14퍼센트)만이 가정용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4년에 "이 의자를 산다면 어디에 가서 사겠는가?"라는 물음에 컴퓨터 상점(단
3명)이나 사무용품점(6명)으로 가겠다고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구점이나
백화점을 가겠다고 대답하였고, 놀랍게도 오늘날에도 그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대부분이 가구점
이나 백화점이라고 대답했으며, 소수(5명)만이 구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가구점이라고 명시하였다. 이
질문에 대한 인식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21명의 사람들이 사무용품점으로 가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의자와 사무실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서 더 높아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사실상 요즈음 사무용품점들은 이런저런 사무용 의자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상점들은
아직도 "컴퓨터"의자란 물건은 아예 취급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밸런스 의자가 아직도 가장 일반적으
로 가구의 한 부분, 특히 사무 가구로 인식되고 있으며, 설비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이것은 무릎 의자가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가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준들과 기대들
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구는 행동을 위한 사회적 상황과 기대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디에 어떤
가구가 있느냐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그 의자가 어디에 있어야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물
음은 그들이 그것을 어떤 가구로 생각하고 있느냐를 반영해준다. 1984년 조사에서 그 의자가 어떤 상황
에 적합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사무실인가, 침실인가, 식당인가, 거실인가 등. 그 결과의 일부
는 놀라운 것이었다.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 의자가 노동 환경에 적합하다고 대답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은 그 의자가 침실에 적합하다고 대답하였다. 왜 그랬을
까? 많은 학생들이 침실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의자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일까? 거실을 생각해보면 상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조사에서 거실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50대 50으로 나뉘었다. 식당에서는 그런 상반되는 경향은 사라지
고 분명히 적합하지 않다는 대답이 나왔다. 한 집안에서 격식을 갖춘 방들은 거기에 거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나 방문객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과 열망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공간이다. 식당은 네 가지 선
택사항들 가운데서 가장 격식을 갖춘 곳이며, 따라서 무릎 의자가 식당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한
것은 무릎 의자가 유용하기는 하지만 품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1994년에 이르러서는 실용성과 품위의 간격이 더 넓어졌다. 8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그 의자는 작
업 환경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반면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그 의자는 침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사교적인 환경에서는 그 의자를 원치 않았다. 3분의 2가 넘는
사람들은 그 의자가 거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4분의 2가 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의자를
식당에서는 원치 않는다고 응답했다. 분명히 이 의자를 어떻게 분류할 것이냐에 관하여 상반되는 경향
과 혼란은 해소되었다. 그래서 이제 그 의자는 '공리주의적'인 의자로 확실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 의자
의 목적에 대한 인식은 좁아졌으며, 사교나 여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것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 의자에 앉아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 의자를 언제 사용하겠느냐?"라는 질문
을 던졌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 공부할 때? 글을 쓸 때? TV를 볼 때? 악기를 연주할 때? 쉬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그림을 그릴 때? 컴퓨터에서 작업을 할 때? 먹을 때?"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 행동은
일과 관련된 것이었다. 컴퓨터에서 작업을 할 때가 86퍼센트였고, 글을 쓸 때가 72퍼센트,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릴 때가 둘 다 67퍼센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나, 쉬면서 이야기를
할 때나, TV를 볼 때는 그 의자를 피하고 싶어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확산으로 무릎 의자는 점점 더 일
과 관련되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 의자에 대한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1984년 조사는 그 의자의 사
용법에 대해서 훨씬 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행동들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개방되어 있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그 의자를 과제를 중심으로 한 행동들과 연결시키게 되
었다.
그 다음에는 소비자들이 그 의자가 그렇게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까닭을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의자가 왜 지금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4분의 3이 넘는 다수의
사람들은 그 의자는 그 나름대로 하나의 발명품이라기보다는 디자이너가 건강에 좋고 좀더 편안하게 할
목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그 의자에 앉아 편안한가?"라고 다시 물었다. 놀랍게도 거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55
명의 사람들이 편안하다고 응답했으며, 단지 16명만이 편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편안함에 관하여
다른 각도에서 다시 물어 보았다. "그 의자가 당신의 몸의 크기와 비율에 맞다고 생각하는가?" 이 물음
에 대한 응답은 압도적인 다수가 그 의자가 몸을 잘 받쳐 준다는 것이었다(63명이 예라고 대답했고, 8명
만이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너무나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 다른 각도에서 다시 물었다.
"몸이 그 의자와 접촉하는 부분 가운데서 불편한 데가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29명의 사람들이 "그
렇다"고 대답했다(두 번의 조사에서 모두 40퍼센트에 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의자는 몸무게를 정강이
로 전이시키도록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릎과 다리에 압박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바로 이것
이 만달이 무릎 의자보다는 걸터 앉는 의자를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무릎 의자는 남녀 성별로 볼 때 누구에게 더 적합할까? 80년대에 스칸디나비아에서 이 의자 광고를
만든 사람들은 밸런스 의자가 남녀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표현하기 위해서 "비상한 노력을 하였
다". 광고들은 그 의자를 남자들과 여자들이 사교적으로 함께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커피를 마시는
휴식시간이나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에 적합하다고 강조하였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당시에 대체로
남성들이었으나, 이제 컴퓨터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사용하고 있다. 만일 과거에 타이핑을 하는 일이 그
러했듯이 결국 컴퓨터가 기본적으로 여성의 일과 관련된 것으로 된다면, 무릎 의자도 여성들과 관련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응답자들 가운데 75퍼센트가 그 의자에 앉는 것이 편안하다고 하였고, 64퍼센트가 전에 사용해 본적
이 있다고 했지만, 그런 학생들도 그 의자를 사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의자의 가격이 문
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조사에서 표본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재력에 한계가 있고, 또 거처들이 임시적인
곳이기 때문에 가구를 사들일 만한 여건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다른 도구들을 사들인다.
이는 그들은 무릎 의자를 "도구"라기보다는 "가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그런 생각이
바뀐다면, 학생들은 그 무릎 의자를 사들일까?
밸런스 의자를 더 보급시킬 수 있는 전략은 그 의자를 컴퓨터 관련 가구 세트의 한 부분으로 규정하
는 것이다. 마케팅에 있어서는 그 의자를 아예 개인용 컴퓨터와 하나로 묶어서 파는 것과 포장하기 쉽
게 그 의자를 분해해서 파는 것이 핵심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오늘날의 광고를
하는 사람들과 소매상들은 그 의자를 컴퓨터 의자라고 강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등에 통증이 오고 반복적인 스트레스 증후군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균형 의자는 건강을 위해서 없어서
는 안 될 것으로 권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그 의자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이제 그 의자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실제로 그 의자를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해 본 사람들의 수는 아직 상당
히 적다. 하나의 발명품이 알려지기 위해서 직접적인 체험이 중요한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그 의자를 공
급하는 자들은 대학의 건축 설계 사무실이나 컴퓨터실 같은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그 의자를 제공하여
큰 시장을 개척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 의자의 원본은 휘어진 흔들이가 달려 있어 움직임과
연속적인 조정이 가능하며 인간 환경공학적으로 더 우수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값이 복제품보다
여덟 배 내지 열 배가 비싸다. 소매상들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진열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그 차이를 경
험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공공장소의 대기실 같은 곳에 선물로 그 의자를 증정하는 것도
비용에 비하여 큰 선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 의자를 보급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마도 지그프리드 기디온이 백 년 전
에 특허 가구의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바로 그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특허 가구는 너무나 공리
주의적인 것이고, 따라서 스타일과 이미지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수하고 실용적인 가구
들은 그 소유자의 태도, 선호도, 가치 등을 충분히 전달해 주지 못한다. 이 의자가 더 많이 받아들여지
기 위해서는 디자이너들과 판매상들은 나비 의자의 마케팅 역사를 더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
다. 그 의자는 신체적으로는 역기능적이었지만, 심리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는 자궁 같은 편안한 이미지
와 현대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무릎 의자의 독특한 모양을 과장하고 도 부분적으로
강조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불안을 표현하고, 또 일과 놀이, 방종과 억제, 일치와 반역과 같은
모더니즘 시대의 갈등들을 해소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다면
무릎 의자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다리가 척추와 직각을 이루지 않고 오히려 비스듬히 경사를 이룰 때
몸통의 앞과 뒤, 위와 아래의 근육이 가장 고르게 분산된다는 신체적 관찰에 근거한 것이다. 앉는 방식
이 개혁된 또 하나의 모습은 걸터앉기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걸터앉기 방식도 무릎 의자와 비슷한
생체역학적 장점들이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의자에 앉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무리를 최소화시키는 해
결 방법은 높은 걸상에 앉을 때 자연스럽게 취하게 되는 자세나 침대에 모로 누울 때 자연스럽게 나오
는 그런 자세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리 플럼 블레이드는 뉴욕시 쿠퍼 유니언에서 기계공학 교수를
지냈고, 앉는 행위의 문제를 연구한 인물로 의자에 앉는 것을 반대한 사람이다. 그녀는 만일 우리가 의
자에 앉을 수밖에 없다면 걸터 앉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우연의 일치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지
만, 척추와 다리가 135도를 유지하는 것은 무술에서도 가장 큰 힘과 유연성을 얻기 위한 자세라고 한다.
"기마 자세"라고 불리우는 이 자세는 적에게는 공격해 들어오기 어렵고, 동시에 본인에게는 어떤 방향으
로도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이다. F.M. 알렉산더는 그 자세를 "역학적 장점을 지난 자
세"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렇게 척추와 다리가 135도를 유지하는 자세가 사람이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닐 때 취하게 되는 자세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흥미를 느꼈다. 이런 "중간적" 자세의 편안함에는
힘과 기동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살펴보면 다시 한 번 그 자세가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세가 훌륭하다고 하는 통찰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서양 역사에서 훨씬 더 오래되
었다. 때때로 가구 역사가들은 중세 교회들의 성가대석들이 이 걸터앉는 의자의 선구라고도 한다. 그러
나 그들은 핵심적인 특징인 '미저리코드 misericord'(교회 성가대석 접의자 아래에 달아 놓은 돌출된 가
로대를 말하며, 좌석을 접어 올리면 서 있는 동안에 엉덩이를 걸쳐 몸을 기댈 수 있게 되어 있다)의 진
정한 중요성을 과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장치는 성가대원이 앉는 것과 서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성가대원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때에는 경첩 위에 있는 좌석을 낮추어
전통적인 방식으로 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통상 장시간 동안 서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그렇다
고 의자에 앉으면 폐 기능이 떨어져 노래를 잘 부를 수가 없다. 그래서 좌석 아래쪽에 한 사람 좌골만
겨우 얹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돌출부를 만들어 놓았다. 좌석을 접어 올리면, 성가대원은 이 작은
좌석에 걸터앉을 수 있었다. 걸터 앉으면 폐와 몸통이 충분히 확장된 채로 그대로 있기 때문에, 다리를
쉬면서 노래도 잘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라틴어의 '미제리코르디아'라는 말은 "마음으로부터의 동정"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종교의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특수한 좌석을 마련해 줌으로써 성가대
의 신체적 편안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했던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을 타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다리가 척추로부터 많이 떨어지게 되어 골
반이 펼쳐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달은 다른 의사들, 물리 치료사들,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들과 마찬
가지로 등이나 허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법으로서 안장을 권장한다. 일부 물리 치료사들은
승마의 동작뿐만 아니라 생체 역학을 자극하기 위해서 커다란 공을 사용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
신의 물리 치료사인 메리 F. 게일은 '뱀버치 안장 좌석 Bambach Saddle Seat'을 고안하였다. 또 뉴욕시
에 있는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 준 에크만은 '기구 의자 Pneumatic Ball Chair'를 고안하여 특허를 얻었
다. 그리고 피터 옵스빅은 '카피스코 Capisco'라고 불리우는 안장 의자를 디자인하였으며, 이 의자는
HAG에서 생산되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 의자가 가장 훌륭한 인간 환경 공학적 의자이다. 좌석이
앞으로 경사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정 형태로 되어 있어 착석자의 다래가 아래로 축 늘어트릴 수
있다. 좌석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다만 다리와 척추 사이의 각도가 90도가 넘
도록 다리를 척추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걸터앉는 자세는 척추와 다리 사이의 각도가 말을 타는 자세와 비슷하기 때문에, 몇몇 전문가들은 걸
터앉는 의자를 합리적인 복사품으로 추천한다. 만달 박사는 어린 아이들이 말을 탔을 때 다리와 척추의
각도를 만들어 주는 좌석을 학교에서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추론하기를 의자에 앉는 것은 등
에 무리가 가고, 서는 것은 다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그 중간 자세인 걸터앉는 자세가 양 극단의 고
통을 덜어준다고 한다. 그는 좌석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고, 전통적인 의자(좌석높이가 43-46센티미터)보
다 더 높은 학교 의자들을 디자인하였다. 그래서 그 의자에 앉게 되면 다리는 척추로부터 멀리 떨어지
게 되지만 발은 여전히 바닥에 평평하게 닿게 된다. (그는 키가 아주 큰 학생들은 특히 걸터앉는 의자가
좋다고 권한다. 그런 학생들은 전통적인 높이의 의자나 책상들로 가장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
다.) 만달의 의자는 앉는 것과 서는 것의 중간 자세를 위하게 되는 것으로서 균형의자에 앉을 경우처럼
발이나 발목을 무릎 받침대 뒤쪽으로 들여보낼 필요가 없다. 만달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의 의자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무릎 의자에 앉을 때처럼 의자에 갇혀 있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
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릎 의자에 앉은 자세를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발을 의자 안쪽으로
밀어넣게 되면 의자에서 빨리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나가서 알렉산더 테크닉의 관점에서 보자
면, 우리 몸무게를 발을 통하여 느끼는 것은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행동을 함에 있어서 뇌에까지 다다를
필요 없이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반사 작용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경사진 걸터앉는 의자
에 앉으면 키가 작은 사람이라도 대퇴부에 압박을 느끼지 않으며, 다리를 바닥에 평평하게 댈 수 있다
는 사실에 주목했다. 무릎 의자에 비하여 걸터앉는 의자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착석자가 무릎을 받치
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압박의 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직업적인 물리 치료사들은 그들이 물리 치료를 할 때에 걸터앉는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세가 치료자의 등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만 하
더라도 두 사람의 미국인들이 앞으로 경사진 좌석이 달려있는 사무용 의자들을 디자인하여 시장에 내놓
았다. 그 좌석은 몸을 자연스럽게 무중력 상태로 받쳐주는 것으로서 나는 그 자세를 걸터앉기라고 부른
다. 인간 환경공학자 제롬 콩글턴은 '포스 의자 Pos chair'라는 것을 생산하였고, 신경학자 스티픈 브룩
스 박사는 텍사스에 있는 제조업체인 보디빌트와 공동 작업을 하였다. 또 다른 미국 제조업체는 앉기,
서기 걸상을 개발하였으며, 이 걸상은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할 수 없는 조립라인의 노동자들이나 계산대
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목표로 한 것이다. 좌석이 회전하도록 되어 잇는 걸터앉는 의자를 개발한 캘리
포니아의 의자 디자이너는 자신의 의자를 '연속, 균형 의자 continuous balance chair'라고 부른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인 저스틴 아이언스는 흔들거리는 앞으로 기울어진 좌석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움직
일 수 있는 좌석이 없을지라도 걸터앉는 것은 전통적인 수직 앉기보다는 어쨌든 우수한 것이다(만일 걸
터앉는 게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좌석의 경사를 뒤로 하지 말고 앞으로 하는 게 좋다).
걸터앉는 의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작업대를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좌석의 높이
를 조절하듯이 작업대 높이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만, 대부분의 사무실들은 그런 유동
성을 수용하기가 아직은 곤란하다. 에론 의자는 바로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의자는 앞으로 기울
어진 착석의 장점을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표준 책상이나 의자 높이를 가지고 그렇게 하려고 하기 때
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걸터앉기 의자를 만들어낼 수 없다.(나는 에론 의자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을 발
견하였다. 등받이가 지나치게 이동식으로 되어 있어, 허리 받침은 조정할 수는 있지만 엉덩이를 위한 공
간을 비우기 위해서 등받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도록 되어 있다.) 이와는 달리 만달의 높은 좌석들
은 표준 테이블이나 책상 표면 높이인 60-68센티미터보다 더 높은 책상이나 탁자여야 한다. 그래서 그
는 책상의 높이를 올렸고, 그 표면을 착석자가 있는 쪽으로 경사지게 하였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물리적
이고 문화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며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의 학교들은 이런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
려 노력했다.
옵스빅은 무릎 의자에 대한 비판에 응답하여 세 가지 자세를 가능하게 하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균형
의자(그래비티 Gravity)를 만들어냈다. 이 의자는 좌석을 앞으로 흔들 수도 있고 균형 의자 무릎 자세로
발을 무릎 뒤로 밀어 넣어서 앉을 수도 있다. 게다가 전통적인 수직 앉기 방식으로 발을 땅에다 댈 수
도 있다. 더욱이 이 의자는 흔들의자이기 때문에 등을 흔들이 위에 얹고 흔들면서 발을 뻗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기대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옵스빅은 움직임의 원리를 계속 발전시켜서 그
원리들을 그의 개인용 의자들, 즉 일련의 좌석군들을 만들어냈는데, 최근에는 두 가지 유형의 식당 의자
들을 만들었다. 그 의자는 전통적인 앉기 방식을 할 수도 있고, 수정된 걸터앉기도 할 수 있다. "악툴룸
Actulum"이라는 의자는 수정된 흔들의자로서 평평한 자세와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 두 가지만 취할 수
있다. "플라이싯 Flysit"이라는 의자는 스프링 장치를 사용하며, 고전적인 수직 앉기, 등받이에 기대 앉
기, 그리고 수정된 자세로 앞으로 걸터앉기의 세 가지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다. 이 수정된 자세에서는
무릎이 본질적으로 고관절보다 낮지만, 앉는 것과 서는 것의 중간 자세는 절대 아니다.

누워서 일할 수 있는 의자
걸터앉는 자세가 앉는 것과 서는 것의 중간이라면, 기대어 앉는 것은 앉는 것과 눕는 것의 중간이다.
사실상 기대어 앉는 것과 걸터앉는 것을 공중에서 각도만 달리했을 뿐 똑같이 유익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기대어 앉는 침대식 의자의 장점은 다른 등받이와 마찬가지로 척추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의자는 목과 머리의 부담도 덜어준다. 그렇지 않으면 목과 머리는 백조처럼 꺽인 모
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반쯤 기대서 앉는 좌석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반대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
람들은 그런 식으로 앉아서 운전을 한다.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는 키보드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가? 핀란드, 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리콘 밸리, 그리고 다른 곳에 있는 진보적인 사무실들에서는 침대식
의자를 설치하고 그 의자에 맞추어 컴퓨터 모니터의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는
최근에 그런 설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
최근에 중립적 자세에 관한 NASA의 자료를 보고 한 공학자가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그 의자는 무릎
의 높이를 가슴 높이까지 닿게 해서 모든 근육들을 "생체역학적 균형 상태"로 만들어준다. 이름이야 어
떻든 이것은 일종의 기대어 앉는 침대식 의자이다. 과학 기술 저널리스트인 에드워드 텐너는 눕는 자동
차, 트럭 운전석, 비행기 제어장치,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따위를 상상하도록 도움을 준 인물로, 침대식
의자가 "기대어 눕는 것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용되게 될 것이라고 생
각하고 있다. 이런 편견이 문제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악취미 백과사전 The Encyclopedia of Bad
Taste"의 저자들은 이렇게 쓰고 있다. "에티켓은 정중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똑바로 앉아
있으라고 가르친다. 거실에서 등을 바닥에 대고 눕는 것이나, 다리를 다른 사람이 잇는 방향으로 들어올
리는 것은 병약자나 아기들이나 하는 자세이다." 바로 이런 사회적 편견을 우리는 뜯어 고쳐야만 한다.
모더니스트의 관점에서 볼 때, 아마도 가장 좋은 기대는 의자는 4장에서 논의한 1928년에 만들어진
코르뷔지에와 샬로트 페리앙의 침대식 의자일 것이다. 요즘도 등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등에 문제가 있
는 사람들에게 그 의자를 권하고 싶다. 심신 치료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의자를 추천할 만한 훌륭한
이유들이 있다. 침대식 의자는 평평하며, 흉곽만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어깨, 목, 머리를 포함하여 등
전체를 받쳐준다. 하지만 둥근 원통형으로 되어 있는 목 받침은 너무나 두꺼워서 속을 빼내 각자에게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1947년에 디자이너인 바르톨루치와 발트하임은 '바르바 의자 Barwa chair'라
고 하는 또 하나의 침대식 의자를 내놓았다. 그것은 1893년에 병약자용으로 만들어진 기대는 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오늘날 대중 시장을 겨냥하여 의자를 만드는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전에는
저속하다고 비웃었던 라 지 보이 시장을 뚫고 들어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일본 디자
이너 토시유키 키타는 "윙크 wink"라는 움직이는 의자를 만들었는데, 그 의자는 펼치면 침대식 의자가
된다. 1981년에 뉴욕 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선정된 그 의자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둥그런 모양, 화사
한 색상, 천연 피륙들, 미키마우스처럼 생긴 귀 등), 그러나 그 의자는 너무나 오목하여 코르뷔지에와 페
리앙의 침대식 의자를 능가하지는 못했다. 이 기대는 의자를 완전히 다르게 변형하여 만든 스칸디나비
아식 기대는 의자는 배를 깔고 엎드려서 머리를 받친 채 얼굴로는 열린 공간을 통해서 바닥에 있는 책
을 읽을 수도 있다. 생리적으로 말하자면 이 자세는 분명히 등을 대고 눕는 것보다는 스트레스가 많으
나, 다양한 자세를 취하거나 독서할 때는 아주 유용할 수도 있다.

흔들의자
1997년에 나온 은퇴 후 노후 설계를 위한 한 광고에서 65세면 아직 흔들의자로 물러날 대가 아니라
활동할 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흔들의자가 활동하지 않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딱
한 일이다. 왜냐하면 흔들의자에 앉는 것은 보다 활동적인 의자 앉기 방식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심
신 치료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흔들의자의 주요 장점은 발목, 무릎, 고관절와를 직접 움직이게 해주면,
머리-목 관절과 척추 전체를 미약하게나마 직접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준다. 게다가 흔들의자는 대개 등
받이가 높기 때문에 어깨, 목, 머리를 적절하게 받쳐 준다. 좌석의 높이는 위로나 아래로 조정되지 않지
만 좌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근감각적으로 내적인 조정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흔들의자가 편안함의 예증의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편안함은 몸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몸이 휘거나 졸음이 올 정도로 기운이 빠지게 만들지는 않는 정도의 편안함인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 흔들의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역사가 데이비드 행크스는 1774년 흔들의자가 도입되었을
때 당시 모든 의자들 가운데 가장 편안한 의자였다고 말했다. 지금도 편안하기는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구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자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흔들의자는 디자인 상을 받을 정도로 새로운 양
식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1984년에 바르셀로나의 카를로스 리아트가 디자인한 놀 인터내셔날 Knoll
International 흔들의자는 "뛰어난 창의적인 성취도와 전체적인 환경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면 로스코 상
을 받았다.
아마도 이 흔들의자 역시 움직임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게 장치가 된 마사지 의자들
을 사기 위해 돈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의자들은 대개 몸을 생각한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진동은 몸을 피곤하게 만들며, 또 어떤 경우에는 직업과 연관되어 위험할 수도 있다.
의자의 개혁에는 한계 있다. 그 어떤 의자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인간이 취하는 어떤 자세도 완벽
한 것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피터 옵스빅은 이에 대하여 회의적으로 말한다. "가장 좋은 자세는 항
상 그 다음 자세이다." 움직임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면 우리는 개개의 품들을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설계
의 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제 우리의 방은(물건들, 가구, 바닥과 벽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단일한 품목들 못지 않게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6장 인간을 위한 의자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하게 앉는 방식들을 생각해
야 할뿐더러 눕고 서는 자세를 포함한 생활 중의 여러 자세를 통합시키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이 이
야기는 바로 디자이너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를 해야 한
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가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용할 뿐이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서 자세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 만일 사람들에게 눕고, 일어서고, 쪼그리고 앉거나, 또는 기어다닐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준다
면, 누구나가 그런 자세들을 정상적인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집에서는 의자보다 딱딱한 바닥이 좋다
공공 기관들에서 문화적 태도와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야 하며 오랜 시간이 걸
린다. 이와는 달린 개인의 가정 환경을 바꾸는 일은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우
리의 가정을 바꾸는 일도 어려운 과제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듯이 보고 있
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스스로 다르게 살아보고자 한다는 것을 우리 자신과 함
께 사는 식구들에게만 납득시키면 된다. (만일 가정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면 당신은 자세에 대한 이런
태도를 보다 공공적인 장소로 퍼트려나가야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도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자 한다.
'자율적 앉기와 걸터앉기를 실천해 보자.' 자세를 개선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한
가지는 등받이 없이 앉는 자세를 실천하는 것이다. 루도프스키는 이것을 '자율적인 앉기 autonomous
seating"라고 불렀다. 의자를 멀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는 걸상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등받이에 기대면 내 몸이 약해진다는 것을 일단 깨닫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의자보다 걸상에 더 많
이 걸터앉기 시작했다. 걸상은 전통적인 의자 높이와 같다. 이는 그 걸상은 기존의 탁자들과 책상들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통적인 높이의 탁자들을 계속 사용하면 걸상도 의
자와 마찬가지로 등을 굽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걸상에 앉으면 등과 배의 근육
들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
나는 걸상이라는 것을 의자에 앉는 관습이 크게 쇠퇴해가는 첫 단계에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생각한
다. 바꾸어 말하자면 걸상은 의자 의존성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첫 단계의 실천인 셈이다. 걸상앉기는
중간적 자세이다. 왜냐하면 걸상 앉기는 의자 앉기와 연관된 모든 유해사항들을 다 가지진 않았지만, 그
래도 여전히 해롭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착석자는 근육조직을 재구축해 주는 자율적인
앉기를 실습하게 되며, 등을 기댈 수 없다는 장점 때문에 등이 쉽사리 C자형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걸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긴장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땐 더 높은 걸상을 쓰면 자연스럽게 걸터앉는 자세가 된다. 내가 쓰리쿼터 높이 걸상
이라고 부르는 것, 구체적으로 말해서 높이가 60-66센티미터 되는 걸상에 앉으면 걸터앉는 자세에 가깝
다. 그러나 43-46센티미터 정도 되는 전통적인 높이의 걸상은 자율적 앉기를 하게 하기에 효용성도 무
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밸런스 의자를 병행해서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밸런스 의자는 등받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대퇴부와 척추 사이의 각도를 90도가 훨씬 넘게 벌려 주기 때문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이
런 자세는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해준다. 척추의 앞과 뒤, 위와 아래의 근육들이 골고루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의자를 단순한 지지물이 아니라 건강 훈련 장치들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가구 판매상들은 시장에서 밸런스 의자를 그렇게 자리매김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렸다.
식탁에서 자율적 앉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나는 몇 가지 착석 가구들을 결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양쪽
측면으로는 43-46센티미터 높이의 걸상들을 놓고, 한쪽 끝에는 등받이가 달린 전통적인 의자를 하나 놓
고, 맞은편에는 내가 앉을 밸런스 의자를 갖다 놓았다. 겉으로 보면 다소 "혼합되어 있고 또 어울리기
도" 했지만, 양식적으로 보자면 식탁을 둘러서 있는 의자들은 앉을 사람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
어 그들의 인격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괜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런 의자
배열을 예술적으로 포스트 모던한 스타일로 정당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은 의상에 어울
리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시대에 뒤떨어진 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걸터앉기의 장점을 경험한 곳은 부엌에서였다. 나는 부엌의 높이가 60센티미터 가량
되는 걸상들과 90센티미터 가량 되는 작업대를 설치하였다. 여러 해 동안 나는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좋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다. 결국 나는 걸터앉는 것과 또 작업대 표면을 적절하
게 높여 주는 방식에서 오는 생체역학적 장점들을 알게 되었다(작업대 높이는 팔꿈치 바로 아래까지 오
게 하였다). 부엌의 식대, 그리고 카운터 등에서 높은 걸상에 걸터앉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되어 새롭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앉으면 좋다고 권하고 있다.
"눕는 것, 서는 것, 쪼그리고 앉는 것, 기는 것 등과 같은 다양한 자세를 취하라.' 1984년에 이루어진
허리통증에 대한 한 연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장 흔한 압박 요인은 등을 구부리는 것이다. 구부리
는 자세는 통증을 65퍼센트나 증가시킨다. 그 다음으로 의자에 앉는 것은 통증을 30퍼센트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허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초점을 맞추어보자. 눕는 것은 허리통의 52-54퍼센트를, 그리고 걷
는 것은 34-39퍼센트를 경감시켜 주었다.
먼저 눕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사람은 바닥에서부터 천장에 이르기까지
선반과 같이 평평한 받침대만 있으면 어디든지 누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공간에서 의자가 주류를 이
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누울 만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 대신 사람들은 대부
분 가정에서는 사실상 침대와 같다고 할 수 있는 소파를 그런 식으로 쓴다. 불행스럽게도 몸이 푹신한
소파에 파묻히면, 우리 몸의 내부기관들은 문자 그대로 "소파 감자 couch potato"처럼 된다. 우리 몸의
내부기관들은 서로 구분할 수 없는 덩어리처럼 무너져 뭉쳐지는 것이다. 그렇게 소파에 파묻히지 말고
누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휴식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 피곤해지면, 걸상이나 벤치에 앉아서 어떻게 쉴 수 있는가? 지
쳐서 척추를 휘도록 만들지 말고 아예 '건설적인 휴식 자세'로 누워서 쉬도록 하라.
여기에 그 방법을 소개한다. 척추가 쭉 펴지고 흉곽이 활짝 열리도록 단단한 바닥에 눕는다. 바닥 표
면은 몸이 파묻히지 않을 만큼 단단해야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시중에서 파는 침대보다 더 딱딱해야
한다. 곡선이 있는 바닥은 피하도록 한다. 동시에 무릎을 세운다. 이 자세는 허리를 풀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허리의 긴장이 풀리게 된다. 팔꿈치를 구부려 양손을 상복부에 얹는다. 이렇게 하면 어깨가
뒤로 기울게 되고, 어깨, 팔꿈치, 손목의 관절들이 열리게 된다.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들은 머리가 척추
보다 약간 위로 올라올 정도로 책 한 권 정도를 받치는 것이 좋다고 하고, 다른 데서는 목의 곡선을 조
성해 주기 위해서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도 어떤 사람들은 아무 것도 받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휴식 자세는 하루에 15분 정도 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몸이 피곤해서 등이 휘게되
면 더 많이 해도 무방하다.
이런 휴식 자세가 디자인을 위해서 참고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휴식 자세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침대나 소파가 아니라 단단한 바닥이 좋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카펫이 깔린 마룻바닥 같이
단단한 표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룻바닥은 너무 딱딱할 수도 있다. 바닥에서 방사열이 나오
도록 만드는 것은 새로운 건축이나 대대적인 개조를 위해서 디자인이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대
부분의 경우에는 누울 수 있는 약간 높은 기단(platform)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단은 명상실과 같은 특별한 장소에 만들어 놓을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집에서 사교나 일
의 흐름을 떠나서 혼자만 있는다는 건 병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오
히려 그런 기단들을 거실, 식당, 서재, 가족실, 또는 TV를 보는 방 등에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상적인 생활의 흐름을 깨고 혼자 있는 곳이 아니라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면 어디든 좋을 것이다.
우리는 편안하게 누울 수 있으면서도 다른 공간과 산뜻하게 어울릴 수 있는 바닥을 필요로 한다. 이
럴 경우에 기단이나 벤치같은 데가 특히 유용하다. 첫째, 그런 것들은 다양한 자세로 앉게 해준다. 더욱
이 그것들은 산뜻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카펫을 깔 수도 있다. 마룻바닥과 기단 사이의 시각적인
연속성은 바닥과 기단에 모두 같은 색상의 카펫을 깔아서 만들어낼 수 있다. 포스트모던한 대비를 만들
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20세기 초, 고급 디자이너들인 에일린 그레이와 아돌프 루스는 홈 인
테리어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기단과 수직 평면을 이용했다. 에일린 그레이는 감각적인 표면
의 간결한 평면으로 유명하다. 벽과 스크린, 마루와 침대는 공단, 가죽, 모피, 수공이 많이 들어가는 일본
식 옻칠 등으로 마무리하였다. 오스트리아의 아돌프 루스 또한 이러한 평면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그 평
면들은 대개 계단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한 방 안에서 교차하는 질량감을 만들어낸다.
벤치는 기본적으로 좁은 기단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좁아서 침대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거기
에 누워서 5분 내지 15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그 휴식이야말로 척추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것
이다. 이 휴식의 기본적인 발상은 우리가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점점 지치면서 점점 휘게 되는 허리를
단 몇 분 누워서 쉼으로써 등을 굽히고자 하는 일에의 욕망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벤치의 디자
인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만일 벤치가 좁으면 팔과 어깨를 제대로 받쳐 주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
면 누워서 오랫동안 있을 수가 없다. 나도 사무실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나는
누워서 쉬기 위해서 폭이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벤치를 설치하였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나는 그 벤치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내가 혼자 벤치에 앉아서 등을 기대고 싶을 때면,
내 허벅지 길이에 비해서 벤치가 너무 깊기 때문에 두툼한 발포수지 덩어리를 등받이로 사용해야 한다.

마룻바닥과 온돌 예찬
물론 바닥에 눕는 것이 항상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외풍이 들어온다거나 바닥이 더러울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몇몇 상황에서는 눕는 것이 큰 쓸모가 있다. 만일 어린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 눕
게 되면 당신은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환경을 같이 경험해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은 실내 온도를 조
절할 수도 있고 위험하고 날카로운 물건들을 치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고려하면 바닥에
서 생활하는게 훨씬 낫다. 심리학자 아놀드 게젤은 마룻바닥을 "건강한 아이들의 운동장"이라고 불렀다.
기어 다니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성인들에게도 좋은 운동이며, 또한 인체가 움직일 때 취하도록 되어
있는 이상적인 움직임 방식들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경과 근육의 온전
한 잠재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가능한 한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움직여 줘야 한다.
성인들도 연인들이 되었을 때의 경우처럼 퇴행을 하는 경우에는 기꺼이 공공장소에서도 누우려고 한
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같은 사회적인 통찰력이 있는 사진
가들이 기록하였다. 일본의 다다미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모두 활동할 수 있는 탄력과 질감을 제공해
준다. 만일 마룻바닥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환경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우리는 무릎이 바닥에 닿아도
편안하도록 바닥 표면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때때로 마룻바닥에서, 혹은 바닥에
가깝게 일을 하려면 깔개나 매트를 사용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바닥의 활동이 북부의 추운 기후조
건에서는 바닥아래에다 난방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
가 미국 중서부에 유소니언 하우스를 지으면서 타일 바닥 아래에 난방 장치를 도입했던 것과 마찬가지
의 방식인 것이다.
미국 선 운동 지도자로 가장 잘 알려진 앨런 와츠는 문화와 인체와 홈 인테리어와의 관계를 철저히
재검토하였다. 그에게는 바닥에 단순히 깔개를 까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
다.
나는 가구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두툼하게 속을 넣은 안락의자나 소파도 없다. 침대도 없다.
나는 깔개들만 사용한다. 머리판에 유리구슬을 박아 넣은 침대라든가 그와 비슷한 모든 것들은 나를 우
울하게 만드는 취침 시스템이다. 우리 집에는 침실도 없다. 나는 항상 거실, 또는 서재의 깔개
위에 쓰러져서 자며, 보통 멕시코산 담요 한 장만 덮고 잔다. 침실 같은 것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공간
의 낭비이다. 나는 의자라는 것은 수술용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의자들은 땅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꼴사납게 올라앉는 횃대와도 같은 것이다.
건축물의 표면은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유리되는 과정이었으며, 따라서 가구 또한 그
도구로 쓰였으며, 사람들은 땅과 분리되어 왔다. 땅으로 되돌아가는 한 가지 방법은 사람들이 서로간의
접촉을 회복하는 것이다. 접촉의 치료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만일 집이라는 것이 감각의 안식처, 회복과 균형의장소로 설계한 것이라면, 우리는 사람들(가족이든
친구들이든)이 서로의 앞에 누워서 치료적인 방식으로 접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는 휴식자세를 위해서는 어느 방향에서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한 사
람은 누워 있고 다른 사람은 누워서 쉬고 있는 사람의 머리를 만져 줄 수도 있고, 발을 맛사지해 줄수
도 있으며, 어느쪽이든 어깨나 팔이나 다리를 들어올릴수도 있다. 눕기 위한 이런 표면들은 벽에서 떨어
진 곳에, 또는 공간이 허락하는 한에는 방 한가운데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마룻바닥이 따뜻하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러나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는 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탁자
높이가 아닌 바닥에서 서로 접촉한다는 게 우리 서양인들에게는 아직 어렵다. 마룻바닥은 사교를 위한
무대로서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다. 신체적인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폭넓은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을 서로 몸을 맞대고 앉도록 격려했던 1960년대에 나온 "대화 둥지
conversation pit"와 같은 인테리어들이 이런 종류의 교제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미지들은
현대사회의 특징이 되고 있는 이른바 기능의 엄격한 분리에 도전하는 것이다.
마룻바닥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는 것이 성숙의 표시라 여기고 있
다. 확실히 학생들이 대학에 갈 나이가 되면, 고전적인 수직 앉기 자세에 익숙할 만큼 잘 사회화되어 있
다. 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아직도 우스터 홀 음악실에서 카펫이 깔린 바닥에 앉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선택의 여지를 주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저항감을 경험한 일이 있다. 다른 사람사
람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내가 대학에 다닐 때에 사람들이 내가 바닥에 눕거나 기어 다니는 것을 보았
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하여 가끔은 당혹스러웠던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또한 의자에 앉는
것을 떠나서 움직이는 것은 신체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며, 그 의미를 실제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유명한 모더니스트 건축가인 피터 Peter Smithson은 최근에 버클
리를 방문하고 그 의미들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디자이너들은 바닥이 생활과 일을 위한
표면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적절하고 밝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욕실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눕는 것이 편해야 한다.
미국의 욕조들은 대부분 눕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드는가? 욕조의 크기와 모양은 목욕을 하는 동안 등
을 구부리도록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 특히 키가 큰 사람들은 목욕보다는 샤워를 더 좋아
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욕조에 기대서 앉으려고 하면 가장자리가 불편하여 머리와 목을 부딪
히게 된다. 왜 욕조는 척추를 완전히 펴서 물 위에 띄울 수 있도록 평평하지 않은가? 정교하고 값비싼
소용돌이 욕조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바람을 넣어 부풀려 사용하는 튜브 베개들은 목욕을
할 때 몸을 생각하여 사용할 수 있는 용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욕실 체계는 쉽게 혁명을 일으
킬 수 있는 분야이다.
서양 사람들은 다른 나라들, 특히 산업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나라들이나 제 3세계 국가들에서 온 사
람들이 쪼그려 앉는 것을 보고 종종 충격을 받는다. 서양인들은 다른 일반적인 좋은 자세들과 함께 그
런 능력을 상실하였다. 서양인들이 그런 능력을 잃어버린 정도는 그 부모의 자세라든가 움직임, 또는 성
별에 따라서, 그리고 복합적인 여러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다. 특히 미국 문화에서 남성들
(야구 캐처를 제외하고)은 쪼그리고 앉을 수 있는 능력을 빠르게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런 능력은 연습을
통해서 금세 회복할 수 있다. (쪼그려 앉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굳은 엉덩이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발꿈치 밑에 뭔가를 받치고 연습하면 된다.)
쪼그리고 앉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자세는 우리들 사이에서 흔히 있듯이 척추가 물음표
모양으로 무너지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그 자세는 척추를 상쾌하게 펴 주며 고관절을 열어 주고,
허리를 넓게 해주며, 발목과 발을 활기차게 해준다. 그 자세는 다른 문화들에서는 기다리고, 음식을 먹
을 때 편안하게 취하는 자세이다. 그 자세는 또한 출산과 배설을 위해서 해부학적으로 좋은 자세이며,
따라서 산업화되지 않은 많은 문화들에서는 그런 자세를 아직도 많이 한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
는 디자인적인 의미는 "이탈리아식" 또는 "터키식" 변기를 채택하는 것이다. 일부 이주민들이나 해외에
서 온 방문객들은 서양의 의자식 변기 위에 쪼그리고 앉기 위해서 널판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다양한 자세들이 움직임을 위한 디자인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만달의 걸터앉는 의자는
앞으로 기대고, 뒤로 기대고, 서는 자세들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움직임을 유도해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여러 가지 모양의 가구들을 설치해 놓고, 그 가구들 사이에 하나의 연속된 동작선을 만들어 두는 것이
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하나의 고정적인 자세에서 다른 자세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
리는 서로 다른 근육들을 단련시키고, 다양한 신체의 유동체들을 움직이며, 다른 뼈들을 긴장시키고, 다
른 내부 기관들과 근막들을 단련시킬 수 있다. 가정에서는 간단하게 만든 이런 다양한 가구세트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저녁식사 전에 마시는 음료수는 테라스에서 마시고, 그 다음에 식탁에 가
서 앉는다. 그러면 여주인이 후식이나 커피를 거실로 옮겨서 마시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몸을 구부리는 일을 할 대는 역학적 장점을 지닌 자세를 사용하자.' 우리는 몸을 구부려야 할 때 어
떻게 구부려야 올바르게 구부리는 것인가는 그렇게 분명치가 않다. 우리는 대부분 척추의 해부학에 대
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허리는 구부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상 허리를 구
부리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아주 해롭다.
허리는 경첩이 아니다. 몸을 구부려서 일을 해야 할 때는 허리를 구부리는 대신 무릎, 발목, 고관절을
굽히는 게 좋다. 역학적으로 유익한 자세란 척추 전체를 하나의 단일한 단위로 유지하는 자세이다. 이런
자세를 취하게 되면 척추는 올록하고 볼록한 이중적 곡선들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런 자세는 걸터
앉는 것과 매우 비슷하며, 걸터앉는 자세와 비교할 때 앉아 있지 않다는 사실만 다를 뿐이며, 오히려 서
서 무언가를 잡거나 보려고 앞으로 몸을 기울인 자세가 된다. 이 자세는 몸이 외계의 무중력 상태에서
취하게 되는 중립적인 자세이다(무술에서는 "기마 자세"라고 하며, 알렉산더 테크닉 연구자들은 "원숭이
자세"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런 자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앞으로 굽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
다. 이 말은 곧 부엌 싱크대나 욕실의 세면대나, 다른 작업 표면들 아래에는 무릎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임시적인 개조 조치로 우리는 싱크대 아래에 붙어 있는 찬장문을 떼어낼 수도 있
을 것이다.
'읽기와 쓰기를 할 때는 스탠드를 사용하라.' 눈은 우리의 인식 능력을 연장시키면서 상체의 구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마치 발이 다리와 골반의 신체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같다. 독
서대와 필기대는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독서대는 책을 눈높이로 올려 준다.
이는 읽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목과 맨 위 척추골 사이 관절의 스트레스를 피
하기 위한 것이다(맨 위 척추골을 '아틀라스"라고 한다.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중요하
다). 일반적으로 평평한 곳에 자료를 놓고 읽게 되면, 우리는 고개를 앞으로 숙여야 하며, 척추 맨 위의
관절은 그런 자세를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한다. 거기다 목 전체를 앞으로 내밀고 글을 읽게 된다. 그런
자세는 흉곽의 앞 부분을 압박하며 척추를 휘게 만든다. 더욱 더 나쁜 것은 노트북 컴퓨터를 무릎 위에
놓고 사용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여야 하며, 그렇게 되면 척추는 건강한 S자 모양
을 잃어버리고 C자 모양으로 된다. 그렇게 몸을 앞으로 구부린 상태로 필기를 하고 키보드 작업을 하는
것은 몸을 망가Em리는 지름길이다. 미국의 마사지 요법사인 벨라 우버트는 걸상에 앉는 것의 역학에
대해서 석사논문을 쓴 사람으로 등 윗부분의 통증을 막기 위해서는 경사진 책상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적절하게 경사진 작업 표면은 디자이너, 제조업체 판매상, 사용자가 의자와 책상, 탁자나 스탠드를 서
로 연관시켜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작업대 표면의 높이는 좌석 표면의 높이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경사진 작업대를 때에는 처음부터 거기에 적합한 의자를 함께 사야 한다. 그러나 곧바로 이런
개선을 실천하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탁자에 책을 몇 권 올려놓고 거기에 독서대를 설치하는 식으로
높이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쓸 때 경사진 작업대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거실 의자에 앉
아서 즐겁게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아무 데나 세울 수 있는 독서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을 손으로 들고 읽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쉽게 피곤해지며, 그렇게 되면 팔꿈치를
안락의자 팔걸이에 걸치고 싶을 것이고, 그러면 책이 낮아져서 당신의 목과 척추 상부는 어쩔 수 없이
또 앞으로 구부러지게 된다.
만일 우리가 집에서 다양한 자세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가정이 보다 감각적이고 관능적이고 회복적인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할 수 있는 특수한 방 이야기를 앞서 꺼냈다. 그 방은
체육관과 명상실 중간쯤 되는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집 '전체'를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재구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다양한 행동들
은 효과를 나타내려면 지속적이고 규칙적으로 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안 전체를 창조적인 편안한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몇 가지 함축적인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 가
장 중요한 의미는 단순한 신체적인 변화를 넘어서 가정을 신분 표현의 공간으로 파악하는 관념에 도전
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육 수준, 취향, 사회적 지위, 그리고 그들이 여행을 다녀온 장
소들을 과시하기 위해서 집을 장식한다. 가정은 재충전과 원기회복을 위한 휴식의 공간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새로운 "창조적인 편안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높은 신분을 획득할 수도 있
다. 그러나 단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이전의 신분 형식들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새로운 작업 표면, 기단, 걸상, 벤치, 무릎 의자, 걸터 앉는 의자 등과 같은 것들을 사용함으로
써 만들어지는 새로운 조화의 미학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런 외양은 양식적으로 볼 때
개방되어 있고,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꼭 엉뚱하거나 무미건조한 것만은 아니다. 이런 새로운 형식과
배열은 잠을 자고 교제를 나누기 위한 터키식 돋음대, 인도의 디반, 일본의 바닥지향적인 다다미, 한국
의 온돌과 같은 이국적 전통들에서 빌어올 수도 있고, 아니면 오늘날 중국의 집단 거주지에서 일상적으
로 자고 앉고 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딱딱한 침상을 응용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미학적인 가능성은 첨단 기술이다.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은 매끄러운 표면과 평면들을 강
조하는 첨단기술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호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자수, 화사한 색상, 그리
고 다양한 질감의 천들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런 형식들은 서양 가구와 마찬가지로 검소하고 지적인
방식으로 꾸밀 수도 있고, 관능적이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또는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
다.
마지막으로 만일 사람들이 가정에서 이런 감각적인 편안함과 즐거움에 익숙해져 있다면, 그들은 직장,
대중 교통 수단, 공공 모임 장소, 병원 대기실, 공항,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에서도 그런 변화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오늘날 그런 영향력은 종종 거꾸로 가고 있다. 사람들은 제도적 경직성에
익숙해져서, 가정에까지 그런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지내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이 걸림돌
가구와 관련하여 어린 아이들의 신체적 복지를 위하여 가장 목청을 높여 이야기한 사람은 덴마크 의
사 A. C. 만달이다. 그는 어린 아이들이 해부학적으로 얼마나 연약한가를 누차에 강조했다. 하지만 만달
은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가구가 그들에게 맞지 않는 걸 해결하기 위해서 어린 아이들에게 전통적인
자세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그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바른 자세에 대해서 90회
정도 간단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덴마크 아이들을 대상으로 관찰을 했다. 14세에서 16세에 이르는
학생들을 네 시간동안시험을 치르는 동안 24분 간격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자세 훈련을 받았음에
도 불구하고 시험 시간 내내 등을 구부정하게 하고 있었다.
콜란 제임스 알렉산더 박사는 의자 앉기는 노장정맥의 원인이 되며, 그 손상은 기본적으로 어린 아이
시절에 발생하며, 특히 학교 책걸상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알렉산더 박사에 따르면 만일 노장정
맥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면, 우리는 어린 아이들을 학교에서의 수직 앉기에서 해방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만달 박사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여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어린 아이
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어
른들은 그들에게 결정의 전제를 주어야만 한다. 태도가 변하게 되면 때때로 신체적인 변화가 뒤따른다.
학습 환경 컨설턴트인 앤터니 S. 존스는 어른들의 저항에 절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묻기를 꺼린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설사 우리
가 변화를 만든다 해도 그것은 명목상만 그런 것이 된다.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견해를 불신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제안은 현재 교실에 구비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엉뚱한 요구들이라고 생각하
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엉뚱함"은 현재 있는 것과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의미하며, 따라서
오히려 학생들의 제안을 고려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더 나가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현실적이 아니며,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것
을 '깜찍하기'는 하지만 쓸모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학교 아이들에게 그런 선택권을 주면 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건축학과 대학원생이자 환경 디자인 연구원인 캐롤린 프랜시스가
결론내리기를, 학교 교실은 선택과 조정과 변화를 일관성있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실제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동은 앉아서도 할 수 있고, 서서도 할 수 있는 것이며, 어떤 행동
들은 누워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라서 교실 환경은 전 영역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어야만 한다.
사회학자 돈나 휴스는 80년대와 90년대의 교육 재구성 운동은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이런 개혁자들은
집단 교육에 있어서의 조립 라인식 통제 모델에 도전해왔으며, 몸동작의 자유, 비형식적 집단에서의 대
화와 윳음을 통한 공동체 조성, 그러고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비롯한 신체적 편안함과 누울 수 있는
공간 등을 추구해왔다. 그런 다양성 추구를 반드시 산만하다고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단순한 형식들
은 대개 복잡한 형식들보다는 더 많은 선택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뉴욕 대학교 환경 심리학 프로그
램에서 아동 환경 연구소 소장인 로저 하트 교수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교실, 학교 운동장을 디자인 하
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대개 그들이 선호하는 가구 형태로 다목적 기단들
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 도시 설계사를 지내고 "도시의 디자인 The Design of Cities"를 저술하기도 한 에드먼드
베이컨은 모든 교실은 환경적인 실습실이 되어야 하며, 벽과 천장은 이동할 수도 있고, 앉거나 기댈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어야만 한다고 제안하였다. 매주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학급모임을 위해서 독
특한 교실 모양을 만들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학습 과정에서 공간적 모양과 자세가 만들어
내는 효과를 평가하는 가운데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베이컨은 1987년 미시건
대학교 건축학과 과장이 새로 부임하는 축하 연설에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연설에서 그는
다시 같은 제안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환경적 디자인 교육이란 교실을 실습실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들은 아직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내가 가르치고 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내 환경 디자인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우스터
홀에는 음악당이 하나 있는데, 그곳은 15년 동안이나 기금이 마련되지 않아 인테리어를 마무리 하지 못
하고 비어 있었다. 그 공사가 마침내 마무리되었을 때, 대학 당국은 여느 음악당 같은 붙박이 좌석을 설
치할 자금이 없어서 1964년에 데이비드 로울랜드가 디자인한 쌓아놓을 수 있는 금속제 의자들을 사들였
다. 그 의자들을 쌓아 놓으면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앉으면 차갑고 불편하며, 인간 환경공학적 원
리나 심신 치료법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의자가 인체친화적이 아니라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고정된 좌석이 없다는 것만 해도 우리는 그 의자들을 옆으로 밀쳐서 쌓아 놓고 카펫이 깔린 바
닥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문제를 가지고 강의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런 문제에 대한 토의가 있고 나서야 학생들은 체면을 버리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학생들에게 의자에 앉는 것과 카펫이 깔린 바닥에 앉는 것 중에서 원하는 대로
하라고 선택권을 주어봤다. 그 결과 나는 반응이 50대 50으로 나누어 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선
택 결정은 다 실질적인 근거들이 있었다. 의자에 앉는 학생들은 노트필기, 졸음방지, 또는 등을 기댈
필요가 있어서 의자를 선택했다. 바닥에 앉는 학생들은 보다 넓은 공간과 자유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교들도 나도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아마도 건축과 여학생들이 남
학생들처럼 바지를 즐겨입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가장 흥미로운 차이는 성격의 문제였다. 다시 말하자면 학생이 의자와 바닥을 놓고 선택하는 것이 그
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나뉘
었다. 보수파들은 바닥에 앉는 것이 볼썽사납다고 생각하였고, 진보파들은 그렇게 앉는 것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선택이 "편안함"이라든가 신체적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선택은 선
택하는 자들의 사회적 입장을 드러낸다. 여기서 다시 신분의 문제가 대두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기록
했다. "나는 보수주의자다. 그래서 나는 뻔뻔스러운 사람들의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날은 의자에
앉고, 어느날은 바닥에 앉으면서 자세를 바꾸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이 많았다. 여성들은 보다 개방적이
고 유연한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것인가? 바닥에 앉은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누워서
강의를 들었다. 이 실험을 통해서 나는 보다 많은 음악당에서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앉거나 기댈 수 있
는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적 압력은 너무나 거셌다. 몇 년 동안 내 강의가 끝난 이후에 그 음악당을 사용했던 교수
들은 학과장 사무실로 찾아가서 의자가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다고 불평을 해댔다. 나는 그들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중 강의에서도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바닥에 앉으려고 할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거절 당했다. 특히 어떤 교수는 학생들이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있으면 진지한 자료들을 소화해낼 수 없
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교수에게 침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 학
습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고 나의 연구 결과를 이야기해 주었지만, 그 교수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사회 구조들은 너무나 단단하여 깨뜨리기 어려울 때가 너무나도 많다.

공공장소에서도 드러누울 수 있게
설사 품행의 기준들이 학교에서 보수적인 채로 남아 있다 하더라도, 의자와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태도는 다른 공공 환경들에서 수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1997년 늦은 여름, 좌석 설치의 새
로운 방식이 버클리에 등장하였다. 어떤 주차장에서 야외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던 조직 위원들은 고객
들에게 "자신이 앉을 것은 직접 가져오기"를 요청하고, 그 중에서 가장 독창적인 것을 뽑아 상을 주겠다
고 약속하였다. 내가 이끌던 세미나에 참석하던 학생 하나는 극장 디자인을 실습하고 있었는데, 그가 디
자인한 극장에서는 사람들이 반쯤 기대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영화 스크린은 벽과
천장 사이에 수직으로 설치될 참이었다. 또 다른 학생은 교회 좌석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었다. 그 학생은 마루바닥을 사용하는 불교와 이슬람교의 모델을 가지고 연구하였다. 그러나 세 번째
학생은 반쯤 기대어 누운 자세로 앉아 영화관에서처럼 읽을 자료를 투사시켜 스크린으로 책을 볼 수 있
는 독서실을 구상하고 있었다. 나는 종종 병원대기실을 휴식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왔다. 거기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자세로 기다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출산을 할 때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로마에서 개업하고 있는 건축가로
서 심리학적인 경향을 지닌 건물을 설계하고 있는 비안카 레포리는 병원의 새로운 출산 환경을 묘사하
였다. 그녀는 출산시에 떠받쳐야 할 필요가 있는 여러 가지 자세들에 관하여 가정 분만에서 배운 것을
기초로하여 분만실을 디자인하였다. 분만실은 임산부가 따라가게 되어 있는 나선형 길을 내기 위해서
가운데는 비어 있고, 욕조, 매달릴 수 있는 봉들, 그리고 낮고 널찍한 평상이 하나 놓여 있다. 그 평상에
산모들은 "앉을 수 있고, 무릎을 꿇 수도 있고, 쉴 수 있고, 누울 수도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며, 또
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무릎을 꿇고 앉을 수도 있다."
대중 교통 수단들은 분명히 개혁이 필요하다. 버스나 비행기는 아주 좋지 않은 환경 조건들을 제공하
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버스에서 노약자와 장애자들을 위한 좌석은 대개 운전기사와 가까운 앞자리
이기 때문에 버스 바퀴 때문에 솟아오른 가장 높은 자리들이며, 따라서 키가 작은 사람들이 거기에 앉
으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대롱대롱 매달리는 가장 불편한 자리이다. 또 좌석들은 지나치게 오목하여,
C자형 허리로 만든다. 오늘날 정기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많은 승객들은 장거리 여행을 견디기 위해
서 좌석의 그 오목한 부분에 베개를 집어넣는다. 그러나 교통 수단들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실제적인
탈 것의 좌석들은 물론이고 기다리는 과정까지 다시 생각해서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몇몇 일본
공항들에서는 잠자는 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또는 시간제로 빌려주는 작은 호텔방들도 제공한다고 한
다. 그런 몇몇 편의시설들은 캐나다의 공항들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누울 수
있도록 왜 비행기 내부 디자인은 바꾸지 않는가? 미국은 최소한 공항의 대기 장소들에서부터 다시 시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이나 분위기만이 아니라 의자의 질로 볼 때는 식당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나는 샌프란시스코
와 내가 자주 방문하는 도시에서 인체친화적인 의자를 갖추고 있는 식당들의 간단한 목록을 만들어보았
다. 한 식당 비평가는 신체적인 편안함이라는 관점에서 식당들을 평가하였다. 나와 마음이 꼭 맞는 사람
이었다. 어떤 식당들에서는 손님들을 빨리 내보내고 많은 손님들을 받으려고 일부러 불편한 소위 "15분
의자"라는 것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가 만난 전문가들은 덧붙여 말하기를 그렇게 손님들을 빨
리 쫓아 버리려는 의도가 없는 고급 식당에서도 그런 의자들을 사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 이유
는 순전히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주장 대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들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미적 양식이 어떤 것이든 간에
표면이 경사진 책상들을 어울리게 놓을 수 있다.(책이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턱을 만들
어서). 역사적으로 본다면, 도서관들은 법률서적들이 너무나 두껍고 무거워서 경사진 표면에서 미끄러져
내리자 경사진 책상을 포기하고 평면 책상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평평한 책상이 차츰 도서관을 지배하
게 되고, 두 가지 책상을 갖추기 보다는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것이 편리하여 경사진 책상이 사라진 것이
다. 경사진 책상으로 돌아가는 일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어린 아이들의 책상도 눈과의 거리가 30
센티미터 이내가 되도록 높아져야 하며, 그래야만 아이들은 몸을 구부리지 않고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장에서도 사용자들은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각도의 작업대를 제공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군림하는 의자
사무실 환경을 어떻게 심신 치료법에서 말하는 원리들에 적합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선은 의
자에 앉는다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일류 사무용 의자 디자이너인 윌리엄 스텀프는 이렇
게 말한다. "아무리 훌륭하게 디자인한 의자라고 할지라도 한 번에 30분이나 40분 동안 계속 앉아 있어
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의자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의자
를 마구로 만드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 의자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게 된 것은 1900년 이후의
일이다. 그 전에는 사무실 노동자들이 높은 걸상에 앉았거나, 서서 일을 했으며, 그런 작업 환경에서는
자세의 조정이 비교적 쉬었다.
1991년 굴지의 가구 제조업체인 스틸케이스사에서 나온 "건강한 사무실"이라는 제목의 한 브로슈어에
는 모든 설비를 노동자에게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들
이 한 가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의 양에 비례하여 좌석은 "높이와 회전 받침과 경사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팔걸이는 선택사항이 되어야"한다. 그 사람이 하는 일 그 자체에 변화가 적으면 적을수록,
좌석이나 다른 설비에 더 많은 조정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스틸케이스사에서 같은 시리즈로 나온 "건강
하고 능률적인 사무실, 몇 가지 인간 환경공학적 지침들"이라는 제목의 브로슈어는 일을 다양하게 할
것, 움직임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것, 또한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가끔씩 휴식을 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왜 우리는 성인이 되면 우리 인간에게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사라진다고 전제하는 것일까? 등의 통증
을 덜기 위해서 눕고 난 뒤에는 걷는 것이 좋다. 더욱이 논리, 움직임, 기억 등은 뇌의 동일한 부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중세의 수사들은
무언가를 외워야할 때는 일정한 공간을 걸어다니면서 외웠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걷는 것이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데 좋으며, 또한 그것을 기억하는 데도 좋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사무실
생활에도 걸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순환 시스템은 단순히 로비에서 사무실로 들어가기 위한 복도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자 할
대 걷기 위한 통로를 만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조경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사항을 염두에 두
고 생각하여야 한다. 고용자들을 위한 옥상 정원, 발코니, 또는 뒷마당을 설계할 때에는 산책로의 개념
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공간은 단순히 주변에 나무를 심어 놓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되어야 한다.
만일 사람들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움직이는 것을 예상하고 디자인을 한다고 할 경우에, 이러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가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터에서 누울 수 있고, 쪼그리
고 앉을 수 있고, 무릎을 꿇을 수 있고, 가부좌를 틀고 앉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사무
용 가구 산업에서 제2인자인 하워드는 완벽한 일터가 아니라 새로운 의자를 도입함으로써 이런 "지속적
인 움직임"에 대한 요구를 부분적으로만 해결했다. 그 경쟁회사들은 이런 "활동적인 앉기"를 위한 그 의
자가 다른 사무용 가구들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겠냐며 그 의자를 비판하고 나왔다. 그들은 그 의자를
걸상이나 죽마에 안장을 얹어놓은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것은 좋은 문제 제기이기는 하지만 유익한 비
판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의자가 도입되는 것이 중단되기를 원치 않으며, 오히려 사
무실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당신은 당신
의 작업 환경을 골프 코스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골프 코스에서 당신은 A지점으로부터 B지점으
로 달려가며, 몸의 다른 부분을 단련시키기 위해서 거기서 멈출 수 있다. 바로 그런 생각을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도입하지 못할 까닭은 무엇인가? 사무실 "골프"코스는 여러 가지 다른 일하기 방식들을 포함
할 수도 있다. 서서 일하는 곳, 걸터앉아서 일하는 곳, 등받이 없이 앉아서 일하는 곳, 전통적인 방식으
로 등받이를 대고 앉아서 일하는 곳, 등과 머리를 완전히 기대고 앉아서 일하는 곳, 완전히 수평적인 자
세로 누워서 일하는 곳 등등. 이 제안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독일에서 일어났다가 실패한 "사무실 조
경" 운동과는 다르다. 그 운동은 개인용 공간을 위한 적절한 분리 없이 가구를 일의 흐름과 의사소통 방
식들에 따라서만 배열했었다.
몇몇 인간 환경공학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자세를 바꾸게 하려면 개인 작업 공간 디자인뿐
만 아니라 작업 디자인과 건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번갈아 앉고 서고 하며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훌륭한 출발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무
실 설계를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자세를 염두에 두고 전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고용
자들은 자세가 지니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걷는 것은 서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디자이너가 고관절와 부분에 낭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변호사를 위해서 오로지 서서만 일하게 되어 있는 책상들과 작업대들을 만드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와 그의 고객은 신체 장애인을 위해서 디자인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우리
는 단순히 서서 일하는 작업 공간이 합리적인 것이기에 그런 작업대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11914년 프랭크 길브레드가 그의 전문적인 기술로 의자 만드는 일에 착수했을 때, 그는 유
능한 노동자가 앉고 서는 것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리가 긴 높은 의자를 만들라고
권했다. 이렇게 개조된 의자들은 "너무나 편안해서 일단 그것을 사용해본 노동자들은"그 의자를 포기하
려 하지 않았다.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놋쇠로 만든 가로대는 오랜 기간 동안 훌륭하게 사용되어
왔다. 서서 한 발을 거기에 올려놓고 등 양쪽 측면을 번갈아가며 쉴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독일에
있는 바바라 티체 교수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그녀가 부엌에 가로대들을 많이 설치해
둔 것을 보았다. 오래 서 있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힘이 빠질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피터 옵스빅은
사무실에서 회의중에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을 고안해냈다. 그는 받침대들 위에 버섯모양의
지지대들의 덩어리를 만들었다. 여러 가지 형태의 서는 자세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지지대의 높이는 각
기 달랐으며, 거기에 깔린 깔개도 각양각색이었다. 하나의 환경으로서 그 지지대들의 덩어리는 서서 오
른쪽, 왼쪽, 뒤쪽으로 기댈 수 있게 되어 있었으며, 앞에 있는 받침대에 팔꿈치를 짚고 앞으로도 몸을
기댈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또는 신장의 4분의 3의 높이에서 걸터앉을 수도 있었다. 이런 고리들의 덩어
리는 말을 하고 또 남의 말을 들으면서 눈은 고정시킨 채로 뒤로나 앞으로도 갈 수 있고, 무게 중심을
앞이나 뒤로 바꿀 수도 있고, 걸터앉을 수도 있고, 무릎을 꿇기도 하고, 설 수도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협의적" 환경을 형성해 준다. 그의 접근 방식은 급진적이지만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그는 두 가지 요구
들, 즉 다양한 자세와 움직임을 위한 해부학적인 요구들과 모임에서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고 일
에 임하는 사회적 요구를 결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문화 의식이 이런 조정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다면, 산업은 거기에
필요한 새로운 설비를 생산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서 캘리포니아에서 개인용 컴
퓨터 작업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는 맥도웰 크레이그사에서 나온 광고 브로슈어 내용을 보자. 그 작업 장
비들은 높이와 경사도를 조정할 수 있으며, 또한 한 여성이 한 컴퓨터를 가지고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
기도 하고 서서 작업을 하기도 하는 사진들이라든가, 휠체어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또 다른 모델에서
보듯이 키보드 각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만일 의자 높이를 평균 신장 157 정도의 여성에 맞도록 조절할 수 있고, 그래서 그녀의 발꿈치를 바
닥에 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녀가 앞서 이야기한 조절할 수 있는 작업장비를 사용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의자의 높이만 맞춰 높은 책상이나 작업대에서 일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최신 컴퓨터 기술을 위한 장비들이나 최신 의자들을 사야 한다는 데는 기꺼이
동의하지만, 조절할 수 있는 의자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무실 설비에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들은 일반 사무용 책상과 가격이 별 차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이 돈이라고 한다면, 조정의 문
제 또한 기본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결국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면 게릴라식 인간 환경공학적
방법인 콘크리트 벽돌 같은 걸로 탁자나 책상의 높이를 자기에게 맞추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많은 사무실 관리자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사무실 이미지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이런
전략에 반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관성있는 사무실 분위기는 조직적 통제를 나타내는 것이다.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의자, 책상 복합시스템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설사 비스듬히 기대어서 작업을 하는 것이 몇몇 개인적인 스타일로
는 적합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허용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진보적 건축"이라는 글에서는 조절할 수 있
는 의자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비스듬히 기대는 자세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끈질기게 주장하였으며,
이런 새로운 모델들은 "점점 더 비스듬히 기대게 되고, 그와 함께 사용되는 다리 베개들에 점점 더 의지
하게 될 것이다."고 예견하였다. 그 글을 쓴 사람은 라 지 보이 가구는 그만 두고라도 침대식 의자를 이
야기할 수 있는 요기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는 염려할 바가 아니다. 닐스 디프리언트 같은 산업 디자이
너는 많은 경영자들이 전화를 할 대나 다른 사무실의 업무를 지시할 때에 의자를 완전히 기울여 눕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미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제퍼슨'이라는 이름의 침대식 의자
를 디자인하였다. 제퍼슨 대통령은 마크 트웨인이나 윈스턴 처칠처럼 침대식 의자에 누워서 일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한다. "디프리언트의 의자는 미래의 사무실과 관련
하여 전망적 추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같은 종류의 제퍼슨 침대식 의자를 여러 개 놓고, 거기에 앉은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용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어떨까?
만일 사무실 노동자가 진정으로 의자의 독재로부터 해방되려 한다면, 일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함
은 필수적이다. 탁자의 높이를 조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경우에, 서양 문화 그 자체를 다 바
꾸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루이지
콜라니는 몸을 생각하는 비서직 좌석을 주장하였다. 그 좌석에서 비서(물론 여성이다)는 미키마우스처럼
생긴 이어폰 세트 안으로 몸을 기대고 있다. 그녀는 거기서 지시를 받고, 거의 수평의 자세로 타이핑한
다. 이는 그녀가 "과거와는 달리 이따금씩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말 그대로 누워
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원형이 그 디자이너의 사무실에만 남아 있다는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래서 휴스턴에 있는 현대 미술관은 그 사진만 전시해 놓고 있다. 경영자를 위한 제퍼슨 의
자는 생산된 반면에 콜라니가 디자인한 비서용 의자가 생산되지 않은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침대에 누
워 있는 비서들의 모습은 계급 조직과 예의범절에 정말 위협이 되는가?
우리는 개인적으로 먼저 그런 변화들이 유익한 것임을 자각해야 하며, 그 다음에 우리는 스스로가 어
리석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느끼거나,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
고 우리에게는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권리가 있다고 밀고 나가야만 한다. 저변에 깔려 있는 사회, 심리
적 변화들은 어떤 구체적인 물리적 변화보다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자신을
직접 조정하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내일이면 사라질 오늘의 의자
실내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옥외 공간들에서도 의자에 대한 의존성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이냐 하는 문
제를 생각하게 되면,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변화에 관한 더 큰 물음들이 따라오게 된다. 그런 변화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 것이며, 얼마나 어려울 것이며, 장래에는 어떤 기회들이 있을 것인가?
우리는 실제로 의자에 앉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그 습관은 우리 서양 문화에서는 너무나 부
리 깊이 배여 있어 의자에 앉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기고
있으며, 따라서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
학자 에드워드 홀이'형식적'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 즉 우리가 어머니의 무릎에서 우리가 아는 것을 의
식하지도 못하면서 관찰을 통해서 알게되는 바로 그것을 예증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무의식적
지식이며, 이 무의식적 지식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합리적, 기술적 지식이나 비형식적 지식보
다 더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다. 의자 앉기와 같은 무의식적인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그 습관의 주체가
그런 습관을 버리는 것 자체를 모순되다거나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면서 저항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지식도 변할 수 있고 실제로도 바뀌고 있다. 먼저 그 지식의 주체를 의식
화시키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행동 방식과 사고 방식은 법전으로, 전문적인 지
침들이나 원칙들로, 그리고 사회적 운동과 교육과 예술의 영향으로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법령으로 새로운 의자를 강제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사회 변화에 이르는 지름길
이 될 것이다. 1990년에 샌프란시스코는 영상 표시 장치의 사용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그
법은 조정할 수 있는 의자, 책상, 컴퓨터 키보드, 그리고 15분간의 휴식 등의 도입을 법적으로 보장함으
로써 사무실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근거지를 둔 일부 사
용자들은 그 법령의 일부 조항들에 반발하였다. 그 법령을 지키기 위래서 새로운 가구를 사들이자면 비
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경영주들에게 샌프란시스코는 매력이 없는 사업환경이
되고 말았다. 사용자들은 그 문제를 법정에까지 끌고 갔고, 1992년에 그 법령은 뒤집어 졌다. 이 소송에
서 개혁으로 이르는 지름길이었던 그 법령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법이란 그 법 아래 깔려 있는 문화적
합의만큼만 효력이 있는 것이다.
개혁을 위한 다른 방법들은 타이피스트들이나 키보드 작업자들이 수근 터널 증후군이나 다른 반복적
인 스트레스 증후군들과 싸우기 위해서 휴식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제도적 법령과 기관의 정책들과(직업
안전 건강 관리 법령들과 주 기관들의 정책들) 관련이 있다. 디자이너들은 문자화되어 있는 지침들이나
기준들에 의거하여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 가지 방식은 새로운 디자인
을 위한 법률이 진짜로 필요하다는 것을 증거할 수 있는 주장과 연구를 해나가는 일이다. 사업가들은
또한 목 베개, 밸런스 의자, 레카로 자동차 시트 등과 같은 몸을 생각하는 제품들을 촉진시키는 사업들
을 벌임으로써 사회적 변화를 자극할 수 있다. 광고는 그러한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사회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 운동들은 기존의 제도들에 대해서는 반란자와도 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 없는 집단들이
며, 이런 정의를 가지고 볼 때 나는 한 개인이 "의자에 앉음'이란 독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듯이 진
정한 의미에서 사회적인 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론적" 이거나 "자연적" 건강 운동, "대체" 건강 운동이나 "보조" 건강 운동은 이런 정의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의자에 대한 대안을 찾는 운동은 이런 운동에 쉽게 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 테
크닉 교사들이나 심신 치료사들은 이런 전반적인 사회 운동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런 사회 운동
은 우리의 몸을 해치는 환경에 저항하고 비판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문화적 범주는 사회적 변화를 진척시키려고 하는 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런 범주들은 발
명품들과 그 확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증기기관은 고대 그리스인이 발명하
였으나, 장난감 정도로 간주되어 결국 그리스에서는 크게 응용되지 못했다. 오늘날의 생활에서도 마찬가
지이다. 만일 발명품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범주로 전락하고 만다면, 지그프리드 기디온이 기계적으로(조
정할 수 있는) 의자들에 대해서 설명했듯이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의식을 일깨우는 일은 무의식적인 습관을 의식하도록 만드는 학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하나의
사회적 실천으로서 의식을 일깨우는 것은 구체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자극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생각
들은 분명한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사용하는 것이다. 분명히 내가 바라는 학교나 직장에서의 변화는 개
인들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모인 집단들이 모여
서 공공 장소에서 보다 몸을 생각하는 앉기 방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려면 최소한 두 가지 일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적인
접근,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물리적 발명 사이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놓고 하는 타협이 받아들여
져 왔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보다 나은 물건들이 필요하고, '그리고' 또한 우리
는 우리가 그 물건들을 사용하는 동안 우리가 우리 자신들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할 필
요가 있다. 디자이너들과 소비자들은 의자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교육을 받을 필
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문화적 훈련은 상당히 무력하고 적절치 않았다. 예를 들어서 어린 시
절에 "똑바로 서" "똑바로 앉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당신 자신의 몸이 당신의 머리 중심으로부터 내려온 하나의 끈에 매달려 있다고 상상하고 자세를 취하
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자세는 얼굴을 몸보다 앞으로 나오도록 만들지 않고 몸과 평
평하게 만들기 때문에 어리석은 충고이다.) 나는 그런 명령을 받을 때 어깨를 "위로, 뒤로, 그리고 편안
하게"하라는 뜻으로 들었다. 1950년대에 소녀들은 패션 모델들과 그들의 할머니 세대는 자세를 좋게 하
기 위해서 머리 위해 책을 올려놓고 균형을 잡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만일 십대의 남자
운동선수라면, 아마도 그는 어깨를 뒤로 젖히고 배를 들이밀고 서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대
부분의 충고들은 나쁜 측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우리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의자 앉기 관습을 바꾸는 또 하나의 길은 가장 훌륭한 인간 환경공학적
비평 기준을 아예 제도화하여 의자 제조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 독일의 제조회사들은 의자 디자인을 위한 가장 엄격한 인간 환경공학적 기준들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이탈리아 의자 디자인과 제조 산업에서는 이것이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이탈리아
의 디자인은 신체적인 편안함보다는 외양과 형식적인 창의력으로 유명하다. 미국인들은 독일과 같지는
않다. 물론 미국인들도 직업적인 건강과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실험을 해오고
있다. 그런 기준들은 정부 기관들이 제정하는 것보다 제조회사 자체들이 정할 수 있을 것이며, 제조업체
들도 그런 방식을 더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합리적인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
는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 나는 정부와 기업이 그들의 컨설턴트들 가운데 인간 환경공학들뿐만 아니
라 심신 치료법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 얘기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관점들이 서로 만나는 것
은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일부 인간 환경공학 기준들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며, 몸과 정신을 통합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은 우선적인 것들을 결정하는 데 지적인 판단 기준들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테크닉, 펠덴크라이스, 태극권, 요가와 같이 상당히 전문화된 자세와 동작의 체계들은 완벽
하게 수행하려면 평생이 걸린다. 다해스럽게도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응용할 수 있는 생활 양식의 개선
책들도 많다. 의사, 척추 지압 요법사, 직업병 치료자들이 발행하는 정보지들은 사람들에게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앉는 법, 서는 법, 삽으로 눈을 치우는 법, 무거운 물건을 드는 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예
를 들어서 그들은 앉을 때 반드시 발꿈치를 땅에 붙일 것, 그리고 무거운 물건은 절대로 머리 위로는
들어올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 루프트한자, 노스웨스트와 같은 항공사들도 장
시간의 비행으로 근육이 경직되고 몸이 뒤틀리고 답답해 하는 승객들을 위해서 좌석에 앉아서 하는 에
어로빅 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 실용적인 충고들은 간행물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스미소
니언'지에서 한 좌석 제조 기사는 다음과 같은 훌륭한 조언을 하고 있다. "먼길을 운전해야 하는 경우에,
나는 시트 커버 속으로 파묻히지 않으려고 시트에 널판지를 올려 놓는다."
그런 조언이라면 스웨덴에 훨씬 더 널리 퍼져 있다. 스웨덴에서는 학생 신문에서 공부를 오랜동안 할
대에 몸을 바르게 유지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하고 있다. 나는 미국의 학생신문에서
는 공부하는 방법에 관하여 신체적인 관점에서 조언을 읽어본 적이 없다. 스웨덴에서는 그런 조언이 노
동 생활로 이어진다. 스웨덴의 직업병 치료사들은 여러 가지 유형의 노동자들에 따라서 조언과 그림 설
명을 해주고 있다. 십장들은 벽돌을 한 손으로 들지 않도록 교육받고 있으며, 크레인 운전기사들은 머
리 위에 있는 짐을 조종할 때는 등을 뒤로 기대도록 조언을 듣고, 건설 노동자들은 물건을 들어올릴 때
무릎을 굽히도록 가르친다. 언젠가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나는 의자를 기막히게 잘 이용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한 건설 노동자가 쉬는 시간에 찍은 사진인데, 그는 바닥에 누워서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올
려 장딴지를 좌석 위에 올려놓고 쉬고 있었다.
몸을 생각하는 태도는 환경을 평가하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인테리어 건축과 설계에 있어
서, "입주 이후의 평가"라고 불리우는 전문적인 연구는 그 환경이 의도한 대로 얼마나 사람들에게 도움
이 되었는가 하는 것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체적인 환경 유형을 개
선시키고(병원, 학교, 주택), 다음에 그런 건축물들을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
다. 이런 평가들은 결국 건축 프로그래밍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프로그래밍이란 건축가나
직원이 고객과 사회과학자들, 은행가들, 기획자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건물의 모든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잇는 환경을 생각하고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사람의 몸이
하는 요구는 기온의 안락함과 공기의 질에 대해서 제기된 기준들에도 암묵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자
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문 손잡이, 난간, 스위치 등을 손으로 만졌을 때의 느낌까지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건강한 환경의 판단 기준에 움직임에 대한 요구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놀랍게도 건물의 안팍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논의함에 있어서 사람의 움직임은 거
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움직임은 겨우 보행자의 흐름을 묘사할 때 입에 올리는 정도이며, 그것도 추상
적이고 조감도적인 관점에서만 이야기한다. 만일 비평가들이 다양한 자세들을 어떻게 모든 상황에서 수
용할 것인가를 되풀이해서 묻는다면, 디자인 평가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이 환경에서 하나의 자세로 고정되어 버리는가, 아니면 더 많은 선택이 가능한가? 사무실
에서 서서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수 있는가? 아니면 무릎을 꿇거나 쪼
그리고 앉을 수 있는가? 각각의 건축물들은 그 용도에 맞게 서로 다른 자세들도 수용할 수 있어야만 한
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보모실은 특히 폭넓고 다양한 동작과 자세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공
식적인 회사 사무실 같은 장소에서 현재 수용할 수 있는 자세는 너무나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옷 입는
방식이 제한되어있는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눕는 것이 괜찮은 일인가?
물론 이전에는 여성들의 휴게실에는 (따로 분리된 장소에) 간이 침대, 기단, 또는 생리 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공공 장소에서는 실내든 옥외든
누울 수가 없었다. 수영장을 제외하고는 여성들이 누운 것을 보면 행인들이 한 마디씩 던지곤 했던 것
이다. 여성이 누워 있다는 것이 성적인 유혹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일인가? 그들이 직업상 누워있다고
보는 걸까? 업무상으로 전화 통화를 하는 일과 같이 누워서도 생산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이다. 그런 일을 누워서 해서는 안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의자를 개선하고 인테리어를 해방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대학 디자인 학과들의 교과 과정을
통한 방법이다. 인간 환경공학에서 마련해 준 최상의 비평 기준들이 인체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시각과
함께 학교 교과 과정에도 포함시켜야 한다. 인체에 관한 연구는 모든 학문 분야들에서 유행처럼 되어
있지만, 인체는 실제로 인체 그 자체보다는 하나의 은유로 취급당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식의 인
체에 대한 관심은 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건축을 가
르치는 학교의 수업 내용은 사람과 가까운 환경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의 규모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많은 학교들은 그런 것들은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 학교들은 인체를 하나
의 측정을 위한 셋트 정도로 밖에는 생각지 않는다.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그램도 건축 프로그램도 아직
은 인간이라는 것을 심신 치료 분야들에 기초한 심리, 신체적 실체로 보는 통합된 견해를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프로그램들은 어떤 환경의 정서적 호소력에만 열렬한 관심을 쏟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장식이 어떤 태도나 느낌을 유발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만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다
른 한 극단을 살펴보면, 일부 디자인 학과에는 행동주의자들이라든가 인간 환경공학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경험을 눈여겨 보기보다는 단순
히 사람들의 신체적인 규모라든가 행동 반경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인체로부터 시작해서 외부로 향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생각하
는 방법이 인테리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방들 사이의 관계,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 사이의 관계,
도시의 다양한 디자인적인 요소들(버스 정류장, 공중전화 부스, 소화전 등)과 도시 경과 등의 관계에 더
욱 풍성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이런 접근 방식이 그렇게 좋은 결
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접근 방식이 무엇이 진정으로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인지를 평가
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제공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은 그들의 체험에 근거한 것이며, 인체를 하나
의 조직체로 환원시켜 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기준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자아라는 것을 하나의 심
리, 신체적 실체로 보는 개념은 몸과 정신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식이다.
서구인들은 제3세계로부터 다양한 자세를 취하려 하는 몸의 요구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지
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자세를 연구했던 인류학자 고든 휴스는 소위 제1세게는 제3세계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에 이렇게 동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복잡한 도구들, 통제대, 벤치, 선반 등은 서양 문화의 자세 전
통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도록 설계되어왔다. 인간 환경공학자들이 노동 공간과 휴식 공간에
필요한 것들을 설계하면서 다양한 자세를 고려하는 일은 물론 유익하다. 왜냐하면 우리 서양인들의 전
통적인 자세들은 아시아인들이나 아프리카인들이 취하는 자세보다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서구인들에
게 다양한 자세들을 취하도록 훈련하는 일이 응접실, 회견실, 연회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있는 가구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 더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스는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훨씬 더 나가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것, 쪼그리고 앉는 것, 무릎을
꿇고 앉는 것, 그리고 서양 문화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편하게 하고 있
는 다른 다양한 자세들이 우리에게도 유익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탐구해야만 한다." 다양한 문화
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다시 한 번 의자 디자인이 문화적 산물이지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
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고, 또 변화를 위한 영감을 발견할 수 있고, 하나의 환경 안에서 사람들에게 선택
의 여지를 부여하기 위한 신체적 모형들을 찾아낼 수 있다.
때로는 여러 문화들을 혼합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인도에서 인테리어 일
을 하고 있는데, 그는 인도가 가지고 있는 디반의 전통과 오늘날 서양의 인테리어 디자인 관습을 통합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서양의 의자보다는 낮은 기단을 디자인하여,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
도록 설계했다. 그 기단에서 한 다리는 바닥에 내리고 다른 한 다리는 위로 포개어서 걸터 앉을 수도
있고, 등받이 없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수도 있다. 기대어 누우려면 등에 단단한 긴 베개를 하고 누울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서양의 의자를 받아들인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를 두고
생활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가구 전문가들은 서양의 의자가 처음으로 중국에 들어갔을
대 그것이 공식적인 좌석이었는지 아니면 비공식적인 좌석이었는지에 대해서 견해가 일치하지 않고 있
다. 그러나 아무튼 중국인들은 서양식 앉는 법과 동양식 앉는 법 둘 다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
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의자가 도입된 이후에도, 온돌에는 흔히 자세를 바꾸기 위한 받침대
같은 것들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중국인들은 식사를 할 때에는 식탁에 모여 의자가 아닌 걸상에 앉아서
식사를 하였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 문화에는 많은 대안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양인들도 그들의 본보
기를 따르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부수적인 효과로 일본의 가정이라든가 도는 "현대화"되어가고 있는 아시아 나라들에서 서양식
의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서양
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의자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진보된 서양의 관념들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미 서구화되어 버린 사무실에서 일하는 일본 사람들은 의자에 앉는 게 너무나
익숙해져서 젊은이들에게 바닥에 앉으라고 하면 굉장히 불편해 한다.

꿈꾸는 공간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해서 여러 해 동안 연구한 다음, 나는 회사나 정부 기관들을 위한 창조성
워크샾을 운영하고 있는 어떤 사람과 회의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사무실 환경과
그 환경이 창조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토론했다. 그는 창문도 없는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사람은
창조적으로 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창조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들에
대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오클랜드에 있는 우리집, 버클리에 있는 내 사무실, 베를린에 있는 바바라 티체 교수가 보여준 사진
들, 뉴욕시에서 생태학적 원칙들에 따라서 세워 놓은 사무실들을 방문하여 본 것들 따위가 모두 내 생
각을 대변하는 것들이다(뉴욕시에 있는 사무실들은 건축가 랜드 크락스톤이 설계한 '미국 자원 방위 협
의회' 건물과 아주 유명한 작품으로 칭송되고 있는 '오두본 협회'개축 건물, 그리고 빌 맥도나우가 설계
한 '환경 보호 기금' 건물이다). 생태학적 건물관리와 유지는 캘리포니아주 로스 파드레스 국립삼림원에
있는 '카사자라 선센터'를 근거로 하고 있으며,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 집 또한 내가 환경적 건물을 이해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과 생태학적 감각을 갖춘 디자인이 그렇게도 아름
답게 어울려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작업 공간은 다른 사람들도 보고 호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무실이다. 문
을 열려고 다가서면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막대식 지렛대 모양으로 되어 있는 손잡이가 있다. 그런 손
잡이는 돌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누르면 열리기 때문에 손목에 스트레스를 덜 준다. 문이 잠겨 있다
면 열쇠로 문을 여는 동안 책이나 파일들을 문 바로 옆에 있는 시렁에 얹어놓으면 된다.
문을 열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음악이 모차르트이고 바이올린 곡
이라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프랑스의 청각 박사이자 뇌 연구가인 알프레도 토마티스는 그
음악이 인간의 뇌를 가장 고양시켜 주는 음악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 음악은 뇌에서 무언가를 추론하
고 수준 높은 문제를 풀어내는 일을 담당하는 신피질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주 친밀한 공간에 들어서
면 우리는 구두를 벗으려고 할 것이다. 구두를 벗으면 발을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어 발에도 좋고 몸의
다른 부분에도 좋다. 이제 당신은 구두를 거기에 벗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카펫이 깔려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 벗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된다.
앞에 보이는 것은 널찍한 사무실, 유리창을 통해서 삼면에서 자연광이 들어온다. 나무로 바닥을 깐 사
무실을 지나 문턱을 넘는다. 어떤 방은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은 천연 모직으로, 염색을 하지
않았으며 화학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이 아니라 압정으로 고정시켜 놓았다. 방 안에 칠한 수성 페인트
는 제조된 지 3주가 지나지 않은 것이어서(백색 파스텔조로 화사하게 빛을 반영한다), 포름알데히드(수
용성 유동 기체)와 살균제가 들어 있지 않다. 벽이나 카펫, 또는 가구에서 나쁜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
에, 그리고 창문은 여닫을 수 있기 때문에, 신선한 향기가 공간에 스며 있다. 이 사무실이 캘리포니아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바깥에 있는 식물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향기가 들어올 것이다. 만일 사무실이 뉴욕
이나 시카고라고 한다면, 그 향기는 사무실 안의 화분에서 날 것이다.
실내 온도와 실외 온도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사무실 기온은 겨울에는 섭씨 20도, 여름에는 24
도로 맞출 것이다. 에어컨은 오존층을 파괴하기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냉온방 방식은 관절염이
나 류머티스, 또는 노인성 허리 경직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만일 이런
사무실이 열대 기후 지역에 있다면 기온이나 습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시의 '가이아 학회'는 매년 여름에 그런 날은 닷새에서 열흘 정도라고 한다.) 내가 만일 플로리다에
산다거나 여름 석 달 동안 내내 섭씨 32도가 넘는 지역에 산다면,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가 아
닌 다른 대체 기술로 만든 에어콘을 사용할 것이다.
이 사무실에서는 다양한 자세로 일할 수 있다. 연구자료, 논문, 또는 슬라이드를 출력하면서 서서 있
을 수도 있다. 많은 서류함의 파일들을 다루면서 서 있을 수도 있고,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도 있다. 바
닥에서 천장까지 닿아 있는 책꽂이에서 몸을 쭉 뻗으며 책을 고를 수도 있고,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책을 일자리로 가지고 가기 전에 눈높이로 경사지게 만들어 놓은 시렁에서 책을 펴볼 수도
있다. 여기서 일할 사람이 처음 와서 이 방을 둘러보면 일하도록 초대를 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
다. 여러 종류의 작업 공간들이 여러 행동을 수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무실에서 즉각적으로 느끼게 되는 사무실의 모양은 삼면이 U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 감실
과 같다는 것이다. 각면은 하나의 물건을 세 가지 높이로 조정할 수 있는 표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워드
프로세서 작업을 하고 싶다면, 침대식 의자에 기대어 누워서 키보드를 무릎에 올려놓고, 병원 입원실 높
은 곳에 올려놓은 텔레비전을 보듯이 모니터를 올려다 보며 작업할 수도 있다. 또는 서서 컴퓨터 조작
을 할 수도 있고, 걸터앉는 걸상에 앉아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전화를 받을 때면 카펫이 깔려 있고 높이가 43센티미터 정도되는 기단에 몸을 쭉 뻗고 누울 수도 있
고, 전통적인 의자 같으면 가장자리에 살짝 걸터앉을 수도 있으며, 흥분했을 때는 깡충깡충 뛰어 다닐
수도 있다. 서 있을 대도 팔이 닿는 가슴 높이의 표면에서 허리를 굽히지 않고 이런 저런 메모도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자세와 동작들을 다 하고 싶으면, 당신이 가장 많이 취하는 자세로 녹음기에 녹음을 하
거나 전화에 대고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침대식 의자에서 메모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려면 여러
개의 탁자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읽기 전용의 독서대 하나, 필기 전용 책상, 그리고 전화를
올려 놓기 위한 판자 하나, 컴퓨터 모니터를 올려놓는 책상 하나 등. 사무실에는 한쪽으로는 닐스 디프
리언트의 첨단 기술로 만든 의자 하나와 여러 가지 액세서리들을 담아 두기 위한 "행성들"(위에 매달아
놓은 용기들)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보다 정교한 침대식 의자인 옵스빅 의자와 코르뷔지에와 페리앙
의 기대는 의자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십자가가 있다.
그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실크, 면, 모직 등 천연소재로 된 부드러운 옷을 입고있
어서 사업 이야기를 할 때 원하는 사람은 깔개가 덮힌 평상에 자유롭게 책상다리를 하고 앉을 수도 있
다. 이런 옷을 입으면 누구나 등이 뻐근하거나 하면 잠시 평상에 누워서 허리를 쭉 펼 수도 있다. 평상
과 평평한 표면을 침대식 의자로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기대란 베개들과 쐐기 모양의 베개들 또한 모헤
어, 실크, 양가죽, 린넨, 또는 오리털 같은 감각적인 커버를 씌워 놓는다.
만일 문서들을 검토하고자 한다면, 여러 사람이 오로지 한 가지 작업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U자
모양의 작업대로 모여서 75센티미터의 높이의 걸터앉는 걸상들에 앉으면 된다. 그 작업대의 한쪽 끝에
는 조명용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이 조명용 테이블은 당신이 공식적인 회의를 하면서 노트 기록을
하고 문서 작성을 할 때 가까이 놓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사무실에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회의용
탁자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처음으로 온 사람이라면 그 사무실에 운동과 연관되어 있는
한 물건을 보고 신기해 할 것이다. 그것은 직원들이 이따금씩 척추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 앉는 커
다랗게 부풀린 공이다. 어떤 사람은 걸상을 곁에 두고 거기에 앉아 있다. 또한 그것은 어린 아이들이 사
무실을 방문할 경우에 놀이기구가 되기도 한다. 당신은 또한 서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자세로 몸을 받칠
수 있는 옵스빅 받침대 의자들 세 무리가 모여 있는 것을 보면 호기심을 느낄 것이다. 머리 위해 설치
되어 매달릴 수 있는 봉이나 인버터는 당신이 척추를 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된다
회의 탁자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 하고 잠시 의아할 것이다. 사람들이 봉 걸
상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전형적으로는 식사를 담는 그릇은 중국식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전통적인 식탁 높이의 평평한 탁자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음식을 입
으로 가져가기보다는 고개를 숙여서 음식으로 다가가는 상황이 된다. 이 사무실에서는 재활용도 간편하
게 되어 있다. 상자들에 딱지를 붙여 색상이 있는 종이, 하얀 종이를 분류하고, 간인 부엌에서는 퇴비를
만들기 위한 젖은 음씩 쓰레기를 따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냅킨은 종이 제품은 사용하지 않고 각자 천
으로 된 냅킨을 마련하여 사용한다. 부엌에서도 천으로 된 행주를 쓴다. 물론 화장실도 쪼그리고 앉는
변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쪽에 있는 프랑스식 유리문을 열고 나서면 덩굴 식물로 뒤덮혀 있는 목재 발코니가 있고, 그 계단
을 내려가면 연못이 있다. 때때로 사람들은 발코니에서 휴식하는 자세를 생각하며, 운동을 하거나, 식사
를 하거나, 또는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연상한다. 그런 생각은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더니스트
의 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 꼭 꿈만은 아니다. 나는 의자에 관한 이 연구서를 통해서 줄곧 독자들에게 행동할
것을 촉구해왔다. 먼저, 당신의 몸을 존중하도록 하자. 몸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의 문화와 호흡을 같
이하기 위해서 몸을 교육시키도록 하자. 이러한 행동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이상적인 환경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자. 그러한 감각적인 합리성을 지닌 꿈들이 우리의 문화적 표준들이 되지 못하도록 막는 세
력들의 정체가 어떤 것인가를 밝혀내도록 하자. 그리고 난 뒤 몸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주장하는 기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