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차려준 진수성찬 맛 한번 보실래요? |
연꽃…보약이 따로 없다
요즘 백일홍과 함께 연꽃이 산하를 한창 수놓고 있다.
무더위가 모든 것을 짓누르고 있는 이 한여름 산하에 백일홍이 피지 않고 연꽃을 볼 수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짙어질 대로 짙어진 검푸른 녹음의 천지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자태의 홍련과 백련이 곳곳에서 최고의 아취를 선사하고 있다. 이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의 선물을 즐기지 못한다면, 자연이 차려준 최고의 '진수성찬'을 보는 눈이 없어 즐기지 못하는 격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계절에 따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제대로 누릴 줄 아는 것은 웰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리라. 하늘이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베푸는 선물, 이 계절이 선사하는 연꽃 세상은 누리는 자만이 그 선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푸르른 연 잎사귀 위로 솟아오른 맑고 고운 빛깔과 자태의 홍련과 백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수련과 가시연꽃은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하나하나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때맞춰 비까지 내려 준다면, 커다란 잎사귀와 물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들려주는 화음을 귀로 감상하면서 운무 속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느껴보지 않고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보기만 해도 '영양 만점'
요즘은 어느 지방이든지 연이 있는 못이나 논이 많아져 집 밖을 조금만 나서면 연꽃 세상에 빠져들 수 있다.
대구 주변에도 연밭이 많이 있다. 조폐공사 경산조폐창 부근의 저수지는 지금 한창 홍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고, 경부고속도로 경산인터체인지 부근에도 홍련으로 가득 찬 못이 있다. 대구에서 하양쪽으로 나가는 도로 주변에도 꽃을 피운 연밭이 곳곳에 있다.
팔조령 넘어 청도 유등지도 연으로 가득 차 있으나 아직은 꽃이 적다. 듬성듬성 핀 홍련이 연잎을 뚫고 올라와 청초한 자태를 선사하고 있다. 이제 맺기 시작하는 봉오리들이 연잎 속에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어 조금 있으면 홍련이 저수지를 가득 채울 것으로 보인다.
백련 연밭을 보려면 칠곡 지천의 망월사를 찾으면 된다. 절 입구 도로 옆에는 절에서 조성한 1천여평의 연밭에 백련만 자라고 있다. 이곳도 아직은 꽃이 만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북구 칠곡택지지구 옆 운암지에 가면 수련을 감상할 수 있다. 하얀 수련꽃이 무리를 지어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두게 만든다. 노랑어리연꽃도 구경할 수 있다.
연꽃을 제대로 즐기려면 새벽에 연밭을 찾는 것이 제격이다. 활짝 핀 꽃이 연밭을 가득 채운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새벽 일찍 연밭을 찾아 꽃잎이 벌어지기 전의 이슬 머금은 청초한 꽃봉오리와 그 봉오리가 피어나는 과정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꽃잎이 벌어지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연꽃은 밤이면 오므라들었다가 낮이면 피기를 반복한다.
축제도 많이 열려요
연꽃 축제도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회산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이다. 10만평에 이르는 못을 백련이 가득 채우고 있다. 백련이나 홍련은 물론 각종 수련, 가시연, 어리연꽃 등 수백종의 연꽃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8월 들어야 연꽃이 절정을 이룰 이 회산백련지에서 다음달 12일부터 18일까지 '제9회 무안백련대축제'가 열린다.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에서는 오는 30∼31일 '전주연꽃예술제'가 열리고, 충남 부여군 궁남지에서는 오는 26일까지 '궁남지 연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또한 대표적 연꽃 사찰인 충남 아산시 인취사의 백련시사 등 각 사찰과 지자체별로 다양한 연꽃축제가 열린다.
이렇게 만들어요
연밭을 찾아 연꽃 세상에 빠져본 뒤 연꽃과 연잎을 따 와 연꽃차와 연잎밥을 만들어 먹는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깨끗한 연꽃으로 연꽃차를 직접 만들어 연의 성품을 생각하며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즐기다보면 한더위도 잊을 수 있다. 청운다례원 박선우 원장의 도움을 얻어 연꽃차와 연잎밥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연꽃차를 만들기 위한 연꽃으로는 홍련보다 백련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홍련은 향이 너무 진하고 강한데다 독소도 있다고 한다.
연꽃이 두번째 피는 날 꽃잎을 오므리기 전인 오후 5시쯤 녹차를 넣은 모시주머니를 연꽃 속에 넣는다. 녹차가 떨어질 염려가 있으면 꽃잎을 살짝 묶어주어도 된다. 밤새 이슬을 맞으며 녹차는 연꽃향을 머금게 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 연꽃을 한지 봉지로 씌워 꽃대를 잘라 바로 냉동시킨다. 연향을 머금은 녹차만 가져와도 되며, 냉동시켜 보관하면서 언제든지 우려 먹으면 은은한 연향을 즐길 수 있다.
생화 연꽃을 바로 이용해도 좋다. 해뜨기 전에 오므린 연꽃을 잘라 와 큰 다기(연지)에 녹차 주머니와 함께 넣고 꽃잎을 하나씩 피우며 뜨거운 물로 연꽃차를 우려내 나눠 마시면 된다. 녹차주머니가 눈에 거슬리면 따로 우려낸 녹차를 연꽃에 부어도 된다. 여름철이므로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다. 연잎을 찻잔으로 활용해도 좋다.
녹차 없이 연꽃향만 우려내 마셔도 맑은 향을 즐길 수 있다. 찬 물에 연향을 우려내려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연잎밥은 대표적인 사찰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타민B 복합체가 풍부하다. 철분이 함유되어 있는 연잎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며,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해 저혈압에도 좋은 자양 강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연잎밥에 사용되는 찹쌀, 팥, 연근 등은 피로회복, 정신안정에 탁월한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연밥의 단단한 껍질을 깬 다음 속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쪼개 가운데 쓴맛이 나는 씨눈을 떼낸 뒤 씨만 받는다.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썬다. 찹쌀은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불리고 팥은 삶는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연잎을 펼쳐놓고 준비해 둔 연근, 연씨, 찹쌀, 팥, 밤, 대추 등을 가운데 놓은 후 여분의 연잎으로 감싸 짚이나 실로 묶어 찐다. 한번 찐 것을 들어내 연잎을 헤치고 밥을 뒤적이며 물엿, 소금으로 등으로 간을 맞춘 후 다시 싸서 푹 쪄낸다.
옛글 속의 연꽃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물 위로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성품을 높이 칭송받아온 연꽃. 예로부터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연꽃의 성품이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이나 극락세계와 같아 불교의 상징으로 대접받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연꽃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대표적 글로 중국 송나라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을 꼽을 수 있다.
'물이나 땅에서 자라는 풀이나 나무의 꽃들 중에는 정말 사랑스러운 것이 무척 많다. 진나라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사랑했고,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매우 좋아한다. 나는 홀로 연꽃을 유난히 좋아한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잔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요염하지 않다. 줄기 속은 비었고 겉은 곧으며, 덩굴로 뻗거나 가지는 치지 않는다.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으며, 아름답고 깨끗하게 자란다.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두고 감상할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국화는 꽃 중의 은자(隱者)이고,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꽃 중의 군자이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가 도연명 이후에 또 있었다는 말은 들은 일이 거의 없다. 연꽃을 사랑함을 나와 함께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의당 많을 것이다.'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는 연꽃의 품성을 '깨끗한 병 속에 담긴 가을 물이라고나 할까. 홍·백련은 강호에 뛰어나서 이름을 구함을 즐기지 않으나 자연히 그 이름을 감추기 어려우니 진정한 군자와 같은 유라 하겠다'고 찬미하고 있다.
| |
|
첫댓글 연차 연밥 다 먹어 보았구만 어찌 내맘 이리알고 올려놓았노. 정말 자연이 준 진수성찬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