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렝이법은 우리 목수들이 터득한 매우 고급스러운 기법중 하나입니다.
우리 한옥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곳에서 이 기법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한번 찾아보시지 않겠어요?
그림1과 같은 표면이 고르지 않은 울퉁불퉁한 막돌덤벙주초 위에다 기둥을 세운다고 가정해 봐요.
어떻게 하면 직선의 기둥을 똑바로 주초 위에 세울 수 있을까요?....-.-;
드디어, 그렝이 기법을 터득하셨네요.
그림1
그림2
(그림 출처 집짓기 / 강영환 / 보림)
그림2와 같이 그렝이 칼로 초석의 요철을 따라 수직의 기둥에 그대로 그려볼까요?
이때 그렝이 칼이 수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렝이 칼은 컴프스처럼 생겼는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두개의 날이 있습니다. 먹물을 묻힌 쪽을 기둥에다 대고 초석의 높낮이를 따라 움직이면서 기둥을 한바퀴 돌면 기둥 밑면에 초석의 요철이 그대로 그려진답니다. 이를 그렝이 선이라 하는데 그림3과 같이 기둥을 뉘어 그렝이 선을 따라 기둥 밑면을 끌로 따낸 뒤 기둥을 세우면.....
그림3
신기하게도 기둥이 울퉁불퉁한 초석의 면과 꼭 들어맞게 되는것이죠. 그렝이질이 잘된 기둥은 혼자 서 있어도 넘어지지 않아요. 목수들은 그 위를 걸어 다니며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창방 등을 조립한답니다.
물론 고르게 다듬은 초석이라도 반드시 그렝이질을 거쳐야합니다. 아무리 가공을 잘한 주초라도 조금은 기울 수가 있는데요, 기둥을 그냥 세우면 기둥머리가 수직을 벗어나 저만치 달아나 있거든요. 어때요? 이정도면 우리 한옥기법의 정확성을 인정하겠죠?
자, 이제 그렝이란 두 부재가 만날 때 어느 한 부재의 모양에 따라 다른 부재의 면을 가공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다면 배흘림기둥에 벽선이나 문선을 세울 때도 응용할 수 있겠고, 도리에 추녀를 앉힐때라든지, 목재 외에도 돌을 쌓을 때 등등 여러 곳에 활용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