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니들이 경영하는 것보다 낫겠다(We could run it better than the management could)."
1980년대 말, 영국의 공영버스 운영체계의 민영화 이후에 방만하게 운영되던 런던광역버스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버스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노동자들의 손에 들려진 파업 피켓의 문구이다. 이 기존 경영진에 대한 조소 섞긴 문구가 버즈 협동조합(Buzz Co-operative)이라는 버스 협동조합이 설립된 계기였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인력의 수요자인 기업과 공급자인 노동자들이 갖는 권력의 비대칭은 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통제권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버즈 협동조합의 노동자들은 늘 경영진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노동의 조건과 급여의 수준을 요구하는 피고용인으로 머물지 않으려고 했다.
2005년 1월에 청주 우진교통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출범하였다. 청주 우진교통은 9년째 노동자들의 기업소유를 통한 경영참여와 자주관리를 실천해오고 있다. 이 과정은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인 청주 우진교통이 노동자들에게 진짜 자신들의 기업으로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이행의 시간이었다. 이는 노동자들과 세 가지를 공유하면서 이루어졌다. 첫째, 이해를 공유하였다. 노동자자주관리를 통한 노동자들의 공동의 이해를 충족하고자 하는 열의를 모아가는 과정이었다. 둘째, 기업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의 권한을 공유하였다. 자주관리위원회와 직무자치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합리적인 방안을 숙의하였다. 셋째, 기업경영의 편익을 공유하였다.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들의 노고가 모여진 잉여로 인식하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청주 우진교통은 기업과 노동자들의 미래를 위해 잉여의 합리적인 배분에도 적극적이었다.
최근에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청주 우진교통은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지역 버스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대중교통으로서 버스 운행의 공공성과 관련한 행정에 대한 개입은 청주 우진교통이 꾸준히 해온 활동이다. 최근에는 청주 우진교통의 경험과 유사한 노동자들의 기업인수 및 협동조합 운영에 대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요청받고 있는 상황이다. 협동조합이 구성원들의 배타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조합주의로 퇴행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유대와 협력을 잊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기업의 소유권은 기업의 통제권과 잔여수익의 수취 권한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배제해왔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청주 우진교통은 공유된 이해와 공유된 권한 그리고 공유된 편익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소유권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피고용인이 아닌 경영의 주체로서 역량 강화될 수 있는 과정을 검증해왔다. 무엇보다 자본에 대한 노동자들의 통제력을 강화하고자 한 노동자운동의 이상을 실현해온 청주우진교통의 사례는 경제에 대한 사회적인 통제권과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 사회적 경제의 리얼유토피아(real utopia)의 상상력을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확산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