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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더불어 가을의 2대 풍광인 억새는 찬란하기는 하되 단순함으로 떨어지기 쉽다. 한국의 대표적 억새 풍광지인 영남알프스 억새밭의 대명사 사자평도 마찬가지. 그러나 표충사~필봉~천황산~재약산~옥류동천~표충사로 이으면 억새밭의 단순미에다 외곽 능선의 한갓진 멋과 폭포와 계곡의 아름다움을 가미한 환상적인 환상(環狀) 코스가 된다.
필봉 길은 표충사 매표소를 지나지 않는 유일한 등로로서, 이 지역 토박이 등산꾼들이 애용하는 한갓진 길이다. 웅장미가 남다른 재약산~천황산 서쪽 사면을 잘 보이게끔 앞으로 당겨와 펼쳐둔 듯 바라볼 수 있는 능선이라는 점도 이 필봉 길만이 갖는 매력이다.
표충사 매표소 바로 아래의 계곡에 걸쳐진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곧장 마을길을 따라 안동민박집, 다선산방 앞을 지나 눈부실 정도의 주황색 지붕을 한 농가로 다가가면 그 건너 집 담벼락에 ‘필봉 가는 길’이라고 조그마하게 씌어진 글씨가 보인다. 이후 다소 길이 헷갈리더라도 곧장 산봉을 향해 오른다.
염소 방목을 위해 쳐둔 초록 철망을 만난 다음 15분여 급경사 흙길을 오르면 길 양쪽에 원뿔형의 돌무지가 하나씩 세워진 곳을 지나며 길이 좋아진다. 시원스런 너덜겅으로 나서면 저 아래로 표충사가 빤히 내려다뵈기도 한다. 붓끝처럼 뾰족하다고 하여 필봉인 봉우리 정상에 서면 재약산쪽 절벽 지대의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필봉 이후는 완경사여서 걸음이 빨라져 50여 분만에 2km 북쪽의 헬리포트에 다다른다. 헬리포트 직후 두 번 갈림길이 나오는데, 모두 오른쪽 길로 가야 천황산 방향이다. 도중에 재약산 주능선이며 필봉까지도 한눈에 뵈는 암부에 오르기도 한다. 이어 차라도 다닐 수 있을 것처럼 널찍한 주등산로로 나선 이후부터는 별다른 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길이 좋고, 안내팻말도 잘 돼 있다.
억새 절정기의 천황산~재약산 사이 천황재엔 등산객들을 상대로 어묵, 파전, 막걸리 등속을 파는 간이매점이 선다. 천황산~재약산 능선 동사면 전체가 억새밭이며, 옥류동천 계곡은 설악산의 이름난 계곡에 못지않은 암반계곡이다. 고사리 마을은 철거되었지만, 간혹 간이매점이 서기도 한다.
표충사를 출발해 필봉~천황산~재약산 정상을 지나 층층폭포가 있는 옥류동천으로 하여 표충사까지 내려오는 데는 13km에 6~7시간 잡으면 된다. 9월 말~10월 초에 가면 절정의 억새 풍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통
서울에서 밀양까지는 20분~1시간 간격 운행하는 열차편 이용. 밀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직행버스 하루 23회(07:30~19:00) 운행. 40분 소요.
숙박 (지역번호 055)
표충사 입구의 토굴과 매바위 마을에 방갈로농원(352-1528), 해동(353-1320), 자연풍경(352-1103), 매바위사슴농장(351-2434) 등 민박집이 많다. 표충사 매표소에 다다르기 약 1km 전 도로 왼쪽에는 무료 대형 주차장을 갖춘 새로운 관광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 단지에 숙박시설과 모범식당인 약산가든 염소불고기집(352-778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