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운동을 더 잘하고 더욱 좋은 기록을 내기 바랍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그 바람은 간절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열심히 운동하는 것 외에 다른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찾습니다. 그 방법으로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것이 특별한 식품이나 보충제를 먹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대표선수와 대학선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모든 선수들이 운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보충제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즈음 근육을 만들려는 사람들과 운동선수 중에는 크레아틴(creatine) 보충제를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크레아틴 보충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남들이 좋다니까 무턱대고 먹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하여 크레아틴 보충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크레아틴이 처음 발견된 것은 1832년입니다. 그렇지만 크레아틴이 몸에서 하는 역할은 1930년대에야 밝혀졌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가 운동선수를 통해 세계무대에 데뷔한 것은 냉전시기였던 1970년대에 올림픽에 출전한 구소련 선수들이 사용하면서부터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는 크레아틴 보충제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그 뒤로 크레아틴 보충제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크레아틴의 섭취와 배설
체중 70kg인 사람의 몸에는 약 120g 정도의 크레아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크레아틴은 근육에 들어있는데 그 양은 전체의 95% 정도입니다. 나머지 5%는 뇌, 간, 신장, 고환 등에 들어있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크레아틴의 절반은 음식으로 섭취하고 나머지는 몸에서 만들어냅니다. 크레아틴은 고기와 생선에 들어있습니다. 크레아틴을 섭취하면 분해되지 않고 장에서 그대로 흡수됩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으로 섭취하는 크레아틴의 양은 하루에 1 - 2g 정도입니다. 그리고 간, 신장, 췌장 등에서는 세 가지 아미노산(글리신, 아르기닌, 메치오닌)을 재료로 크레아틴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크레아틴의 양은 하루에 1 - 2g 정도입니다. 음식으로 섭취하거나 몸에서 만들어진 크레아틴은 근육으로 들어가 인산과 결합하여 인산크레아틴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때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과 크레아틴을 함께 섭취하면 크레아틴이 근육에 잘 들어갑니다. 몸에 들어있는 크레아틴은 대부분 크레아티닌으로 바뀌어 콩팥을 통해 배설됩니다. 하루에 배설되는 크레아틴의 양은 약 2g입니다. 따라서 체중이 70kg인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크레아틴의 양은 2g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식을 통한 섭취와 몸에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 양을 충분히 채울 수 있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의 효과
크레아틴 보충제의 효과를 이해하려면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근육이 수축하는데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 에너지는 ATP(아데노신삼인산)가 ADP(아데노신이인산)와 인산으로 분해되면서 나오는 것입니다. ATP는 에너지를 내는데 매우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에 들어있는 ATP의 양은 매우 적어서 격렬한 운동을 하면 2 - 3 초만에 모두 소모될 정도입니다. ADP에 다시 인산을 공급해주면 ATP를 만들고 그 ATP를 이용해 근육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근육의 인산크레아틴에 붙어있는 인산기가 ADP와 반응하면 ATP가 만들어지고 근육은 다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몇초 정도 더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인산크레아틴에서 제공하는 에너지까지 사용하면 10 초 정도 근육은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크레아틴에 인산을 다시 공급해주면 인산크레아틴이 만들어지고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좀 느려서 30 - 60초 정도가 걸리게 됩니다. 운동 시간이 그보다 길어지면 당과 지방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운동 초기에는 ATP > 크레아틴 > 당분해 > 지방분해의 순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운동시간이 길어지면 에너지를 주로 공급하는 방법이 지방분해 > 당분해 > 크레아틴 > ATP의 순이 됩니다. 따라서 짧고 격렬한 운동일수록 ATP와 크레아틴이 에너지원으로 중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구력 운동에서는 당과 지방이 중요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크레아틴 보충제는 짧은 기간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운동을 할 때 운동능력을 향상시킵니다. 특히 그런 운동을 반복적으로 할 때 효과가 큽니다. 크레아틴 보충제가 도움이 되는 운동의 종류를 보면 수영, 단거리 달리기, 반복적인 도약, 근육운동 등입니다. 그러나 지구력이 필요한 유산소운동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젊고 건강한 남녀와 중년까지는 무산소운동을 할 때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근력을 늘리고 근육섬유의 크기를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면 중년 이하의 사람이 크레아틴 보충제를 사용하면 근력과 체중이 증가합니다. 제지방체중(체중에서 지방을 제한 것)이 증가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몸의 전체 지방량과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유지됩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으면서 운동을 하면 근육의 힘이 세지는 것은 근육에 크레아틴의 양이 증가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근육에 크레아틴이 증가하면 훈련의 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훈련의 자극이 커지고 힘든 훈련에 몸이 잘 적응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근력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크레아틴 보충제의 효과는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으면서 근력운동을 함께 할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결국 크레아틴을 먹었을 때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크레아틴 자체가 아니라 크레아틴을 먹으면서 운동량을 늘린 결과인 것입니다.
근력 훈련과 크레아틴 섭취를 겸하면 체중이 확실히 증가합니다. 그러나 크레아틴을 먹으면서 운동하면 운동만 하는 것보다 지방이 덜 줄어들고 제지방체중도 덜 늘어납니다. 결국 크레아틴을 섭취하면 근육이 증가하면서 그에 비례하여 지방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크레아틴을 섭취하면 심한 운동을 할 때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섭취하면 지방은 늘어나지 않고 근육만 늘어난다고 선전하는 판매업자도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운동을 많이 하면 피하지방보다 복부(내장)지방이 더 잘 줄어드는데 크레아틴을 섭취하면 복부지방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내장비만은 여러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정도로 내장지방은 건강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만약 크레아틴을 섭취해서 내장지방이 줄어들지 않게 된다면 운동으로 건강을 증진하기보다는 해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크레아틴이 몇몇 질병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치료제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레아틴이 도움이 되는 병은 주로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인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나빠져 에너지가 잘 생산되지 않아 근육이 위축되거나 근육피로가 쉽게 발생되는 병들입니다. 또 운동을 하면서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콜레스테롤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는 법
크레아틴 판매상들은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할 때 처음에는 많은 양을 먹어 몸에 들어있는 크레아틴의 양을 빨리 증가시키고 그 후에는 그 양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량을 복용할 것을 권합니다. 즉 처음에는 하루에 20g씩(1회에 5g씩 하루 네 번) 5 일간 먹고 그 후로는 하루에 5g씩 복용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루에 20g씩 이틀만 먹어도 근육에 들어있는 크레아틴의 양이 최고에 달하므로 그렇게 많은 양을 5 일 동안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그렇게 많이 먹지 않더라도 하루에 3g씩 30 일 동안 먹으면 근육의 크레아틴 양은 처음에 많이 먹은 사람과 별 차이가 없게 됩니다. 여러 자료를 종합해볼 때 크레아틴 판매상들은 실제 필요한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을 때 우려되는 점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을 때 우려되는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부작용이고, 둘째는 크레아틴 보충제에 포함되어있는 불순물에 관한 것이며, 셋째는 크레아틴 보충제를 약이나 다른 보충제와 함께 복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호작용에 대한 것입니다.
1. 부작용
크레아틴 보충제는 대부분 단기간 복용하는데 크레아틴 보충제를 단기간 복용하면 체중이 느는 것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부작용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크레아틴 보충제를 오랫 동안 복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다가 나타난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체중이 1kg 정도 늘게 됩니다. 섭취한 크레아틴이 근육으로 들어가면서 물을 끌고 들어가기 때문에 체중이 늘게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곳에는 수분이 부족해지므로 탈수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소변으로 배설되는 수분의 양이 줄어듭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고서 근육경련(쥐)과 고온을 견디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이 있는데 탈수현상 때문에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섭취할 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으로는 구토, 설사, 복통과 같은 증상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크레아틴 보충제를 섭취하기 시작할 때 많은 양을 복용하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근육경련(쥐), 근육강직, 근육파열, 근?갚嶽? 등의 근육이상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난 사람도 있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콩팥, 뇌, 간, 신장, 고환, 심장은 매우 많은 양의 크레아틴에 노출됩니다. 이런 신체기관들이 오랫 동안 높은 농도의 크레아틴에 노출되면 어떤 영향을 받을 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특히 콩팥은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60배 정도 많은 크레아틴에 노출됩니다. 실제로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다가 콩팥의 기능이 나빠진 사람들이 있어 크레아틴이 콩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크레아틴 보충제를 단기간 복용하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콩팥에 별 문제가 없는 사람이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해도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콩팥에 병이 있는 사람이 크레아틴 보충제를 복용하면 콩팥 기능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에 대한 다른 우려는 크레아틴이 몸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물질들이 발암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크레아틴이 분해되어 생기는 물질 중에는 발암성이 의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연구 결과를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섭취하면 신체내부에서 만들어내는 양이 감소합니다. 그리고 크레아틴 보충제 섭취를 중단하면 몸에서는 다시 크레아틴을 만들어냅니다. 크레아틴 보충제를 섭취할 때 몸에서 크레아틴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크레아틴 보충제를 오래 먹는 것은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실험과 같은 것입니다. 어떤 나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매우 개인적인 독성실험인 것입니다. 즐거움과 건강을 위하여 운동을 하면서 그런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있을까요?
2. 크레아틴 보충제의 오염
보충제로 파는 크레아틴은 식품에서 추출한 것이 아니라 합성한 것입니다. 크레아틴을 합성하는 원료로는 사르코신(sarcosine)과 사이아나미드(cyanamide)를 사용합니다. 시판되는 크레아틴 보충제 중에는 이런 원료로 크레아틴을 만들면서 생긴 부산물과 다른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크레아틴 보충제에서 발견된 오염물질은 크레아티닌, 이시안화이아미드(dicyandiamide), 이수화트리아진(dihydrotriazine), 비소, 나트륨 등이 있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에 대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일수록 이런 오염물질이 더 많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3. 약이나 다른 보충제 사이의 상호작용
한 연구에 의하면 크레아틴 보충제와 카페인을 함께 섭취하면 크레아틴의 효과가 완전히 없어진다고 합니다. 카페인은 커피, 홍차, 녹차는 물론이고 여러 음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카페인은 운동선수들이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흔히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크레아틴 보충제와 다른 보충제 또는 약을 함께 복용할 때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렇게 해도 안전한지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크레아틴 보충제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견해
유럽연합의 식품에 대한 과학위원회 (Scientific Committee on Food)는 2000년에 크레아틴 보충제의 안전성에 대하여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발표의 결론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크레아틴 보충제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많이 있지만 믿을만한 대규모 연구의 결과는 없다
2. 크레아틴 보충제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잘 훈련받은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일반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3. 크레아틴 보충제를 단기간 또는 장기간 사용했을 때 안전한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
4. 크레아틴 보충제를 생산할 때 품질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5. 크레아틴 보충제를 섭취할 때 초기에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한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 크레아틴이 농축되는 콩팥의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의심스럽다.
6. 크레아틴 보충제를 먹을 때 체내에서 크레아틴 합성이 중단되는 것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가 부족하다.
7. 결론적으로 크레아틴 보충제를 많이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루 3g 이하를 섭취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