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산딸기 소스를 곁들인 치즈 케익 --- 치즈는 비교적 불리한 단백질, 케익은 제법 불리한 탄수화물 메뉴다.
7) 커피 --- 가능하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면 순서에 따라 다 먹으면 좋을까? 아니면 무엇을 덜 먹어야 할까? 또 아니면 이 정도의 메뉴로는 식사로 부족할까?
우선 보통 체격이라면 남녀 모두 결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배고플 정도의 식사를 대접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 먹을 것이냐 아니면 덜 먹는다면 무엇을 덜 먹어야 할 것이냐가 문제다.
나는 존 다이어트의 이론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전략을 짰다. 단백질 메뉴는 가능하면 다 먹고, 탄수화물 메뉴 중에서는 불리한 것(빵, 밥 등)을 먹지 않거나 적게 먹고, 유리한 탄수화물인 야채와 과일은 가능하면 다 먹는다.
1) 식빵을 먹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신다.
2) 가리비와 훈제 연어
가리비 조갯살과 훈제 연어를 다 먹는다. 입맛을 돋우기에 뛰어난 메뉴다.
3) 크림수프
맛을 보는 정도로 즐기고 남긴다.
4) 샐러드
싹싹 다 비운다. 다행이 드레싱이 상큼하게 식초향이 나기에 더욱 더 좋았다.
5) 안심 스테이크, 볶음밥, 더운 야채
볶음밥은 먹지 않았고, 오이김치와 당근, 버섯, 껍질콩을 거의 다 먹었다. 안심 스테이크도 앞에서 가리비와 연어를 먹었기 때문에 조금 남겼다.
6) 치즈케익
앞에서 노릇노릇 구워 맛있을 게 분명한 빵과 고소하게 볶은 밥을 먹지 않고 꾹 참은 이유는 바로 치즈케익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을 준비한 주방장이 성의를 다해 마련한 예술 메뉴가 바로 케익이라 믿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나오는 케익에 이르러서 살이 찔까봐 걱정하며 맛있는 마지막 메뉴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7) 커피는 카페인으로 수면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앞에서 잘 지켜온 존(zone)에 유리한 식사를 그르치게 되므로 포기하고 자리를 떴다. 만약에 커피를 받아 놓았다면 향을 즐겼으리라.
후배 의사가 “나는 그냥 다 먹는다”며 유별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취지로 한마디 건넨다. 물론 모든 사람이 존 다이어트의 규칙에 따라 식사를 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모든 사람이 약을 먹는 것이 아니다. 일부 환자들만이 약이 필요하여 약을 먹는다. 음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맞춰서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환자라면 반드시 어떤 가이드라인을 지켜서 먹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더니 그 후배의사도 수긍하였다. 또 현재는 병이 없어도 질병을 예방하려는 사람들도 식사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배우고 익혀서 식사를 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식사의 맛과 양에 상당히 관대하여 식사의 맛과 양을 즐기는 것을 풍류 또는 멋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데 의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여겨진다. 반드시 타파해야 하는 좋지 않은 관습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려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