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시간단축-신규채용 꼼수가 무섭다
정규직 노동강도 강화·임금 삭감 … 비정규직 불법파견 은폐까지
1월 4일 고용노동부가 장시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올해 안에 1400여명 이상의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고 3,599억원의 시설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3월까지 900여명을 우선 채용하고, 이후 올해 안에 500여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내년까지 현행 주야 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제, 3조 3교대제 등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순이익을 챙긴 대기업이 과거를 반성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대폭 늘릴 것처럼 보인다.
지난 12월 29일 이미 현대차그룹은 재벌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2012년 14조원을 투자하고, 고졸 및 전문대졸 출신의 생산직 직원 2200여명을 포함해 7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노동부는 현대·기아차의 1400명 신규채용이 7500명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장시간 근로 개선계획의 무시무시한 내용
현대·기아차가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개선계획은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내용은 △개인별 연장근로 관리 시스템 개발 △순환근무제 도입 △노조 대의원이 결정ㆍ실시하던 휴일특근 관리자 결재 후 실시 △공장 간 물량 이동 및 전환배치 등이다.
물량이 부족하면 개인별로 휴가를 내거나 순환근무를 시키고, 회사 마음대로 휴일특근을 중단시켜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이 ‘귀족 노동자’라고 말하는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해 받는 통상임금은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연장근무, 심야노동, 휴일특근을 해서 받는 임금이 연봉 5천만원이다. 그런데 강제로 휴가를 가고, 물량이 줄어들면 순환근무를 하고, 휴일특근을 하지 않으면 대폭적인 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
노사 합의를 통해 추진되었던 공장간 물량 이동과 전환배치를 회사 마음대로 하겠다는 개선계획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사고와 산재의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영어를 가르치던 교사에게 오늘은 수학을 가르치라고 하는 것처럼 엑센트를 만든던 노동자가 아반떼를 만드는 일은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조 3교대는 야간 전담반?
또 노동부는 “법 위반 시정을 위하여 오는 3월까지 일이 많은 일부 공정의 교대제를 2조2교대에서 3조3교대 등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일이 많은 일부 공정은 현대차 근무형태변경 추진위 자문위원회에서 제안한 엔진, 변속기, 소재 부문이다.
밤샘노동을 하지 않기 위해 주간연속 2교대를 하기로 하고, 노사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데 3조3교대를 한다는 것은 1개조가 심야노동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3조3교대의 경우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물량이 줄어들었을 경우 1개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게 된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개의 조 중에서 1개조는 야간 전담반으로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생으로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금삭감·노동강도강화·고용불안 없는 ‘3무 원칙’
이러한 우려들 때문에 현대차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줄여 주간연속 2교대를 하면서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이 없는 ‘3무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빅5’로 키우기 위해 청춘을 바쳐 일한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을 줄여주고, 그만큼 일자리를 늘려 신규채용을 확대하면 되는데, 회사는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꼼수는 바로 비정규직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에만 8천명이 넘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해 11월 15일부터 25일 동안 공장 점거파업을 벌이며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104명이 해고되고 1천명 이상이 징계를 받았으며, 지난 해 충남지노위는 이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부산지노위도 일부 불법파견을 인정했으나,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신규채용 미끼로 불법파견 은폐
현재 194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1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울산 1공장에 대해 실사를 진행한다.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사내하청 바지사장을 시켜 공구함에 하청업체 이름을 붙이고, 작업표준서를 새로 만들고 있다. 또 업체 관리자들이 간식을 나눠주고, 작업조끼를 업체 이름으로 새로 만드는 불법행위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지난 해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발견된 사내하청업체 관리자 수첩에도 현대차의 철두철미한 지시로 불법파견 은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과 불법파견 은폐행위를 방치하고 있고, 현대차는 꼼수로 가득한 노동시간 단축과 사기성 짙은 일자리 창출로 비정규직 문제를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분열
현대차 900명 신규채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열,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분열을 노리고 있다. 지난 이경훈 집행부 시절 장기근속자 우선채용 요구안이 ‘채용세습’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동일 조건시 우선 채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되 세부적인 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장기근속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과 분열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 비정규직 사내하청 40% 발탁채용 전례는 비정규직 사이의 분열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규직의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와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은폐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열까지, 현대·기아차 노동시간 단축과 1400명 신규 채용 꼼수가 무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