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11구간(분골도로-645번국도-문박산-학당고개)
1.일시: 2012년 8월 4일 토요일.
2.날씨: 여름 땡볕에 얼굴이 익을 정도임.
3.참가인원: 하늘님과 구름님 결원으로 바람, 그윽한미소, 딱선생 그리고 나 네명만 참가함.
4.산행시간및거리: 분골도로에서 여주재까지 12.2km이니까 정확히 7.75km진행함. 정맥종주중에서 이번 구간이 제일 짦게한거 같음.
출발
불볕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릴 때, 남들은 시원한 계곡으로 물놀이들을 할 때 우리는 땀으로 샤워를 하기 위해 금북에 들었다.
금북의 일정상 그리고 우리의 산행 패턴상 8월에 2구간 정도는 당겨줘야 금북을 올해안으로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불볕더위에 산행을 강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름 땡볕 정맥 산행은 죽으려고 환장을 했거나, 아니면 집에서 쫓겨나 어디 갈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산행하는 둘중 하나다.
일단 햇볕이 나뭇잎으로 가려진 응달은 그런데로 참을 수 있었지만 햇볕 밑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머리가 증발되는 것 같이 어질 어질하다.
등산하다 죽을 것 같은 경우는 오늘이 처음이다. 물이나 많고 계곡이나 깊은 산들은 그래도 괜찮겠지만 정맥의 능선 산행은 그야말로 온 피부로 햇볕이 난사된다.
특히 까만 머리는 바로 증발해버린다. 그렇다고 모자를 쓸 수도 없는 것이 숨이 턱까지 차는 더위에 모자까지 쓰고 산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해서 머리띠만 두르고 산행하니, 머리가 부글 부글 끓어 임계점을 넘어 갈 판이다.
거기다가 바람이나 불어 주면 좋으련만 바람 한점 없지, 산이 깊어 그늘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그리고 우리가 또 간과한 것이 여름 휴가의 가장 피크일 때 정맥 산행을 하려고 했으니,
당일 좌석을 배정 받을 수 있을까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 예상하지 못했고 당연히 좌석이 있으려니 생각했지만, 조금만 늦게 표를 샀어도 오늘의 산행은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 좌석 빼고 겨우 3개의 좌석만이 남은 것이다.
좌석도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배정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이번 정맥 산행의 불길한 전조들인 것이다.
분골 도로 위. 오전 10시인데도 볕이 뜨겁다.
사라동 마을 입구 전경.
첫번째 알바 장소. 넓은 길을 따라 무심코 지나치면 무조건 알바다.이길 끝능선상에 묘가 한기 있다. 거기까지 가면 안되고 이곳에서 우회전이다.
단 호박 간식중. 산행 한시간만에 가져온 물이 반이 날아갔다. '딱선생'은 "물 떨어졌으니 내려가야지!" 하며 너스레를 떤다. 아닌게 아니라 물이 없으면 가지도 못한다 이 더위에...
645번 도로 11시 도착. 어떻하면 햇볕을 피할까 노심초사 중이다. 하늘에서 햇볕이 발칸포 속사중이다.
영지 버섯. 얘와 인연있는 사람이 가져가도록 놔뒀다. 작기도 했고!
문박산(337.8m)도착 12시. 맛들이 서서히 가고 있다. 저 얼굴들에서 더위가 확 느껴지지 않는가?
막걸리와 간식중. 까진머리를 세계인이 행여 볼까봐 부랴부랴 가리느라고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딱선생'!
신원리 집단 조림지 현황표. 사진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르면 봉정암이 나온다. 사진에 어렴풋이 봉정암 지붕이 보인다.
이것이 설악산의 봉정암은 아닐 것이다! 더위에 내가 미쳤나?
응달에서만 얼굴이 펴지는 '바람'!
밤들이 실하게 영글고 있다. 으이구! 가을에 지나 갔으면 밤맛좀 보는건디... 밤나무 밭이 계속 이어진다.
9번 송전탑도 지나고...
이번 구간에서 조망이 트인 유일한 곳이다.
이길을 따라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는데 이길을 놓치고, 무심결에 넓은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알바 필수다.
우리가 그랬으니까! 사진에 보이는 송전탑을 넘어 운동기구가 있는 놀이터까지 갔으니까!
우산 성지가는 길에 운동기구있는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길을 잘못들었지만 먹을 건 먹어야지!
여기서 길위의 현자를 만나 길을 되짚어 찾아갈 수 있었다. 여기서도 '바람'은 그냥 내려가잔다 내려가면 나온다나 뭐라나!
그래서 나온적이 한번도 없었은데 고생만 바가지로 하구!
되짚어 내려오는 길에 만난 산도라지! 정말로 요즈음은 보기도 드물고 귀한 몸이시다!
225봉 도착. 이때 시간이 오후 4시다.
학당고개 오후 4시 22분 도착.
'바람'이랑 '딱선생'은 여주재까지 갈까봐 미리 눈을 뒤로 뒤집어 깐다. 여기서 더 갈 수도 없고, 갔다 가는 사람 잡을 것 같다.
여기까지 아무리 알바를 하고 탱자 탱자해도 6시간 반이 걸렸다는 것은 완전히 뭣에 홀린 것 같다.
아무튼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땡볕에서는 산행 금지 그것도 정맥 산행은 무리를 넘어 무례다! 산에 대한 무례다.
청양터미널까지 콜을 불러 택시로 이동하는데 택시 기사 왈 마지막 서울 가는 버스가 떠났다는 것이다. 헐 지난번에 7시 40분 차를탄 기억이 있는데 뭔소린가? 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표를 보니 강남터미널행 4시10분발 버스가 바로 떠난 것이다.
다음 시간은 강남 7시40분 막차가 있고 동서울행은 5시10분, 인천행은 4시30분이다.
모두 다 나를 배려해서 4시30분 인천행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왜 인천행은 여타 도시보다 더 버스비가 비싼걸까?
서울은 9,700냥이고 인천은 12,500냥이다. 허걱! 거의 3,000냥 차이다.
그런데 인천행 버스를 택한 것이 시간상으로 제일 빠른 것도 그렇고, 나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삼복 더위에 꼭 먹고 넘어 가야 하는 민어가 '그윽한 미소'의 촉수에 걸려든 것은 아닐까?
민어 매운탕과 민어 부레회의 유혹! 맛의 달인으로서 빗겨갈 수 없는 맛의 유혹인 것만은 분명하다.
화선식당은 민어의 모든 부위를 한번에 먹을 수 있다.
역시 매운탕은 민어 매운탕이여!
자세좋고!
누가 이겼을까?
답은 '딱선생'! 똥개도 지 나와바리에선 50% 먹구 들어간다는데 나는 거기서 예외인가 보다 골찌했으니...
'딱선생'이 볼일을 보는 시간 때문에 마지막 급행 막차를 놓친 모양이다. 나도 버스가 끊겨 택시로 집에 들어갔다.
무더위에 고생들 많았다. 밀린 숙제가 많으니 다음 구간은 빡시게 가자!
나의집 도착시간은 비밀이다!
첫댓글 여주재까지 10Km 라고 하더니 12.2Km 였구만..글구 학당고개 까지가 7.75Km 알바까지 생각하면 뙤약볓에 족히 10Km정도는
산행한거구만...정말 뜨겁고 힘들더라....다른구간 20Km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고행도 먼훗날 우리들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겠지!!!
고상혔다! 땀뺀거는 30km 산행할 때 만큼 뺀거 같어!
그 폭염 속에 결국 정맥을 강행하셨네요.
대단한 사인방이십니다.
근데 사진마다 그윽한 미소님만 웃고 계시고 나머지 두분은 거의 울것 같은 표정
진짜 안가길 참 잘한것 같아요.
안 오시길 잘하셨읍니다! 죽는 줄 알았읍니다. 선선한 바람불 때 또 시작하시자구요!
대단한 체력들임다~~~
날도 더운데 고생들 하셨슴다~
ㅎㅎㅎ 전엔 산행기를 보면 휴~~ 한숨과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젠 다녀오신 산행기를 봐도 부럽지 않슴다~
날도 덥구 엄두도 나지않아 그런가봅니다.
몸조리 잘하고 계시죠? 등산도 습관인가 봅니다. 안하게 되면 산이 부르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하셔야지요?
첫번짼 더워서 죽을 뻔했고, 두번짼 알수없은 벌레에 쏘였는데 독이 퍼져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안오시길 잘 하셨습니다.
벌레가 스치구 지나간 걸 가지고 뭘 그리 엄살이냐? 그건 독이 아니라 약이다 약! 봉독도 일부러 맞는 세상인데 공짜로 보약 맞은거잖아 한턱 내라!
그날이후로 몸이 안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