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대구와 구미, 김천 등 경상북도
일원에서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비롯해 170개국 1만1000여명의 선수-임원단이 참가할 예정. 대구U대회 추진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경기 관람뿐 아니라,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풍성한 문화축제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회 기간 중 대구시내 문화유적지와 관광지를 순환하는
대구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고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오리지널 런던팀의 뮤지컬 '시카코'를 공연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 관광지로서 대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명산과 유적지 등이 많다. 가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다.
■ 팔공산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팔공산(八公山)이다. 대구 동북쪽을 감싸고 칠곡군 군위군 영천군 경산군 선산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전체 능선 길이가 20㎞, 높이가 1192m, 총면적이 122.08㎢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다.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 서봉이 늘어 서고 동남쪽으론 염불봉 수봉 인봉 등의 봉우리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등산을 하지 못한다면 팔공산 집단시설지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전망이라도 해볼 만하다.기세 좋은 봉우리들이 능선으로 겹겹이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산의 정기가 절로 느껴진다.
동화사 파계사 등 천년 고찰이 골짜기마다 들어서고 불상
탑 마애불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동화사는 신라 선덕여왕이 창건한 절. 민족통일을 기원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모아 세운 세계 최대 규모(높이 33m, 둘레
16.5m)의 '통일약사여래대불'이 서 있다.
팔공산은 동화사 외에도 갓바위, 신숭겸 장군 유적지 등으로도 유명하다. 관봉(850m)정상에 있는 갓바위는 머리 위에 펀펀한 돌을 갓처럼 쓰고 있는 석조불상으로,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걸작이다. 이 불상에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소문 때문에 새벽부터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팔공산 진입로 일대는 927년 고려 왕건이 견훤과 맞서 싸운 곳으로 왕건이 싸움에 대패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신숭겸 장군이 왕건과 옷을 바꿔 입고 대신 전사한 것을 애도하여 지묘사를 창건했고, 조선 시대에 들어 그 자리에 표충단과 표충사 충렬비를 세웠다. 팔공산 일대는 이곳 외에도
왕건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많이 전해진다. 견훤군에 대패했다는 파군재(破軍峙), 전장을 탈출해 몸을 숨긴 왕산(王山), 탈출로를 비춰주던 새벽달이 외로웠다는 반야월(半夜月), 탈출하다가 이곳에 이르러서야 얼굴이 밝아졌다는
해안(解顔), 안심했다는 안심(安心) 등이 있다.
팔공산 등산코스는 수없이 많다. 팔공산 종주 코스(18.9㎞)는 가산산성∼한티재∼파계재∼서봉∼동봉∼신령재∼관봉(갓바위)∼갓바위집단시설지구로 4∼5시간 걸린다. 1∼2시간 등산에는 수태골∼동봉∼서봉∼수태골과 동화사∼염불봉∼신령제∼폭포골 코스가 좋다. 파계사시설지구∼파계재∼파계봉∼부인사 코스와 폭포골∼신령재∼인봉∼관봉(갓바위) 코스도 추천할 만한 등산로다.
■ 인흥마을
대구 도심에서 벗어나 본리1동에 가면 70여채의 반듯한 한옥들이 정연하게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붕이 높고
화려하며 담도 어른 키를 훨씬 넘는 기와집들이다. 영남 선비의 기개를 느끼게 하는 이 고옥들은 고려 말 중국에서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18손 문경호(1812∼1874)가 옛 인흥사 절터에 만든 남평문씨 마을이다.
처음에 초가로 시작했다가 100년에 걸쳐 지금의 세거지(世居地)가 형성되었다. 건축연대는 200년 미만이지만 전통적인 영남 양반가옥의 틀을 지키고 있다. 특히 1910년 지어진 광거당(廣居堂)과 1936년에 지어진 수봉정사(壽峯精舍)는 전통 구도를 그대로 살린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광거당은 대문 안에 들어와 있는 기와토담, 집 곁 대나무숲과 잘
어우러져 있고 수봉정사는 정원이 곱게 가꾸어져 있다. 또
국내에서 보기드문 문중문고(門中文庫)가 있는데, 희귀본이 소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학(儒學)에 필요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갖추어진 도서열람실이다.
■ 묘골마을
달성군 하빈면 묘리,
묘골로 불리는 이 마을은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朴彭年)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순천박씨 집성촌이다. 광복
이전에는 100여호가
있었으나 지금은 30여호만 남아 있다. 이 마을 가운데로 곧게 올라가면 맨 끝에 사육신의
위패를 봉안한 육신사가 나온다. 단종 복위
운동을 하다가 옥중에서 순절한 박팽년의 대를 이은 박비(朴婢)가
종택을 짓고 정착한 곳이다.
박팽년의 제사를 지내려던 계창(繼昌)이라는
후손의 꿈에 사육신이
사당 밖에 서성거리는
것을 보고 함께 제사드리기 시작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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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를 아껴 회유하려 했던 세조를 끝까지 상감이 아닌 '나으리'로 부르고 죽음을 택한 박팽년의 이야기, 온 집안이
멸문을 당하는 와중에 관비의 아들과 바꾸어 길러짐으로써
목숨을 건진 박팽년 아들의 이야기 등을 해설사와 박팽년
후손을 통해 듣다보면, 역사의 회호리 속에 절의를 굽히지
않았던 선비의 고난사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밖에도 대구는 1084m의 고산으로 자연휴양림 시설이
잘 돼 있는 비슬산과 두류공원 등 가볼한 곳이 많다. 대구관광정보센터(053-627-8900)는 1일 대구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고 갖가지 관광정보도 제공한다.
/황종숙기자 jshwang@segye.com
■가는 길
수도권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4시간
정도. 또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면 거리상은 멀지만
막히지 않아 경부고속도로와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비행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1시간30분 간격으로
뜬다. 대구국제공항까지 40분∼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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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먹거리로 동인동 찜갈비, 닭똥집요리가 있다. 동인동 찜갈비는 중구 동인동에 20여개 음식점이 몰려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양은그릇에 갈비를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절여 내놓는다. 오래 절여서 고기가 부드럽다. 식사로나 술안주로도 인기가 좋다.
찜갈비 1인분이 1만원, 소고기찌개는 5000원이다. 벙글벙글식당(053-424-6881) 유진찜갈비(053-425-7184).
닭똥집요리집는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일대에 50여개 업소가 먹자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가격도 저렴해 대학생과 젊은이들로 붐빈다. 튀김은 1인분에
4000원, 양념요리는 1인분에 5000원이다. 명동(053-951-3190) 평화통닭(053-958-0816) 꼬꼬식당(053-956-7851)
'막창골목'도 있다. 북구 복현1동 일대 25개 업소가 소내장이나 돼지내장을 냄새 없이 손질해 구워내는 막창요리를
팔고 있다. 소주안주로 제격. 소막창은 1인분 6000원, 돼지막창은 5000원. 보광막창(053-957-4510) 산골숯불막창(053-985-4279)
한약재를 넣어 만든 돼지갈비와 돼지찜갈비도 먹을 만하다. 달서구 두류1동 크리스탈 호텔 뒤편 '김태근 한방요리'(053-422-2255).
■숙식
특급호텔 인터불고(02-425-5678)를 비롯해 파크(053-952-0088), 그랜드(053-742-0001) 등의 호텔과 숙박료가 싸고(3만원대) 깨끗한 팔라지오여관(053-741-3916)
큐피드모텔(053-951-0713)도 많다.
특1급인 인터불고호텔은 U대회 개최 기념으로 1일 숙박권을 40%를 할인, 13만6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도 마련돼 있다. 팔공산 동화사와
파계사 사이에 8000명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영장을 준비했다. U대회 주경기장까지 시내버스가 8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야영장 문의 대구시 청소년과(053-429-2531).
<사진>대구 팔공산.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 아래 신라 선덕여왕때 건립된 사찰 동화사가 자리하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대구 평화시장일대 닭똥집 요리골목과, 묘골마을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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