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어원에 대하여>란 글에서 반론의 모호함에 대하여.
-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그동안 곁눈질만 하다가, 이번에 카페의 원고를 정리하여 책으로 엮어내신다니 참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이러한 큰일에 비학천재(非學淺才)한 자가 짬짬이 도울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글을 올립니다. -
고대사 영역에서 옛말의 어원분석은 역사학 분야에서도 반드시 통섭(統攝)해야 할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므로, 어원분석에 대한 몇 가지 글들도 어떤 형식으로든지 책의 원고로써 실릴 것으로 예상하며, <한류전통문화>방에 실린 글 중에서 하나의 본보기로써 뽑아보았습니다. 각설하고,
모 단체 기관에서 ‘며느리’란 낱말 속에는 여성비하적인 뜻이 담겨져 있다며 주장하기를,
첫째,『우리말의 속살, 천소영, 창해』에서 인용하면서
“며느리는 며늘/미늘/마늘+아이의 구조로서 그 기원이 되는 며늘이란 말은 덧붙여 기생한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인용합니다.
“같은 어원을 가진 며느리발톱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짐승이나 조류의 발뒤꿈치에 붙어 있는 쓸모없어 퇴화된 기관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며느리는 내 아들에게 딸려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라는 뜻으로 철저한 남존여비 사상에서 비롯된 호칭어입니다."라고.
둘째,『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백문식/삼광출판사』에서 인용하면서 “15세기 문헌 표기도 오늘날과 같은데 사투리인 메나리, 메누리 등에서 메(진지,밥)+나르(다)+이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며느리의 어원은 시집식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제사 때 음식(제삿밥+메) 나르는 일을 도맡아 한다는 뜻에서 진지를 나르는 사람입니다.”
위의 주장에 대해서 어떤 글쓴이는
동종언어 비교로 접근한 첫 번째 주장의 튼실한 논리구조에서 대해서는 어떤 문헌에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예리하게 반론을 제기합니다.
어원분석과 사회문화적인 분석을 동시에 활용한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나리’ 혹은 ‘느리’는 ‘나르다’로 형태변화가 되거나 해석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반론을 제기하면서,
<우리 문헌에서 아들의 부인이란 뜻으로 “며느리”란 말이 보이는 기록은 조선 후기의 사설시조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며 문헌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며나리’ 혹은 ‘며느라기’로 나온다>는 용례까지 예를 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며느리”의 오래된 명칭은 ‘며나리“ 혹은 지금도 일부 지방에서 쓰고 있는 ’메나리‘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어 “며느리”의 원형은 ‘메나리’로 볼 수 있게 되는데, ‘메’는 현대어에서 ‘며’로, ‘나리’는 ‘나리’ 혹은 ‘누리’, ‘느리’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 어떤 글쓴이도 <일부 지방>과 <‘나리’는 ‘나리’ 혹은 ‘누리’, ‘느리’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며 지역의 명확성과 어원 변화에 대한 정확한 근거제시를 명시했더라면 반론의 품격이 높았을 것인데, 안타깝게도 이 부분을 빠뜨리다보니 자신이 반론을 했던 주장들과 똑같이 모호한 오류를 저지릅니다.
<‘며느리’의 어원에 대하여>란 글이 추천된 원고가 아니지만, 고대사 영역에서 옛말의 어원분석에 대한 글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실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와 유사한 원고를 책에 싣고자 한다면 단순교정이나 편집이 아니라 바로 이런 부분이 편집위원들의 몫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원문을 보지 않고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려다보니 이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서 쓸데없이 군살만 덕지덕지 붙은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나 <근거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란 문구에서 느껴지듯이 너무 강력한 의견이나 단정적인 문장 표현은 학문하는 자의 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원고(原稿)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됩니다. 따라서 원고 집필자와 편집위원 사이에 긍정적인 타협(?)이 웃으면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자신의 주장을 글로써 펼쳐 보이는 것과 그 글을 편집하여 책으로 엮어내는 일은 전혀 별개의 것이므로, 여타의 원고에도 이런 부분이 많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런 점을 편집위원들께서는 각별히 헤아려 주시고, 부디 훌륭한 책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잡글을 올려보았습니다.
고군분투 중인 여러 학자분들의 너그러운 인품에 기대면서…… 지방의 어떤 촌부.
첫댓글 책 간행과 편집에 참고가 될 수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조언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