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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회 시와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성전 방극률
방 극 률 제4집
『꽃으로 피어 사는 동안은』
*발문 작성:이 강 옥 은사님 참조 하십시요....
■ 序詩
<꽃봄 발원지를 찾아서>
꽃봄 소식이 오는 1번지는
남도(南道) 구례 땅에
산수유가 핀 마을인지요
광양 땅에
매화 향기 날으는 강가인지요
아님,때만 되면 늦을세라
TV속 남녀 앵커가 전한
꽃봄 뉴스를 들어야 하는
내 귀가 내 마음이 발원지인지요
그 좋았던 내 청춘의 꽃이름 써먹은 지가
사십여 년 흘러 왔음에
그 청춘을 삭힐 틈이나 있었나요
썩힐 힘이나 있었나요
후련함을 후회로 돌리지나 않나요
한때 청춘을 보낸 지상(地上)의 우리들이여!
꽃봄 소식이야 내년도,십년 후도,사십년 후도
보란 듯이 손짓하며 올 테니
우리는 그냥 지금 핀 저 아름다운
산수유 보러,매화 보러 아끼지 말며
정신 차려 구경이나 슬슬 다니자고요.
2014.03.22 작
■ 시집을 내면서
가을은 시의 계절이라고 했습니다.어느덧 시를 써서 발표 한 지
30여년이 흘렀습니다.수 천 편의 시를 쓰면서 다시 추려서 내 놓으면서도
그때마다 부끄러운 마음만 가득 채워질 뿐입니다.일기를 써서 축약하는
글로 나름 생활시를 써서 다시 읽어 볼 시간엔 반성의 기회를 찾게 됩니다.
7년 만에 상재한 본 네 번째 시집『꽃으로 피어 사는 동안은』졸작을 먼저
아내에게 바칩니다.
그리고 고향 어르신들과 은사님,선배님,형제,동료들과 동창생들,
그리고 동인들과도 함께 나누겠습니다.정이 든 동네 슈퍼 사장님이랑,미용실
사장님이랑,세탁소 사장님이랑,단골로 다닌 식당 사장님이랑 세상 살아 온
이야기 나누며 배우겠습니다.
병환 중인 아내에게 뭐 위안의 도움도 많이 주지 못한 삶...
그로 인한 캄캄했던 내 마음...다 잊고 웃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이렇게 엮어서 내 보이는 시집을 오래오래 고이 간직하며
시의 길,부단히 걷겠습니다.
2014년 10월 06일(음 09월 13일)
나의 생일 아침에
방 극 률
중보들에서.....시집 날개 뒷장에
아내 완쾌를 위해 중보들에 나가
운동이랍시고 걸었네
직립보행이야 아주 단순하게
편하게 속도 조절의 묘미를
덤으로 얻어 내는 일이네
작년 이 쯤 공원길을 만든 후
2년 째이니 이 길이 정이 들었네
쥐똥나무가,조팝나무가
개쉬땅나무와
홍철쭉,백철쭉이 크며 꽃피는
일생을 다 보았네
하늘의 먹구름 흰구름이 떠가며
서산으로 가져 간 노을과
바람에 아내의 머리칼이
휘날리는 모습 다 보았네
아내의 밝은 화색
작년보다 더 빠른 걸음걸이
훤해지는 8월의 풋기운들이었네.
2014.08.28 작
<약 력>
- 1960년 전북 남원 출생
- 2001년 01월 『문예사조』 시 등단
- 2011년 08월 『수필시대』 수필 등단
- 삼성전자 『청맥』3호~17호 발간(1984년~2003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서정문학회 회원
- 예원문학회 회원
- 시와 사람들 회원
- 시집:제1집 『머리 위에 산 산 위에 하늘』(2003년)
제2집 『작은 사람 작은 거인』(2004년)
제3집 『어머니의 일기 고향의 노래』(2007년)
제4집 『꽃으로 피어 사는 동안은』(2014년)
- 공동문집: 『한계령』1호~3호 (방송통신대학 국문과 '90~'92년)
『예혼』(문예사조 2009년)
『시의 길을 걷다』(시와 사람들 2010~2014년)
『한국대표서정시인집』(서정문학 2010년)
『연필로 쓰는 세상』(예원문학 2012년)
『내 마음의 숲』(국보문학 2013년)
- E-mail:bgy0707@hanmail.net
- 전화:010-2998-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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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선정 요.
첫 번째 만남:반려의 만남
.......................................................
1.황송하옵니다
황송하옵게도
강아지풀을 보고 있습니다
두 발짝 더 떼어서
토끼풀도 보고 있습니다
남들은 이 공원에서
경보로나 뜀박질로 지나버리지만
자전거로 휙 휙 휙 스쳐가지만
흔하다는 이 풀들을 보도록
나에게 여유를 주어 황송하옵니다
나는 전라도 촌놈이어서
1971년 이것들로 도화지에
여름 방학 식물 채집 숙제를 해 봤지요
왜 이 풀들을 모르겠습니까
이제 여유를 받아 쪼그려서 보는 것이지요
하나 더 추억이라면
고인이 된,6학년 때 형은
흰털의 강아지 한 마리와
흰털의 집토끼 세 마리를
아주 사랑스럽게 키웠다는 사실이지요.
2014/08/31
2.빛을 밝게 발하노라
- 장군 향혁에게
지리산 푸른 줄기 하나가
천 년의 세월 곧게 뻗어 내리더니만
조용 조용히 흐르는
섬진강 물, 여울마저도
햇볕을 내려 받아
빛을 밝게 발하노라
아주 길게 빛줄기로 흐르노라
추억의 기억을 훑어 보노라니
훈장같은 반듯한 장부(丈夫)의 용모가
고리봉 그 형상에 버금가더니
제 그림자를 찾아냈구나
군문(軍門)의 길에서 한순간도
사의(私議)를 핑계로 살지말며
공의(公議)로만 살겠노라며
자신의 작은 약속 하나를
젊은 에너지로 끌어 올렸구나
울림의 가슴을 채웠구나
방향혁 장군이여!
이제,시대에 맞는 명제와 철학으로
앞길을 길이 길이 더 뻗어가게나.
2013/10/25
3.가을의 기억
문집 가을호 갈대숲 표지화를
힘껏 끌어 당겼네
서재 우편(右便)에 걸어 놓아
반려의 그림 삼아 늘 보고 싶어지네
갈대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갈대 그들의 가을 축제에 초대 받았네
바람만이 그릴 수 있는
갈대 꽃 붓질의 형상들 끄떡끄떡
꺽이지 않으니 일생 그대로 그림이었지
갈대 숲 두 평짜리 저 그림
경상도 어느 시골 동리(洞里)일까
고향 선산 자드락길 옆
그 갈대 숲이었을까
먼 훗날에 어느 가을의 기억은
숨김도 없이 백일하에 드러나리라.
2012/11/07
4.수첩
한 달에 한 두권 정도는
깨알같은 기록으로 생산되는 수첩을
쌓아 둔 곳에 또 넣어 두었네
오늘 날짜엔 퇴직연금에 관해
자세히 기록해 뒀고
하수오가 몸에 좋다는 것도
효능이 탁월한 오소리 고기에 관해서도
전화를 해 준 친구 이름도 써 뒀네
지나가는 날들
언제나 꺼내 볼려는 지
기억이라도 있어서
당장 꺼내 볼
수첩을 꺼낼 힘이라도 있을런지
지나가는 날을 노크하며
후회될 일만 찾을런지
젊어서 추해보인 생채기 난 일들
수첩 기록에서 교훈을 삼고
제발,늙어서 추한 일은 재생되지 않기를.
2013/10/02
5.후록스꽃이 피었습니다
수원역 앞 버스 정류장 한 켠엔
처음 본,후록스꽃 새악시가
산들산들 뽐을 내며
하얗게 웃음 주며 피어있었어요
채송화며 나팔꽃이며
맥문동꽃이 아닌
뜻 밖의 선물 앙증스런 꽃무리
향내나 화려한 기분
아직은 알 수야 없지만
연애시절 아내가 즐겨 입었던
준메이커 원피스에 새겨진
꽃무늬 문양과 흡사하던 기억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웃음 띤 그 하이얀 새악시 꽃을
마음 속에 고이 담아서 아내에게 전해줬어요.
2014/08/26
6.호롱
P씨 골동품 가게에서
고가로 매겨진
호롱 몇 점을 보았다
불을 붙이면 호롱불로 켜진다
열 살까지는
호롱불을 켠 시절
밀림의 내 고향이었지
다시 재회하는 오늘
호롱불이 불빛으로 보답했으니
우리는 보물로 보답해야 할
준엄한 특명임을 알았지.
2014/08/03
7.시는 나의 연인이다
시와 인연(因緣) 맺어
나는 시의 연인(戀人)이 되었다
나의 연인이
예쁘게 보일 지
밉게 보일 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니
갈고 닦아 숨결 부어 준다면
보아줄만 할 테니
백기(白旗) 들지 말고
꾸준하게 구애하면서
끄적거려 보아라.
2002/01/20
8.바래봉 철쭉
와-
어느 날 나무에 불이 붙습니다
햐-
어느 날 나무에 불이 탑니다
휴-
어느 날 나무에서 불은 사그라집니다
저것은 저 홀로 축제입니다
천 년이 갈 탄성의 소리입니다.
2013/05/25
9.3대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떠는 손자에게
...오냐오냐...
할아버지 아들은
그 아들에게
...그래그래...
손자가 앞에 가고
할아버지 뒤에 따르시고
그 뒤엔 아버지가 따랐네
손자 있는 집안은
누구나 손자가 대장이네
세월 잠깐 잊으시고
물든 단풍 길을 3대가 걸으시네.
2013/11/06
10.고구마꽃
사실인 지
아닌 지
백 년만에 핀다는 꽃
피어나면
백일은 가는 꽃일까
친구 영선이가 보내준
고구마꽃 사진
신기하다 신기하다 하면서
내 시집(詩集) 표지로 썼는데
칠 년 후,오늘
친구 일산이가
주말농장 가서 찍었다며
카톡에 올려줬는 데
또 신기하다 신기하다 했는 데
마을금고 앞 고구마밭 지나며
왜 내 눈엔 안 보이나
피어서는 져버렸나
백 년은 기다려줘야 하나.
2014/07/19
11.내가 만든 날
수상한 날
단 한 명 하고도
대화가 없는,통화도 없는 날
참 신기한 날
침묵이랄 수도 없는
혼자 하는 독백도 없는 날
괜히 뭔가가 먹고픈
누가 잠시 스쳐가니
불러보고 싶어지지만
애꿎은 담배만 피워보며
남의 글만 읽어보며
깎지 않은 수염만 만져보며
볼펜이나 몇 번 돌려보며
그런 날이 바로 오늘
내 인생이 그냥 스쳐갔다
내가 만든 날!
2014/08/18
12.11(십 일)
11(십 일)이라고 부르게 하려면
나 하나가 너에게
꼬옥 붙어 살아야 한다
뗄래야 뗄 수 없도록
아주 깨끗한 몸으로
정갈한 몸짓으로
찰싹 동등하게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
너나 나나 하나지만
더한다고 둘은 아니다
11(십 일)이라고 부르도록 하려면
곧게 뻗어 살려면
꼬옥 붙어 살아야 한다.
2014/08/15
13.지명 수배자
<1>
임금 시대에도
흔하디 흔하게
암투극은 벌어진 역사다
총잡이들 스릴러 드라마를
귀를 쫑긋하고
눈을 부릅뜨며 보지만
의적인 지,정적인 지
복면을 한 총잡이는 끝을 보아야 정체를 안다
<2>
19세기 범인을 잡는 법
방문(榜文)이 먹물로 그려져 붙어 있다
초립(草笠) 갓을 그렸고
빵빵한 얼굴 형에
덥수룩한 수염이 볼따구니에 꽉 차 있다
민초들이 사는 초옥(草屋) 벽면에
얼굴 없는 얼굴을 보며
쭈뼛쭈뼛 민초들만 정의롭다
<3>
고색동 파출소 앞 게시판에
21세기 현대판 지명 수배자들 붙어 있다
범인이지만 예의를 갖춘
잘 다듬어진 컬러판 얼굴들
주홍글씨를 새긴 도망자들
무시무시한 얼굴로
겸손 만 배로 붙어 있다.
2014/08/02
14.해국(海菊)
추위에 떨지 않을
만물이 어디 있었던가요
바다 보이는
말 없는 바위 틈새에
작아도 너무 작은
해국 무리들
소생(蘇生)이 안되리라는 법
어디 있겠냐며
뽐내기 일등에 피어서는
해풍(海風)에 쐬어
덜덜덜 떨고 있었지요
암벽 벼랑에 바짝 붙어서는
카메라에 발각되는데
떨고 있던 어린 해국의 얼굴들
확 - 달아오르고 있더라고요
추락할 염려 붙들어 매었고
어쩜 그 순수한 맵시에 흠칫 놀랬네요.
2013/11/06
15.구두 수선공 아저씨
고등학교 동창놈이
운영하는 수원역 앞
<제1맛집>옆 골목엔
구두를 수선해 주는 구두병원이 있지
전쟁중에 다치신 몸인지
태어나서 소아마비 증세인지
묻지를 않아 모를 일이지만
삶에 지친 세월을 수선해 주시는
어르신 한 분
당신의 사지는 좀 불편하시드래도
오고가는 사람들 편한 발로
세상을 활기 있게 다닐 수 있도록
닦고 꿰매고 꽝꽝 때려가며
단단하게 할 부분은 더 단단하게
부드럽게 해야 될 곳은 더욱 부드럽게
해진 세월을 꿰매고 계신 어르신
언젠가는 어르신 손에 수선 될
흥청망청 찌들어 가는
수원역 앞 유흥가가 취해 비틀거리고 있다.
2013/06/15
16.이순(耳順)이 된 후엔...
서울 모임 참석하여 잘해 보자고
말 잔치 하고 밥 사고 술 사고
서울서 마지막 전철에 오르며
수원 집으로 오기를 아마 셀 수는 없고
만나면 또 악수했고
헤어질 때 다시 만나자며 악수했지만
속내도 모르면서
얼굴은 동그랗고
이름만 알았을 뿐일까
A와 AA란 이는 요사스러웠고
말도 많았고
B와 BB는 사기성이 보였고
C와 CC는 신뢰가 진짜 없었고
D와 DD는 밥 사고 술 사주면
그 때만 헤헤헤헤,호호호호
불확실한 시대에 불신은 퇴치할 일
따스한 가슴은 포함 될 일
이순(耳順)이 되면 귀는 더 넓혀 듣고
사람 속 마음 잘 살펴 볼 일
아내는 당신이 천 원 없을 때
누가 도와 주겠는가? 잔소리 들었다.
2013/10/28
17.풍경 4
쑥곡리 나들목에서
안산 쪽,서울 쪽으로 향하는
달리던 차들이 서행을 하다가
1분여 간격으로 멈추고
2분여 간격으로 멈추고
1분이 지나서 다시 달렸다
1분이면 얼마를 달리는 길인데
자꾸 제자리이니 얼마나 애가 탈까?
덤프트럭이나 레미콘 차량이나
서울 가는 원님 세단이나
하루 일과 시간에서
마이너스는 알게 모르게 생긴다
그래도 휴식할 시간은
누구나 찾아서 먹는다
커피 잔을 들고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시야가 멍청하게 왔다갔다 하는데
차들이 보이지 않다가는
빠른 속도로 리베로 한 대가
쏜살보다 빠르다
막히게 하는 꼬장꼬장하는 놈은
어느 길이나 숨어 있다
누구나 목적지가 있지만
다들 과정이 중시되는 길이 있다.
2013/01/05
18.풍경 5
경기 소방차 세 대가 좁은 길로 들어오며
굉음을 내며 바람을 끌어가며
흙 먼지를 일으켜 세우니
길 가는 사람들 놀라서
자빠지지 못해 서 버렸네
놀란 사람들 소방차 뒷꽁무니만
야속하게 바라보며
넋이 나가 서 버렸네
귀를 막은 사람들
한 마디 내 뱉고는
다시 입을 막고서 서 버렸네
또 올라나, 쭈뼛쭈뼛 뒤를 돌아보며
치맛자락을 탈탈 털어내는 아낙네들
<어디서 불이 났는가 벼>
낡은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
내리지도 못하시고
한 발을 땅에 밟고 계신
장화 신은 촌노께서 화끈하게 내 뱉는데
<쩌그,짝은 마을 농공단지에 연기 솟는구먼...>
2012/12/13
19.하늘이라는 곳
하늘은 분명 신비스런 곳이야
누구도 만질 수 없는
성역이며 기어서 갈 수 없는
절벽이며 다리를 놓을 수 없는
구릉이며 투신할 수 없는
윗세상이며 해와 달과 별들 마저도
동경하리라 믿어보는
신비그런 영역이야
난다하는 새들도 올라 앉을 수 없고
뜬구름이라해서 닿지도 못할테고
만일에 허허벌판 그곳에
신의 실수로 지상 만물이 떠 오른다면
소꿉놀이 할 만한 최적의 명당일거야
주인이 없는 땅이기에
그 공허한 비경이기에
누가 제1의 객이 되어 올라
꽃을 심어서 나무를 심어서
집을 지어서 밥도 지어서
인적이 없는 천상에 앉아
잠깐은 착각하며 살 수 있는 곳
침묵을 하고 있는 신비스런 곳이기에.
2012/12/23
20.꽃으로 피어 사는 동안은
꽃은 분명
숨쉬고 말을 하고 듣고도 있을 텐데
황홀하게 살다가 가노라며
말 한 마디 남기고 갈 텐데
나에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꽃이라는 얼굴
그 황홀함만 보아버렸기에
듣지 못하고 말았지요
꽃도 귀가 열리고
입이 열리니,숨을 쉬니
저 가냘픈 꽃에게
이제는 말도 걸어보는 연습을
두 귀 열어 두는 연습을
꽃과 함께 대화하지요.
2014/09/29
21.봄 예찬
내 이팔청춘 나이는 이제
되돌려 받지 못합니다
다만,봄을 부르지도 않았고
손짓 한 번 없었지만
보란 듯이 와서
서 있는 저 봄을 보는 중입니다
여심(女心)에만 심는 봄,
자존심에 분홍색을 찾고 다닌
봄의 생리라지만
나도 인생이 당당한 봄입니다
김난도 교수님이 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시퍼렇게 사는 중인데
꾸미기를 좋아 한 누군가가
다시 봄을
<아프니까 패션이다>로
둔갑시켜 놓았습니다
그거 좋습니다,
봄의 수렁으로 빠져도 좋습니다
나도 인생이 당당한 봄입니다
2012/03/04
22.마지막 소원
황당한 소원일 지 모르나
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배경으로
밤 하늘에 붙어 있는
은하수 길을
소달구지를 타고 올라
부드러운 별들의
입들과 키스 한 번 하고
다시,소달구지 타고서
유유히 내려오고 싶어지네.
2014/09/20
23.풍경 6
남양골 개화산 아래
늘푸른 어린이집
노란 통학버스가
C아파트 후문에 도착되니
병아리 학생은 먼저 엄마에게
작은 손을 흔들며 웃어줬고
엄마는 두 손으로 흔들며 웃어줍니다
늘푸른 어린이집 여선생님
병아리 학생 엄마와
병아리 학생에게도 공손히
인사하며 웃는 낯입니다
붕붕 붕붕 차 바퀴도 서서히
한 발짝,두 발짝 떼는 순간입니다
병아리 학생은 차창에 손바닥을 보여줬고
엄마는 차가 안보일 때까지
오래도록 서서 웃어 주더라고요
닮은 손,닮은 얼굴들
"나는 이렇게 자랐어요"
"나는 이렇게 키웠어요" 하는 소리로
따뜻한 아침 9시가 지나갑니다.
2014/9/22
24.통나무 패기
토막(土幕) 낸 통나무를 패다 보니
통쾌함이 극치요,흥도 불어났지요
내 몸의 절반의 무게
시퍼런 도끼를 들어 올려
전신의 힘을 쏟아부어
집중을 하며 내리 쳐야만
퍽 퍽 쪼개짐의 소리를 얻어낼 수 있지요
이른바 장작(長斫)을 생산해 내는
도를 넘는 쾌감이지요
2쪽이면 4쪽을 내기 쉽고
6쪽을 내기 쉬운 값있는 행위지요
토막 낸 통나무를 패다 보니
그 다음 장작패기 묘미는
인생에서 가장 찾기 쉬운 일이었지요.
2014/08/17
25.반성문
찌지직,
5월을 찾아 갈 채비에
하루 전날 밤
한 달이 다 지나는
달력 한 장을 찢어내며
넌 뭘 배우고 살았고
누굴 만나고 다녔으며
무슨 음식에 배를 채웠고
누구의 글을 읽고 감흥을 받았으며
차마 떨구지 못할 것들
잠자리에 베고 덮고 할
미련 주머니만 찼는 지
너 한 사람이 가는 길에
너 한 사람이 하는 사랑에
너 한 사람이 하는 상념에
그러면서 비탈져 내려가는 길에
층층계 난간을 붙잡아
엎어지지 않으려는 흔들림들
이렇게
길을 걷는다는 일이
맨날 비뚤배뚤
써 가는 반성문이라더냐.
2012/05/04
26.할 일 없는 시간에 나의 단상
단골 술집 동네인 서울 사당역 5번 출구에서 오른 쪽으로 첫 번째 맥주집에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옆자리 수다도 다 듣고 주량을 마셨다는 판단에 꾸역꾸역 걸어나왔다
친구 녀석들과 골목에서 담배를 한 대 다 피우고 악수를 하고서 수원 우리 아파트 단지로 가는 오직 한 대
7780버스에 올랐다 맨 앞자리가 아직 빈자리여서 철썩 주저 앉아 고개를 젓히고 눈을 감고 떠 다니는 오늘 하루
이야기들을 다시 주어 들었다 내 뒷 손님부터 올라 타면서 교통카드가 찍히는 기계음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물경 39번을 듣고 있었다 어디 별나라에서 온 분들이 환승 한다는
착각이었다 그러다가 딱 3분 "카드를 다시 대 주세요"가 들려 온다 눈을 뜨고 한 여인을 보았다 좀 준비성이 없는 여인같았다
다시 밖에서는 "좌석 있어요?"소리가 들린다 운전기사님은 없다고 하시면서 서서히 출발을 시도했다 안전벨트도 매라 하셨다
나는 그래도 별나라에서 오신 39분들과 사당역 어디에선가 술을 마셨을 몇 분들과 동승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할 일이 없어 카드 찍는 소리나 듣고 있었나? 한심했다는 기분이다 39 숫자가 참 좋았다 내 나이 39살에 나 뭐했지? 딱히
확 잡히는 에피소드가 없었다 그때 내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였다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버스에서 이제 막 내렸다고 아뢰었다.
2014/08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