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3월 29일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지역민의 소중한 한 표를 호소하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어느 후보에게 행사할 것인지 유권자의 고민 또한 깊어간다. 교회는 사목교서와 담화 등을 통해 신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교회 입장에서 투표는 정파와 지역을 떠나 복음적 가치를 세상에 구현할 일꾼을 가려내는 사회 복음화의 한 수단이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평가해야 할까.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2회에 걸쳐 글을 싣는다.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가 서울의 한 재개발 촉진지구에 사는 성 스테파노씨는 "재개발 출구 전략을 제시하는 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낡은 주택에 살다 보니 이곳저곳 손볼 곳이 많은데 언제 재개발이 시작될지 모르는 집에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백 미카엘씨도 "후보자 공약만 갖고는 그 사람의 됨됨이나 공약이 지역사회에 미칠 파급효과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이번에도 지지 정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김길동(알폰소 로드리게스)씨는 "교우들끼리는 정치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당 회합에서 정치 이야기로 다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란다. 김씨는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질린 지 오래"라며 "정치인을 볼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규희(펠레치아나, 24)씨는 "예전에는 선거에 관심이 없었지만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오히려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학생이다보니 후보들이 등록금 문제와 복지정책에 어떤 공약을 내거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흔히 투표를 '사회 복음화 운동'이라고 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개인 이익과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어 선거가 사회 복음화를 앞당길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투표에 적극 임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인가. 이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어떤 것이 있을까.
▲ 투표는 국민이 직접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도구이며 신앙인에게는 사회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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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매년 선거일이 다가오면 '바르고 깨끗한 선거'를 촉구하는 담화와 호소문을 발표한다. 역대 선거 담화는 "선거를 통해 국민 화합과 국가 발전을 이루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는 논조로 적극적 투표를 독려했다. △부도덕한 전과 △비리, 부패, 뇌물사건 연루 △세금 체납 등의 사실이 있는 후보자를 걸러내자는 담화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을 일삼는 혼탁한 정치현실에서 신자들이 교회 정신에 맞는 참 일꾼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최근 인천ㆍ수원ㆍ전주교구 등 몇몇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교회 가르침에 맞는 후보자를 가려내기 위해 각 후보들에게 정책질의서를 발송했다. 이들 교구는 후보들이 보내온 답변서를 정리해 교구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구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왜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려고 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 공동체와 교회는 그 고유 영역에서 서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다. 정치적 계획들의 공과를 문제 삼을 권리도 없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76항)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정의평화위원회는 "종교적ㆍ도덕적 영향과 관련해서는 예외"(「백주년」 47항)라며 "후보 검증은 낙선운동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양승규(시몬,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리스도인들마저 이 문제를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가야 사람이 구원을 받는데 사회가 윤리적으로 타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교회가 기도만 하고 있겠느냐"며 "그리스도인은 지역이나 정당 등 개인적 성향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공동선 실현에 앞장서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본당 아무개 주임신부는 선거 때면 강론 준비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언젠가 강론 중에 시국문제에 대해 잠깐 얘기했더니 "왜 사제 개인의 성향을 신자들에게 강요하는가"라는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사회교리에 근거해 사회적 사안에 대해 말해도 정치적 성향에 따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 총선 입후보자들이 거리에서 시민드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 서울 강북구 거리에서 유세를 하는 후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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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에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구체적 지침은 없다. 다만 정의ㆍ평화ㆍ사랑이라는 복음의 잣대를 강조한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는 정치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 의무의 한 표현(565항)으로 정의한다. 또 정치인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 "사랑 안에 뿌리박아야 하며, 공동선 달성을 지향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볼 때 봉사정신ㆍ사랑ㆍ공동선 실천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갖고 후보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영국 철학자이며 정치사회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은 1865년 웨스트민스터 선거구 유지로부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 대의정치에 관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입후보했다. 그는 입후보 승낙에 앞서 △당선되어도 지역구 이익만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 △당선 후에도 당론에 구속되지 않겠다 △선거운동에 돈 한 푼도 쓰지 않겠다 △일체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700표 차로 당선됐다. 이런 조건을 내걸고도 선거에 나와 유권자 표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권자가 지역구 이익을 챙기지 않는 후보, 당론에 끌려 다니지 않는 후보, 돈 안 쓰는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렇기에 정치에 관한 책임이 정치인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유권자 투표는 정당한 권리 행사이자 적절한 통제 수단이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치 권위는 국민에 대한 책임이 있고 대의 기구들은 효과적인 사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 통제는 결국 대표를 선출하고 교체할 수 있게 하는 자유선거를 통해 이뤄진다.(「가톨릭 사회교리」 408항 참조) 사회정의시민행동 상임대표 오경환 신부는 "국민은 줏대를 갖고 지역사회 일꾼 기준에 맞는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한다"며 "신자유주의로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사회에서 빈곤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후보나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회지침인 사회교리 정신에 맞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교회정신에 맞는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 선택하는 것은 결국 신자들의 몫이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후보자 공약 꼼꼼히 살펴보려면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적극적 유세에도 불구하고 과거 총선 투표율은 17대 60.6%, 18대 42.5%에 그쳤다. 두 명 중 한 명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투표를 하려면 먼저 입후보자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선거 인쇄물에는 화려한 공약이 넘치도록 실려 있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만 들게 할 뿐이다. 입후보자 신상정보와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방(www.nec.go.kr)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후보자 등록신청서류 중에는 본인ㆍ배우자ㆍ직계존비속의 등록대상 재산에 관한 신고서와 전과기록증명에 관한 제출서 등도 포함돼 있다. 선관위 관리자는 "누리방과 선거정보 모바일 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별 후보자의 재산ㆍ병역ㆍ전과ㆍ학력ㆍ세금 납부 및 체납 상황 등을 선거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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