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주거 공간에도 생태나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생태적인 주거 공간일까요? 얼마 전 일본에 다녀오면서 우리가 얼마나 핵심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바리에 사쿠라즈쯔미>의 입구 ⓒ 황애진
일본의 도쿄도 무사시노시에 있는 <산바리에 사쿠라즈쯔미>는 아파트단지가 얼마나 친환경적일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UR도시기구(우리나라의 주택공사에 해당)에서 재개발한 이 단지는 일본 내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60년대에 지어진 이 아파트단지는 일본사회에서 공해문제가 부상하면서, 환경을 배려한 단지로 재개발하게 되었습니다. 1994년 재개발을 시작해서 2005년 28동 1120호의 아파트로 완공되었고, 다른 임대아파트에 비해서 가격은 조금 비싼 편입니다.
UR도시기구에서 이 단지를 재개발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단지 안의 공원’이 아닌 ‘공원 속 단지’
△공원같은 단지 내부 ⓒ 장선영
<산바리에 사쿠라즈쯔미>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3-40년대 오래된 나무들을 벌목하지 않고 단지 내에 이식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공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단지 안의 공원’이 아닌 ‘공원 속 단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이 단지는 동 간격이 매우 넓고, 그 넓은 공간은 대부분 녹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번째, 쓰레기 감량을 위해 음식물 처리기 가동, 비료화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있는 음식물 처리기의 모습 ⓒ 장선영
단지 안에는 음식물 처리기 20여기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넣으면 기계 안에서 비료로 만들어져서 주변 농가에 공급된다고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비료의 질이 우수하지는 않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대부분 매립하는 일본 상황에 비교하면 자원재활용 면에서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복개되어 있던 하천을 자연적 형태로 복원
△복원된 하천의 모습 ⓒ 한숙영 △태양광 발전시설 ⓒ 장선영
예전에 단지 안에 흐르던 하천이 말라버리고 복개되어 있었는데, 재개발을 하면서 다시 복원하고 흐르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말라버린 하천에 어떻게 다시 물이 흐르게 되었을까요? 먼저 빗물 저장시설을 만들어서 유지용수를 확보하고, 그 물을 펌핑하여 연못으로 올려 보냅니다. 말라버린 하천은 거기서부터 다시 흐르게 되는 거지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펌핑에 드는 에너지를 단지 내에 있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장치에서 모두 얻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에너지원과 그 에너지가 사용되는 목적 또한 모두 친환경 그 자체입니다. 다시 흐르게 된 하천은 인위적인 정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하천에서 개구리나 가재를 잡고,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장면을 보면서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수소 에너지원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수소 연료 전지의 모습 ⓒ 한숙영
UR도시기구에서는 이 단지 내 20가구를 선정해 베란다에 수소 연료 전지를 설치했습니다. 이 수소전지는 각 가구에 온수와 전기를 제공하고 있고, 생산해 내는 전기는 하루 종일 냉장고를 돌릴 정도의 양입니다. 시에서 보조금이 일정부분 나오고 있지만, 워낙 고가의 장비라 보급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수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CO2 감축을 위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 밖에도 이 아파트단지의 특징은, 바람길을 고려해서 단지를 조성했다는 것입니다. 각 동의 높낮이와 간격을 다르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할 정도의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안에서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시각의 압박 또한 매우 적습니다.
△UR도시기구의 카마타씨에게 설명을 듣고있는 모습 ⓒ 한숙영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신 UR도시기구의 카마타씨는, 사람들이 이 아파트에 사는 동안 환경에 관심을 갖고 생태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어서, 이사를 간 후에도 그것을 실천하며 살게 되는 것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저희를 감동시켜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산바리에 사쿠라즈쯔미>처럼 교과서 수준의 단지는 일본 내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그 정도 수준으로 친환경적 단지를 조성하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 한 개라도 그런 아파트 단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참 부러웠습니다. 설비비용 대비 수익이 날 리 없는 단지를 실제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생태 아파트가 대부분 주민들의 문화행사나 공원조성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에 비춰보면, ‘친환경’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글 : 장선영(환경운동연합 정책실) 담당 : 환경연합 국토생태본부 |